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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미 판타지 지옥에 빠져 들었다.

개발 스트라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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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교s
작품등록일 :
2018.09.15 15:19
최근연재일 :
2018.09.23 14:1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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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9
글자수 :
35,986

작성
18.09.1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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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에이스를 잡아라

DUMMY

최근 연승에 고무 된 우리팀은 자신감 만땅이다.

선수들 표정에 패배의 기운은 일도 없다.


운빨이라면 우리팀 역시 만만치 않긴 했지만 시나고가 오직 운만으로 여기까지 온 팀은 아니다.

우리에겐 세 게임 연속 헤트트릭의 주인공이자 부활한 축구 천재, 부동의 에이스 지훈이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변변한 에이스조차 없는 상대 팀에게 질 리는 없다.

내 생각이 은근슬쩍 전달된 건지 우리 응원단은 이미 8강 진출이 확정이라도 된 것처럼 경기 시작 전부터 이미 축제 분위기다.


운도 실력이 맞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악마의 개발에게 따라다니는 운 따위 없이도 승리가 확실하다.

자신만만한 나를 윤지가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봤다.


삐익~


그라운드는 적막에 휩싸였다.

패배를 확신한 상대팀은 응원단 조차 없었다.

오로지 상대팀 선수들 괴성만 그라운드에 메아리 쳤다.


1대2

도저히 질 수 없다 생각한 상대에게 질 수록 충격은 더 큰법이다.

한 점 차.


상대팀 운은 예상외로 강력했다.

솔찍히 운이 나빠서 졌다고 하기도 챙피할 만큼 형편없는 경기였다.


약체중의 약체에게 경기 내내 무기력하게 질질 끌려가다 졌다.

지난 시합과 달리 공수 모두 톱니 빠진 기어처럼 엇박자 플레이를 연출하며 자멸했다.


연패할 때의 패턴 그대로다.


지난 경기에서 보여준 짜임새 있는 공수 연걸은 간데 없었다.

모든 선수들이 허둥지둥 엉망 공만 쫓아 다니느라 정신없었다.


에이스 지훈이 고군분투 공수를 뛰어다녔지만 역부족이었다.

지훈만 막으면 된다 생각하 상대팀이 경기 내내 붙여 놓은 세명의 전담 마크를 뚫고 경기 직전 만회골을 터트렸지만 거기까지였다.


속알머리 없는 교장은 미디어에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마 없는 주변머리까지 싹 밀고 왔다.

헹가레 홀릭 교장의 반짝이는 대머리가 붉으락 푸르락 했다.


대회는 끝났다.

다음날 시나고로 출근하자 교문 위를 펄럭이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축!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 정광수


어제 교장이 들고 있던 8강 축하 현수막은 쓰레기통에 처박혔겠지.

괜히 입맛이 씁쓸하다.


교무실에 들어가자 일간지 기자가 수학 선생과 인터뷰하는 모습이 보인다.

메이저 신문사 기자가 찾아와 인텨뷰 할 정도라니, 정광수 대단한 천재가 맞긴 맞나 보다.

축구부도 우승하면 인터뷰 하자고 찾아 오겠지?

부러운 마음을 가득담아 바라보는데 교장실에서 호출이 떨어졌다.


“괜찮아요. 민감독. 승패는 병가지 상사인 법. 16강이 어디입니까.”


괜찮긴 개뿔, 금방이라도 고함 지를 것 같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니까 더 무섭다.


“수학 선생님 신문사에서 인터뷰한다고 찾아 왔네요. 축구부도 4강 정도 올라가면 스포츠 신문에 기사 나오면 좋을 텐데요. 학교의 명예를 드넓 힐 수 있다면 폐부 하라는 소리 싹 사라지고 완전히 자리 잡을 겁니다. “


아니나 다를까 교장의 특기, 돌려까기 신공을 이용한 반 협박이나 다름없는 압박이 들어왔다.

이미 한물간 4-4-2 압박 축구의 신봉자 교장은 여러가지 팩트로 동시에 압박한다.


