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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님의 서재입니다.

검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샛강
작품등록일 :
2023.01.22 01:55
최근연재일 :
2024.01.11 20:3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32,364
추천수 :
2,453
글자수 :
238,240

작성
23.12.30 00:02
조회
406
추천
12
글자
8쪽

눈쌓인 산야에 비치는 햇살같이

DUMMY

금화영이 생각 끝에 대답했다.


"궁주님이 부족한 소녀를 위하여 이렇게까지 생각해주시니


감사하기만 합니다. 오늘 궁주님을 만나 외로운 처지에 언니


를 얻게 되니 모든 것이 소녀에게는 과분하기만 합니다"


궁주가 기뻐하며 말했다.


"나 또한 동생과 같은 착한 동생이 생겨서 정말 기쁘다"


   그리고는 금화영의 두손을 마주잡았다.


   두 사람은 곧 제단을 만들고 약지를 잘라 서로의 피를 잔


에 섞어 마신 후 천지신명에게 맹세하며 자매의 연을 맺었


다.


   궁주가 덧붙여 말했다.


"화영, 나에게는 쌍둥이 오라버니가 한 분 있으니 혹시 강


호에서 만나게 되더라도 친오라버니와 같이 대하기 바란다"


   금화영이 깜짝 놀랬다.


   그리고는 신기해하며 궁주의 얼굴을 살피며 대답했다.


"오라버니가 궁주언니를 그대로 닮았으면 남자로서 정말


미장부이겠네요"


   궁주가 확연하게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강호에 나가면 뭇 여협들이 줄을 지어 따라 다니는


기협이며 풍류남아이지. 그러나 오라버니도 아마 동생의 본


래 얼굴을 보게되면 혹하여 정신을 못 차릴 것이다"


   금화영이 그 말에 모처럼 그 동안의 걱정을 잊고 웃었고


궁주도 세상 시름을 잊고 같이 웃었다.


   웃음은 전염이 되는 모양이다.


   두 사람은 다시 긴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금화영이 이야기


중에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저 자신 바보같이 방황을 했지요. 주위


를 둘러보니 저만 어려서부터 어머님이 안 계시더군요. 뒤에 새어머니와 배다른 동생들이 잘해주고 따라주었지만  세상에 오


직 저만 외롭고 힘든 것으로 알았죠"


" 그래서 외가 쪽으로 먼 친척이며 파정련의 련주인

숙부를 돕게 되었고 그곳 무림맹과 파정련의 싸움터에서


인생의 새로운 지평선을 보게 되었어요. 인생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저와 같거나 저보다 더욱 불행함을 겪고 있는 것을


보았죠.


그러나 뒤늦게 인간이 영위하는 삶 자체가 고통의 영속이며


누구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전


장을 빠져 나올 수 없더군요. 부하와 동료에 대한 새로운 인


간의 굴레가 생겼더군요..."


"그렇게하루 하루를 지내던 어느 늦은 겨울날이었어요.


해질 무렵의 눈 쌓인 산속의 떡갈나무


아래에서 죽음을 앞에 둔 상태에서 한 청년을 만났어요. 마


치 하나의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새로운 길이 시작되듯


이 그를 만나 새로운 짧았으나 꿈같은 삶을 시작하게 되었


어요"


   말을 이어가고 있는 그녀의 맑은 목소리에는 이야기를 듣


고 있는 궁주가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리움의 파문이


일고 있었다.


"그 사람은 인생에 있어서 참으로 저와 반대의 길을 걸어


왔더군요. 이십여 년의 방황과 좌절의 세월을 돌아 삶과 죽


음의 기로에서 두 사람의 길이 서로 마주친 것이죠.


그는 어렵게 자랐으나 항상 마음이 눈 쌓인 산야에 비치는 햇살


같이 맑고 따뜻했어요. 불의에 대항하는 용기도 있었고요.


비록 적을 두려워하고 검을 쥔 손은 떨려도 지켜야 할 사람


들을 위해 결코 물러서지 않았고 항상 사람을 사랑하고 하


늘을 공경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러나 무엇보다


본인은 자신의 그러한 장점을 모르고 지내죠.항상 세상


고민과 남의 고민은 혼자 다하는 것 같고..."


