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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미 판타지 지옥에 빠져 들었다.

개발 스트라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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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교s
작품등록일 :
2018.09.15 15:19
최근연재일 :
2018.09.23 14:1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803
추천수 :
9
글자수 :
35,986

작성
18.09.22 08:57
조회
130
추천
2
글자
9쪽

원하는 건 바로......

DUMMY

“퇴부 한다고 한 적 없습니다.”


“그래?..........그랬나? 하하하.”


생각해보니 녀석의 말이 맞다.

퇴부 신청서도 안 냈는데, 안 보이니까 당연히 퇴부하겠지 생각한 거다.

혼자서 미친년처럼 북 치고 장구 친 셈이다.

허탈해서 맥이 풀린다.


“그랬구나. 훈련이랑 연습경기 할때 안 나오길래 걱정했어.”


“걱정하셨다니 안 나가길 잘 했군요.”


“잘 해?”


뚱딴지 같은 소리로 대화를 이끈다.

의도를 모르지 않지만 짐짓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일년 동안 감독님 눈에 들기 위해서 죽어라 운동장을 뛰었습니다. 눈길 한 번 안 주시더니 막상 안보이니까 관심을 보이시네요.”


“내가 감독이면서 너무 무관심 했지? 미안.”


“이해합니다. 악마의 개발을 가진 후보선수까지 관심을 나눠 줄만큼 한가한 자리는 아니니까요.”


팀 내 다른 선수들이 자신을 비웃는 소리를 듣긴 한 모양이다.

그렇다고 자기 입으로 직접 민망한 별명을 꺼낼것 까지야.

뼈를 주고 살을 취하는 자세.

은근 말에 뼈가 있다.

자기 비하하는 척 하면서 감독의 직무유기를 지적질한다.

그런 멘트를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날리다니 엄청난 멘탈의 소유자가 분명하다.


“실력이 좀 모라라면 어때. 축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니.”


“감독님에겐 인생의 전부 아닙니까?”


녀석던지는 뼈를 막는다고 던진 말인데 더 센 반응이 날아온다.


“무슨 뜻이야?”


“체육 선생님 한 분 더 오셨습니다. 입시 전문 인문고치고는 체육교사가 너무 많죠. 축구부 폐지하라고 학부모들 항의는 여전하고. 축구는 광적으로 좋아해서 교내 축구부 만드는 거 일단 저지르긴 했지만 책임은 지기 싫은 여우 같은 교장에겐 적당한 희생양이 필요하겠죠. 다들 전임 감독 되신 것을 축하하겠지만 전 축구부 성적 안 나오면 감독님이 바로 실업자 신세가 될 까봐 걱정되는데요.”


이 자슥, 천재라는 걸 알았지만 겪어보니 입이 딱 벌어진다.

체육교사 한명 더 온다는 작은 단서로 내 상황을 손금 보듯 정확히 읽어내고 있다.

특히 교장과 나의, 축구부를 두고 얽힌 관계는 나도 어렴풋이 깨달았을 뿐이다.

친동생인 윤지에게 조차 털어놓지 않은 비밀이나 마찬가지였다.


내 표정으로 자신의 추리를 확신한 녀석은 더 거만해졌다.

고삐리 주제에 세상 달관한 듯한 표정이 심히 거슬린다.

자기가 내 구세주라도 될 것같은 말투도.

아니나 다를까 또다른 추리로 나를 완전 벙찌게 한다.


“대머리는 남성호르몬 테스토르테론 과다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대머리 거지는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테스토르테론은 사람을 도전적으로 만들고 욕심을 자극하게 하죠. 아직 주변머리 정도는 남은 교장의 욕심으로 봤을 때 다음 대회에 우승까지는 아니겠지만 8강은 원할 겁니다.”


머리 숱가지고 그 사람이 얼마나 무엇을 원하는 지를 맞출 수 있다니.

이 자식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다.

문득 이 녀석 데리고 미아리에 돗자리 깔면 대박이나 다름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냉철하고 명확한 사고,

어쩌면 나보다 더 감독에 어울리는 자질이었다.


“시나고 축구부를 전국대회 8 강에 올라가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저에게 무엇을 해주시겠습니까?”


낮지만 또렷한 목소리와 논리적인 말투는 사람을 빠져들게 만든다.

얼마 전까지 경기 출전은 커녕 후보 축에도 못 드는 악마의 개발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잊었다.

녀석이 없으면 큰일 날것같은 기분이 든다.

출전만 하면 8강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착각까지 생기며 녀석이 던진 미끼를 덥석 물었다.


“원하는 게 뭔데?”


“감독님이요.”


모든 감정이 뒤섞인 욕망을 담은 눈빛에 정신이 번쩍 든다.


“무슨 소리야? 설마 감독인 내 자리를 원하니?”


“감독님을 좋아합니다.”


모르는 척 넘어가게 해 주지를 않는다.

고삐리 주제에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축구부지 야구부야? 다짜고짜 돌직구 날리면 난 어쩌라고?


교사와 학생의 썸씽이라니, 큰일날 소리.

듣는 사람 없나? 주변부터 살폈다.

다행이 주위엔 오직 우리 두 사람 뿐이다.


