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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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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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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1화.

DUMMY

참호의 기관총좌에 앉아 경계를 서던 경비병들은 안에서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총소리에 놀라 어리둥절해서 현관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봐, 이반. 안에서 들려온 게 총 소리 아닌가?"


"나도 총 소리가 나는 걸 들었어."


"갑자기 무슨 일이지?"


"들어가서 확인해 볼까?"


"이거 봐, 안에 대장도 있잖아, 대장한테 자리 비우고 돌아다닌다고 혼날 일 있어?"


"그.. 아무래도 들어가면 안 되겠지?"


"글쎄? 난 모르겠다, 혼나긴 싫으니 자리나 지키고 있어야지."


대장의 지랄 같은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둘은 안의 상황이 궁금했지만 어쩔 줄 모르고 얼굴만 마주 보고 있었다.


이반은 갑작스럽게 문이 열리고 낯선 인간이 나타나자 무의식적으로 총구를 틀었다.


타탕.

당황하던 두 명의 경비병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시체를 끌어내린 강호는 총좌에 앉아 탄띠를 확인했다. 총좌 옆에 700발에 가까운 예비탄띠가 쌓여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예상했던 대로 사이렌 소리가 긴박하게 울려 퍼지고 시끄럽게 고함을 질러 대며 병사들이 막사마다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도 총좌를 장악한 다음에 울린 게 천만다행이구나.'


강호는 막사에서 쏟아져 나온 병사들을 향해 총구를 돌리고 트리거를 당겼다.

투투투투퉁. 투투퉁.


총구에서 붉은 화염이 튈 때마다 무더기로 쓰러지는 병사들이 보였다.


투투투퉁. 투투투퉁.


부와아앙.

금방 이라도 터져 나갈 것 같은 엔진소릴 내며 뒤늦게 BTR이 달려왔지만 순식간에 구멍이 숭숭 뚫린 고철이 되어 그 자리에 돈좌하고 말았다.


블라디미르의 연속 발사로 묵직한 반동이 어깨를 때리고 있었지만 과녁을 놓치는 법은 없었다.

엄폐물 뒤에 숨어 총을 쏘아 대는 놈들이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숨어있던 엄폐물과 함께 산산조각으로 만들어버렸으니까.


갑자기 건물 뒤에서 탱크가 나타날 때까진 좋았다.


"이런 씨벌. T-55! 어디에 저런 게 숨어있었던 거지?"


자신을 향해 포탑을 돌리는 모습에 질겁한 강호는 총좌를 버리고 뛰어내렸다.


쾅!

쿠-웅!


발사를 마치고 들썩이는 탱크를 본 강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벙커를 볼 수 있었다.


"씨발, 까딱했으면 뒈질 뻔 했네."


사진으로만 봤지 전차를 상대하는 건 처음이라 100mm 고폭탄의 위력이 이렇게 클지 미처 몰랐었다.


"저놈은 포탄을 48발이나 싣고 다닌다고 들었는데, 이거 대전차포도 없고 골치 아프게 생겼구나."


강호는 어쩔 수 없이 연구실 안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아샤는 이미 각오했다는 표정으로 강호를 쳐다보았다.


"밖에 탱크가 왔지요?"


"맞습니다. 해결 방법을 찾을 동안 여러분들이 피신해 있을만한 곳이 있을까요?"


망설이던 아샤가 조그만 병을 내밀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이걸 포구에 넣을 수만 있다면 탱크를 무력화 시킬 수 있을 거예요."


"이게 뭔데요?"


"지금은 설명할 시간도 들을 시간도 없는 거 아닌가요?"


성격 참, 호기심에 물어본 것 뿐인데. 강호는 무심코 주머니에 받아 넣었다.

예쁘게 생겼다고 성격까지 예쁜 건 아닌 것 같다.

밖에서 귀가 먹먹할 정도로 거창한 폭음이 들렸다.


"이건 또 뭐야?"

놀란 강호는 화염이 보이는 연구실 입구로 뛰었다.

문틈으로 보이는 탱크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병사들이 울타리 쪽을 향해 사격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 저놈이?"


머리만 내놓고 RPG를 겨냥하고 있는 것은 아자디가 분명했다.


"아, 저 새끼! 숨어있으라고 했더니."


타타탕.

타타탕.

타타타탕.


강호는 달려 나가며 가늠자에 잡히는 병사들의 등을 향해 사정 없이 총탄을 쏟아부었다.

30발들이 탄창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콰-웅!

돈좌돼있던 탱크 뒤에 몸을 숨기고 탄창을 교체하는 동안 또 한 번의 폭음이 고막을 때렸다.


"아자디. 이 겁도 없는 녀석."


끝까지 알라봉을 챙겨오더니 기어이 해내고 말았다. 아마 지금쯤이면 부모님의 복수를 하고 있다는 충만감에 쌓여있을 것이다. 자신 역시 그랬었으니까.


