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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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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1,767

작성
23.02.1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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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4화.

DUMMY

당황한 의사가 망설이다 보호자라는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환자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간호사의 연락을 받고 달려 왔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즉시 카메라 검색을 해본 결과 우리 병원 직원도 아닌 자가 병실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 찍혀있었습니다. 수녀의 신분도 있고 그래서 곧 바로 FBI에 사건수사를 의뢰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환자가 이 모양이 된 이유가 뭐요?"


"그게.. 약물 중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약물분석기를 돌리고 있는 중이지만 아직 어떤 종류의 약물인지 확실하게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독약이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분석 결과로는 바르비투르산 계열로 추정하고 있지만 거기에 혼합된 약물을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어디, 범인이 녹화 돼있다는 걸 좀 봅시다."


"알겠습니다."


스텝의 안내에 병원의 보안실로 들어간 강호와 아놀드는 범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술용 캡을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범인의 피부색이 마치 라티노 처럼 보인다는 것 외엔 눈을 빼고는 전혀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강호는 범인이 눈앞에 있다면 당장이라도 잡아낼 자신이 있었다. 눈매와 눈동자가 머릿속에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아놀드가 의사를 협박하고 있었다.


"잘 들어두시오. 이 환자에게 이상이 생기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거요. 당신이 범인과 한패가 아니란 법도 없으니까 말이지. 그러니 법정에 서기 싫다면 어떻게 하든 환자부터 일으켜 세우시오."


의사는 질려버린 얼굴로 아놀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강호는 아놀드에게 안젤라의 통장과 경매회사들에게 맡겨놓은 물건들이 어떻게 됐는지 당장 확인해보라 일렀다.


"후-, 나쁜 놈의 새끼들 무슨 일로 이런 짓까지 저지른 건지 모르겠지만 가만두지 않겠다."


아놀드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돌아왔다.


"통장엔 이상이 없는데.. 아직까지 낙찰되지 않고 남아있던 물건은 안젤라가 되찾아가고 없다는데?"


"뭐? 안젤라가 되찾아가다니,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계약은 어떻게 된 거고, 게다가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여자가 무슨 재주로 물건을 찾아갔다는 거야?"


"안젤라라고 신분을 밝힌 여자가 나타나 해약금을 물고 찾아갔다는 거야."


"허..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는 알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경매회사라는 게 그 정도로 허술한 곳이었나?"


"하, 씨발.. 아무래도 내가 물주이름만 안젤라로 올려놓은 게 문제였나 봐."


"좋아, 그건 이제 와서 어쩔 수 없었다 치고, 이제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못된 짓을 꾸민 건지 알아봐야지."


"그건.. 국장이 NSA짓 같다고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그중에도 언놈 짓 인줄 알아봐야겠다는 거 아니냐. 너 같으면 NSA전체를 상대로 싸울래?"


"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그런데 무슨 방법으로 알아내려고?"


"아무래도 그 문제로 핸더슨하고 의논을 좀 해봐야겠다."


아놀드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히 보였다.


"내가 뭘 하든 너 하곤 상관없을 테니까 겁낼 것 없다."


"뭐? 겁을 내다니? 내 말은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강호의 머릿속으로 조금씩 세밀하게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에드가 파크가 외교협상을 하러 중국에 왔었고 결국은 협상이 깨지고 말았지.

미국은 중국이 월맹에게 무기를 지원하는 걸 어떻게든 막기 위해서였을 거고. 중국은 세력을 넓힐 욕심으로 무기지원을 계속하려 했을 테니까. 협상이 이루어지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


자, 그런 와중에 안젤라가 특사의 비행기로 탈출을 했다는 걸 중국이 알게 됐다면 어떻게 할까? 거기다 상당한 보물까지 가지고 말이지.


나 같아도 못 참지. 그렇다면 외교수락을 빌미로 중국에서 요구를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걸 월남의 심각한 문제 때문에 실적에 목마른 포드대통령이 받아들였다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이보다 더 타당한 이유를 찾아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럼 이제 어떻게 범인을 끄집어내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는 건데.. 아무래도 지금 떠오른 생각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낼 순 없을 것 같군. 내 생각대로 핸더슨에게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일단 터트려 놓고 보자.


흐흐흐, 그렇게 판을 뒤엎어 버리면 어느 놈이 먼저 움직일지 궁금해지네.


유능한 신문기자를 소개해 달라는 강호의 말을 들은 핸더슨은 대번에 알아차렸다.


"여론을 움직일 생각인가 보군. 좋은 생각이야. 그렇다면 적격자가 있지. 몇 년 전이긴 하지만 퓰리처상 까지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네."


미국의 수많은 기자들 중에 은퇴를 할 때까지도 상 한 번 받아보지 못한 기자들로 숱한 곳이 바로 미국이다. 그러니 보도기자가 상까지 받았다는 말은 유능하단 인정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핸더슨에게 소개를 받은 기자는 뉴욕타임스의 크리스란 기자였다.

강호는 사람의 눈을 피할 수 있는 한인 타운의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식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저자구나 하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눈빛이 제법 매섭게 생긴 기자였다.


기자는 인사를 나누자마자 성급하게 대뜸 질문부터 던져왔다.


"어떤 사건입니까?"


성격이 급한 친구구만.


"좋은 기삿거리가 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그 말 그대로 실망하진 않을 겁니다. 포드대통령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난 민주당지지자니 당연하지요. 이러면 대답이 될까요?"


현 대통령이 공화당이니 충분한 대답이다.

강호는 중국에서 있었던 일을 조곤조곤하게 풀어놓았다. 그리고 안젤라가 병원에서 누군지 모를 범인에게 독극물을 주입 당해 사경에 처해있다는 사실까지. 그 범인이 NSA의 작전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가감 없이 말해주었다.


