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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명덕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을지명덕
작품등록일 :
2022.01.27 18:14
최근연재일 :
2023.02.10 18: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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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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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2 납치

DUMMY

동굴 입구를 빠져나오자 마치 들판처럼 넓은 공동이 나타났다. 넓은 공동을 가득 채우고 있는 불길한 기운. 마기와 섞인 또 다른 기운.


-빌어먹을 놈들. 사기(死氣)군-

둘의 걸음이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너, 그 기운 평상시엔 왜 사용하지 않았냐?-

“네가 말했잖아. 검 한 자루, 창 한 자루로 모든 걸 씹어 먹어야 진짜 강자라고. 그냥 싸워도 이길 것 같은데 이 기운까지 쓰면 너무 쉽잖아. 그래서 실력이 늘겠어? 이제 나도 그쯤은 알아. 무엇보다도 이 힘은 결국 내 힘이 아니야”


칼라스만이 흡족한 듯이 웃었다. 크로우 이놈 더 강해질 거라고 조금 더 강해지면 그 때는 진검승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흩어져 있던 오크들이 서서히 모여들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 둘의 앞길을 막지 못했다. 다른 곳보다 커다란 돌로 만든 집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돌로 만든 집에서 오크 여섯 마리가 나와 다가왔다. 누구보다 큰 키와 덩치를 가진 오크 족장과 그 뒤를 경호하듯이 따라 붙는 커다란 오크 두 마리 그리고 조금 뒤에서 따르는 오크 마술사 마지막으로 족장 옆에 서있는 작은 오크 한 마리.


[저주 받은 동굴 오크 족장 어네스]

무려 황금빛으로 빛나는 이름을 가진 전설 등급 네임드 몬스터. 처음 보는 전설 등급 몬스터였다. 크로우의 시선을 느낀 오크 족장이 작은 오크를 자신의 뒤로 감추었다.


“새끼인가? 그러고 보니 족장도 암컷이네. 그럼 방법은 정해졌는데 아무리 몬스터라 그래도 영 찝찝한데”

둘의 시선이 부딪쳤다. 일반 오크와는 다르다. 천살기에 위축 되지 않는다. 어린 오크를 데리고 뒤로 빠지며 족장이 웃는다. 커다란 도끼를 든 오크가 둘의 앞으로 걸어 나온다


“어라.. 저 새끼가 쪼개네”


[저주 받은 동굴 오크 종족의 전사장 하오스]

적색으로 빛나는 유니크 등급의 네임드 정예 몬스터이다. 칼라스만이 나서려는 걸 저지했다.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크로우 자신이 나서야 했다.


원소의 대검을 뽑아 들자 마치 세상을 반으로 가를 것 같은 기세로 커다란 도끼가 떨어져 내린다.


-콰아앙-

-끼기기기긱-

굉음이 울리고 쇠붙이가 갈리는 소리가 공간을 채워 나간다. 하오스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힘으로 도끼를 밀어 누른다. 점점 얼굴이 붉어지며 충혈 된 눈으로 괴성을 지르며 발악을 하지만 멈춰선 도끼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돼지새끼가 시끄럽게..”

힘을 빼며 맞댄 검을 사선으로 눕히자 힘을 이기지 못한 도끼가 미끄러져 내리고 하오스의 몸이 기운다.


-콰아앙-

-끄에엑-

얼굴을 잡힌 하오스의 머리가 굉음을 울리며 땅에 쳐박힌다. 얼굴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꾸득-

더욱더 힘을 가한다.


-꾸드드득-

무언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고 발광하듯이 크로우의 손을 잡은 하오스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꾸드드드득-

조금씩 커져 가는 부서지는 소리와 그에 맞춰 작살 맞은 물고기처럼 하오스의 몸이 펄떡거리며 튀어 오르다 몸이 멈춰 섰다.

하오스의 눈에 불길함이 들어왔다. 얼굴을 잡은 손가락 틈으로 보인 크로우의 눈과 마주쳤다. 붉게 물든 눈 속에 자리 잡은 깊고 깊은 어둠속에 어린 그것은 살의였고 하오스에게는 공포이자 죽음이었다.


