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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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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15
추천수 :
719
글자수 :
491,767

작성
23.02.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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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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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51화.

DUMMY

"이란에서 석유가 나오는 한 미국정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다."


브라이트는 강호의 말에 대꾸할 말이 없었다.


"호메이니가 그랬다면서? 이슬람원리주의 종교지도자가 통치하는 새로운 신정(神政)국가를 건설한다고. 석유도 석유지만 이슬람교를 사이비종교 정도로 밖에 보지 않고 있는 미국이 그런 꼴을 가만두고 볼 리도 없지 않을까?"


브라이트의 머릿속엔 애꿎게 희생당할 동료들의 얼굴만 떠올랐다.

비행기는 무심하게 검은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세상은 격변하고 있었다.

안가에서 강호를 만난 핸더슨이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쯧, 결국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했다는군. 유전지대인 후제스탄을 점령했다는 거야.

재수 없는 콧수염을 달고 있는 그놈도 기름이 탐이 났던 거지. 안 그래도 정신없이 바쁜데 일거리만 자꾸 늘어나는군."


"허, 그거 참, 돌아 온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 금방 기름 값이 널뛰듯 올라가겠군."


"그렇겠지. 유전지대를 서로 폭격했다니까. 엉망이 되지 않았을까?"


"흐흐흐, 그런 와중에도 돈을 버는 놈들은 더 많이 벌고 있잖아."


"당연하지. 힘은 우리가 쓰고 돈은 엉뚱한 놈이 벌어 들이는 거지. 액슨모빌이나 쉐브론 같은 기름장사꾼들 말이야. 잘못하면 그놈들 싸움 때문에 애꿎은 우리 병사들만 또 피를 보러 파병 갈 수도 있게 생겼다구. 정말 큰일이야."


"기름 욕심을 버리면 되잖아. 그럼 파병 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냐?"


"후, 요즘 세상은 기름으로 돌아간다는 걸 모르나? 기름이 없으면 당장 세상이 멈춘다고. 그렇지 않다면 욕심 낼 일도 없겠지."


"결국 이란의 사건도 앵글로의 욕심 때문에 벌어졌던 일이잖아. 그렇게 안타까웠으면 앵글로의 독선이라도 막았어야지."


"나라고 왜, 그러고 싶지 않았겠나? 자네가 몰라서 그러는 거지, 세븐시스터즈라고 부르는 석유회사들의 카르텔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엄청나게 끈끈한 관계로 묶여있다고.

카르텔의 결정에 따라 기름 값이 정해지는 거니까. 그래서 우리가 이란의 정보를 주고 말렸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어, 결국 그 욕심 많고 미련한 놈들 때문에 석유수출국기구(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OPEC)가 만들어졌고 테헤란 협정이 통과하면서 불과 2년 사이에 기름 값이 10배나 올랐다고, 그 바람에 정부조차 산유국들의 눈치를 보는 판국인데 우리가 끼어들 여지가 어디 있다고. 이제 중동국가들이 석유를 무기화 하면 세계경제가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것은 분명한데 말이야.


"흐흐흐, 욕심 부리다 망하게 생겼으니 그거야 말로 자업자득 아닌가?"


"우리끼리 이런 얘기 계속해봐야 아무 소득도 없는 거고.. 어때 자넨 지금 한국으로 돌아갈 건가?"


"가봐야지, 여기 있어봐야 더 이상 내가 할 일도 없잖아?"


"알았네, 비행 편을 만들어주지. 가거든 케네스 사령관한테 안부나 전해주고."


"알았어. 전해주지."


"앞으론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성북동에 배치돼있는 요원이 매일같이 암호문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전달해줄 거야. 그리고 그리고 한국의 정치 상황을 아직은 믿을 수가 없어서 한국 주재 모든 기관에 자네의 협조 요청이 있을 시엔 열일 제쳐 놓고 우선적으로 협조하라고 공문을 보내 놨으니까 필요할 땐 언제든 연락하라고. 자네의 코드넘버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위성전화기에 들어있어 어느 기관이든 전화를 걸면 자동 발신이 되게 끔 되어있으니까 참고하도록 하고."


"그래? 그거 고맙네. 앞으론 내가 조금은 편해지겠구만 그래."


"흐흐흐, 그러라고 옆에 붙여놓은 거니까. 어쨌든 자네 덕에 팔레비를 무사히 빼돌렸으니 그것 만으로도 우린 한시름 덜은 거지. 아무튼 여러모로 고생 많았어."


"천만에, 또 보자고."


------


초리는 땅에 발을 디디자 한껏 기지개부터 켰다.


"어우, 어쨌든 비행은 힘들어요."


생전 처음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니기 바빴던 초리의 소감이었다.


