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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명덕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을지명덕
작품등록일 :
2022.01.27 18:14
최근연재일 :
2023.02.10 18:05
연재수 :
284 회
조회수 :
71,518
추천수 :
1,236
글자수 :
1,580,921

작성
22.03.22 18:00
조회
326
추천
6
글자
12쪽

57 대리전(3)

DUMMY

베로스대사제와 이야기를 나누는 자스톨자작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자작님 표정이 좋지 않은데 무슨 걱정있습니까?”

-음.. 자네니까 솔직히 이야기 하겠네 자네도 애기 들었겠지만 어제 전투에서 천마 길드가 압승을 거뒀다네. 천마 길드가 데메시안 공작가를 필두로 하는 귀족파를 대변하는데 그들이 밀고 있는 자가 저메인 백작인데 그자는 소문이 좋지 않은 자라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왕권파가 밀고 있는 나그레스 자작이 오기를 바라고 있었네-

“그렇군요. 뭐 좋은 결과 있지 않겠습니까. 이제 본격적인 싸움 시작이니 한 번의 패배가 전체 승패를 결정하는 건 아니니까요”


은근한 눈빛으로 크로우를 바라보는 자작을 보며 정색을 하고 고개를 젓는다.


“죄송하지만 저는 참여 안합니다. 저 하나 낀다고 달라질 판도 아니지만 저는 힘 좀 있고 돈 좀 있다고 타인을 함부로 대하는 놈들 아주 싫어하거든요. 그런 놈들 위해서 싸울 생각 전혀 없습니다. 아~~ 그게 자작님이나 대사제님 같은 분들을 말씀드리는 게 아니고.. 그러니까··· 에.. 플레이어들은 이곳과 다르게..그러니가.. 에..”


아차 싶은 마음에 자스톨과 베로스에게 변명을 해대며 말이 꼬이는 크로우를 바라보던 둘이 크게 웃었다.


-오해는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부상병의 치료도 거의 끝났고 마기에 오몀 된 곳도 정화가 끝났으니 저희는 내일 교국으로 돌아갑니다. 케인님께 여러가지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 내일 떠나시는구나. 오히려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부상병들을 살피기 위해 베로스 대사제가 자리들 떠났다.


-이보게 케인, 이거 받게나. 가문에 내려오는 비전서일세-

[자스톨류 창술 / 유니크]

크로우의 두 눈이 커진다. 마치 이걸 받아도 됩니까 라는 표정으로 자스톨 자작을 바라보았다. 스킬북을 꽉 잡은 두 손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마나가 씌워져 있었다. 자스톨이 또 다시 웃는다.


-실은 어제 우연히 나레인양과 말하는 걸 들었네. 의도하진 않았지만 사실 나도 너무 궁금했지. 그러다 나레인양의 말을 듣고 수긍하고 말았지. 플레이어는 그런 거니까. 가문에 내려오는 창술서이네만 내 자질이 부족하여 완전히 익히지 못했지. 자네라면 오의까지 깨달을 수 있을 거네. 그리고 오해는 말게. 모든 내용은 머릿속에 있다네. 자질이 부족해서 습득하지 못했을 뿐이네-

“감사합니다 자작님. 자작님의 뜻을 받아 올바른 곳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하니 이제 그만 잡은 손을 놓아주시죠-

-응? 내가 그랬나? 하하하. 아무튼 난 가족이 없어서 제대로 된 후계자에게 전달한 것이니 선조들께서도 이해해 주실 것이라 생각하네. 부탁하네-


툭툭 크로우의 어깨를 두드린 자스톨이 멀어져간다.


“저런 좋은 분을 죽이려 했다니 미친 마법사놈. 이새끼 가서 죽기 전까지 패버릴까?”

자스톨에 대한 무한한 호감도가 생성되고 있었다.


-쾅, 쾅, 쾅···-

“헉, 헉, 헉···”

-쿵, 쿠웅, 쿵, 쿠웅, 콰앙, 콰아앙..-

-축하해 케인. 드디어 성공했네-

“고맙다. 성공 못하면 진짜로 너한테 맞아서 죽을 것 같았거든. 살고 싶어서 성공했나 보다”

-알고 있다시피 나도 내일 대사제님과 함께 떠나. 그리곤 언제 너를 다시 볼 수 있게 될지 모르겠지. 떠나기 전에 파와 폭을 네 것으로 만들 걸 봤으니 다행이다”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크로우와 나레인이 서로의 눈빛에 취해간다.


-큼..커험.. 혹시 제가 방해라도 했나요-

-아닙니..-

“네”

크로우의 빠른 답변에 얼굴이 빨개진 나레인이 연병장 밖으로 후다닥 튀어 나간다.


-나레인양이 저런 모습도 있었군요-

“그러게요. 장난으로 대답했는데 저렇게 반응할 줄은 몰랐네요”

-장난이라.. 나레인양이 알게 되면 뒷감담이 되겠습니까?-

“···살려 주십쇼”


인자한 웃음을 짓던 베로스의 표정이 더 없이 진중해져 가며 말을 잇는다.