“얼굴이 빨갛게 물든 모습조차 귀여워요. 밤이 되기 직전의 어두운 하늘을 마지막 물들인 노을처럼 아름답습니다.”


까만 피부가 달아오른 걸 이렇게 설레 표현하다니.

너같은 남자는 처음이야.

고등학생만 아니었어도············..잠깐!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얏!


고개를 흔들었다.

정신줄 붙잡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얼굴색 하나 안변한 채 여자를 설레게 만드는 오글거리는 멘트를 날리는 녀석이 고작 고삐리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더 이상 느끼한 멘트를 날리기 전에 무슨 말이든 해서 입을 막아야 겠는데.

드라마나 영화의 뻔한 클리쉐 밖엔 떠오르는 말이 없다.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우리는······.”


“일년 반 후엔 아니죠."


무슨 말 할지 미리 아는 것처럼 내 말을 끊는다.


“제 인내심은 최고입니다. 감독님이 나에게 관심 가져 주길 바라면서 일년 넘게 훈련 한번 안 빠지고 죽어라 열심히 뛰었습니다. 일년 반이 아니라 십년도 기다릴 수 있습니다. 지금은 나이 차이가 커 보여도 그때는 별것 아니게 되겠죠.”


십년 후면 난 이미 삼십대 중반이다.

그때까지 이 당돌한 애송이 고삐리를 기다리라고?

도저히 듣고 있기 거북해서 그냥 있을 수 없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일은 못들은 걸로 할게. 축구부는·········..”


이 마당에 축구부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건 너무 구차한 것 같다.

나오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심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광수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녀석, 원래 이렇게 키가 컸었나?

축구부 생활 일년동안 어느새 나를 내려다 볼만큼 훌쩍 커버렸다.

녀석의 당당한 체격에 살짝 놀랐다.

처음 봤을 땐 작고 비리비리 한 애였는데 언제 이렇게 건장한 남자가 된 거지?

떡 벌어진 어깨가 시야을 꽉 채운다.

처다보기 민망해서 살짝 고개를 숙이자 축구부 에이스 지훈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바지를 꽉 채운 굵은 허벅지가 눈에 들어온다.


광수가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듯 말했다.


“윤지가 졸업하고 독립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윤지 서포트 하셔야 할텐데 학교에서 짤려도 괜찮겠습니까?”


녀석의 물음에 난 얼어붙어 움직일수 없었다.


독사 같은 자식!

내 가정사 뒷조사까지 한 거냐?

아픈 곳만 콕콕 골라가며 찌른다니.


팩트 폭행을 당하고서 힘없이 주저 앉았다.

얄밉게 미소 짓는 녀석을 노려보았다.


“너 뭐니?”


“윤지에게 들으셨으면 아시겠지만.”


“못 들었거든. 너 따위가 뭔지 내가 알게 뭐야.”


자존심 상할대로 상했다.

될대로 되라며 어깃장을 놨지만 녀석에겐 안 통한다.


"들으셨다는 거 다 압니다."


"못 들었거든! 윤지가 말 했는지 않했는지 어떻게 알아?"


“보통 여자라면 남자가 좋아한다는 말을 처음 듣는다면 놀라게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아무리 싫은 남자도 왜 날 좋아하는지. 어디가 좋은지 묻고 싶어지는 법입니다.”


"나 보통여자 아니거든."


"감독님 특별한 여자입니다. 속마음이 얼굴에 다 비치거든요."


녀석이 얄미운 미소 지으며 바라봤다.

내숭떨고 속마음 숨키고 밀당하는 거 극혐인 건 사실이다.

그래도 오늘 처음으로 대화다운 대화를 해본 고삐리 녀석에게 지적당하는 것이 떫떠름 하다.


“너 좀 무섭다. 그래, 윤지한테 들었어. 죽은 누나때문에 나를 좋아한다며? 절대 아플 것 같지 않고 튼튼해서. 예쁘거나 매력적이라서가 아니라 튼튼해서라니, 좋아하는 이유치곤 좀 과격하지 않니?”


“누구나 자신만의 미의 기준이 있으니까요. 여성스러운 아름다움 보다는 파워와 내구성이 더 좋아요."


잘났다 정말!

하다못해 빵빵한 엉덩이나 평균을 넘는 가슴이라도 예쁘다고 거짓으로라도 말 해주면 어디가 덧나?

어디서 굴러먹다 생긴 자신감인지.

대책없이 솔직한 말투가 영 싫다.

녀석은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할말만 계속한다.


"감독님을 좋아하니까 돕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사랑도 얻을 겁니다.”


진심을 담은 눈빛이다. 하지만 마냥 거북하다.

당장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데, 빌어먹을 인생.

민 윤지라는 혹만 없어도 어떻게 해 볼 텐데.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옮싹달싹 못하는 기분이 든다.


그와중에도 이 당돌한 고삐리가 원하는 데로 마냥 끌려 다닐 순 없다는 반발심이 든다.

죽을 때 죽더라도 최후의 발악은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난 당나라 백만대군을 눈앞에 둔 계백의 심정으로 단호하게 저항했다.



“우승! 우승을 하면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할게.”


작가의말

야메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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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운빨vs실력 +2 18.09.16 234 0 9쪽
2 승리가 무조건 좋은 건 아냐 18.09.15 254 1 9쪽
1 루저들 18.09.15 32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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