"내 짐작이지만 수녀가 죽으면 문제가 커질 것 같으니까, 일부러 혼수 상태에 빠트려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한 말이 사실입니까? 증거는요?"


강호는 자신이 찍어 놓았던 필름을 건네주었다.


"바로 이 필름 속에 내가 말했던 증거가 들어 있소. 그리고 사진 속의 수녀와 지금 병원에 누워있는 환자의 얼굴을 비교해보면 내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금방 알게 될 거요. 그리고 이 사실이 신문에 폭로 되는 순간 NSA는 그때부터 날 죽이려고 혈안이 될 겁니다."


"사진 속에 있는 또 다른 남자 분은 누굽니까?"


"CIA요원인 아놀드란 친구요, 하지만 CIA까지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으면 사실대로 밝히지 않는 게 신상에 좋을 겁니다."


"사실이라면 그렇겠지요. 하지만 난 그들이 겁나진 않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NSA의 보복이 두렵지 않습니까?"


"흐흐흐, 차라리 난 그들이 그렇게 나오길 바라고 있는 사람이오. 억울하게 누워있는 안젤라의 복수를 해줄 수 있으니까."


기자의 목소리가 신중해졌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대통령과 중국 주석 간에 어떤 밀약이 있었는가 하는 건데.. 보물 얘기를 들으니 바로 답이 나오는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로 보물반환문제겠지요. 사진을 봐서 알겠지만 엄청난 양의 보물이니까. 그런데 이게 개인의 사유재산 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대통령이 중공에 반환을 한다면 그건 바로 대통령이 범법을 저지르는 꼴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아예 증거를 없애기 위해 안젤라수녀를 살해하려고 했던 건 아닌가 짐작하고 있는 중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사실 확인을 하러 뛰어 다녀야 하겠지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아무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무사하진 못할 겁니다."


"억울하게 병상에 누워있는 수녀를 위해서라도 꼭 사실을 밝혀주길 부탁 드리겠습니다."


크리스 기자를 만나고 일주일지난 어느 날 뉴욕타임스에 "사라진 보물은 지금 어디에 있는 가."라는 제목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 기사가 실렸다.

중국의 빈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중국의 왕대인이란 이란 사람이 유산으로 남겨 놓은 보물을 안젤라가 목숨까지 걸어가며 가지고 오게 된 경위와 그 사라져버린 보물로 인해 사경에 처해있는 수녀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부록 삼아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이 처해있는 미묘한 관계까지도.

그러니 바보가 아닌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포드정권에 감춰진 흑막이 있다는 것을.


크리스기자가 어떻게 알아냈는지 몰라도 자신이 알려주지 않은 사실까지도 적나라하게 기사에 드러나 있었다.

기사를 본 독자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백악관 앞 도로에 모여들기 시작한 독실한 천주교 신자들로 인해 금방이라도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만 같이 분위기가 살벌했다.


분위기가 안 좋다고 여긴 경찰들이 출동해 백악관을 에워싸고 경비를 하고 있었다.

일파만파로 퍼져나가 부풀려진 소문은 결국 궁둥이 무거운 교황청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

공권력에 의해 신실한 수녀가 희생된 것이 분명하다면 절대로 묵과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게 만든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포드는 결국 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모여 앉아 있는 장관들의 머릿속엔 하나같이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자기 멋대로 사건을 저질러 놓고 왜 우리한테 해결책을 묻는 건데?'


대답도 없이 전전긍긍 하고 있는 NSC위원들을 쳐다보고 있던 포드의 얼굴에 비열한 웃음이 떠올랐다.


"이봐, 모두들 잘 들어. 이게 나 혼자만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라면 커다란 착각을 하고 있는 거야."


포드의 말에 당황한 위원들이 대통령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저 인간이 지금 뭐라는 거야?'


"내 말은 다 같이 쪽박 차고 나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 빨리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거란 말이야. 특히 로날드 당신이라면 빨리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거야."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가 왜?"


"당신의 조직이 벌인 일이니까. 설마 그걸 부정하려는 건 아니겠지?"


발끈한 로날드가 소리쳤다.


"그건 대통령인 당신의 명령 때문이었잖아!"


NSC위원으로 참석 중인 CIA의 모건부장은 이제야 확실한 내막을 알게 됐지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둘의 말다툼을 지켜 만 보고 있었다.


'이건 밝혀지는 순간 틀림없이 탄핵감이로군. 자신들의 얼굴에 스스로 똥칠을 하다니, 그야말로 염치고 체면이고 나발이고 간에 몽땅 내던져버린, 수치라는 것조차 모르는 인간들이로구나. 정말이지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내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래, 설사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책임자란 사실에 변함이 있는 건 아니야. 어떡해야 할지 잘 생각하라고."


분노를 삭이지 못한 로날드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


"지금 나더러 총대를 매라는 겁니까!"


"흐흐, 이제야 좀 말이 통하는 것 같군. 다 같이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우리 중에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 하지 않겠느냔 말일세."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로널드가 반문했다.


"그게 바로 나란 말이로군요?"


"아무래도 NSA의 책임자인 자네가 나서는 게 가장 깔끔하지 않을까?"


"흐흐흐, 동양속담에 토사구팽이란 말이 있다더니 그거야 말로 날 두고 만든 말인 것 같군요?"


로날드는 비열하게 웃고 있는 대통령의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 싶다는 욕망을 눌러 참았다.


"들키지 않았으면 됐을 일 아닌가? 그러니 실패의 책임은 당연히 자네가 져야지. 어쨌든 자네가 먹고 살만한 돈은 충분히 마련해 줄 테니까, 알아서 처신하기 바라네."


로날드는 자신이 이런 인간을 위해 충성을 바쳐왔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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