“케인님. 혹시 빛의 사제단 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네. 압니다”


당황한 베로스의 말이 이어졌다.


-어떻게? 아니 어디서 들었는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그게 암흑사제단의 네메스 하고 싸웠거든요. 그 때 그놈을 꼭 죽였어야 했는데..”

-혹시 네메스의 팔을 자른 분이 케인님 이신가요?-

“팔하고 다리 한 쪽씩 잘랐습니다. 포탈로 도망가는 걸 잡아서 그랬습니다. 정확히는 그놈들이 직접 자른 거구요”

-정확합니다. 하하하. 플레이어에게 당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는데 혹시나 했더니 케인님이었군요. 말이 편해지겠군요. 저는 암흑 사제단과 대척하는 빛의 사제단 소속입니다. 저는 케인님이 저희와 함께하셨으면 합니다-

“음.. 말씀은 감사하지만 네메스는 제 앞에서 죽을 짓을 해서 싸운 거라서요. 제가 어디 소속 되고 그런 거에 거부반응이 있어서요.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네요”


베로스의 인자한 웃음이 더욱 깊어졌다.


-말씀대로 그대로만 해주시면 됩니다. 암흑 사제단과 부딪히게 되면 필히 케인님은 싸우게 되겠지요. 굳이 저희 소속이 아니어도 됩니다. 뭐 용병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용병이라는 것이 의뢰를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니니까요. 대신 성과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지불하겠습니다-

“음.. 그렇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혹시 지원은?”


토끼 같은 눈망울로 바라보는 케인을 보며 웃음이 터진 베로스가 작은 패를 하나 꺼내 건넸다.


-저를 상징하는 패입니다. 어디에 가서든 이 패를 제시하면 저와 같은 대우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오직 하나만 존재하는 패입니다. 절대 분실하지 마세요. 재발급은 안 됩니다. 하하하하-


금으로 제작된 작은 패. 이것만 있으면 신전 아무 곳이나 가서 치료도 막 받을 수 있고 정당하게 삥도 뜯을 수 있고···

크로우의 입이 점점 벌어지고 침이 흐른다.


-암흑 사제단은 강합니다. 부끄럽게도 저희 보다 객관적인 전력이 강하지요. 단지 그들을

모든 곳에서 적대하기 때문에 함부로 나서지 못할 뿐 세상이 어지러워지고 혼란에 빠지면 그들을 막을 수 없게 됩니다. 지금 케인님은 강하지만 더 강해져야 합니다. 떠나기 전 제가 마지막으로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돈을 얼마나 주시려고?”


손을 비벼대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는 크로우를 바라보며 베로스가 크게 웃었다. 그날 밤 둘은 밤이 새도록 연병장에서 같이 시간을 보냈다.

날이 밝았다. 영주성이 분주해졌다. 성벽을 중심으로 복구에 치중한 결과 성벽은 기존의 형태를 완전히 갖추었고 성의 복구도 한참 진행 중이었다. 8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많은 사람들의 배웅을 받고 있었다.


-이렇게 떠나신다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동안의 도움에 안네스의 모든 이를 대신하여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몸이지만 안네스의 안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신의 종으로서 오히려 제가 감사 드려야지요. 이번에는 불행한 일로 뵈었지만 다음번엔 함께 웃을 수 있는 자리에서 뵙기를 신께 빌겠습니다-


자스톨 자작과 베로스 사제가 정중히 인사하고 크로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케인님 교국에 오실 일이 있으면 반드시 저를 찾아주십시요. 좋은 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네. 반드시 찾아뵙겠습니다. 혹시 좋은 스킬도..”


베로스가 크게 웃었고 주위의 성기사들도 따라서 크게 웃었다. 처음엔 욕심 많은 놈이라 욕하던 성기사들도 이제는 크로우와 많이 가까워졌다. 나레인과 눈이 마주쳤다. 손을 들어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걱정하지마. 또 만나게 될 거야. 우린 친구니까”

-걱정은 무슨.. 그래도 우리 친구 맞는 거지?-


환하게 웃어주었다. 나레인도 따라서 환하게 웃었다. 떠나는 그들을 성 밖까지 배웅해 주었다.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자스톨의 목소리가 들여왔다.


-이제 자네도 떠날 텐가?-

“부상병 치료도 끝났고 복구도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 저도 이제 플레이어로서 해야 할 일을 해야죠. 일단 조금 더 머무르다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날 생각입니다”

-그래. 플레이어인 자네에게 이곳에 남아 달라고 하는 건 내 욕심이겠지. 이거 병사들이 섭섭해 하겠구만. 그리고 이거 받게. 자네가 부탁한 거네-


손에 올려진 세 개의 목패를 바라보며 만족한 듯이 크로우가 웃었다.


