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22,511
추천수 :
719
글자수 :
491,767

작성
23.02.25 13:14
조회
248
추천
8
글자
12쪽

56화.

DUMMY

초리가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니 가지고 갈 장비는 어떻게 하라고, 이런걸 입고 점프를 하라는 겁니까?"


들어보니 무게가 제법 나간다. 거기다 산소통까지 달려있으니 당연한 건가?


"그래도 목숨이 달린 일이니 입으라면 입을 수밖에 없는 일이지."


20,000ft상공에서 강하할 예정이라고 들었던 헤글러는 그래도 조금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적어도 냉동이나 산소부족으로 기절한 상태로 떨어지진 않을 테니까.

'어쨌든, 내 생각대로 미친 놈들이 맞는 거야.'


이만 피트면 6Km가 넘는 높이다. 자신이 알기론 아직 까지 그 높이에서 강하를 시도한 사람이 있었다는 말은 아직 들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겁을 집어먹은 헤글러의 얼굴을 본 강호는 기분이 좋아졌다.


'크크큭, 이눔시키. 보초 서는 게 싫다고 투정을 했었지, 어디 이번 기회에 혼 좀 나봐라.'


아놀드는 여전히 걱정 가득한 얼굴로 강호를 쳐다보았다.


"시험강하라도 한번 해보고 가야 되는 거 아닐까?"


부지런하게 장비를 챙기고 있는 초리를 쳐다보던 강호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귀찮게 그럴 거 뭐 있나? 닥치면 다 하는 건데."


"선배, 낙하산은 우리가 접을 거요?"


"얘들이라고 낙하산 하나 제대로 못 접겠냐? 보조낙하산도 있으니 그냥 편하게 가자. 짐 많으면 뛰어다니기 힘들다는 거 알지? 그러니까 장비는 최대한 간단하게 챙겨, 거기서 현지 조달하는 방법도 있을 테니까."


"그래도 기본적으로 가져갈 건 가져가야지요."


"그래, 네 장비는 네가 알아서 챙겨라."


강호는 최신형 베레타92 두 자루를 양쪽 허벅지 바깥쪽에 차고 탄창 네 개를 허벅지위에 두 개씩 매달았다. AK47소총과 탄창을 분해해 전술배낭에 탄약 300발과 세열수류탄을 챙겨 넣고 구급낭과 고칼로리 에너지 바를 남는 자리에 채워 넣었다. 중요한건 전투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가 끝난 복장 위에 입맛대로 개조한 강하슈트를 입자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지만 그래도 궁리를 짜낸 끝에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지상에 착지하는 순간 지퍼만 열어버리면 바로 전투모드로 돌입할 수 있을 테니까.


결국 강호의 의견대로 야간강하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새벽1시 터키 인시를릭 공군기지에서 중간급유를 마치고 출발한 C-130수송기는 손님이라곤 달랑 3명만 태우고 순항속도인 시간당 540km의 속도로 이라크영공을 날고 있었다. 하지만 이란영공에 들어서기 전 미사일 요격을 피하기 위해 수송기의 최고고도인 10Km상공을 최고속도인 시간당 600km에 가까운 속도로 날게 될 것이다.


이제 목표지점까지 불과 30분 남짓 남겨놓았다.

강하지점이 가까워질수록 기절할 것 같은 얼굴로 늘어져 있는 헤글러를 그만 놀릴 때가 된 것이다.


"이봐, 헤글러. 넌 다시 돌아가도록 해. 이게 네가 끼어들 만한 작전이 아니란 건 이제 눈치 챌 때도 됐잖아, 그렇지 않아?"


해글러의 떨리는 눈빛을 확인한 강호가 말을 이었다.


"그래 바보가 아닌 담에야 너도 눈치 챘겠지, 그러니 이쯤에서 돌아가는 게 좋아."


얼굴이 붉어진 헤글러가 어쩔 줄 모르고 고개를 숙였다.


.....


"키키킥. 이봐, 헤글러 선배가 널 골려주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끌고 온 거란 걸 아직도 눈치 채지 못한 거냐? 이 바보 같은 놈. 내가 보기엔 넌 땅을 디뎌보기도 전에 죽을 거 같다. 그러니 쪽팔리다 생각하지 말고 돌아갈 수 있을 때 돌아가도록 해. 하나뿐인 목숨이니까 아껴 써야지."


헤글러의 고개가 땅을 파고들어갈 기세로 숙여졌다.

'흐흐흐, 아니지 기내니까, 기체를 뚫고 나갈 기세라고 해야 하나?'


"초리야, 잘 알고 있겠지만 빈대떡이 되기 싫으면 고도계에 신경 써라."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쇼."


로드마스터가 강하준비를 알렸다.

"그린라이트!"


