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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최근연재일 :
2020.10.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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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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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퇴마사

DUMMY

“ 그분을 여기에선 갈 의원이라 부릅니다! 신녀의 명을 받고 우리가 보호하고 있는데 지금 만나 보시겠습니까?”


도 야장이 깍듯하게 류사를 대했다.


“ 그렇게 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소이다만!”


도 야장이 류사에게 잠시 기다리라 말하고는 방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두터운 면 옷을 위에 걸치고 머리에 털모자를 썼다. 두터운 박도를 들고 앞섰다.


“ 그럼! 저를 따라 오시지요.”


그가 길을 앞서서 내려갔다. 마을로 들어서서 돌담이 늘어선 골목길을 몇 번 돌아가니 오래된 느티나무가 서 있는 기와집이 나타났다.


“ 마을 촌장 집입니다! ”


문을 두드리니 청지기 노인이 나와서 뒤뜰 사랑채로 인도했다. 떡갈나무 한그루가 심어져 있고 그 옆에 두 칸짜리 집이 있었다.

불빛에 몇 사람의 그림자가 장지문에 비추었다. 청지기가 마당에서 헛기침을 했다. 방안 에서 두런거리던 소리가 멈추고, 청수한 모습의 초로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청지기가 허리를 굽혀 절하고 도야장과 류사를 가리켰다. 그가 눈을 들어 도야장과 류사를 살펴보고는.


“ 도야장! 야심한 밤에 어인 일인가?”


“ 갈 의원을 뵙고자 하는 분이 오셔서, 모시고 왔습니다. 저희 주인의 명을 받고 오신 분이니 심려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는 다시 류사를 향해.


“ 석대 촌장님이십니다.”


류사가 그 말을 듣고 두 손을 모았다.


“ 금릉의 류 사라고 합니다. 밤중에 실례가 많습니다!”


“ 석대 촌장 이가라 하오! 어서 안으로 드시오!”


도야장과 류사가 방 안으로 들였다. 방구석 커다란 탁자 위에 십자가가 모셔져 있고 가죽으로 장정한 책이 펼쳐져 있었다.

그 앞에 서양인으로서는 평범한 체구에 노란 콧수염을 양 가닥으로 꼰 사람이 엉거주춤 서 있다가 오른 손을 내밀었다.

도야장이 그 손을 맞잡았고 류사가 뒤를 따랐다.


“ 갈 렵생이라 하오!”


말은 분명하지 않았으나 의사소통은 되었다.


“ 갈 렵생은 우리 이름으로 변성한 것입니다.”


촌장이 대신 설명했다. 방안에는 갈 신부만 아니라 나이든 촌로와 촌부들이 여섯 명 빙 둘러 앉아 있었다.


“ 이들은 모두 천주교의 신자입니다.”


다시 촌장이 그들을 소개했다.


“ 지금은 예배 중이니 잠시 기다리시오!”


촌장이 방 한구석에 놓인 의자를 가리켰다. 예배가 한창 진행 중에 류사가 찾아온 듯 했다. 류사와 도야장이 제 자리에 앉자 그들은 다시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갈렵생 신부가 두 손을 높이 올려 천주에게 간구하고, 신도들에게 축복을 내림으로써 의식은 끝이 났다.

신도들은 갈 신부와 촌장에게 인사를 한 후 제 집으로 돌아가고 갈 신부와 류 사가 마주했다.


“ 어쩐 일로 나를 찾으셨소?”


갈 신부가 머리에 쓴 사제 모를 벗으며 물었다. 곱슬한 금발이 희끗하게 변해 있었다.


“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류사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할 말을 정리했다.


“ 사람을 구하고자 합니다. 적 그리스도의 매서명이 성녀의 의식을 행하는데, 잡혀간 사람이 저와 혼약을 맺은 여인입니다.

그녀의 정신을 약물과 주술로 변하게 만드려고 하는데, 신부님이 구해주시기 바랍니다!”


갈 신부가 성호를 그었다.


“ 그들은 예수님의 적이오! 우리 예수회가 동방에 온 이유 중의 하나가 그들을 처단하기 위한 것이오! 그렇지만 매서명의 세는 무섭소! 나와 같이 온 많은 수사와 신부들이 죽고 나 역시 그들의 추적을 받고 있소! 그 녀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소! ‘


“ 신부님의 영적 능력으로 그 녀를 구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은 구하지 못합니다! 여기 신물로서 십자가를 가져 왔습니다!”


황금 십자가를 꺼내 보여 주었다. 갈 신부가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이 십자가는 카인의 십자가라고 하오! 사도 요한으로부터 전해진 퇴마의 보물이오! 이 것은 로마 교황에게서 우리 회에 전달된 것인데, 놀랍게도 그대에게서 보는구려!”