   말꼬리가 흐려졌으나 그녀의 두 눈에는 다할바 없는 애정의 빛이 그대


로 남아 있었다.


   궁주의 얼굴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지며 물었다.


"그 사람을 사랑하니?"


'......"


"모르겠어요. 보고싶고 생각하면 아련하고 이런 감정이 사


랑인지요"


"무엇 하는 사람이니? 동생이 좋아할 정도면 능력과 배경도 출중


하고 정말 잘생겼겠구나?"


   금화영이 궁주의 물음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옅은 미소


를 띄었다.


   그러나 조금은 밝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언니와 같은 절대고수들이 인정할 정도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에요. 그냥 무림맹 소속의 많은 하급


무사중 한 명이에요. 외모도 앞서 말한 언니의 오라버니 같


은 그런 임풍옥수의 풍채는 아니며 그냥 형주 번화가에 반


각만 서있어도 그 사람보다 잘생긴 사람을 몇 명이나 보게


되요"


   금화영이 말을 끝내고는 스스로 생각해도 재미있다는 듯


이 나직이 웃었다.


   궁주가 눈에 날카로운 이채를 띄면서 의미 있게 말했다.


"나중 그 청년을 필히 한 번 만나 보아야겠구나"


   다시 분위기는 밝아졌고 이야기 중에 두 사람은 상대방의


지혜롭고 뛰어난 오성에 서로 감탄하면서 오래도록 향기로


운 술을 마시고 흥에 겨워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자고로 파하지 않는 잔치는 없고 헤어짐이 없는


만남은 없는 법이다.


   저녁이 되기 전 아쉬움 속에 자리를 파하였고 금화영은


궁주가 준 인비인의 비급을 지닌채 밀실에 들어가 무공을


연마하게 되었다.


   밀실의 입구까지 같이 따라 온 궁주가 서운해하며 말했다.


"화영, 무공을 완성하고 얼굴을 본래대로 회복한 후 우리


항주의 서호에 배를 띄우고 강호의뭇 협사들처럼 큰 술잔


으로 술을 나누자꾸나. 나는 지금 일이 있어 바로 항주로 떠날 것


이다"


금화영이 기뻐하며 궁주의 손을 마주 잡으며 대답했다.


"언니, 그 동안 돌봐준 은혜를 어떻게 잊나요? 강호에 나


가면 항주로 바로 가서 제가 언니를 먼저 찾아뵐께요"


   그리하여 두 사람은 돌아오는 중추절 전에 만날 약속을


정했다.


    이윽고 금화영이 이별을 아쉬워하며 석실로 들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궁주의 눈빛이 여인의 고혹적


인 눈빛에서 어느 새 장부로서의 화무극 본래의 위용 있는


정광이 감도는 눈빛으로 바뀌더니 다시 심해와 같이 침잠하


게 가라앉았다.


   이별은 다시 만날 약속이 있을 때는 기다림이란 것을 통


하여 사람간의 정을 더욱 두텁게 하고 사람의 정은 이별과


고난을 통하여 더욱 깊어지는 법이다.


   화무극이 그답지 않은 한숨을 쉬며 나지막이 말했다.


"휴! 생각지도 않게 처음으로 여인에 대한 정이 생기니 어떻게 상상이나


해본 일인가? 어떻거나 나도 항주로 가보아야겠구나. 항주에


서부터 혈풍이 몰아칠 것이다. 모든 것이 일년 내에 갑작스


레 시작하여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리라!"


   잠시 후는 석실 앞에는 화무극도 사라지고 정적만이 남아


있었다.


   이렇게 금화영은 모친이 생전에 만들어 놓은 선연에 의하


여 그녀 자신도 모르게 위기를 넘기게 되었다.


   사람의 행불행은 쉽게 생각하면 본인의 직접적인 의지와


행동에 의해 일어나는 것 같으나 실제는 여러 사람과 신명


의 보이지 않는 힘이 함께 작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코 행복하다고 섣불리 기뻐 말며 불행하다고


쉽게 좌절할 것이 아니다.


   어느 먼 나라의 왕이 현자에게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


람에게 각각 들려주어야 할 한마디씩이 무어냐고 묻자 현자


가 오직 한 마디만 대답했다.