-자네와 동료들 정도면 충분히 그 이상의 용병패도 가능했을 텐데 왜 목패를 요청했나?-

“눈에 띄는 건 피곤하거든요. 목패 정도면 어디 이동할 때 신분 확인에 충분하니까요. 감사합니다 자작님. 마지막으로 몰래 나갈 수 있는 뒷문 좀 부탁드립니다”


성 밖에는 크로우를 바라보는 수많은 눈빛들이 있었다. 임시 영주인 자스톨 자작과 가깝게 지내는 플레이어는 이미 소문이 난 상태였다. 하이에나가 넘쳐 났다.


-하여튼 욕심 많은 플레이어놈들 같으니라고. 큼큼.. 뭐 자네도 한 욕심 하는 건 맞지 않나?-

“그렇죠. 저도 한 욕심 합니다. 충실한 플레이어죠. 하지만 방법은 가리는 플레이어죠”

-크하하하. 맞아 맞아. 자네는 방법은 가리는 플레이어지-


그렇게 숨겨진 뒷문으로 나가는 크로우를 아무도 보지 못했다. 피곤하고 배고팠다.

“로그 아웃”

캡슐이 열리고 크로우가 나왔다. 냉장고에 쟁여둔 시원한 물을 마셨다. 문득 베로스, 자스톨, 나레인에게 얻은 것들이 생각났다. 히죽 웃음이 나왔다. 벌어진 입으로 물이 흘렀다.


“에이 싯팔”

옷을 툭툭 털어내는데도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 이제 다 조지기만 하면 되나”

수육을 조졌다. 나가기 귀찮다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수육을 시켜서 혼자서 조졌다. 맥주를 한 모금 넘기고 커뮤니티를 확인한다.


“여전히 난리군”

천마와 천상의 싸움은 점점 깊어만 갔고 서로 밀고 밀리는 양상이었지만 조금씩 창천 길드가 밀리는 상황이었다. 첫 대규모 전투의 패배가 원인이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손상된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 조금씩 무리수를 던졌을 테고 그건 또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을 것이다.


방송국 뻘짓의 나비효과가 컸다. 그런데 나비치곤 너무 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머릿속에서 지웠다. 왜? 내일 아니니까..


고팠던 배를 채우고 맥주 한 캔 마시고 창문 열고 담배 하나 피우니 잠이 솔솔 오기 시작했다.

그러면···?

“자야지”

배부르고 등 따시고 졸리면 자고.. 이것이 플렉스다.

다음 날 광장에 크로우가 나타났다. 접속하기 전 라면 두개에 햇반 하나를 넣고 든든하게 먹고 왔다. 다음 번에는 럭셔리하게 소고기 라면을 먹을까? 라면에 소고기 넣고 끓이면 그게 소고기 라면이지. 혼자 생각하고 몸을 들썩거리며 웃는 크로우를 보고 사람들이 자리를 피했다.


아무도 크로우를 알아보지 못했다. 제도아와의 전투에서 부셔진 갑옷 대신에 선물 받은 평범한 모양의 레어 등급 갑옷과 자스톨자작에게 개인적으로 선물 받은 그가 젋은 시절 사용하던 창을 들고 있었으니까.


성 밖으로 향했다. 내부의 분위기는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성 밖으로 나오자 알 수 없는 기운이 압박해 온다.

“호 이게 전장의 압박감인가?”

기운을 털어냈다. 오.. 진짜 털리네.. 이게 되네 라고 중얼거리던 크로우가

“이러다 개털리는 건 아니겠지”


재밌다는 듯 혼자 몸을 들썩이며 웃자 다가오던 몬스터도 피하듯이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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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 우뚝 서기 22.04.19 290 6 12쪽
76 사창(蛇槍) 22.04.18 309 7 13쪽
75 75 또 만났네 또 만났어 22.04.15 304 7 11쪽
74 74 판도 뒤집고 속도 뒤집고 22.04.14 302 5 12쪽
73 73 돼지 몰고 나간다 22.04.13 307 4 12쪽
72 72 납치 +2 22.04.12 301 5 12쪽
71 71 저주받은 동굴 오크의 던전 +3 22.04.11 308 7 12쪽
70 70 마음에 안 들어 22.04.08 313 6 12쪽
69 69 뼈때리는 오빠새끼 +1 22.04.07 30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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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대리전 합류 22.03.25 327 5 11쪽
59 59 밟으면 발모가지를 꺽어버린다 +1 22.03.24 323 5 11쪽
58 58 외곽 8구역의 칭입자들 22.03.23 325 6 12쪽
» 57 대리전(3) 22.03.22 327 6 12쪽
56 56 대리전(2) 22.03.21 330 6 13쪽
55 55 대리전 22.03.18 348 7 12쪽
54 54 무기(無記)의 서 22.03.17 339 7 11쪽
53 53 I.m still hungry 22.03.16 372 7 11쪽
52 52아낌없이 주는 나무 베로스 22.03.15 359 8 12쪽
51 51상급마족 제도아(3) 22.03.14 356 7 11쪽
50 50상급마족 제도아(2) 22.03.13 367 8 11쪽
49 49상급마족 제도아(1) 22.03.12 371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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