“이번 대회에서 거둔 첫 승리로 학부모들 압력이 좀 수그러 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축구부 폐지 하라는 목소리 큰 거 아시죠? 다음 대회 이번 보다 성적이 안 좋으면 더 이상 제 힘으로 커버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대회가 막 끝난 직후라서 선수들 훈련하는 모습에 의욕이 없다.

나 역시 딱히 다그치며 밀어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늘 훈련에 광수는 나오지 않았다.


수학 올림피아드 본선도 아니고 고작 한국 예선 우승한 것 가지고 호들갑은.

교문위에 여전히 펄럭이는 현수막이 눈꼴 시다.

꼴랑 한국 예선대회 끝난 거니 오늘 등교했을 텐데 축구부 훈련에 불참 하다니.

말이 씨가 된다고, 혹시 축구부 그만둘 생각인가?



-별로 안 기쁜 표정입니다.


삼 연승 직후.

나를 바라보던 진지한 눈빛엔 살짝 분노가 섞인 느낌이었다.

선 굵은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나한테 뭐 서운한 거 있나? 아님 다른 일 때문에 삐쳤나?

평소엔 나오던지 말던지 신경도 안 쓰던 녀석이다.

재능은 없는 주제에 쓸데없이 성실하기는 해서 한번도 훈련을 빼 먹은 적 없었다.

언제나 당연히 그자리에 있겠거니 했는데.


운동장을 죽어라 뛰기만 하던 광수가 없으니까 왠지 팀 전체에 활기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신경과민인가?

아마 곧 퇴부 신청을 하겠지.

그다지 아쉽다지는 않지만 그래도 뭔가 서운하기는 하다.


팀원들을 독려하며 평소와 다름없이 훈련에 열중인 에이스 지훈만이 유일한 위안이다.


애초에 지훈이 없었다면 16강까지 올라가는 기적을 꿈조차 꿀리 없었을 것이다.

다음 학기에 전학 가겠다는 말 아직도 유효할까?


전학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땐 그러거나 말거나 그러녀니 했다.

녀석은 지 갈길 가고 난 내 체육교사 위치로 복귀하면 그만이니까.


축구부와 내 운명이 똑같아진 지금은 지훈의 전학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중학교대 유소년 국가대표까지 경험한 지훈이 고작 16강 진출로 만족할 리 없다.

대학진학을 하던지 프로팀 입단을 꿈꾸던지,

축구에 인생을 걸기로 마음 먹은 그를 시나부 축구부에 붙잡아 두기 위해선 훨씬 더 훌륭한 결과가 필요하다.


이번 학기 마지막 대회인 전국 추계 체전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지훈은 분명 학교를 옮길거다.

에이스가 빠진 팀은 공중 분해 되겠지.

나는 눈치밥 실컷 먹어가며 버티다가 결국 실업자 백조 신세로 전락하겠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정신이 바짝 든다.


최소 8강.

전국 대회에서 최소 8강에 올라야 한다!


하지만 소규모였던 이번 대회16강조차 겨우 겨우 올라갔는데 전국 모든 고교 축구부가 참가하는 최고 권위의 대회에서 8강이라니.


다시 눈앞이 캄캄하다.

잔머리 풀가동해봐야 소용없다.

전국대회 8강 말고는 지훈을 붙잡을 명분을 찾을 수 없다.





학교 근처, 단 둘이 사는 자취방.

퇴근 후에 샤워하고 소파에 누워 맥주 한잔하면서 빈둥빈둥 프리미어 리그를 시청하는 것이 유일한 삶의 낙이다.


대학 때 ‘현대 축구의 이해’ 강의를 일부러 찾아 들었을 만큼 축구가 좋았다.

그라운드를 야수처럼 질주하는 선수들의 굵은 허벅지.

폭풍 같은 드리블에 이은 강력한 슈팅이 골망을 가를 때마다 심장이 뛰고 얼굴은 붉어지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중딩시절 부터, 친구들이 아이돌 콘서트 갈때, 난 K 리그 축구 경기에 미쳐 응원하는 팀을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별종이라 취급 받았지만 난 오히려 고작 비리비리 비실비실 아이돌 따위에 미친 친구들이 오리려 더 이해가 안 갔다.