첫발은 내가 쏠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이 있었을 거고, 그 단계를 지나면 망설임이 없이 조준 사격을 하게 되고, 세 번째는 더 많이 죽이지 못해 억울해 하는 전사가 되는 것이다.


이제 두 번째 단계를 지났을 것이다. 지금쯤이면 손을 덜덜 떨면서도 복수를 했다는 통쾌한 쾌감을 느끼고 있겠지.


"자식, 저러다 사람 잡는 백정이 되기 전에 원하는 미국으로 보내줘야겠네."


연구실로 돌아간 강호는 아샤를 불렀다.

연구원들은 바닥에 엎드려 눈까지 감은 채 꼼짝도 못하고 있는데 아샤 혼자 길쭉한 물체에 붙어 뭔가 알 수 없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제, 탈출할 시간입니다. 지원군이 오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갑시다."


"폭탄을 분해하는 중이니까 잠깐만 기다려요."


아. 원자탄, 그새 잊어버리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요."


"거의 다 됐어요. 잠시만요."


기다리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초조함으로 몸이 달아오를 때쯤 아샤가 묵직해 보이는 파우치를 들고 일어났다.


"다됐어요, 가요."


연구원들이 떠나는 둘을 보고 배웅하듯 쳐다보고 있을 때 남자 연구원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소리쳤다.


"나도 같이 가면 안 되겠소?"


"저건 누구지?"


"보리스라는 연구원이예요."


"데리고 가도 좋은 사람? 아니면 나쁜 사람."


잠시 보리스라는 과학자를 쳐다보던 아샤가 고개를 저었다.


"저 친구는 자신이 공산당원이란 걸 내가 모르는 줄로 아는 바보예요. 감시자로 파견 됐다는 걸 내가 알고 있는데도 나서는 걸 보면."


"그런 놈이 왜 같이 가겠다는 거야?"


"내가 사라지면 자신한테 당연히 문책이 떨어질 테니까, 그러는 거겠지요."


"나쁜 놈이네, 공산당원이라고 했지, 그럼 죽여도 되겠네?"


"네."


탕.

강호의 총구가 불을 토했고 이마가 뚫린 보리스는 뒤로 반듯하게 넘어갔다.


밖으로 나온 강호는 타고 도망갈 차를 찾아야만 했다.

두리번거리는 강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는 듯 입을 열었다.


"건물 뒤로 가면 부한카 푸르공이 있을 거예요."


이름이야 뭐가 됐든 차가 있다는 말에 아샤가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뛰어갔다.


부릉. 부르릉.

차가 낡아 걱정이 됐지만 의외로 손질이 잘돼있었는지 단번에 시동이 걸렸다.


끼기긱.

차를 몰고 나온 강호는 아샤 앞에 급정거로 세웠다.

어느새 울타리를 넘어온 아자디도 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갑니다."


"네."


"달려요! 아저씨."


닫혀있는 입구를 보자 아자디는 눈치 빠르게 몸을 창밖으로 내밀고 알라봉을 겨눴다.


쾅.

뒷구멍으로 화염을 뿜어내며 날아간 탄두가 사정 없이 철문을 쪼개버렸다.

강호는 차를 멈출 생각도 하지 않고 넘어간 철문을 짓밟으며 튀어나갔다.


꺄흐!

아자디가 기분 좋다는 듯 고함을 질러 댔다.


이대로 산의 입구까지만 무사히 갈 수 있으면 탈출 성공이다.


투투투투.

가늘지만 헬기의 엔진 소리가 강호의 귀에 분명하게 들렸다.


"하인드다. 이거 큰일 났구나!"


머릿속에 책으로 봤던 제원이 떠올랐다.

12.7mm 4연장 개틀링 중기관총이나 아니면 30mm Gsh-30K 연장 기관포 포드가 달려있을 거고, UB-32 S-5 로켓포드, UB-13 S-13 122mm 로켓포드, R-73 공대공미사일, 파일론에 달려있는 S-8 로켓포드, AT-2 유선유도 대전차미사일, AT-6 유선유도 대전차미사일, AT-16 레이저유도 대전차미사일, AT-9 레이저유도 대전차미사일..


아, 씨발!

뭐가 됐든 한 발이라도 맞는 날이면 우리 셋은 송장이 되고도 남을 판이다.


'내 능력이 아무리 좋다 해도 이건 무리야.'


아직 목표로 삼았던 지점까진 조금 더 가야만 했다.

강호는 헤드라이트를 껐다.


아샤와 아자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것도 안보이잖아요, 왜 라이트를 끈 거예요?"


"사탄의 마차가 오고 있다. 탈출 준비해."


"네-에?"

"뭐라고요?"


