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키스크의 서재입니다.

프레이야 엑소더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키스크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3
최근연재일 :
2020.09.16 13:52
연재수 :
135 회
조회수 :
5,079
추천수 :
509
글자수 :
663,514

작성
20.05.11 12:49
조회
114
추천
11
글자
9쪽

제 1 장 노예 소녀 (5)

DUMMY

“우와, 손에 착 달라붙어! 조금 무거운 편인데도 휘두르기도 편하고! 세상에 이런 검이 내 손안에 들어오다니!”


지크는 자신의 새 검을 몇 번 휘두르더니 감탄하며 말했다. 그는 티나와 함께 항상 수련하던 타라 숲 속의 넓은 공터에 있었다. 지크는 그대로 한동안 수련을 계속 했고, 티나는 나무 그늘에 앉아 구경만 했다.


“검이 마음에 드셔서 다행이에요.”


티나가 즐거워하는 지크를 향해 말했다.


“당연하지! 두고 봐. 오늘은 기필코 이기고 말 테니까!”


지크는 검을 잡은 두 손에 힘을 주며 외쳤다. 그의 두 눈은 이기겠다는 신념에 불탔다. 티나가 마을에 지내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가 지크가 여태껏 꺾지 못한 이 마을의 최강이 바로 그레그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 마을에 자리 잡기 전까지 세계 곳곳을 떠돌며 모험을 즐기던 프리나이트였다. 목숨을 건 위험도 많이 거치고 진귀한 물건들도 많이 발견했지만, 슬슬 정착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19년 전 어느 날 톨가에 나타났다. 당시 그와 함께 온 사람은 갓난아기였던 지크뿐으로, 마을 사람 중 지크의 친모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후, 그레그는 마을의 나무꾼으로 살면서 마을 사람들과 서서히 친해졌다.


하지만 그는 지크가 세계로 나가는 것을 누구보다 반대했다. 세상은 사실 별 볼 일 없으며, 그냥 톨가 같은 작은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다 늙어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 했다. 하지만 지크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닮았는지 세상에 나가길 원했다. 세상에 나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 거기다 고집은 얼마나 센지, 그레그는 결국 자신을 이길 정도의 실력이 되면 허락해주기로 약속했다. 그 후 지크는 그 약속 하나를 굳게 믿으며 나날이 수련을 계속 쌓았다.


“그렇게 기사가 되고 싶으세요?”


옷이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검을 휘두른 지크를 향해 티나가 물었다. 그러자 지크는 검을 내리며 티나를 쳐다보았다. 티나는 처음 왔을 때 자세 그대로였다. 지크는 팔을 쭉 뻗고 검을 하늘 위로 올렸다.


“그야 당연하지! 내 꿈은 다음 그레고리 그란체스가 되는 거라고!”

“그레고리 그란체스?”


같은 성을 가졌던 사람을 알고는 있지만 여성이었기에 티나는 모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에 지크는 도리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레고리 그란체스를 모른단 말이야?!”


그는 숲 어디서나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레고리 그란체스라 하면 이 아스가르드 최고의 검사! 평민 출신이라는 신분의 벽을 뛰어넘고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근위대장이 되었지. 땅의 마검사로도 알아줄 실력자였다고. 비록 지금은 수배 중이지만 그는 분명 지금도 이 나라 최고의 검사라고!!!”

“수배요?”


티나는 지크의 설명 도중 이상한 점을 발견하며 물었다. 그에 지크는 잠시 딴 데를 바라보며 헛기침을 했다.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그가 기사를 꿈꾸는 모든 평민의 이상이라는 사실이야. 알았지?”

“예.”


지크의 반강제적인 말에 티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티나의 꿈은 뭐야?”


지크는 자신의 차례가 끝나자 궁금한 듯 티나에게 물었다. 티나는 이런 스타일의 질문을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지 매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노예라는 운명에서 도망칠 수 없는 엘레마에게 꿈이란 단어는 너무나 어설픈 단어였다.


그래도 티나는 잠시 말없이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였으나 결국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없어요. 그저... 멀리서 바라만 봐도 좋으니까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고 싶었어요.”

“과거형이네?”


지크가 그녀의 말에 의아해하자 티나는 자신의 얼굴을 무릎에 파묻히며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니까요.”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울 것만 같았다. 지크는 그런 그녀를 어떻게 위로할까 생각하다 그동안 말할 기회를 놓쳐왔던 내용이 생각났다.


“티나, 우리 잠시 산책이나 할까?"

“예?”


티나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올렸다. 그녀의 눈앞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지크가 서 있었다.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티나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으나 내미는 손을 잡고 지크와 함께 숲 속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둘은 한참 동안 말없이 계속 걸었고, 돌아가는 길을 모를 정도까지 되자 지크가 걸음을 멈췄다.


“저 나무들 앞이야.”