체대에 들어 가고 체육 교사가 되자 친구들은 날 조금은 이해하기 시작했다.

원래 운동 체질이라고 그래서 아이돌 보다 스포츠 스타가 더 좋은 거라고.


감독만 아니라면.오합지졸 시나고 축구부의 형편없는 경기마저 흥미 진진하게 봐 줄만큼 축구를 사랑 하는데.......

사랑하는 축구가 내 인생을 망치려 들고 있다.


우리팀 에이스 고지훈의 굵고 단단한 허벅지가 불현듯 생각난다.

초원을 달리는 힘쎈 야생마를 연상시키는 마성의 힘벅지.

상상만으로 얼굴이 슬며시 달아 오른다.

그 순간 윤지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언니야. 나 데이트 신청 받았다!”


윤지가 스마트 폰을 내민다.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참 오랜만에 자세히 보는 동생의 얼굴이다.


우리 자매,

비슷하면서도 참 다른 자매다.

유전이 준 축복이라고 할까 둘다 마음껏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인 건 같았다.

아빠를 닮은 난 키가 크고 까무잡잡한 피부인데 반해 동생은 엄마를 닮아 키는 작지만 하얗고 뽀얀 투명 피부를 가졌다.

키 빼고는 엄마를 닮은 동생이 늘 부러웠다.


가늘고 길게 찢어진 눈매와 살짝 솟은 광대뼈.

많이 쎄 보이는 내 인상과 달리 큰 눈에 예쁜 턱선을 지닌 윤지는 같은 여자 입장에서 봐도 부러울 정도로 예쁘고 귀여웠다.


“그래도 가슴은 내가 더 커.”


옹졸한 생각이 나도 모르게 무의식 적으로 입밖으로 튀어나온다.


“언니 지금 뭐라 했어?”


“응? 못 들었으면 됐어. 도대체 어느 골빈 녀석이길래 모태 쏠로 언니 속을 박박 쓰리게 긁으라고 시키디?”


“호호호. 정광수. 광수가 이번 주말에 나하고 밥먹재.”


또 누구라고·········.

정말 가지가지 한다.

요즘 내 인생에 정광수란 이름이 자주 끼어드는지 모르겠다.


진짜 정말 그냥 레알 밥만 먹자는 거겠지.

머리만 좀 좋다 뿐이지 비리비리 호리호리한 녀석이 밥먹자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오바는······

언니는 축구부 일로 골치아픈데 하나뿐인 동생년은 연애질에 정신없다니.


마음속으로 아예 저주를 퍼부으며 심드렁하게 TV로 시선을 돌리는데 스마트 폰 화면 구석 하단에 있는 하트가 달린 메시지에 눈길이 간다.


“여기 골빈 놈 하나 또 있네? 요놈은 또 누구야.”


자랑 못해 안달하던 아까와 달리 윤지는 깜짝 놀라며 확급히 폰을 뒤로 감춘다.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니긴, 니 언니로 산 세월이 얼만데.

방으로 돌아가는 동생의 스마트폰을 번개같은 손놀림으로 나꿔챘다.


“내 동생 얼마나 인싸인 지 확인해 볼까?”


“뭐하는 거야. 돌려줘.”


윤지가 달려들었다.

명색이 체육교사에 운동으로 밥 먹고 사는 여자다.

겁없고 팔팔한 여고생이라 해도 나에겐 쨉이 안된다.


달려드는 동생을 번쩍들어 백드롭으로 소파에 던져 버렸다.

팔을 허벅지 사이에 끼고 암바를 걸었다.

동생을 완전히 제압하고선 재빨리 메시지를 확인했다.

옆으로 쭉 찢어진 내 눈이 위 아래로 커졌다.


“고지훈?”


작가의말

본격 동생팔이 호구탐색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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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운명의 장난? 신의 엿먹임? 18.09.18 197 1 9쪽
» 에이스를 잡아라 18.09.16 209 1 10쪽
3 운빨vs실력 +2 18.09.16 234 0 9쪽
2 승리가 무조건 좋은 건 아냐 18.09.15 254 1 9쪽
1 루저들 18.09.15 32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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