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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미 판타지 지옥에 빠져 들었다.

개발 스트라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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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교s
작품등록일 :
2018.09.15 15:19
최근연재일 :
2018.09.23 14:11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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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9
글자수 :
35,986

작성
18.09.2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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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승리의 원인

DUMMY

후후후. 어떠냐 이 어린것아! 능구렁이처럼 굴어 봤 자 고삐리야. 이것이 바로 성인의 딜이다. 요놈아.


8강은 고사하고 일 승이나 제대로 거둘까 말까한 팀을 우승하게 만들라니.

메시랑 호날두가 쌍으로 시나고 전학 온다면 모를까 도저히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안 받으면 그 정도 능력도 없으면서 누굴 좋아한다 할 수 있느냐 면박 주면 되는 것이고, 받으면 우승을 위해 축구부에 남을 테니 이래 저래 내겐 득인 셈이다.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나를 보며 녀석이 피식 웃는다.

이렇게 나 올 걸 예상했다는 듯한 기분 나쁜 웃음이다.


“감독님의 단순하고 과감한 면도 좋습니다. 제안 받아들이죠.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8강부터 이길 때 마다. 감독님이 제 여자가 될거라는 확신을 하나씩 요구할 겁니다.”


“확신? 무슨 말이야? 뭘 요구해?”


“남자 여자가 사귀면 당연히 거치는 행동들 말입니다.”


어쭈구리? 4강이라도 가면 손잡고 뽀뽀라도 하시겠다?

고삐리 주제에 배짱은 킹왕짱일세?

8강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당연히 우승이라니.

철이 없는건지, 허세인지 감아 안 온다.

뭘 믿고 내가 건 베팅에 레이스를 치다니

나 역시 배짱이라면 누구한테도 안 진다 자부하는 강철여인 민지은아다.

상대의 블러핑에 다이 할 수는 절대 없지.

콜 받고 레이스!


“좋아! 나도 조건이 있어. 전국대회에서 반드시 네 능력으로 한 골 이상 기록해야 해. 안 그러면 모든 약속은 무효야.”


광수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무리 천재라 해도 이것 까지는 예상 못한 모양이다.

발만 대면 들어갈, 일부러 안 넣기도 힘든 상황에서조차 절대 넣지 못하는 악마의 개발에게 연습경기가 아니라 정규 시합에서 골을 넣으라니, 이거야 말로 절대 클리어 불가능한 미션이다.


나도 잔머리라면 누구한테도 안지거든!

심각해진 녀석을 보며 난 콧평수를 넓혔다.


다이와 콜 사이에 고민하던 녀석이 겨우 콜만 받았다.

계약 성립.

진다면 당돌한 고삐리와 사귀기라도 해야할 판이지만 걱정은 안된다.

이 판은 내가 승리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내 대뇌피질의 천재성에 나 역시 깜놀했다.

혹시 나도 광수와 같은 과였나? 미완의 천재?

승리에 취해 있던 나는 불현듯 떠오른 의문에 정신이 바짝 든다.


당연히 이길 거라는 전제를 깐 계약이다.

8강에 못올라 가면 녀석은 잃을 게 없지만 난 밥벌이를 잃을 수도 있다.

가뜩이나 악마의 개발인데 광수가 뛴다고 해서 이기리란 보장이 어디 있어?

우승이네 8강이네, 허파에 바람만 잔뜩 들었다가 전국대회에서 지면 내 인생은 그대로 쫑 나는 거 아냐?


녀석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광수야. 그런데 어떻게 8강에 가고 우승 한다는 거니?”


“못 믿으세요?”


“믿지! 하지만 나랑 윤지의 미래가 걸렸으니까 걱정이 돼. 윤지는 통계 때문에 널 믿는다고 하고, 박 기자는 네가 팀을 유기적으로 플레이 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어. 지훈이는 너랑 같이 뛰면 쉽게 찬스가 나고 편하게 플레이 할 수 있었다고 했어. 정말 너에게 그런 능력이 있니?”


“완벽하게 맞는 건 아니지만 저에 대해 나름 감들은 잡았네요.”


저렇게 말 하는 걸 보면 분명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인데 나만 혼자 감이 안오는 기분이다.


“도대체 그 능력이 뭐니? 어떻게 해야 볼 한번 안 건드리면서 팀을 이길 수 있게 만드는 건데?”


“축구 이론에 관한 책을 백 권 정도 통째로 머릿속에 집어넣으니까 그라운드가 내 손바닥 위에 있는 것처럼 완벽하게 보입니다. 책에 나온 상황들이 실제 구현되게 하는 것이 제 능력입니다.”


“백 권을 머릿 속에 다? 그 많은 책들을 언제 다 읽고 외워?”


“쉬는 시간에 틈틈히 보니까 일주일 정도 걸리더군요.”


“·········.”


말문이 막힌다.

내가 축구부 감독이 되고나서 공부한답시고 일년동안 읽은 책이 다섯권이 안 되는데 이 녀석은 백권을 읽고 내용까지 전부 기억한다고 한다. 그것도 일주일 만에.

녀석이 학습 천재란 사실을 잠시 까먹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

아무리 완벽한 전략과 전술을 안다 해도 경기의 승패는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의 발끝에 달려있다.