-빠드드드득-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하오스의 두 팔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몸을 일으켜 오크 족장 어네스를 바라보았다. 어네스의 몸에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투기였다. 붉은 투기가 점점 짙어져 간다. 크로우의 몸이 떨리기 시작하고 그 강도가 조금씩 강해진다. 강자에 대한 전투 본능에 흥분으로 몸이 떨려왔다.


-이놈도 이젠 진정한 전사가 다 됐군-

흥분으로 몸을 떠는 크로우를 바라보며 칼라스만이 대견한 듯이 미소 지었다. 투기와 흥분이 둘을 끓어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애초의 목적 따위는 이미 잊었다.


싸우고 싶다. 눈앞의 강자와 싸우고 싶다. 베이고 찔리고 팔이 떨어져 나가도 좋다. 눈앞의 강자의 피 맛을 보고 싶다. 어떤 맛일까? 팔을 자르고 다리를 자를 때 어떤 비명을 지를까? 죽어갈 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베고 싶다. 찌르고 싶다. 자르고 싶다.


“흐...”

손에 쥔 검의 손잡이가 부서질 듯이 힘을 준다.


-취이이익-

오크 마법사와 칼라스만의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티질듯이 폭사하던 족장 어네스의 투기가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까짓 기운조차 통제 못하는 놈이 진정한 강자가 되겠다고? 한심한 놈-

크로우의 떨리던 몸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오크 마법사의 고함이 울려 퍼지자 숨죽인 채 모든 걸 지켜보던 동굴 오크들이 움찔거린다.


다시 한 번 오크 마법사와 두 마리의 정예 오크들의 격양된 고함이 울려 퍼지자 무기를 움켜쥔 동굴 오크들이 크로우와 칼라스만을 향해 뛰어들었다.


표정 변화 없이 족장 어네스를 바라보던 크로우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것은 실망감이었고 이를 받아들이는 어네스의 입가로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힘을 원해서 그릇된 힘을 받아들여 저주를 받아 동굴에 갇힌 그들로서는 눈앞의 지배자를 잡아 저주를 푸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그래서 마법사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눈앞의 지배자의 눈빛은 족장이자 투사인 그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치였다. 해서 입술을 물었다.


눈앞의 지배자가 돌아선다. 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팔뚝의 힘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며 지배자를 향해 몸이 움직인다.


-턱-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노쇠한 가죽에 마른 손이었다. 마법사의 노쇠한 손을 본 어네스 아쉬움을 삼키며 걸음을 물렸다.


검이 휘둘러진다. 검이 떨어져 내린다. 떨어져 내린 검이 다시 솟구치고 다시 그어진다. 평상시와 다른 크로우의 검에 무언가 깃들어 있었다. 그것은 폭력이었다.


기대했던 어네스와의 싸움이 무산된 그 아쉬움이 허전함이 폭력으로 표출 되었다. 동굴 오크들의 팔이 잘리고 다리가 잘리고 목이 떨어졌다. 가슴에 깊게 베인 자상과 그 자상으로 비명과 함께 물러나는 오크의 목에 검이 박히고 틀어지며 횡으로 그어졌다.


점점 붉어지는 눈동자에 광기가 깊어져 간다. 두려움을 잊기 위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드는 오크들에게 폭력이 쌓여갔다. 그 폭력은 작은 둔덕을 만들고 작은 언덕을 만들고 작은 산을 이루어 갔다. 폭력은 거대했고 그 거대함은 죽음이었다.


마침내 폭력 앞에 모든 것이 멈추었다. 두려움과 공포에 짓눌린 오크들이 뒷걸음질 쳤다. 분노한 폭력은 공포였고 피에 젖어 있었고 피 그 자체가 되었다. 폭력이 고개를 돌렸다.


폭력을 바라보는 어네스의 이가 갈렸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 많은 동족이 죽임을 당했다.


-취이이익-

마법사의 만류가 있었지만 지금의 그녀를 제지할 수는 없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이곳에 갇혀 있었는지 모른다. 힘을 원했던 종족이 그 오랜 시간 표출하지 못했던 힘에 대한 열망, 강자와의 싸움이 그녀의 피를 들끓게 만들었다.


