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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미 판타지 지옥에 빠져 들었다.

개발 스트라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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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교s
작품등록일 :
2018.09.15 15:19
최근연재일 :
2018.09.23 14:11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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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수 :
35,986

작성
18.09.1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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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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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루저들

DUMMY

쓰파.

지고 있다.

8연패.

이번 대회도 일회전 문턱에서 땡인 모양이다.


전반이 끝나고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온다.

지는 것에 익숙해졌는지 분한 표정조차 없다.

지고 있으면서 뭘 잘했다고 실실 쪼개며 라커룸에 들어오는 새퀴까지 있다.


아가리 꽉 깨물어라 잉!

저절로 손이 올라가는 걸 간신히 참았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감독이 선수를 팼다간 당장 실검순위에 오르고 알량한 고등학교 체육 교사 자리에서 짤릴 게 뻔했다.


교장이 다른 고등학교 축구부 탈락한 녀석들을 모아 축구부를 만들자는 소리에 처음엔 농담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해도 축구부를 구성하려면 선수가 모자랐다.


그러자 공부나 열심히 시킬 것이지 무슨 운동부냐며 학부모들이 개 거품 물고 반대하는 남녀공학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공부는 뒷전인 꼴통들 중 날랜 녀석들로 부원을 채우자고 한다.

교장의 말도 안돼는 발상은 황당함을 넘어 당황스러웠다.


응원 소리가 라커룸까지 울린다.

물론 상대팀 응원단이 내지르는 소리다.

승리란 단어는 로또 당첨이란 말과 동의어인 오합지졸 팀에게 응원은 사치다.

모든 게 여우같은 교장 때문에 벌어진 건데도 이젠 버린 자식 취급이다.


“민 선생. 축구부 만드는 것이 내 꿈이 올시다. 성적 내라고 바라진 않을 테니까 부디 감독을 맡아 주세요.”


늦은 발령에 대한 변명을, 능력 인품 빵빵함에도 불구하고 고삼 담임 때 병가 내고 월드컵 원정응원 간 사실을 걸리는 바람에 교육부에 단단히 찍혀 정년 거의 다 되어서야 간신히 발령 받았다는 되지도 않는 소리로 대신한 교장이 눈물 글썽이며 손까지 잡으며 애원했다.

그게 불과 일년 전인데.


시합마다 전패, 나가는 대회마다 족족 일회전 예선탈락했더니 이젠 감독이 무능한 것 아니냐며 슬슬 눈치를 주기 시작한다.

나라고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을 까.


단지 일부러 모으기도 힘든 오합지졸들만 모아 놓은 팀은 히딩크가 온다 해도 강해질 리 만무했다.

자칭 축구 매니아 교장은 첫 대회엔 수업까지 빼 가며 학생들을 동원해 빵빵한 응원을 왔다.

모교 학생들 응원에 선수들은 지더라도 의욕과 열정은 넘쳤다.

첫 두 시합에 졌을 땐 선수들은 분한 마음에 울기까지 했다.


라커룸이 눈물 바다가 되었다.

나 역시 묘한 감동을 느꼈는데.

그 감동으로 팀이 이기면 기적이고 드라마가 시작 되는 거다.


로또 끄트머리 제일 작은 금액조차 맞아 본 적 없는 불운의 아이콘인 나에게 기적과 드라마가 있을리 없지.

패배가 계속되자 교장은 슬그머니 빠지더니 이젠 나 몰라라 콧빼기도 안비친다.



전반전 스코어 2대1

간신히 한 골을 만회한 건 제일 나중에 걸어 들어오는 지훈이란 녀석 덕분이다.

중학교 때 유망주로 꽤 이름을 날린 우리팀의 유일한 네임드다.

교통사고로 무릎이 아작 나고 운동을 접었었다.


공부나 하자며 인문계인 우리 학교로 진학했는데 덜컥 축구부가 생겨버린 것이다.

몸 상태 때문에 선수는 언감생심이고 취미 활동이라 생각하며 별 기대 없이 가입했다고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녀석의 무릎은 차차 정상으로 돌아 왔고 고등학교 일학년 말까지 운동을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실력은 빠르게 예전 천재 유망주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잊고 지냈던 승부욕은 덤이었다.


처음엔 다시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해하던 녀석이었지만 계속되는 패배에 눈빛이 바뀌었다.

명문고로 진학이 좌절되지 않았다면 엉성한 신생 축구부 따위 올 리가 없는 미완의 천재다.

