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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미 판타지 지옥에 빠져 들었다.

개발 스트라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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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교s
작품등록일 :
2018.09.15 15:19
최근연재일 :
2018.09.23 14:1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807
추천수 :
9
글자수 :
35,986

작성
18.09.19 10:26
조회
177
추천
1
글자
10쪽

운수 좋은 날

DUMMY

당나라 무협지 쓸 것도 아니면서 박 기자는 뜬구름 잡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만 주구장창 해댄다.

광수랑 함께 인터뷰 하기 전까지 일단 기사는 보류하겠다며 다음엔 광수를 꼭 데리고 나오라는 무거운 숙제까지 안겨 주었다.


젠장. 조그맣게라도 신문에 기사가 나가서 얌체 교장 눈에 들어야 축구부가 지속될 확률이 높아지는데.

그래도 집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마냥 무겁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가볍다 못해 날아갈 것같다.

멋진 훈남 박현준 기자가 헤어지며 날린 마지막 멘트가 메아리 처럼 귓가에 울린다.



박 기자는 헤어지자며 악수하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시원한 눈망울에 나를 가득 담았다.


“최초의 여성 감독과 수학 천재 축구 선수, 좋은 기사가 될 겁니다. 빠른 시간 내에 인터뷰 했으면 좋겠습니다."


"노력은 해 보겠지만.....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


"기대 할 겁니다. 그리고 이번 기사를 마무리하고 나면 기자와 감독이 아니라 한 남자과 매력적인 여성으로서 당신을 인터뷰 하고 싶습니다.”


그의 시선이 화끈하게 달아오른 내 얼굴에 꽂혔다.


이거 분명 들이 댄 거 맞지?

생각 할수록 나도 모르게 코평수가 넓어진다.

박 기자처럼 멋있는 훈남과 커플이라니.

가슴이 한없이 부풀어 오르다 터져 버릴 것 같다.


윤지의 황고 고집이 내 인생 그린 라이트가 되어주다니.

애원한대로 광수 대신 지훈이랑 데이트하러 갔다면 어쩔 뻔했어?

황소 고집 덕분에 광수를 인터뷰에 데리고 나갈 희망은 살아있었다.

셋이서 인터뷰만 성사 된다면.........

흐흐흐. 달달 라이프 스따뚜! 내게도 이런 일이, 원투쓰리, 포!

콧 노래가 절로 나온다.


광수랑 밥 먹으러 간다는 동생에게 잘 놀고 오라고 용돈이라도 줄 걸.

슬그머니 후회가 밀려 들었다.



집에 돌아왔다.

남는 시간, 맥주와 프리미어 리그로 시간을 때웠다.


-띠리리!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내 반사신경이 반응하고 번개같이 현관으로 쪼르르 달려 갔다.


“윤지야~ 장한 내 동생! 잘 놀다 왔어? 좋은 시간 보냈니?”


고집불통 동생이 꼬옥 안아주고 싶을 만큼

너무나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아침까지 극구 반대하다가 갑자기 돌변하니까 너무 속보였나?

언니로서 진심으로 축하해 주려는 데 기지배, 독기 품은 눈으로 노려보더니 방문이 부셔져라 큰 소리와 함께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동생 두 눈에 물이 차 있는 게 내 수퍼 슬로우 모드 동체 시야에 걸렸다.

팔 부러져도 눈물 한방을 안 흘리던 독한년인데 뭐야? 설마 오늘 데이트 잘 안 풀린 건 가?

미친뇬, 괜한데서 뺨 맞고 왜 엄한데다 화풀이?

평소라면 머리끄댕이 붙잡고 참교육 시전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박 기자와의 인터뷰 때문에 급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무엇이 저 독한 기지배를 울렸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왠일로 방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방문을 열었다.

동생의 슬리핑 프렌드인 거대한 곰 인형이 날 덮쳤다.


“꺼져! 꼴 보기 싫으니까 꺼지라고!”


특급을 자랑하는 반사 신경이 아니었다면 날아오는 곰에 맞아 쌍코피 터질 각이다.

