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키스크의 서재입니다.

프레이야 엑소더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키스크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3
최근연재일 :
2020.09.16 13:52
연재수 :
135 회
조회수 :
5,078
추천수 :
509
글자수 :
663,514

작성
20.05.17 00:27
조회
50
추천
4
글자
13쪽

제 2 장 불의 마검사 (6)

DUMMY

“이거... 너무 불공평하잖아?”


케이의 전투를 계속 보고 있던 지크는 절망에 빠졌다. 자기는 단 한 마리 때문에 생사를 넘나들며 싸웠는데 케이는 벌써 세 마리째 상대하고 있었다. 케이는 저 큰 몸에서 어디서 그런 속도를 낼 수 있는지 젠타들이 일격을 가하기도 전에 사정 범위에 들어가 검을 휘둘렀다. 그럼 젠타들은 검의 날이 미처 닿기도 전에 검을 에워싸고 있는 뜨거운 불길로 살이 녹았다. 그런데 막상 케이는 그 열이 느껴지지도 않는지 살기 어린 미소를 머금으며 다음 적을 공격했다.


“쿠오오오~”


한참 싸우던 도중 운이 좋은 젠타 한 마리가 케이의 얼굴을 향해 오른발을 날렸다. 케이가 그 공격을 눈치챘을 때는 제 아무리 그라 할지언정 결코 피할 수 없을 정도의 간격이었다. 그리고 예상한 대로 젠타의 발은 ‘퍽’ 소리를 내며 케이의 얼굴을 격타했다.


“케이씨!”


전투를 한참 구경하고 있던 지크가 놀라 외쳤다. 배에 한 대 맞은 자신이 갈비뼈가 부러져 날아갈 정도였다면, 얼굴을 정통으로 맞은 케이라면 목이 부러져 죽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눈앞에 일어난 상황은 완전 예상 밖이었다. 케이는 젠타의 발차기를 왼팔로 막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거대한 힘에 맞았음에도 땅에 두 발을 온전히 두고 있었다.


“거짓말.”


지크는 할 말을 잃었다. 나름대로 수련을 해온 자신조차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괴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내다니. 힘도 힘이지만 저 몸에 실린 무게는 또 얼마나 된다는 것인가.


“설마 그 정도의 힘으로 날 치려 했던 건 아니겠지?”


놀란 것은 젠타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자신의 발차기를 맞고도 날아가기는커녕 미동조차 하지 않은 인간은 처음 보는지 방어조차 잊은 채 멍하니 케이를 쳐다보았다.


“하려면 이 정도면 해야지!”


케이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중력으로 점점 떨어지는 젠타의 오른발을 오른손으로 잡고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몸을 틀어 그대로 왼발로 젠타의 옆구리를 격타했다.


퍼억.


“커억.”


젠타는 공격을 정면으로 받자 몸 안에서 뼈마디가 으깨지는 소리가 나면서 그대로 날아갔다.


“뭐, 뭐냐 저 괴력은... 인간의 힘이 아니야...”


지크는 어두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갑옷을 맨주먹으로 으깨는 자신의 아버지라도 저렇게까지 무식한 힘을 소유하고 있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거 생각보다 벅찬데.’


지크의 생각과는 다르게 케이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조금 전의 충격으로 왼팔에 금이 갔다.


“야, 일어설 수 있겠어?”

“예?”


케이가 자리에 계속 앉아있는 지크에게 물었다. 그동안 지크는 케이가 자신을 돌보며 싸우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저 넋이 빠져 구경만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을 처녀들에게 더 가까워져야겠어. 생각보다 우리 쪽 힘이 모자라. 별로 좋아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방어에 좀 더 치중하자.”

“힘이 모자라신다니요? 잘 싸우시고 계시잖아요.”


케이가 또 한 마리를 처치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크가 물었다.