시속 1,149.5㎞의 속도로 낙하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캄캄한 밤하늘에 정지해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초당 320m의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중인데도 여압복 때문인지 여전히 속도를 체감할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자동적으로 제동낙하산이 펼쳐졌다. 기압이 낮은 고도에서 사람의 몸이 나뭇잎처럼 빙글빙글 도는 ‘플랫스핀’ 현상이 발생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제동낙하산의 말이 나왔을 때 강호는 필요 없다고 했지만 겁 많은 아놀드가 설치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더 빠른 속도로 낙하를 해도 시원찮은데 갑자기 제동이 걸리자 짜증이 났지만 하늘 위에서 어쩔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강호는 고도계가 600ft를 지시할 때 낙하산을 펼쳤다. 만약의 경우 주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으면 보조낙하산을 펼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덜컥. 몸이 하늘로 끌려 올라가는 느낌과 동시에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손목에 차고 있는 PPS(Precision Positioning Service)가 조그맣게 소리를 내며 울었다.


"다행이 제대로 온 것 같네."


초리의 위치는 자신의 100m정도 우측에 있다고 PPS의 액정에 붉은 점으로 나타나 있었다.


"이거 참, 세상 편해졌구나."


"흐흐, 선배. 다행이 죽지 않고 살았으니 밑에서 봅시다."


이놈도 PPS로 자신을 확인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 밑에서 보자."


여압복을 벗어던지자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저쪽에서 초리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야간 착지만큼 위험한 게 없기에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지."


"뭐, 초보자도 아니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래, 그럼 됐다."


"이제부터 어디로 가면 되는 거지요?"


"일단 숙박할 곳부터 찾아보자. 가져온 장비를 숨겨 놓을 곳도 필요하고."


"시내로 먼저 들어가는 겁니까?"


"아니, 먼저 이란정부에 저항하고 있다는 쿠르드족부터 찾아볼 생각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그들의 협조를 받아볼 생각이다. 그다음엔 미국대사관이 있던 자리에 가볼 생각이다. 아직도 대사관 직원들은 거기에 구금돼있다는 정보가 있으니까."


"정보대로 거기에 그냥 갇혀있으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다른 곳으로 끌려갔으면 골치 아프겠는데요?"


"거기 있길 바라야지. 아니라면 찾아내야 될 것이고. 그리고 여긴 아직도 전쟁 중이니 주민들과의 마찰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거 알고 있지?"


"당연하지요, 신고라도 들어가는 날이면 골치 아파지니까요."


"바로 그거야."


"에이, 너무 걱정하지 마십쇼, 우리가 잘하는 게 바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


테헤란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산의 중턱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강호가 안 되겠다는 듯 몸을 돌렸다.


"왜요? 선배."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수비대들이 순찰을 돌고 있으니 이대로 들어가선 안 되겠다."


"네? 그게 여기서 보입니까?"


"너, 야시경 챙겨왔지 그거로 보면 될 거 아니냐."


"아, 그렇지요."


접안렌즈 속에 대공포가 설치된 테크니컬차량들이 군데군데 서서 경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차량 주위엔 수비대로 보이는 군인들이 경계총자세로 한 치 흐트러짐도 없이 늘어서서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정말이네요.. 저 새끼들 왜 신 새벽에 잠도 안자고 저 지랄을 하고 있는 걸까요?"


"글쎄 무슨 일이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은데.. 나라고 알 방법이 있겠냐?"


그때 서쪽 하늘에서 하늘을 찢듯이 붉은 빛줄기가 시내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허-. 미사일이다. 아무래도 이라크가 날린 모양인데?"


쾅. 쾅.

펑. 펑.

미사일을 노린 대공포가 불을 토해낼 때마다 탄막을 형성한 붉은 빛줄기가 촘촘한 그물처럼 하늘을 덮기라도 할 것 같이 밤하늘을 폭죽처럼 밝히고 있었다.


"아, 그래서 저놈들이 대공포를 배치해 놓은 모양이군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이거 전쟁을 잘만 이용하면 의외로 구출작전이 쉬워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라크가 대사관 주변에 미사일 몇 발만 떨어트려주면 좋을 텐데.. 강호는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나갔다.


쾅.

치밀한 탄막을 뚫고 들어온 미사일이 지상에서 화려한 지옥불을 피워 올렸다.


"저거 민간인 지역 아닌가요?"


"모르지, 하지만 민간인구역이라고해서 위장한 군사시설물이 없으란 법은 없으니까."


"그렇긴 하지요. 흐흐, 막상 당하는 놈들이야 무시무시하겠지만, 어쨌든 밤에 보니까 멋있긴 하네요."


혁명수비대가 쏘아올린건지 밤하늘을 뚫고 올라가는 미사일꽁무니에 매달린 불꽃이 보였다.


"제법 반격도 하는걸."


"이 상태로 가면 아무래도 지원을 많이 받고 있는 이라크가 유리하지 않을까요?"