분명 잘 안된 거다.

기지배. 성질머리 하곤.

스포츠 인으로서 포기를 모르는 도전 정신이 날 일깨운다.

커다란 곰 인형을 방패 삼아 다시 문을 열었다.


더 이상의 공격은 없었다.

곰인형 어깨 너머로 빼꼼하게 바라봤다.

윤지는 침대에 엎드린 채 훌쩍이고 있었다.


“지금 우는 거니?”


“아무말하고 싶지 않음. 꺼져 주삼.”


“무슨 일 인데? 오늘 광수가 밥 먹자고 한 거잖아? 밥 먹자고 한 놈이 찼을 리는 없고, 그럼 진짜 밥만 먹자는 거였어?”


“············..”


대답이 없다.

진짜 그런 모양이다.

갑자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재수 드럽게 없는 인생.

무슨 경기던 관전하러 가면 꼭 응원하던 팀이 패한다.


재수 탱이 기지배 남자에게 차여 봐야 흔녀 마음 알겠거니 매일 저주를 퍼부을 땐 아무일 없더니 기껏 진심으로 잘 되라고 비니까 바로 폭망이란다.

안 되는 년은 안 된다더니.

꼭 동생이 안 된게 나 때문인 것 같다.

자조 섞인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하하. 진짜 골 때린다. 민윤지 차이다니.”


“웃지 마.”


윤지가 심각한 목소리를 낸다.

그럴수록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하하하. 이쁘게 보일 거라고 밥도 굶어가며 다이어트 했는데 헛고생 했네? 푸푸푸.”


“웃지 말라고!!”


“큭큭큭! 광수 그 자식도 정말 웃기는 자식이네. 축구만 개발인줄 알았더니 연애도 개발이야. 천하의 민윤지 불러 놓고 그냥 밥만 먹다니. 그럴려면 뭐 하러 불렀대? 밥 못먹어 환장했는 줄 알았남? 크큭!”


웃다 못해 눈물까지 난다.

그런 나를 못참겠는지 윤지의 날카로운 육성이 터졌다.


“웃지 말랬지! 그 십숑키가 너 때문에 날 부른거 랜다. 너가 너무 좋아서 너에 대해 물어보려고 날 부른거래! 됐냐? 나쁜 년아!”




오잉? 이건 또 광화문 광장에서 야밤에 이순신 장군 동상하고 칼 싸움 하는 소리?

웃음이 쏙 들어가고 잠시 침묵이 흐른다.


윤지가 열받은 얼굴로 광수와 있었던 일을 털어 놓았다.

난 이슬먹은 달팽이 눈으로 그녀가 하는 말을 들어주었다.


“그러니까 밥 먹으면서 계속 나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다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남자 친구 있는지?”


윤지가 자존심 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믿을 수 없다.

예쁘고 귀여운 동생을 놔두고 나에게 관심있는 남자라니 말이 안되다.


“녀석이 여자를 사귀어 봤겠어? 괜히 어색하고 부끄러우니까 그냥 나를 화제로 삼은 거 아냐?”


“처음엔 숫기가 없어서 지어낸 관심인 줄 알고 꼬박꼬박 대답해 줬는데···..밥 먹는 내내 언니 이야기만 하니까 이상하고 쏴한 느낌이 드는 거야. 내가 또 남자에 대한 감은 끝내 주잖아. 따져 물었지. 처음엔 아니라고 하다가 결국 털어 놓 더라고 언니를 좋아한다고 자기 이상형이라고 그러니까 도와 달라고.”


로또는 커녕 동네 문방구 뽑기조차 뽑는 족족 꽝일 정도로 재수 없는 인생이다.

남친은커녕 흔한 헌팅조차 당해 본적이 없는 흔녀.


나 좋다는 남자가 갑자기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한꺼번에 나타났다.

어디 쌓아 놨던 복이 한꺼번에 터진 모양이다.


마냥 좋아하긴 이르다.

동생과 동갑내기인 일곱 연하 핏댕이가 날 좋아한다고 해서 정신 줄 놓을 만큼 어리숙하면 곤란하지.