“ 저로서는 소용없는 물건이니 신부님이 거두어 주십시오!”


갈 신부가 류사의 진의를 확인하고 십자가를 거두었다.


“ 이 십자가는 퇴마를 하는 의식에 큰 힘이 되어 줄 것이오! 하지만 어떻게 도와야 될는지?”


류 사도 난감했다. 어디에서 성녀의식이 진행되는 지도 모르고 막연히 시연연의 말만 듣고 왔으니, 할 말이 없어서 도 야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장안으로 가는 길에 매서명이 새로 짓고 있는 가인 촌(佳人村)이 있습니다. 신부님 말씀을 들어보니 가인 촌이란 뜻이 미인 촌이란 말이 아니고 카인이란 뜻이었군요!”


도 야장이 류사를 대신해서 말했다. 갈 신부가 덧붙여 설명했다.


“ 그렇소! 카인은 하느님에게 등을 돌려 처음으로 인간을 살해한 자이며 속인 자이오! 인간에겐 원죄가 있는데 아담이 사탄에게 속아 하느님을 배신한 것이 그 원죄요! 인간이 인간을 살해한 최초의 죄는 카인이 지었소! 적 그리스도는 그 카인을 숭배하는 사교(邪敎)이오,”


갈 신부가 물 한잔을 청해 마시고 다시 말을 계속했다.


“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쫓겨 난후 쾌락에 대해 알게 되었소! 그 쾌락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냐 하면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거나, 몸을 빼앗는 배덕에서 오는 것이오! 그것을 신봉하는 것이 적 그리스도라는 하느님의 배신자들이오!”


도 야장이 가볍게 미소 짓고는 류사와 갈 신부에게 같이 알려주었다.


“ 신부님의 말씀을 저희들은 알아듣지 못하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고는 도야장이 가인 촌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 지금 가인 촌은 절정산장의 재력으로 거의 다 지어졌습니다. 마을 밖으로는 객잔과 식당, 유곽을 지어 상인 촌으로 하고,

안으로는 마을을 건설하였는데 호수를 끼고 회당을 크게 지었습니다! 그 회당에서 그믐날 성녀 혼배식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예식이 끝나기 전에 주 군주를 매서명의 손에서 빼앗아야 합니다. 그 다음엔 신부님이 구해 주셔야지요!”


류 사가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한탄했다.


“ 주 군주는 매서명의 흉계에만 걸린 것이 아니라, 손요삼의 책략으로 금정의 독에 중독까지 되었으니 이를 어찌 합니까?”


도야장이 차분하게 류사를 안심시켰다.


“ 갈리에르 신부님은 퇴마사로서 독을 해독하는 일에도 능숙한 분이시니, 믿으십시오!”


갈 신부는 그 말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묵묵히 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촌장이 갈 신부에게 청했다.


“ 신부님! 이제 식을 거행할 시간이 다 되었으니 준비를 해 주십시오!”


그러자 어리둥절해 하는 류사에게 도야장이 해명했다.


“ 실은 오늘 밤에 퇴마식이 거행됩니다. 촌장님의 여식이 적그리스도의 신자였는데 촌장님이 그 사실을 알고 바깥출입을 금지시켰습니다. 그랬더니 여식에게 마가 들어가서 저희 배교의 술법을 사용하였으나 통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구마(驅魔)의 예식을 거행하기 위해 신부님을 모신 겁니다!”


그제야 류사의 의문이 해소되었다. 그 때 밖에서 청지기의 음성이 들려왔다.


“ 주인어른! 아가씨 상태가 심상지 않습니다. 어서 의식을 행하시지요!”


“ 알았네!”


촌장이 갈리에르 신부를 애소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갈 신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퇴마에 사용하는 제구를 가죽 가방에 담았다. 그리고는 류사를 향해.


“ 이름을 알지 못하는데 알려 주시겠소?”


류사가 혼란한 마음에 미처 인사를 못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여 허리를 숙이며.


“ 소생은 금릉의 류사라고 합니다. 귀곡의 도학을 수련하고 있습니다.”


갈 신부가 의아하여.


“ 그렇다면 그대도 퇴마의식을 알겠구려.”


류사가 황급히 손을 가로저었다.


“ 소생은 모산의 도를 알지 못해 그런 의식은 알지 못합니다!”


하고 얼굴을 붉혔다.


“ 허허! 내가 중원의 교를 다 알지 못하니 양해하시오! 그렇지만 구마의식에 호법을 서주실 수는 있겠지요?