잠시 후 요란하게 울리는 헬기 특유의 거친 소음을 모두가 듣고 있었다.

상황을 살피는 것인지 기지 위를 호버링 상태로 떠있던 하인드가 사방으로 라이트를 비추며 맴돌았다.


'지금밖에 없어, 산으로 피해.'

귀로 여우 목소리가 들렸다.


산 쪽으로 핸들을 꺾은 차는 뒤집어질 듯 요동치며 험한 돌 바닥을 달려갔다.

타이어에 튀겨나가는 돌이 기관총 소리처럼 요란하게 들렸다.

산의 초입에 거의 다 다다랐을 때 기수를 돌린 하인드가 차를 발견했는지 날아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레이더에 잡힌 것 같았다.

급정거를 한 차가 미끄러지고 있었지만 강호는 소리쳤다.


"모두 뛰어내려! 산으로 뛰어, 빨리!"


"당신은?"


"난 니 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줄 테니까, 걱정 말고 늦기 전에 빨리 뛰라고!"


아자디와 아샤가 뛰어내리자마자 강호는 차를 돌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투투투퉁.

투타타타탕.

강력한 30mm기관포탄에 맞은 땅이 마치 삽으로 떠내는 것처럼 움푹 움푹 패여 나가는 것이 실드 앞으로 보였다.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쪽 끼쳐왔다.


유리창으로 총탄에 맞은 돌 조각이 사정 없이 날아와 박히고 그중 덩어리가 큰 놈은 유리창을 뚫고 들어오기까지 했다.


핸들을 잡은 손이 굳어버릴 정도로 긴장했지만 그럴수록 정신은 더욱 또렷해졌다.


"으흐흐, 씨발, 한발이라도 맞는 날엔 가기 싫어도 강제로 저세상 구경을 하겠구나."


푸슉. 푸슉.

헬기의 파일런에 달려있는 런처를 떠난 두발의 로켓탄이 마치 귀 옆에서 쏘아낸 것처럼 선명하게 들렸다.


운전석 문을 연 강호는 그대로 뛰어내렸다.


콰쾅‼

폭발에 번쩍 들린 자동차가 걸레짝이 되어 내동댕이쳐졌다.


강호는 돌 바닥을 몇 바퀴나 굴렀는지 정신이 없었지만 하인드가 눈치 채고 돌아오기 전에 당장 이 자리를 피해야만 했다.


몸이 구르는 바로 앞에 제법 커다란 바위가 있어 간신히 뒤쪽으로 몸을 감출 수가 있었다.

다행히 하인드는 파괴된 차 주위를 돌다 사라져갔다.


그동안 제법 멀리 달려온 길을 다시 되돌아가야만 했다.

걸어가면서 상처를 살펴보니 곳곳이 움푹 패여 피가 질질 새어 나오고 있었다.


"휴. 살아난 것 만도 천만다행이네."


"어, 저것들이 뭔 짓을 있는 거야?"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꺼병이처럼 머리만 내밀고 있는 건 아샤와 아자디 였다."


그 꺼벙한 모습을 보자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에 웃음이 실실 새어 나왔다.


"야, 이것들아. 어쩌자고 아직도 여기 있는 건데? 죽고 싶어 환장한 거냐?"


"아저씨가 걱정이 돼서 갈 수가 있었어야죠. 로켓을 맞은 차가 부서져 날아갈 땐 영락없이 아저씨가 죽은 줄 알았다구요."


아자디가 몸까지 떨어가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거 참, 걱정해줘서 고맙구나."


걸레처럼 찢어진 옷에 잔뜩 배어있는 피를 본 아샤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강호를 쳐다보았다.


"지혈이라도 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여긴 아직 안심할 수가 없어, 지금은 상처 치료보다 더 급한 게 이곳을 벗어나는 일이야. 죽을 만큼 그렇게 위급한 상처도 아니고.. 그러니 급할 거 없어.

치료는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서 해도 돼. 은신하기 좋은 곳이 나오면 거기서 치료를 해보도록 합시다."


"알았어요."


산악 훈련을 받은 사람이든 아니든 익숙하다는 차이만 있을 뿐 누구에게나 산길을 걷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던 아샤 같은 여자들에겐 더더욱 힘든 일이다.


염려했던 대로 얼마 가지도 못하고 산길에 퍼져버린 아사였다.

아샤를 등에 업고 걸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아샤는 미안했는지 강호의 등에 얼굴을 파묻고 말이 없었다.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한계는 있는 법이다.


결국 두 시간 만에 아샤를 내려놓곤 바위 틈에 자리 잡고 쉬는 수 밖에 없었다.

이미 해는 산 너머로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우.. 죽겠다."


저절로 앓는 소리가 나왔다.

아샤가 미안했던 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얼마나 더 가야 되는 거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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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화. +2 23.02.18 24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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