그래도 한편으론 저 도도하고 잘난 친동생 민윤지를 인생 처음으로 눌러 줬다는 생각에 흐뭇한 건 어쩔 수 없다.


“그 녀석 천재라더니 머리가 살짝 맛 간거 아냐? 예쁘고 귀여운 널 두고 늙다리 내가 어디가 그리 좋다니?”


딴에 편 드는 척하며 물어봤는데 기지배, 눈치 백단 아니랄까봐 금방 아니꼬운 표정을 짓는다.


“꼴에 연하가 지 좋아한다고 광대 승천하는 거 봐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을 상인 년이 금방 기가 살아 났다.

하긴 지 좋다고 목매달고 쫒아 다니는 남자가 몇인데, 남자 하나에게 거절 당했다고 기죽으면 민윤지가 아니지.

날 당황하게 만드는 싸가지는 여전한 걸 보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내가 뭘!”


“널 보면 죽은 자기 누나가 생각 난데. 몸이 약해서 어린 나이에 죽었데. 자기는 무조건 건강하고 튼튼한 여자가 좋대. 넌 드럽게 힘 쎄고 튼튼해서 절대 빨리 안 뒤질 것 같아서 좋다드라. 무식하게 힘만 쎈 짐승녀야!”


살다 살다 힘 쎄고 튼튼한 여자라서 좋아 한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예뻐서도 아니고 매력적이어서도 아니고 튼튼해서라니!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황당해서 말문이 막힌다.


녀석은 절대 내 취향은 아니다.

평생 고백한번 못 받은 모쏠이라 해도 취향은 존중 받을 권리는 있는 거다.


차라리 몰랐으면 박 기자와 인터뷰 건도 있어서 축구부에 남아 달라 넌지시 물어라도 보려고 했는데......

좋아하는 걸 안 이상 죽으면 죽었지 광수에게 사정할 생각은 없었다.

고지훈이라면 모를까, 절대! 네버! 축구부에 남아 달라고 광수에게 애원하는 일은 없을 거라 다짐했는데······.


광수와 마주 앉은 내 자신이 한심하다.

한심함에 더해 짜증나는 건 건방진 녀석이 당연히 내가 자신을 찾아 올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당당한 자세로 앉아 있는 거다.


좋아한다고 윤지에게 들었을 때 나도 누군가의 이상형이 될수 있구나란 생각에 살짝 기분 좋았지만 그때 뿐이다.

그 뒤론 발가락의 때만큼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래 뵈도 멋진 훈남 박현준 기자의 뻐꾸기까지 받은 여자다.

고삐리에게 넘어갈 만큼 정신 줄 놓은 여자는 아니니까.


마성의 허벅지 고지훈이라면 모를까······.딸꾹!

아무튼 머리는 좋지만 비리비리 비실비실한, 내 취향과 완전 동떨어진 녀석니 좋아하던 말던 관심 일도 안 갔다.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되는 녀석이다.

축구 그만 둔다고 전혀 아쉬워할 이유가 없다.


결국 녀석을 찾은 것은 취향이 변해서는 절대 아니다.

여전히 녀석은 그저 운만 좋은 악마의 개발일 뿐이다.

운에 인생을 맡기기엔 난 너무 나이가 들었고.


마음을 바꾼 건 엉뚱하게 XXX XXX XX 때문이었다.


작가의말

왜 먹지를 못하니~ㅠㅠ

XXX XXX XX 는 뉴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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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승리의 원인 +1 18.09.23 132 1 9쪽
8 원하는 건 바로...... +1 18.09.22 131 2 9쪽
7 애원 18.09.20 147 2 9쪽
» 운수 좋은 날 18.09.19 178 1 10쪽
5 운명의 장난? 신의 엿먹임? 18.09.18 197 1 9쪽
4 에이스를 잡아라 18.09.16 209 1 10쪽
3 운빨vs실력 +2 18.09.16 234 0 9쪽
2 승리가 무조건 좋은 건 아냐 18.09.15 254 1 9쪽
1 루저들 18.09.15 32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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