패스조차 주고받지 못하는 악마의 개발이 전술을 안들 어떻게 승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이해가 안돼. 여전히 네가 단지 운이 좋아서 이긴다는 생각만 들어. 어떤식으로 전술을 이해해야 공 한번 안 건들고 승리하는 건지.”


“그것이 감독님이 지금부터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숙제? 네 플레이를 보고 깨달으란 뜻이니? ”


“쉽게 말로 알려드리고 싶지만 불행하게도 제 플레이를 감독님께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저 역시 전술을 이해한 제 두뇌가 본능적으로 내리는 지시에 반응할 뿐입니다. 제 플레이를 이해한다면 감독님도 축구에 눈을 뜨실 지 모릅니다.”


녀석의 자신만만한 눈빛이 미소에 실려 왔다.





광수가 축구부 활동에 다시 참가했다.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풀렸다.

연습 경기 연승 행진이 시작됐다.


타 고교 축구부 2군들을 박살냈다.

열 받은 1군들에게서 슬슬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광수가 했던 말들은 여전히 믿음이 안 간다.

아니, 믿고 싶지 않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거다.


핏댕이 고삐리와 사귀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조건,

팀이 이기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론 8강을 너머 덜컥 우승이라도 할까봐 걱정된다.

비록 연습경기라고 해도 승리를 거듭 되자 마음 깊숙한 곳이 묵직하게 느껴지며 괜한 조바심이 난다.


나름 감독으로서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그라운드 위, 광수의 움직임을 눈알이 빠지게 지켜 보았지만 도저히 모르겠다.

어쩔 땐 죽어라 뛰고 어쩔 땐 느릿느릿 걷고, 어쩔 땐 가만히 서있었다.

악마의 개발인건 팀원 누구나 다 알아서 절대 패스를 하지 않았기에 경기 내내 공 한번 건드리지 못하는 건 여전했다.

보고 있는 내가 지루하고 한심해서 미칠 지경이다.

팀에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어떻게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고 이기게 만드는 지 알다 가도 모를 일이다.


알량한 감독이 권한을 사용해 일부러 광수를 경기에서 빼 보기도 했다.

여지없는 패배.

후반에 들여보내 보거나 중간에 교체해 봤다.

윤지의 통계를 증명이라도 하듯 광수가 빠지면 팀은 여지없이 허물어 졌다.


광수를 빼는 것이 오히려 에이스인 지훈을 빼는 것보다 팀에 데미지가 더 컸다.

최종 공격수이자 주요 득점원이 빠졌지만 경기는 이기지까지는 못해도 지지는 않았다.


요리조리 팀을 색 다르게 구성 해보고 전술 변화도 줘 봤지만 결과는 똑 같다.

광수와 지훈이 출전하면 승리.

광수만 출전하면 무승부.

지훈만 출전하면 전력차가 뚜렷한 약팀을 제외하곤 패배.

둘다 없으면 무조건 패배.


통계나 운도 이 정도면 과학이다.

의심할 기운도 다 떨어졌다.

공식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전국대회 팔강전까지만 지속되기 바랬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의 존재는 무용지물이다.

전술이고 나발이고 하릴없이 선수들 뛰는 것만 바라보는 게 일이다.

나름 축구를 무척 애정한다 자부하는 열혈 축구인인데.

광수가 복귀하고 승리가 계속 될 수록 무기력감이 증가했다.


발이 따금 했다.

발 밑을 내려다 보니 떨어진 빵조각 하나를 놓고 개미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개미들 하나 하나는 고개를 숙여 자세히 봐야 구분 될 정도로 작았지만 싸움이 제법 살벌하다.


대등했던 전투는 점차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전투에 참여했지만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개미 한 마리가 우연히 눈에 띈다.

모두 죽기 살기로 열심인데 자기 진영 안에서 빙빙 돌기만 할 뿐 도움이 안된다.


신기한 건 숫자 상 열세였던 녀석의 진영이 점점 승기를 잡아 간다는 것이다.

빵조각을 들고 당당하게 개미굴로 향하는 녀석들을 보며 난 중얼거렸다.


“개미들은 서로 페로몬으로 소통한다던데······.그럼 광수의 능력은 설마 페로몬 발산?”


스토리가 삼류 스포츠 소설인 걸로 모자라 판타지 장르를 넘보려고 한다.

말도 안되는 생각이다.

고개를 들었다.

운동장에 티격태격하고 있는 선수들이 보인다.

심각한 것이 금방 싸움이라도 날 분위기다.


작가의말

아그들은 싸우면서 크는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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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의 원인 +1 18.09.23 132 1 9쪽
8 원하는 건 바로...... +1 18.09.22 130 2 9쪽
7 애원 18.09.20 147 2 9쪽
6 운수 좋은 날 18.09.19 177 1 10쪽
5 운명의 장난? 신의 엿먹임? 18.09.18 197 1 9쪽
4 에이스를 잡아라 18.09.16 208 1 10쪽
3 운빨vs실력 +2 18.09.16 234 0 9쪽
2 승리가 무조건 좋은 건 아냐 18.09.15 254 1 9쪽
1 루저들 18.09.15 32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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