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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살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구선달
작품등록일 :
2012.09.01 22:09
최근연재일 :
2016.07.08 02:27
연재수 :
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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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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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15
글자수 :
641,044

작성
13.08.2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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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글자
10쪽

인연살해 5부: 미친 빌과 북부의 왕 - 종막

DUMMY

빌과 틸리가 미련 없이 상쾌하게 폼 잡으면서 돌아왔다면 아마 멋진 남자 이야기였겠지만, 그들은 그 정도로 강심장이 아니었다. 여신이 죽었다고 확신하지 못했고, 다른 위해를 추가할 생각도 못했다. 죽을 년이라면 이미 충분하고, 안 죽을 년이라면 그 어떤 짓도 소용 없는 법 아니겠는가? 그래서 빌과 틸리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그 와중에 뒤에서 기괴한 분노의 함성이 터져나오자 빌은 확신했다. 저년도 내 몫은 아니었어.

기드 왕은 사절단을 잠시 내보낸 다음, 손잡이와 날 절반만 남은 마법검을 만지작거리는 중이었다. 그는 빌의 보고를 받자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말했다.

"그대는 내게서 기회를 뺏아갔군."

"신의 왕국을 차지할 기회 말입니까?" 빌이 질문했다.

"아니, 그거 말고." 왕은 검날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말을 이었다.

"악신의 유혹을 극복할 기회 말이오."

빌은 피식 웃었다.

"어차피 받아들이지 않을 텐데 뭔 상관이겠습니까? 그년도 알아야 할 겁니다. 국왕만이 아니라, 북부 전체가 그년을 거부할 거란 사실을."

"글쎄, 그녀가 그렇게 쉽게 포기할 것 같진 않은데."

빌은 대꾸하지 않았다. 두고봐야 알 일이다. 왕은 검자루를 빌에게 내밀었다.

"새 기념품이오. 받아두시오."

빌은 하사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기드 왕이 재촉하듯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빌은 그것을 정중히 받아들었다.

왕은 화제를 돌렸다.

"곧 동이 틀 텐데. 양쪽의 병사들은 모두 지쳤고, 경계도 제대로 못한 채 널부러져 자고 있소. 중신들은 지금이라도 기습을 할까, 병력을 추스를까 토론 중이지."

"어쩌실 겁니까?"

"그대라면 어떻게 하겠소?"

빌은 단언했다.

"저라면 기습합니다. 소원검사는 싸울 수 없고, 태양궁은 위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기습은 제 전문입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빌이라면 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빌은 왕이 아니다.

"이 전쟁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상했소. 우리 시야에 없는 것들에 의해 많은 것이 결정되었고, 우리는 먼 곳의 소식에 귀 기울였음에도 끝내 아무 것도 알지 못했소. 난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싸울 수 없으니, 이 전쟁은 여기서 끝낼 거요. 그대는 불만이 없소?"

빌이 예상한 답변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의 결정입니다."

기드 왕은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것만은 아니지만. 중신들과 사절들을 다시 들어오라 하시오."

빌은 허리를 숙인 다음 자리를 떴다. 주변의 시종과 병사들에게 왕의 뜻을 전한 다음, 그는 병영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결과는 최선인가? 그는 아일 대공을 떠올렸다.

북부도 큰 손해를 입은 셈이다.

북부는 후계자가 분명 성장했지만, 아직 못 미덥다는 것을 확인했다. 적어도 세 번은. 왕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겠지만, 그건 그만큼 위태롭단 뜻이기도 하다. 빌을 포함한 일부만 아는 사실이지만, 대공과 소원검사의 관계가 깨끗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것도 있고.

왕의 마법검이 소원검에 의해 깨진 것은 더 큰 문제였다. 적진의 마법은 아직 고스란히 살아있다. 곧바로 전투를 벌이는 건 맨손으로 검사에게 덤비는 짓이다.

남부의 황제는? 그 능구렁이에 대한 소식은 별로 들은 게 없었다. 하지만 빌은 황제가 정말 태양궁을 협공한다는 계획이 아무래도 시원찮게 돌아간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했다.

개인적인 문제도 하나 있다. 이제껏 여신은 빌을 별로 염두에 두지 않은 듯 했다. 그러나 이번 공격으로 여신은 빌에게 원한을 가질 것이다. 가슴에 칼 박고 머리에 총을 쐈으니 가만 냅둘 리가 없다.

슬슬 아들 문제도 해결을 봐야 하고.

모든 문제 중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빌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빌은 우선 한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아일 대공의 병영으로 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

남부의 황제, 4대륙에 걸친 대제국의 수장, 제국 교회의 제1지도자.