“나야 그렇지. 하지만 주변을 봐라. 나 정도의 실력자가 여기에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조금 위험하지만 제물들 주변에서 젠타들을 상대하는 게 낫겠어.”


자신이 남들보다 강하단 말을 기정사실로 하는 케이의 모습이 약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싸워보지도 못하고 죽은 용병들도 무수히 많았고, 자기도 한 마리에 완전히 지쳐버렸다. 그에 비해 케이는 엄청난 괴력으로 혼자 벌써 네 마리를 해치우지 않았는가.


“그리고 너도 그만 쉬고 좀 싸우지그래? 너도 엄연히 싸우려고 여기에 낀 거 아니었어?”

“아.”


지크는 그제야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노덤을 쥐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거 조금 쉬었다고 몸이 훨씬 나았다. 속이 엉망인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이 악물고 버틴다면 어느 정도 싸울 수 있었다.


케이는 일어선 지크를 보고 씨익 웃더니 제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싸움에서 가장 중시할 점은 앞으로 단 한 대도 맞지 않는다. 알겠어?”

“예!”

“좋았어. 그럼 돌진!”


케이의 외침에 지크도 케이와 함께 처녀들을 향해 뛰었다. 하지만 뛰어가기는 숲을 둘러싸고 있던 젠타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들 중엔 둘보다 먼저 제물들에 닿을 자들도 있었다.


“이러다 늦겠어요!”


지크가 상황을 보다 못해 외쳤지만 케이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는 자신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달리고 있는 젠타들을 향해 몸을 돌리고는 자신의 검을 땅에 찍었다.


“인페르노!”


그러자 검을 감싸고 있던 화염이 일직선으로 땅을 타며 기다란 불길을 만들었다. 그 불길은 그대로 멈출 줄 모르고 중앙을 향해 달려가는 젠타 세 마리를 순식간에 재로 만들었다.


“케이씨, 마법도 쓸 줄 아세요?!”


지크가 조금 전의 공격을 보며 놀라 외쳤다. 그러자 케이는 오히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던 마검은 도대체 뭘로 보고 있었단 말인가.


“넌 타메르면서 그런 엉뚱한 질문을 하면 어떻게 하냐? 너도 마법 한두 개 정도는 할 줄 알 거 아니야?”

“아.”


지크는 케이의 지적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본인이 직접 마법을 사용한 지 하도 오래 되다 보니 가장 기본 중 기본인 상식을 잊고 있었다. 그러면서 엘레마인 티나의 마법 실력에 감탄하고 있었으니 생각해 보면 정말 한심한 일이다.


“하,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냥 손에서 발동시키지, 그렇게 무기에 마법을 걸어 발동시키지 않잖아요.”


지크는 애써 창피함을 가리기 위해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하긴. 무기에 마법을 거는 건 마검사밖에 없지.”


케이에게 지크의 의도가 먹혔는지 케이는 자신의 검을 땅에서 뽑고는 검을 등 뒤로 들며 폼을 잡았다.


“지옥불의 마검사 케이 나이트. 너 같은 시골 촌놈은 모르겠지만 이쪽 세계에선 꽤 유명하다고.”

“아, 저기!”


케이의 멋진 소개를 무시하며 지크가 외치자 케이는 인상을 구겼다.


“이 자식이 기껏 설명해주니까...”

“지금 젠타들이...!”

“응?”


케이는 지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느덧 젠타 네 마리가 그들이 서 있는 정 반대 방향에서 제물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그것도 이미 제물들과 상당히 가까운 거리였다. 문제는 그쪽이 다른 용병들도 없는 빈틈이라는 사실이었다.


“흐음.”

“뭐가 ‘흐음’이에요. 얼른 마법을 쓰셔서...!”


지크가 답답한 듯 외쳤으나 케이는 여유롭게 구경만 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공격이라도 하면 중간에 있는 아가씨들이 다칠 거라고.”

“그럼...!”


지크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케이를 바라보았으나 케이는 여전히 침착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저기엔 대마법사 아르키엘에 필적하는 천재 마법사가 있으니까.”





