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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미 판타지 지옥에 빠져 들었다.

개발 스트라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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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교s
작품등록일 :
2018.09.15 15:19
최근연재일 :
2018.09.23 14:1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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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9
글자수 :
35,986

작성
18.09.1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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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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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승리가 무조건 좋은 건 아냐

DUMMY

아무리 쎄게 차도 다른 선수들 3분의 1도 못가는 극악의 킥력과 오직 상대편에게만 기가 막히게 전달하는 패스.

못 넣으면 욕먹는 패널티 킥을 연습에서 조차 한번도 성공 못 시킨 악마의 개발.


체력이랑 지구력과는 달리 발 기술은 끈기와 집념으로 어떻게 안돼는 모양이었다.

발에 피가 나도록 공을 차고 또찼지만 야속한 공은 녀석 발의 컨트롤을 완강히 거부했다.


정규시합은 커녕 연습 시합조차 간간히 출전하는 후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녀석이 일년이 넘도록 축구부에서 나가지 않는 것이 신통할 따름이었다.


‘어차피 이번 학기 지나면 없어질 팀이야. 훈련만큼은 누구보다 열심히 했잖아. 축구부라면 한번은 정규 시합에서 뛴 추억을 가지는 것이 좋겠지.’


“좋아. 정광수 후반전에 출전시키자.”


“오케바리!”


드디어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생각에 흥분한 윤지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포지션은 뭘로 하지?”


“프리맨.”


“프리맨? 그런 포지션도 있었나?”


축구부 감독으로 나름 축구에 대해 많이 안다고 자부했는데 ‘프리맨’이란 포지션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윤지가 눈을 찡긋하며 자신 만만하게 웃었다.


“내가 만든 포지션이야. 믿어봐. 이 경기 반드시 이길 테니까.”




“우아~!”


종료 휘슬이 울리자 마자 나는 머리에 꽃 꽂은 여자처럼 정신 없이 운동장 한 복판을 뛰며 환호성을 질렀다.

시나고 승리!


비록 상대가 약체이긴 해도 이겼다는건 변함없는 팩트.

승리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4대3

지훈의 헤트트릭으로 간신히 동점을 만들 때까지만 해도 조마조마 했는데,

종료직전 행운의 자살 골까지 터진 것이었다.

선수들 역시 자신들의 승리가 좀처럼 믿기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이겼다!”


“해냈다!”


이윽고 승리가 꿈이 아님을 깨달은 선수들이 나를 중심으로 뭉쳐 함성을 질렀다.

일년, 여덟 대회만의 첫 승리.

승리한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었구나.

뇌 속에서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것을 느낀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

선수들은 마치 월드컵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나를 헹가레 쳤다.

내 인생 처음, 하늘을 날았다.



2 회전,

전반전 스코어 0대2

경기 시작 전만 해도 첫 승리의 자신감이 충만했던 선수들 얼굴에 다시 패배의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첫 승리 소식에 한껏 고무된 교장은 휴교령을 선포하며 전교생을 끌고 응원을 왔다.

경기 시작 전 고막을 찢을 것 같았던 응원소리는 지금은 간간히 ‘그럼 그렇지!’ 란 소리가 들릴 만큼 조용하게 변했다.

제길 수많은 응원단 앞에서 망신 당하느니, 그냥 첫 게임에서 지는 것이 나을 뻔했는데.

입술을 깨무는 나를 보며 윤지가 다가왔다.


“언니.”


“안돼! 지금 전교생이랑 교직원 몽땅 응원 온 거 안보여?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선수 교체로 장난 칠 여력 없어.”


“지난 번에도 내말 들어서 이겼잖아.”


“야!........”


버럭 소리 지르려다 간신히 참았다.

라커룸에 들어가지 않고 사이드 라인 밖에서 뛰고 있는 광수에게 들릴까 걱정됐다.

윤지의 팔을 잡고 속삭였다.


“지난번 시합 이기긴 했지만 저 녀석은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볼에 발을 터치한 적조차 없어.”


“그래도 이겼잖아?”


“다른 아이들이 열심히 해서 이긴 거지. 막판에 운도 따라 줬고. 하지만 오늘까지 운이 따라 줄 거라는 보장은 없어.”


“운도 계속되면 실력이야. 그리고 왜 한 게 없어? 볼만 안 건드렸지 제일 많이 뛰어 다녔어.”


“많이 뛴다고 축구 잘하면 마라톤 선수들 다 축구 선수하게?”


“통계는 거짓말하지 않는 다고!”


윤지가 깨알 같은 글씨가 빼곡하게 적힌 두툼한 노트를 내민다.


빌어먹을 통계······.

승리했던 지난 시합 전날밤

그때도 윤지는 승리 공식을 발견했다며 똑같이 노트를 내밀었다.


“광수를 출전 시키는 거야.”


맙소사. 공을 컨트롤 하는게 아니라 공에 컨트롤 당하는 애를 출전 시키는 것이 승리의 공식이라고?

필패의 공식이랑 착각한 것 아냐?


정규 시합이던 연습 게임이던 팀의 모든 경기를 빠짐없이 지켜보고 기록했던 윤지는 쏟았던 열의 만큼 확신에 차 있다.


“이것 봐. 광수가 출전했던 모든 시합은 이겼어.”