50세가 다 되어가는 황제 아즈랏드가 고양이 애호가라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었다. 그는 수십 마리가 넘는 고양이를 길렀고, 그것들을 위해 커다란 유리온실을 지었다. 그 온실은 고양이궁이라 불려서, 황제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접근하지 못했다. 하루에 2번씩, 하인들이 정해진 시간에 들어오는 것을 빼면. 만약 허락 받지 않고 고양이궁에 접근하는 자가 있다면, 중무장한 노예병들이 환대할 것이다.

그러나 황제 아즈랏드는 불청객을 완전히 막지 못했다. 커다란 보석 터번을 벗고 치렁치렁한 소매를 걷어, 암사슴 뒷다리 고기를 친히 조각내 고양이들에게 던져주던 그는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가 한 여인과 눈을 마주쳤다. 갈색 머리카락, 녹색 드레스, 금빛 눈동자.

하지만 황제는 놀라지 않았다.

"빠르군. 벌써 기드 왕의 군영에서 돌아온 건가?"

여인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식은땀을 흘렸고, 어딘가 고통스러워보였다. 황제는 그녀의 고통까지 신경써주진 않았다. 그는 칼을 내려놓고 황금대야에 담긴 물에다 손을 담궜다. 장미향이 은은히 퍼지던 물은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었다. 손을 씻은 황제는 소매를 내리고 터번을 챙겼다.

그제야 여인이 겨우 입을 열었다.

"북부군이 중부군과 휴전했어."

"저런. 좀 더 오래 싸워줬으면 우리 군대에 큰 힘이 되었을 텐데. 가져간 두루마리는 부족했나?"

"힘은 무슨 얼어죽을!" 여인이 분노해서 소리쳤다.

"당신의 군대는 투키를 포함한 여섯 개 도시를 점령했어! 두 소원검사가 당신의 군대를 막아섰지만, 당신은 충분히 그걸 격파할 수 있고! 근데 왜 안 움직여? 왜 당신은 황궁으로 돌아온 거야? 황제의 친정이잖아?"

황제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전염병이 돌아서 말이야. 게다가 그 두 소원검사가 은근히 거슬리더군. 그래도 괜찮아. 뱀둥지 같던 성태양기사단의 거점들은 전부 점령했고, 주요 거점도 점령했으니까. 전략 목표는 모두 달성했네."

"그건 1차적인 거잖아! 당신의 목표는 태양궁 아니었어?"

황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그제야 여인은 황제가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할 마음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의 목표는 이미 달성된 것이다.

"언제부터 황제가 그렇게 욕심 없는 사람이 됐지?"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지." 황제가 답했다. 그는 손을 들어 짧게 박수를 쳤다. 짝! 그 순간 온실 정문이 열리면서 중무장 노예병들이 뛰어들어왔다. 전형적인 남부 양식의 무기와 갑옷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무장한, 황제의 근위대였다. 그들은 여인을 포위한 다음 창을 들어 그녀를 겨누었다.

여인은 분노한 눈빛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황제는 그녀에겐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듯 발치의 고양이 한마리를 들어올렸다.

"소원검사들에게 편지를 하나 보냈지. 관대한 평화협정을 말이야. 성 태양기사단이나 태양궁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겠지만, 소원검사들에겐 그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거든."

여인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날 팔아넘겼군?"

"내가 할 말 같은데. 처음부터 나와의 약속을 지킬 마음이 없던 건 어느 쪽이지?"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해?"

"확신하지. 터무니 없는 걸 약속하는 이교의 신을 믿을 만큼 난 멍청하지 않아. 영생은 오직 신께서 주신다. 너 따위가 아니라."

여인은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온실 밖에는 병사들이 더 있었다. 황제에 충성하는 북부 용병들과, 근위병들이.

"이디아, 이곳은 그대의 땅이 아니다. 이건 그대의 뱃속에서 뽑은 쇠도 아니지." 황제는 한 병사의 창끝을 슬쩍 만지면서 말했다. 그가 옳았다.

"꺼져라. 그대 계획은 실패했다."

황제 혼자서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적어도 여섯 도시에서 멈춘다는 계획은 황제의 생각일 수 있지만. 분명히 배후가 있다. 누굴까? 기드 왕? 태양궁? 소원검사? 그러나 여신은 깊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고통과 분노 때문에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황제의 땅에서, 황제의 병사들과 맞서 싸울 수는 없었다. 이곳은 그녀의 땅이 아니다.

모두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결말은 참담한 실패였다.