케이와 지크의 반대편에서 달리고 있는 젠타들은 전부 기쁨에 넘쳐있었다. 처녀들을 향해 가는 길에 장애물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이대로 저 떨고 있는 처녀들만 데려가 원하는 만큼 즐기기만 하면 된다. 비록 많은 동료를 잃고, 예상보다 처녀들의 숫자도 많이 줄었지만 훗날을 생각하는 젠타들의 입가에서는 벌써 군침이 흐르고 있었다.


“쿠오오오~”

“아이스 스피어!”


단 걸음만 남긴 순간 여성들 사이에서 얼음 창들이 날아왔다. 기습에 놀란 젠타들은 어찌 해보지도 못하고 얼음 창들에 삶을 끝냈다.


한편, 엘시아는 다시 여성들 속으로 몸을 감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망할 케이. 나를 이런 나약한 여자들 틈에 집어넣다니.’


그녀는 어젯밤 일을 되새기면서 속으로 욕했다.





“넌 만일을 대비해 제물들 속에서 행동해. 아무리 그래도 30명이나 되는 임원들을 다 보호하려면 그 안에서 싸울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할 테니까.”

“그래서 나보고 그 헌터 20명 중 하나에 끼라고?”


엘시아가 작전 설명을 되새기며 물었다. 한편, 케이는 다음 날을 위해 의자에 앉아서 자신의 대검을 손질하고 있었다.


“아니. 넌 아예 처음부터 그 제물 중 하나로 끼어. 용병들조차 모르게.”

“싫어. 나랑 안 맞아.”


케이의 의견에 엘시아는 딱 잘라 대답했다. 그녀는 그녀대로 다음날 있을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액세서리를 광택 내는 것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귀걸이며 팔찌, 그녀는 사이사이 정성스레 코팅했다. 허나 그녀의 머릿속에는 몇 시간 전에 본 다스티아 귀걸이뿐이었다.


하지만 케이의 질문에 그녀는 더 이상 깊이 생각할 수 없었다.


“혹시 처녀가 아니라서 그런 거야?”


철썩.





‘내가 처년지 아닌지 지가 어떻게 알아? 싸대기가 아니라 어제 아예 죽여 놨어야 했어!’


엘시아는 회상을 마치며 주먹을 세게 쥐었다. 결국 그 말에 울컥해 제물에 끼게 됐으니 케이의 계획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때, 옆에서 젠타들의 괴음소리가 다시 들렸다.


“라이트닝 블레이드!”


엘시아는 적의 숫자도 확인하지 않고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마법을 썼다. 어제 받은 스트레스를 불쌍한 젠타들을 향해 풀고 있는 그녀였다.


‘하지만 난 방어 타입이 아니라. 공격 타입이라고.’


엘시아는 대다수의 타메르들과 마찬가지로 자연마법을 사용했다. 그것도 화(火), 수(水), 토(土), 풍(風), 뇌(雷), 이 다섯 가지 자연마법을 모두 다룰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다양한 마법을 할 수는 있었지만 백마법사 수준의 방어는 펼칠 수 없었다.


지금 그녀가 지키고 있는 처녀들은 총 30명. 그것도 온 사방이 다 뚫려있는 언제 어디서 젠타가 공격이 올지 모른다. 하지만 이 안에서 싸우는 한 그녀의 범위는 한정되어 있고, 당연히 빈틈도 생긴다. 예를 들어 최악의 경우 젠타들이 온 사방에서 일제히 공격해오면 그땐 정말로 끝장이다.


‘젠장 왜 사방이 훤히 틘 곳을 싸움터로 잡은 거야? 최소한 한쪽이 벽이라도 되면 힘을 덜 수 있잖아. 바보 같은 마을 촌장. 돈도 별로 안 주면서. 그러니 싸움에 미친 케이와 그런 케이 때문에 고생하는 나를 제외한 실력자들은 이번 건에서 다 손을 뗐지.’