구 야장이 호법을 설 것이나,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됩니다.”


“ 그야 해드려야지요! 하라는 대로만 하겠습니다.”


류사가 승낙하자 갈리에르 신부는 가방을 들고 앞서서 나갔다. 그들은 촌장의 안내로 중문을 나가서 별채로 들어섰다.

마당에는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문을 여는데 검은 연기 같은 기운이 기둥 뒤로 돌아 나왔다.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가 방에서 새어 나왔다. 계단 위에 서 있던 여종 둘이 벌벌 떨며 그들 앞으로 뛰어 왔다.갑자기 달빛이 구름 뒤로 들어갔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는데 음산한 소리를 내었다.


“ 너희들은 모두 물러가 있어라!”


촌장이 청지기와 여 종들을 물리쳤다. 갈리에르 신부가 가방에서 쇠로 된 홀과 십자가, 그리고 병에 든 성수를 꺼내들었다.

가방은 촌장이 맡았다.


“ 자! 들어갑시다.”


성호를 그으며 갈리에르 신부가 앞섰다. 달이 구름사이에서 나오며 시뻘건 빛을 토해내었다. 시커먼 기운이 방안에서 새어 나오며 짐승 소리 같은 울음을 토해 내었다. 촌장이 걸음을 떼지 못하고 뒤에 처졌다. 류사와 도 야장은 바짝 긴장하여 갈리에르 신부의 뒤를 붙었다. 방문을 열기 위해 갈리에르 신부가 문고리를 잡자 "턱" 하고 안에서 잠기는 소리가 났다. 갈리에르 신부가 크게 소리쳤다.


“ 하느님의 적! 사탄아! 하느님의 아들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그 몸에서 나와 너의 있는 곳으로 돌아가라!”


“ 크아아!”


동굴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나며, 묵직한 목소리가 낮게 들려왔다.


“ 들어오라! 악의 후예여! 네가 여호와의 이름을 참칭하나 나 루시퍼야 말로 하느님의 제사장이니라! ”


하면서 문이 벌컥 열렸다. 갈리에르 신부 일행이 방안으로 들어서니 커다란 침상 위에 한 처녀가 포승에 묶여 있고,

만두처럼부풀어진 얼굴에다, 눈에서는 시뻘건 불길을 토하고 있었다.


“ 어서 오너라! 기다린지 오래 되었다! 갈리에르!”


갈리에르 신부는 침착했다. 병에서 성수를 꺼내 사방으로 뿌렸다. 성수가 처녀의 몸에 닿자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 으아아! 예수! 무서워! 무서워!”


그러나 곧 비웃으며 소리쳤다.


“ 아이구! 무서워라! 갈리에르! 제노아에서도 이러더니 양양에서도 나를 쫓는구나! 그러나 이번에는 네가 잘못 왔다.

나는 너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너의 오래된 악의 심령을 보여주마! 너와 나는 같은 하느님의 적이니라! 하하하하!”


서까래가 울릴 정도로 크게 웃었다. 갈리에르 신부는 황금 십자가를 꺼냈다. 그리고 주님의 기도를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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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마사 +2 20.04.27 606 13 11쪽
54 황금 십자가 +2 20.04.25 603 13 10쪽
53 수라도(修羅道) +2 20.04.22 628 13 12쪽
52 시연연 편 +2 20.04.20 647 13 11쪽
51 서호의 달 +4 20.04.18 645 13 12쪽
50 행화촌 +2 20.04.15 669 15 14쪽
49 전투 +4 20.04.14 696 13 13쪽
48 수저용왕포(水底龍王炮) 편 +4 18.10.14 834 14 13쪽
47 “ 갈력위민 사이후이(竭力爲民 死而後已) -백성을 위하여 사력을 다하다- +2 18.10.06 810 11 11쪽
46 적 그리스도 루시퍼 편 +3 18.09.29 826 13 13쪽
45 죽음의 시작 편 +4 18.09.20 885 18 12쪽
44 작 두 편 +3 18.09.15 891 14 11쪽
43 양이투전 (洋夷鬪錢)편 +2 18.09.08 948 14 13쪽
42 취련 각(醉蓮閣) 편 +3 18.09.02 1,012 12 14쪽
41 수월도 편 +3 18.08.26 1,040 19 11쪽
40 천년 설련자편 +5 18.08.18 1,048 17 12쪽
39 배교 신녀편 +2 18.08.12 1,069 12 13쪽
38 혈수궁 편 +3 18.08.05 1,040 15 12쪽
37 금정사녀의 출현편 +3 18.07.28 1,090 15 13쪽
36 남객 묘일선편 +8 18.07.20 1,088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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