고개를 돌린 폭력이 미소 지었다. 잊고 있던 폭력에 대한 쾌감과 참을 수 없는 흥분이 그녀 또한 미소 짓게 만들었다.


-콰아앙-

한 자루의 창과 하나가 된 어네스가 크로우를 향해 빛살처럼 쏘아져 들어왔다.


“큭큭큭큭”

어네스의 투기에 반응한 크로우의 광기가 천살성의 기운이 하나가 되어 창을 향해 뛰어 들었다.


-콰아앙, 쾅, 쾅, 쾅-

푸른 불꽃이 튀고 굉음이 연이어 터지고 투기와 광기가 하나가 되어 폭발했다.


-서걱, 퍽-

크로우의 왼팔에 작은 구멍이 생기고 어네스의 가슴에 얇지 않는 자상이 생겼다.


-취이이익-

“흐흐흐흐흐..”

크로우의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와 어네스의 기쁜 듯한 웃음소리가 섞였다. 검을 쥔 손에 창을 쥔 손에 다시 힘이 가해진다.


-그래서 넌 지금 상황에 만족하는 거냐?

칼라스만의 질책하는 듯한 목소리가 크로우를 잡았다.


“알아. 나도 네가 뭘 말하고 싶은지 아는데 지금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그런가? 나와 알비아는 결국 너에 속한 존재이니 너를 강제할 순 없겠지. 결국 네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하겠지-

“이해해주니 고맙다. 금방 끝낼게”

-밖에서 너를 기다리는 자들은 어떡할 테냐? 그들은 지금 너를 믿고 기다리고 있을 텐데. 적어도 그들은 알과 나처럼 너의 소환수 따위가 아니지 않느냐?-


-멈칫-


크로우의 고개가 서서히 돌아갔다. 칼라스만과 눈이 마주쳤다. 크로우의 눈이 더 할 수 없이 커져있었다.


“칼.. 너..”

말없이 감정 없는 눈으로 크로우를 바라보던 칼라스만. 크로우의 눈에 맺힌 붉은 기운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칼, 미안하다. 진심으로 미안하다. 결단코 나는 너희를 단 한순간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정말 미안하다”

힘없이 고개를 숙이는 크로우를 향해 칼라스만이 뛰어들었다.


-콰아앙-

한 자루의 거대한 창과 칼라스만의 대검이 맞부딪치며 불꽃을 튕기며 서로를 밀어내고 있었다. 족장 어네스의 표정이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강자와의 싸움에 흥분되고 불꽃처럼 들끓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어네스는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라. 싸움 중에 검을 내리고 고개를 숙이다니 네놈은 정말 아직도 멀었다-

“그래 알았다. 사과는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너와 알에게 제대로 다시 하지. 너와 알이 있어서 정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닥쳐라 멍청한 자식-


크로우와 칼라스만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나가는 만큼 어네스의 표정에는 분노가 쌓여갔다.


-쾅, 쾅, 쾅, 콰앙-

어네스와 칼라스만의 싸움이 이어졌다. 어네스의 공격에 방어로만 일관하는 칼라스만을 바라보며


“내가 할 일이라.. 찝찝하지만 어쩔 수 없지”

크로우의 시선이 한 곳을 바라봤다. 오크 마법사와 두 마리의 정예 오크가 서 있는 곳. 그 곳으로 크로우의 신영이 빠르게 쏘아졌다. 두 마리의 정예 오크가 무기를 고쳐 잡고 앞으로 튀어나온다.


[뇌우]

넓은 동굴 안에 번개의 비가 내렸다. 동굴 안에 갖혀 있는 동안 보지 못했던 번개의 비에 당황한 오크들이 번개에 타들어가고 나머지 오크들은 다급하게 자리를 벗어났다.


-서걱, 서걱-

번개에 감전된 두 마리의 정예 오크믜 몸에 깊은 자상이 생겼다. 마법사는 그 짧은 순간에 보이지 않았다.


-덥썩-

크로우의 손이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꿈틀거리며 반항하지만 크로우에겐 너무 미약한 힘이었다. 크로우의 눈이 편치 않았다.


“시팔..”