"하늘아래 새롭고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변하여가


나니 오직 끊임없이 힘써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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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천하제일가 24.01.11 293 10 5쪽
53 현황교주 24.01.04 312 11 5쪽
» 눈쌓인 산야에 비치는 햇살같이 23.12.30 407 12 8쪽
51 인연이란 23.12.29 282 9 7쪽
50 꿈속의 눈물 23.12.28 323 11 4쪽
49 그네를 미는 손 23.12.28 335 10 17쪽
48 인비인 23.12.28 303 5 7쪽
47 하얀목련 피던날 23.12.28 296 6 5쪽
46 빈소라껍질은 파도소리를 기억하다 23.12.25 353 9 13쪽
45 가을은 빈가슴에 메마른 낙엽으로 들어서다 23.12.25 331 8 12쪽
44 천의 무공 23.12.25 360 10 7쪽
43 그리움이 쌓이는 해변 23.12.23 404 12 15쪽
42 노을진 날은 마음속 말을 나누고 싶다 23.12.21 427 12 29쪽
41 모래성 23.12.20 429 10 12쪽
40 삶의 언저리에서 23.12.20 368 9 12쪽
39 내 마음의 꽃밭 23.12.20 437 9 9쪽
38 돌아눕는 오후 23.12.20 403 7 20쪽
37 강을 따라서 23.12.19 416 8 16쪽
36 강물아 흘러라 나의 청춘도 흘러라 23.12.19 421 12 4쪽
35 그림자의 춤 23.12.17 504 13 11쪽
34 당신은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건가요 23.12.17 458 11 13쪽
33 낙화유수 23.12.17 442 10 13쪽
32 바람이 불어오는 곳 23.12.17 431 11 5쪽
31 길이 끝나는 곳에서 23.12.17 423 10 3쪽
30 천뢰지기 23.12.16 489 10 11쪽
29 수라의 검 23.12.16 452 10 5쪽
28 기억의 너머 23.12.16 422 9 10쪽
27 7월의 노래 23.12.15 431 9 3쪽
26 잃어버린 이야기속으로 23.12.15 457 11 12쪽
25 흐르는 강물처럼 23.12.14 526 11 24쪽
24 예언의 동쪽 23.12.14 507 11 7쪽
23 내가 힘들때 당신은 어디에 계셨나요 23.12.13 500 9 12쪽
22 행로난 행로난 23.12.13 495 8 14쪽
21 인간은 희망보다 절망에 속기 쉽다 23.12.07 623 13 12쪽
20 인간이 절망한 곳에는 어떠한 신도 살지 않는다 23.12.04 586 14 9쪽
19 푸른강 붉은 누각 23.12.04 590 13 15쪽
18 잃어버린 노래 23.12.03 568 12 7쪽
17 왜 치마폭이 젖어 있느냐고 물으면 눈물이 아니고 밤이슬 때문이라 대답하리라 23.12.03 618 9 11쪽
16 격류 23.12.03 593 10 2쪽
15 앵무의 계절 23.12.02 635 11 11쪽
14 길을 예비하는 사람들 23.12.01 669 12 14쪽
13 밤바람에 귀걸이흔적이 아프게 느껴지다 23.11.29 721 12 8쪽
12 비맹 23.11.27 731 13 5쪽
11 벚꽃이 떨어지고 화선도 볼 수 없으니 23.11.26 787 14 6쪽
10 은하수는 동쪽 먼 바다로 향하다 23.01.25 2,589 43 7쪽
9 새가 날아간 흔적을 찾아서 23.01.25 2,749 45 14쪽
8 달과 구름이 흐르는 길 23.01.24 2,718 47 4쪽
7 봄은 벌써 앞마당에 와있는데 사람들은 봄을 탓하다 23.01.23 2,821 49 7쪽
6 죽음보다 깊은 잠 23.01.23 2,909 47 11쪽
5 밤바람이 늦은 잠을 빼앗아 가다 23.01.23 2,993 46 6쪽
4 얼어붙은 길 23.01.22 3,052 47 9쪽
3 나만의 겨울 23.01.22 3,299 46 7쪽
2 눈이 내리는 길 23.01.22 3,849 47 8쪽
1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시작되었다 23.01.22 6,278 5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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