"그걸 누가 알겠냐? 호메이니라는 늙은이의 초상화를 보니까 눈에 독기가 가득 차있던데."


"히히히, 전쟁이 독기만 가지고 있다고 되는 겁니까?"


"무기가 많으면 당연히 좋겠지. 그래도 싸움은 미사일을 주고받는 것보다 육군이 땅을 점령을 해야 하는 건데, 막상 근접전투가 벌어지면 그땐 누가 더 유리하겠냐?"


"하긴, 이 악물고 덤비면 쫄 수도 있겠네요."


한참동안 공방전이 끝난 후 도시는 다시 침묵에 잠겼다.


"이제 구경거리 끝난 거 같다. 우리도 그만가자."


다시 산으로 발길을 돌리는 강호의 뒤를 초리도 따라 움직였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이산 어딘가 쿠르드 유목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있다고 보고서에서 본 것 같아서."


"네, 유목민들이 지금도 있습니까?"


"터키에서 쫓겨난 쿠르드족들이 살고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난 왜 못 봤지요?"


"너야, 원체 그런 쪽으론 관심이 없으니까 그렇겠지."


"흐흐, 하긴 뭘 읽는다는 게 귀찮긴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모르지. 작전을 나가는 놈이 정세에 그렇게 관심이 없어서야 어떻게 하냐."


초리가 발에 차이는 돌을 걷어내며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황무지 같은 이런 돌산에서도 짐승을 키울 수 있는 겁니까?"


"나도 모르지 그래도 명색이 산인데 돌만 있겠냐? 어딘가 풀이 나는 곳도 있겠지."


"하긴.."


------


이라크의 사담대통령은 풀리지 않고 있는 전선의 상황이 답답하기만 했다.

계획 대로라면 지금쯤이면 호람샤르를 넘어 목표로 삼은 후제스탄까지 점령을 하고 있어야 당연한 일이었지만 엄청난 물량 공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까지도 이란은 전혀 후제스탄에서 물러날 낌새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대로 무기와 병력만 소모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여태껏 폐기처분 된 무기와 소모된 병력만 해도 엄청난 돈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는 절대 못하지. 어쨌든 소련과 미국에서 무기를 더 사들여야 하는데 너무 비싸단 말이야. 차라리 중국이나 북한에서 덤핑으로 판매한다는 무기를 사들이는 더 낳지 않을까?"


얼마 전에 만났던 북한대사의 은근한 말이 유혹적으로 들렸었다.


"아무래도 전쟁이 길어지면서 미사일이 부족해지실 것 같은데, 각하께서 말씀만 하시면 우리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에서는 언제든 배를 띄울 준비가 되었습니다. 우리 공화국에서 제조한 미사일을 미제의 미사일보다 30%저렴한 가격으로 각하께서 필요로 하는 수량만큼 즉시라도 제공할 용의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우리 공화국에선 그동안의 우의를 생각해 물건 값도 현물로 받을 용의가 있습니다."


"음... 생각해봅시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실상 걱정은 물건 값 때문이 아니었다.

미국이 알게 된 후에 뒤따라올 후환이 두려운 것이다.

자신들의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몇몇 나라들에게 공산권이란 빨간 선을 그어 놓고 단순 거래조차 하지 못하도록 금수조치란 이름으로 막아버린 놈들이니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1 61화. 23.03.03 218 6 12쪽
60 60화. 23.03.02 211 8 12쪽
59 59화. 23.03.01 211 8 12쪽
58 58화. 23.02.28 218 7 12쪽
57 57화. +2 23.02.27 219 8 12쪽
» 56화. 23.02.25 249 8 12쪽
55 55화. 23.02.24 227 8 11쪽
54 54화. 23.02.23 231 8 12쪽
53 53화. 23.02.22 237 8 12쪽
52 52화. 23.02.21 238 7 12쪽
51 51화. 23.02.20 246 8 12쪽
50 50화. +2 23.02.18 248 9 12쪽
49 49화. 23.02.17 273 8 12쪽
48 48화. 23.02.16 245 9 12쪽
47 47화. 23.02.15 242 9 12쪽
46 46화. 23.02.14 235 9 12쪽
45 45화. +2 23.02.13 247 9 12쪽
44 44화. 23.02.11 247 11 12쪽
43 43화. 23.02.10 246 9 12쪽
42 42화. 23.02.09 247 9 13쪽
41 41화. +2 23.02.08 253 8 12쪽
40 40화. 23.02.07 241 8 12쪽
39 39화. 23.02.06 244 8 12쪽
38 38화. 23.02.04 263 9 11쪽
37 37화. 23.02.03 250 9 13쪽
36 36화. 23.02.02 257 9 12쪽
35 35화. +2 23.02.01 250 9 12쪽
34 34화. +2 23.01.31 256 8 12쪽
33 33화. 23.01.30 257 11 12쪽
32 32화. 23.01.28 266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