동굴 입구를 향해 뛰었다. 어네스가 비명을 지르며 다급하게 크로우를 향해 뛰어들었다.

-서걱-

칼라스만의 검에 복부를 베인 어네스가 바닥을 구른다.


“칼.. 튀어”

크로우와 칼라스만이 입구를 향해 뛰었다. 어네스와 두 마리의 정예 오크 그리고 모든 동굴 오크들이 비명을 지르며 그들을 쫒았다.


어깨에 둘러매어진 채 기절한 어네스의 새끼 오크를 바라보는 크로우의 입에서 욕이 새어나왔다.


“아.. 시팔. 아무리 게임이고 몬스터라지만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몇 달만 지나면 그놈도 뒤따르는 놈들처럼 성체가 된다. 오크란 종족이 그렇다. 신경 쓸 것 없다. 먼저 가라 입구에서 시간이 조금 펼요할 테니. 금방 따라가마-


그 자리에서 돌아선 칼라스만의 손에 검은 화염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업화]

검은 불꽃이 그들을 쫒는 동굴 오크들을 덮쳐 나갔다. 달리고 달렸다. 동굴의 입구에 도착한 크로우에게 알림음이 들려왔다.


-외곽 8구역의 지배자 칭호를 확인하였습니다

-저주 받은 동굴 오크의 던전을 영구히 개방 하실 수 있습니다. 개방하시겠습니까?

크로우의 짧은 대답이 이어졌다.


“그래”

-던전의 입구가 영구히 개방됩니다.


외부와의 접촉을 막고 있던 알 수 없는 검은 막이 사라지고 밝은 햇살이 동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크로우의 고개가 동굴 안쪽으로 돌아갔다.


저 멀리서 수많은 오크들을 이끌고 칼라스만이 뛰어오고 있었다.


크로우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작가의말

와..

선호작이 43이 됐네요. 기록 갱신 입니다.

감사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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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 이틀간의 휴식 22.04.20 292 5 11쪽
77 77 우뚝 서기 22.04.19 290 6 12쪽
76 사창(蛇槍) 22.04.18 309 7 13쪽
75 75 또 만났네 또 만났어 22.04.15 304 7 11쪽
74 74 판도 뒤집고 속도 뒤집고 22.04.14 302 5 12쪽
73 73 돼지 몰고 나간다 22.04.13 307 4 12쪽
» 72 납치 +2 22.04.12 302 5 12쪽
71 71 저주받은 동굴 오크의 던전 +3 22.04.11 308 7 12쪽
70 70 마음에 안 들어 22.04.08 313 6 12쪽
69 69 뼈때리는 오빠새끼 +1 22.04.07 308 6 12쪽
68 68 완벽한 동료 22.04.06 305 7 12쪽
67 67 염병.. 왼팔이 없었지 22.04.05 311 6 14쪽
66 66 하이랭커 양자영 22.04.04 320 5 11쪽
65 65 너무 너무 재미있습니다 +1 22.04.01 329 6 12쪽
64 64 안 팔아!! 22.03.31 329 6 14쪽
63 63 랭커들과의 싸움 22.03.30 326 6 11쪽
62 62 미친년과 또라이 22.03.29 326 7 11쪽
61 61 뇌제의 창 22.03.28 328 8 12쪽
60 60 대리전 합류 22.03.25 327 5 11쪽
59 59 밟으면 발모가지를 꺽어버린다 +1 22.03.24 323 5 11쪽
58 58 외곽 8구역의 칭입자들 22.03.23 325 6 12쪽
57 57 대리전(3) 22.03.22 327 6 12쪽
56 56 대리전(2) 22.03.21 330 6 13쪽
55 55 대리전 22.03.18 348 7 12쪽
54 54 무기(無記)의 서 22.03.17 339 7 11쪽
53 53 I.m still hungry 22.03.16 372 7 11쪽
52 52아낌없이 주는 나무 베로스 22.03.15 359 8 12쪽
51 51상급마족 제도아(3) 22.03.14 356 7 11쪽
50 50상급마족 제도아(2) 22.03.13 367 8 11쪽
49 49상급마족 제도아(1) 22.03.12 371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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