엘시아는 속으로 촌장도 욕했다.


“하아. 나도 나가서 싸우고 싶다.”


엘시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케이와 너무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는지 안에 숨어 싸우는 방식은 자신에게 너무 맞지 않았다.


“저기.”

“응?”


엘시아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망토에 얼굴을 가려 볼 수는 없었지만 목소리로 보아 자기 또래의 여성이었다.


“나가서 싸우셔도 돼요. 여긴 제가 알아서 보호할게요.”


엘시아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여성을 바라보았다. 자기에게도 버거운 일을 그녀는 무슨 배짱인지 혼자 막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이어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저 젠타들 요즘 시기엔 엄청나게 강하다고. 네가 무슨 수로...”

“할 수 있어요. 전 백마법을 쓸 줄 알거든요.”


백마법이라는 단어에 엘시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백마법? 백마법사가 있다는 말 못 들었는데.”

“어제 왔어요.”


여성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엘시아는 여전히 의심 가득 품은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걸 내가 어떻게...”

“쿠오오오~”


엘시아가 질문하려 할 때 그녀는 자신의 뒤에서 젠타의 고함을 들었다.


“이런...”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에 생긴 일이라 엘시아는 당황하며 빠르게 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지만, 젠타는 엘시아의 주문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뭔가 보이지 않는 벽에 맞아 그대로 뒤로 튕겨졌다.


“이건 빛의 배리어!”


엘시아는 마법을 알아보자 놀라 고개를 돌렸다. 대화를 나누던 여성은 어느덧 손을 모아 기도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자, 어서요. 여기는 제가 지키고 있을 테니까. 지크님을 도와주세요.”

“지크?”


엘시아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두건을 쓰고 있는 여성은 흐트러지지 않고 기도를 계속 했다.


“어서요, 빨리!”

“아, 알았어. 그럼 여기 있는 여성들을 다 감쌀 수 있을 정도로 큰 걸로 5급 이상의 배리어를 쳐줄 수 있겠어?”


엘시아도 상황이 상황이라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었다.


“예!”

“그럼 너만 믿는다!”


엘시아는 그 말만 남기고 두건을 벗고 제물들 사이에서 빠져나갔다. 자세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젠 나가서 싸울 수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숨이 다 틔는 것 같았다.


“좋았어. 오빠들, 이젠 나랑 한번 싸워보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프레이야 엑소더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제 2 장 불의 마검사 (6) 20.05.17 51 4 13쪽
16 제 2 장 불의 마검사 (5) 20.05.16 49 7 11쪽
15 제 2 장 불의 마검사 (4) 20.05.16 55 6 10쪽
14 제 2 장 불의 마검사 (3) +2 20.05.15 68 5 11쪽
13 제 2 장 불의 마검사 (2) +2 20.05.15 74 5 11쪽
12 제 2 장 불의 마검사 (1) 20.05.14 68 6 12쪽
11 제 1 장 노예 소녀 (10) 20.05.14 84 6 10쪽
10 제 1 장 노예 소녀 (9) 20.05.13 78 8 8쪽
9 제 1 장 노예 소녀 (8) +2 20.05.13 90 9 8쪽
8 제 1 장 노예 소녀 (7) 20.05.12 88 10 13쪽
7 제 1 장 노예 소녀 (6) 20.05.12 92 9 10쪽
6 제 1 장 노예 소녀 (5) 20.05.11 114 11 9쪽
5 제 1 장 노예 소녀 (4) 20.05.11 131 12 9쪽
4 제 1 장 노예 소녀 (3) 20.05.11 162 12 10쪽
3 제 1 장 노예 소녀 (2) +2 20.05.11 225 13 11쪽
2 제 1 장 노예 소녀 (1) +1 20.05.11 388 20 10쪽
1 프롤로그 +13 20.05.11 768 64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