패스와 트래핑의 기본기도 안되는 허접한 선수들과 한팀이라는 것 자체가 불운이었다.

축구는 한 명의 천재만으로 이길 수는 없는 스포츠.


전반전, 중앙선에서부터 단독 드리블로 네 명의 수비수를 제 끼고 슈팅을 쏜 끝에 기어이 골을 넣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고군분투한 녀석은 눈빛만 살아 있을 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동료들 모두 전사한 가운데 마지막까지 항전하는 최후의 영웅.

라커룸으로 들어오는 녀석을 볼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쩌리들은 무시하고 녀석을 맞이하며 음료수를 건넸다.


“수고했어. 고지훈.”


녀석은 음료수도 받지 않고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감독님. 이길 생각이 있습니까?”


꽤나 도전적인 눈빛이다.

감독이면서 이기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다만 난 철없는 학생이 아닌 성인이다.

이상과 현실을 구분해야 마땅하다.


침묵의 의미를 깨달았는 지 녀석은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번 대회 끝나고 전학 갈겁니다. 삼송고 축구부 감독님한테 전화 왔습니다.”


“잘 됐구나. 삼송고 축구부면 명문까지는 아니어도 중간 이상은 되는 팀이네.”


팀의 에이스가 다른 팀으로 간다는데 감독이란 작자가 잘 됐다고 축하해 주는 꼴이라니······

녀석이 한심한 눈빛으로 보는 것도 이해가 된다.


입으로만 축구를 미치도록 사랑한다 말하는 교장도 슬슬 열정이 식어 가는 눈치다.

매 대회 일회전도 통과 못 하는 바닥인 성적으로 대학 진학이나 프로팀 입단은 꿈도 못꾼다.

입시에 전혀 도움 안돼는 축구부 따위 하루 빨리 때려 치라 성화인 학부모들도 골치다.


허접한 축구부, 안 그래도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란 느낌이 팍 든다.

나는 원래대로 체육교사로 돌아가면 그만이니까 상관 없다.


축구부 감독으로 챙기는 가외 수당이 쪼끔 아쉽기는 하지만 의욕이라곤 일도 없는 선수들을 이끌고 팀이 무기력하게 패배하는 걸 지켜 봐야하는고역에 비하면 차라리 그만 두는 것이 마음 편하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에이스가 떠난다 해도 담담하게 축하해 줄 수 있는 것이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였다.

네 앞길 생각하면 차라리 잘 된거야.

체념의 눈빛으로 바라보자 녀석은 굵은 목소리를 깔더니 비장하게 말했다.


“그래도 감독님 밑에서 한번은 꼭 이기고 싶습니다.”



-이기고 싶습니다. 이기고 싶습니다.


배고프니까 밥 먹자는 말처럼 당연하고 뻔한 소리다.

하필 오늘이어서. 수컷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힘있는 목소리여서.

녀석의 말이 만들 때 사람을 녹여 넣었다는 에밀레 종 소리도 아니면서 머릿 속을 뎅~뎅~ 울리며 돌아 다닌다.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시나고 학생이자 축구부 기록원 겸 매니저인 친동생 윤지가 날 불렀다.


“언니. 내가 어제 말한 대로 해보는 거 어때?”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선수들이 사라지고 없는 텅빈 운동장, 사이드 라인 밖을 우직하게 뛰고 있는 한 후보 선수가 보였다.


정광수.

열심히 하지만 운동 신경이 완전 꽝인 악마의 재능을 지닌 선수.

기본중에 기본인 드리블 트래핑조차 안되는 녀석.

호리호리 비실비실한 체격도 마음에 안든다.

몸싸움 한방으로 나가 떨어지기 일쑤여서 다치지 않을까 조마조마 하다.


축구부에 입부 한 이유가 체력을 키우고 싶어서였던가?

재능이 없어서 기술과 스킬은 발전이 없었지만 쓸데없이 끈기와 집념은 대단해서 달리기 하나 만큼은 엄청났다.


운동장 러닝 할때 에이스인 지훈과 함께 끝까지 달릴만큼 체력과 지구력은 A++다.

그러나 축구는 체력과 지구력 좋다고 잘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는게 문제였다.

연습 경기는 몰라도 정규 시합엔 절대 출전시킬 수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 녀석이 치유가 불가능한 극강의 개발이라는 것이었다.


작가의말

언니..........암컷이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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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운빨vs실력 +2 18.09.16 234 0 9쪽
2 승리가 무조건 좋은 건 아냐 18.09.15 254 1 9쪽
» 루저들 18.09.15 32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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