"내가 북부와 태양궁을 정리하면, 그 다음은 네놈의 옥좌다!" 여신이 표독스럽게 외치는 순간, 모래폭풍이 그녀의 육신을 갈가리 찢어갈겼다. 고양이들이 날카롭게 울부짖는 것과 동시에 황제와 근위병들은 모두 눈을 가렸다. 잠시 뒤, 모래먼지 속에서 그들은 말라 비틀어진 여자의 시체 하나만을 보았다. 껍데기다.

황제는 코웃음을 치고는 몸에 묻은 모래를 털어냈다. 북부와 태양궁을 정리한 다음. 그는 탁자 위에 개봉된 편지로 시선을 돌렸다. 아일 대공의 이름으로 된 것이었다. 주된 내용은 마법 두루마리를 허술히 관리하여 북부의 전쟁에 큰 손실을 갖다줬음을 항의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밖의 내용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들이. 그리고 편지의 마지막 문구는 황제에게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신앙의 신비를 제외하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이 우리를 조종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야 합니다.'

황제는 그 문구를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그리곤 편지를 화로에 던져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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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인연살해 6부: 미친 빌과 붉은 세계 - 13 +16 16.07.06 1,655 64 17쪽
93 인연살해 6부: 미친 빌과 붉은 세계 - 12 +14 16.05.29 1,529 76 13쪽
92 인연살해 6부: 미친 빌과 붉은 세계 - 11 +13 16.04.03 1,627 66 12쪽
91 인연살해 6부: 미친 빌과 붉은 세계 - 10 +10 15.12.07 1,576 78 18쪽
90 인연살해 6부: 미친 빌과 붉은 세계 - 9 +5 15.11.03 1,534 68 12쪽
89 인연살해 6부: 미친 빌과 붉은 세계 - 8 +10 15.09.21 1,612 80 11쪽
88 인연살해 6부: 미친 빌과 붉은 세계 - 7 +9 15.08.24 1,536 63 8쪽
87 인연살해 6부: 미친 빌과 붉은 세계 - 6 +8 15.08.08 1,590 65 6쪽
86 인연살해 6부: 미친 빌과 붉은 세계 - 5 +16 15.07.28 1,600 72 6쪽
85 인연살해 6부: 미친 빌과 붉은 세계 - 4 +22 14.10.21 2,164 88 12쪽
84 인연살해 6부: 미친 빌과 붉은 세계 - 3 +12 14.06.09 2,388 101 18쪽
83 인연살해 6부: 미친 빌과 붉은 세계 - 2 +15 14.04.20 2,151 110 19쪽
82 인연살해 6부: 미친 빌과 붉은 세계 - 1 +27 14.03.30 2,101 89 21쪽
81 인연살해 6부: 미친 빌과 붉은 세계 - 서막 +16 13.09.16 4,273 101 7쪽
» 인연살해 5부: 미친 빌과 북부의 왕 - 종막 +12 13.08.20 2,889 82 10쪽
79 인연살해 5부: 미친 빌과 북부의 왕 - 14 +18 13.08.09 2,898 81 14쪽
78 인연살해 5부: 미친 빌과 북부의 왕 - 13 +12 13.08.02 2,294 75 18쪽
77 인연살해 5부: 미친 빌과 북부의 왕 - 12 +6 13.07.23 2,358 81 8쪽
76 인연살해 5부: 미친 빌과 북부의 왕 - 11 +18 13.07.13 2,545 88 14쪽
75 인연살해 5부: 미친 빌과 북부의 왕 - 10 +12 13.07.05 2,424 71 22쪽
74 인연살해 5부: 미친 빌과 북부의 왕 - 9 +4 13.06.16 3,938 57 18쪽
73 인연살해 5부: 미친 빌과 북부의 왕 - 8 +13 13.05.27 2,832 62 14쪽
72 인연살해 5부: 미친 빌과 북부의 왕 - 7 +24 13.05.13 4,506 78 18쪽
71 인연살해 5부: 미친 빌과 북부의 왕 - 6 +8 13.04.29 3,283 66 18쪽
70 인연살해 5부: 미친 빌과 북부의 왕 - 5 +6 13.04.14 3,003 65 15쪽
69 인연살해 5부: 미친 빌과 북부의 왕 - 4 +8 13.03.30 2,414 67 18쪽
68 인연살해 5부: 미친 빌과 북부의 왕 - 3 +21 13.03.16 2,995 173 19쪽
67 인연살해 5부: 미친 빌과 북부의 왕 - 2 +19 13.03.02 3,407 68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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