지크가 먼저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내자 티나는 그의 손을 놓고 앞으로 걸어갔다. 나무들을 지나자 앞은 얼마 남지 않은 절벽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엔 절벽 너머에 있는 넓은 풍경만이 보였다. 저 멀리에는 하얀 구름을 걸친 높은 산들이 우뚝 솟아있었고, 곳곳은 여름의 푸른 나무들로 우거져 마치 푸른 치마를 두르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다 하늘까지 맑았기 때문에 더더욱 눈부셨다.


“어때 멋있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야. 여기에 서 있으면 저 멀리 있는 키소스 산맥까지 볼 수 있어.”


지크가 뒤에서 나타나면서 티나와 함께 앞을 바라보았다. 눈에서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움 풍경이었다.


“저건?”


티나는 풍경을 바라보다 자신들의 옆에 있는 무덤을 보고 지크에게 물었다. 생김새를 보아하니 얼마 되지 않은 무덤이었다. 지크는 데려오는 것까진 좋았지만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입을 열었다.


“그게...너와 같이 온 남자의 무덤이야. 비록 머리뿐이었고 이름도 모르지만,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묘지를 만들어주는 게 당연하잖아. 그래서 이 풍경을 좋아하지 않을까 해서...헉. 설마 우는 거야?”


지크는 얘기 도중 티나가 울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터너에요... 그 사람의 이름... 제가 진심으로 행복하길 빌었던... 단 한 사람의 이름...”


티나는 울음을 그치지 않으며 말했다. 계속 흐르는 눈물에 지크는 잠시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하다 그녀의 작은 어깨를 안아주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티나는 그런 그를 거부하지 않고 그의 품에서 계속 울었다.


“고마...워요. 진심으로... 고마워요.”

“알았으니까 그만 울어.”


지크가 그녀를 토닥여 주며 대답했다. 하지만 티나는 그대로 한참 울었다. 그동안 참고 있던 눈물이 한 번에 쏟아지는 듯. 지난 닷새 동안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나름대로 계속 참아왔으니 그 무게는 또 얼마나 될까. 나중에는 이대로 질식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을 울던 티나는 잠시 후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호흡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이젠 좀 괜찮아?”

“훌쩍. 예...”


지크의 질문에 티나는 눈에 남은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 그 후, 그녀는 어느덧 눈물로 흠뻑 젖은 지크의 옷을 발견했다.


“아, 죄송해요!”


티나가 얼굴을 붉히며 사과하자 지크는 그저 씁쓸히 웃었다.


“괜찮아. 나중에 씻으면 되지 뭐.”


[늦었군.]


“!”


순간 머릿속으로 무슨 소리가 들리면서 티나는 정신은 몽롱해졌다.


:나를 부르고 있어...:


티나는 갑자기 알 수 없는 언어를 중얼거리며 지크의 품에서 나와 조금씩 절벽을 향해 걸어갔다.


“어, 어이!”


그녀의 행동이 이상해진 것을 느낀 지크가 그녀를 멈추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마른 몸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지크가 도리어 점점 끌려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티나 눈을 떠!”


지크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티나는 계속 걸어갔고, 그녀가 허공을 짚게 되자 중력에 의해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지크는 떨어지는 순간의 그녀를 붙잡았다.


“젠장.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지금. 티나, 너, 자살하면 가만 안 놔둘 줄 알아!”


지크는 그렇게 외치며 그녀를 천천히 위로 올렸다. 그동안 해온 수련 덕분에 그녀를 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하필이면 매달리고 있던 왼손이 미끄러졌고, 지크도 티나와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크아아악~ 이건 말도 안 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프레이야 엑소더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제 2 장 불의 마검사 (6) 20.05.17 51 4 13쪽
16 제 2 장 불의 마검사 (5) 20.05.16 49 7 11쪽
15 제 2 장 불의 마검사 (4) 20.05.16 55 6 10쪽
14 제 2 장 불의 마검사 (3) +2 20.05.15 68 5 11쪽
13 제 2 장 불의 마검사 (2) +2 20.05.15 74 5 11쪽
12 제 2 장 불의 마검사 (1) 20.05.14 68 6 12쪽
11 제 1 장 노예 소녀 (10) 20.05.14 84 6 10쪽
10 제 1 장 노예 소녀 (9) 20.05.13 78 8 8쪽
9 제 1 장 노예 소녀 (8) +2 20.05.13 90 9 8쪽
8 제 1 장 노예 소녀 (7) 20.05.12 88 10 13쪽
7 제 1 장 노예 소녀 (6) 20.05.12 92 9 10쪽
» 제 1 장 노예 소녀 (5) 20.05.11 115 11 9쪽
5 제 1 장 노예 소녀 (4) 20.05.11 131 12 9쪽
4 제 1 장 노예 소녀 (3) 20.05.11 162 12 10쪽
3 제 1 장 노예 소녀 (2) +2 20.05.11 225 13 11쪽
2 제 1 장 노예 소녀 (1) +1 20.05.11 388 20 10쪽
1 프롤로그 +13 20.05.11 768 64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