“중학교 팀들이랑 다른 고교의 주전도 아닌 후보팀이랑 붙은 시합 결과에 오바하지 마. 광수가 출전해서 이긴 것이 아니라, 이긴 시합에 광수가 있었겠지.”


“우리 선발팀......중딩이랑 2군들과 붙어도 승률이 사십 퍼센트 미만이란 거 잊었어?”


타 고교 2군은 그렇다 쳐도 명색이 고교 축구부가 중딩팀이랑 시합해서 깨진 걸 들먹이다니.

쪽팔려 피 쏠리는 기억을 굳이 끄집어 내는 비겁한 기지배.



그날처럼 오늘 역시 윤지는 노트를 내밀었다.


나는 노트 한쪽 구석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쳤다.


“여기! 광수 출전하고도 진 게임이 두 번이나 있네! 이건 어떻게 설명 할래? 잘나신 고집불통 매니저님?”


회심의 일격이었지만 윤지는 이미 예상했는지 당황하지 않았다.

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 경기들에서 광수는 전반에만 출전하고 후반에는 교체 되었어. 두 게임 다 전반전엔 이기다가 역전패 했고.”




“망할 기지배. 지기만 해봐. 오늘 부로 매니저 짤라버릴 거야.”


결국 윤지 고집에 졌다.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무식하게 뛰기만 했지 공 한번 못 건드리는 광수를 보며 나는 투덜댔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 어느덧 결심은 까맣게 잊고 환호성을 지르며 그라운드를 달려간다.


“이겼다아아아아아아~!”


4대3

지난번 게임이랑 똑같은 스코어.

거짓말 같은 역전승.


그라운드는 물론이고 관중석 역시 흥분의 도가니다.

질 때는 콧빼기도 안보이던 약삭빠른 교장이 제일 먼저 그라운드로 달려 나온다.

선수들이 교장을 헹가레 친다.

작은 몸집의 교장이 하늘로 솟구칠 때마다 대머리에 반사된 햇빛이 눈부셨다.



다음날 교장실로 부른 교장은 공치사부터 늘어 놓았다.


“수고했어요. 민 감독이라면 해낼 거라고 믿었어요.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니까. 하하하.”


믿기는 개뿔!

유일하게 입시 부담에서 자유로운 체육 교사라며 반 강제로 맡겨 놓고 선.


여자 감독의 한계다.

여자라서 카리스마도 없고 선수들을 장악하지 못했다.

군대도 안간 여자가 축구를 알아?

축구 전술을 이해는 해?


동료 교사들의 수근거림을 통해 교장의 뒷담화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뻔뻔하게 웃는 마빡에 오버 헤드 킥을 날려주고 싶다.


교장은 축구부 예산을 대폭 증액 해주겠다고 했다.

지원이 모자라서 졌던 건 아니지만··· 일단 준다니 감사하게 받고 난 그동안 결심해 왔던 말을 꺼냈다.


“이제 축구부 감독은 그만 둘까 해요. 이번 대회 끝나면 감독직 사임 하겠습니다.”


“무슨 소립니까? 민 감독 덕분에 겨우 팀 다워지고 대회에서 승리까지 했는데 이제 와서 그만 둔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제 본분은 체육 교사입니다. 축구부에만 신경 쓰느라 교사 일에는 많이 소홀한 것 같아서요. 체육 교사 둘 밖에 없는데 저 때문에 박 선생님 혼자 많이 고생하시는 것 같아 미안 하구요.”


동료 체육교사 박 선생까지 들먹였지만 교장은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그거라면 걱정 마세요. 이미 교육청에 체육교사 한 분 더 발령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민 감독이 축구부에 더 전념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하하하.”



집에 돌아오자 마자 머리를 쥐어 뜯었다.

빙신.

축구부 감독 따위 애초에 맡는 게 아닌데.

한숨부터 나온다.

회식 자리에서 남 선생들이 흔한 군대 축구 이야기 할 때 괜한 오기로 끼지 말았어야 했다.

명색이 체육 교사인데다. 대학교 다닐 때 ‘모던 축구에 대한 이해’ 란 과목을 수강한 적도 있었다.

여자는 축구를 모른다는 말에 발끈해서 강의에서 배운 얕은 지식으로 남자들 콧대를 납작 하게 해 준 것이 화근이었다.


그날 테이블 건너편에서 말 없이 지켜보고 있던 교장이 몇 주 후, 축구부를 창단 한다며 덜컥 감독을 맡겨버린 것이다.


축구부 없어져도 체육교사일 계속 하면 된다는 생각에 안심하며 대충 안일하게 있었는데.

그런데 여우 같은 교장이 체육 교사를 한 명 더 채용하면서 나를 축구부 전임 감독으로 승진 시킨다 했다.


말이 좋아 승격이다.

코딱지 만한 작은 학교에 체육교사 세 명이나 필요 할리는 없고, 만약 축구부가 없어지기라도 한다면·········

눈칫밥 실컷 먹다가 짤리겠지.


이건 곧 감독에서 짤리면 돌아갈 곳이 없다는 뜻이다.

외통수다.


내 운명은 이제 축구부와 하나가 된 것이나 마찬 가지가 됐다.


작가의말

너는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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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애원 18.09.20 14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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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운빨vs실력 +2 18.09.16 234 0 9쪽
» 승리가 무조건 좋은 건 아냐 18.09.15 254 1 9쪽
1 루저들 18.09.15 32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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