"바로 성북동으로 갈 거지요?"


"잠깐만 여기 사령관부터 만나보고."


"어.. 그럼 난 어디서 기다리고 있을까요?"


"금방 올 테니까, 양놈들 PX나 가보던가."


"그럴까요? 뭐 필요한 거 없으십니까?"


"난 됐어, 영감님이나 자인이가 좋아할만한 거 있으면 사오던가."


"영감님거야 술이나 사면 될 테고.. 여자는 뭘 좋아하시려나?"


초리의 말을 뒤로 하고 사령관실로 걸어가는 강호였다.


사령관실로 가던 도중에 마주친 미군 장교가 길을 가로 막으며 시비를 걸었다.


"헤이! 여긴 민간인 통제구역인데, 노랭이가 여길 어떻게 들어 온 거지?"


뭐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가 다 있는 거지?


"이봐, 허연 놈. 중위 주제인 네 까짓 놈이 알아도 되는 일이 아니야."


"뭐라고? 이 노랭이 새끼가 쳐 돌았나?"


"싸가지 없는 새끼, 한번만 더 노랭이라고 했다간 죽는다!"


"강호씨, 무슨 일 입니까?"


강호가 대답하기도 전에 중위가 나섰다.


"오, 마침 잘 왔네, 조던상사. 당장 이자를 체포해! 수상한 자다."


조던의 얼굴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다시 묻겠습니다. 강호씨. 무슨 일입니까?"


"조던상사 오랜만이야. 이자가 나한테 노랭이라고 인종 비하 발언을 하더구만, 그래서 어떻게 버릇을 가르쳐줘야 할까, 하고 연구를 하고 있던 중이야."


"영창에 가두면 되겠습니까? 사령관님껜 사후 보고만 올려도 됩니다."


조던의 영창이란 말에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영창은 무슨? 그럴 것까지야 없지. 주먹 쥔 폼이 저자가 주먹 좀 쓸 줄 아는 가 본데. 여기서 두들겨 패기엔 그렇고, 여기도 어디 체육관이 있겠지?"


"그렇습니다. 절 따라 오시지요. 중위 당신도 영창으로 가기 싫다면 날 따라와야 될 거요."


체육관은 일과 시간이라서 인지 조용했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는 순간 중위는 비겁한 짓을 선택했다.


"내가 실수한 것 같은데.. 이쯤에서 그만두도록 하는 게 어떤가?"


링 위로 먼저 올라간 강호가 손을 저었다.


"허허, 넌 참 비겁한 놈이구나? 비겁한 건 둘째 치고 장교의 품위조차 없는 놈은 처음 본다.

너 웨스트포인트출신이 아니지? 내가 듣기엔 웨스트포인트에서 너 같이 비겁한 놈은 키우지 않는다고 들었거든."


모욕을 받은 중위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대답은 엉뚱한 곳에서 들려왔다.


"그 말이 맞아, 우리 육군사관학교에선 절대로 장교의 품위를 지키지 않는 비겁한 놈을 키우지 않지."


"헉, 사령관님."


"너 같은 놈의 경례는 안 받아도 돼. 그리고, 중위 도전을 받았으면 응해줘야 하는 게 병사를 지휘하는 장교의 도리 아닌가."


조던상사가 사령관에게 사건의 전말을 보고하고 있었다.

조던이 보고를 마치자 케네스가 한심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런 놈이 우리 미합중국의 장교라니 내가 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 할 지경이다."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었지만 사령관에게 찍혔으니 진급은 물 건너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된 바엔 화풀이나 하자는 생각까지 들었다.

마우스피스를 깨물고 독한 눈빛으로 링 위에 오른 중위가 주먹을 세워들었다.


"강호씨도 마우스피스를 줄까요?"


조던이 마우스피스를 손에 들고 물었다.


"아니, 이런 허접한 놈을 상대하는데 무슨 마우스피스까지. 난 필요 없어."


"흐흐, 내가 이래봬도 텍사스주에서 주니어급 통합챔피언까지 했던 사람이다. 그러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


피식.


"그러게, 주먹질에 자신 좀 있나 봐? 그래서 그렇게 싸가지가 없었던 건가?"


던져오는 잽을 슬쩍슬쩍 피하던 강호의 발이 한발 앞으로 나서면서 뻗은 스트레이트에 정타를 맞은 중위의 몸이 휘청거리자 번개같이 뒤따라 들어온 좌우 연타가 사정없이 얼굴을 두들겼다.


퍽.

마지막으로 인중을 적중한 주먹 한방에 중위의 몸이 뒤로 반듯하게 넘어갔다.

쓰러지는 폼을 보니 일어나긴 틀렸군. 조던의 소감이었고


주둥이 만큼이나 몸뚱이도 실 한 줄 알았더니 이건 허수아비 만도 못한 놈이었군.

이건 케네스 사령관의 소감이었다.


쩝, 몇 대 더 때려주게 좀 살살 칠 걸 그랬나? 강호의 생각이었다.


"근래에 처음 보는 아주 멋진 주먹이었어."


케네스가 자신의 소감을 말했다.


"하하, 이거 인사만 드리고 가려고 했더니, 오자마자 안 좋은 꼴을 보여드려 미안하게 됐군요."


"아니, 아주 잘한 거야. 지금이 어떤 시대라고 함부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단 말인가. 정신 나간 놈이지."


"그래도 정신 차리라고 한 주먹 먹여 재워 놨으니 불이익은 주지 마십쇼."


"자네가 아무리 봐주라고 해도 한 달 동안은 당직 근무만 세워 놔야 되겠어. 사내 답지 못하게 주둥이만 살아있는 놈이니까 말이야."


"하하, 그 정도라면야.. 괜찮겠지요. 아, 그리고 핸더슨씨가 안부를 전해 달라고 하더군요."


"하긴 그 친구 얼굴 본지도 오래되긴 했어."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번에도 우리 미국을 위해 고생 많이 했다고 들었네. 수고했어."


"뭐 다, 벌어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걸요."


"그건 당연한 거야. 그렇다고 애국심이 희석되는 건 아니지. 흐흐, 나부터도 월급이 없다면 여기에 있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야."


"그러네요, 그건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럼 다음에 또 보기로 하세."


"그러지요."


서울은 나갔다 돌아올 때마다 새롭게 바뀌었다는 걸 알아볼 정도로 변화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다행인건가? 변화가 나쁘다고 느껴지지 않으니까."


연신 창밖을 내다보던 초리가 감탄하고 있었다.


"그 잠깐 동안에 못 보던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네요?"


"그러게, 변화하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니 말이다."


------


김정필은 또다시 한강호가 오산기지를 통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할까 망설이고 있었다.


맡은 작전에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는 전설 같은 얘기를 들었지만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것이 아니었기에 믿기 힘들었다.


"듣기론 이번 작전에도 성공을 했다지?"


"그렇습니다. 이란국왕 탈출 작전에 저놈이 관여했다는 이란에 파견 나가 있던 정보원의 연락이 있었습니다. 어떡할까요?"


"어쩌긴 뭘 어째? 이미 미국에서 시민권까지 받았다면서. 거기다 저놈이 CIA요원일지도 모른다면서?"


"이중국적자로 엮으면 추방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야, 이 새꺄! 생각 좀 해가면서 말을 해라. 얘기를 듣는 것 만으로도 끌어안아도 시원찮을 판에 뭐? 추방? 너야말로 사는 게 싫증나면 추방시켜주랴? 하, 이 무식한 새끼, 대가리라고 굴리려면 자갈소리나 내질 말던지."


졸지에 무식한 놈이 돼버리고 만 차장의 얼굴이 똥이라도 씹은 것처럼 일그러졌다.

벽에 붙어있는 스크린에 한강호의 얼굴이 박혀있었다.



"정보사새끼들, 하나같이 병신 같은 짓 들을 하다가 인재들을 다 미국에 뺏기고 있는 거야.

우리한테 꼭 필요한 인재들을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인 줄 알아? 우린 인재가 눈앞에 있어도 못 알아보고 저놈들은 알아봤다는 거지."


.......


"회유할 수 있을까?"


"그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건 왜?"


"내막을 들여다보니까, 저놈의 어미가 병환으로 죽은 것 같았습니다."


김정필은 차장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회유하려는 것과 무슨 상관인데?"


"그게.. 어머니 병환 때문에 돈이 필요해서 공작원으로 지원했던 건데.. 정보사에서 사기를 쳤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보사에선 필사적으로 감추고 있었지만 결국 사기를 쳤던 물색관과 공작처장이 현직에서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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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화. 23.02.22 237 8 12쪽
52 52화. 23.02.21 238 7 12쪽
» 51화. 23.02.20 247 8 12쪽
50 50화. +2 23.02.18 248 9 12쪽
49 49화. 23.02.17 273 8 12쪽
48 48화. 23.02.16 245 9 12쪽
47 47화. 23.02.15 242 9 12쪽
46 46화. 23.02.14 235 9 12쪽
45 45화. +2 23.02.13 247 9 12쪽
44 44화. 23.02.11 248 11 12쪽
43 43화. 23.02.10 246 9 12쪽
42 42화. 23.02.09 247 9 13쪽
41 41화. +2 23.02.08 25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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