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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황제족이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keju0422
작품등록일 :
2023.06.07 16:37
최근연재일 :
2023.11.2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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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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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나는 황제족이었다.

대한국인의 상상이 만들어 낸 기기묘묘한 이야기




DUMMY

64화

법정에 가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테파니로부터 연락을 받고 켄타우로스가 우리를 마중 나왔을 때가 그들이 이념 서클 모임 하기로 약속한 날이었던 같았다. 속물적인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영웅족 팅커벨 유유와 평민층 켄타우로스 부부와의 만남은 우연치곤 어색했다. 신분상 어울리지 않았다. 또한 팅커벨 유유는 10억 명이 사는 아파트 구역을 관리하는 매니전데 하필 켄타우로스 부부가 사는 아파트에 나타난 것도 이상하고, 그들의 어울림이 자연스러웠다는 것과 그리고 황제족의 일거수일투족은 비밀이 보장되는데 타파타투이가 엄청난 인파와 나타나 우리에게 엎드려 절했다는 것도 그들끼리 연락이 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우리를 이용한 것일까?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순진무구했다. 적어도 산천초목이 벌벌 떠는 황제족인데 황제족을 이용할 만큼 야비하지 않다는 것과 배포가 크지 않다는 것을 그들과 같이 어울려 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진심으로 대했다. 하향이나 남영 교수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남영 교수의 스테파니와의 은근한 교제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남영 교수는 배우자 될 사람의 믿음을 저버리는 부도덕한 행위로 파혼의 아픔을 겪었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는 지금 논리적으로 따질 이유도 그럴 자격도 없다. 무조건 그들을 구해야 한다. 지상 과제다. 아니 지상 명령이다. 그게 인간의 도리니까... 누구 때문에 목숨을 부지하고 이런 호사를 누리겠는가? 아직 제네시스 유니버설에 대해 아는 건 일천(一喘)하다. 제네시스 유니버설 사회 전반에 관해 숙지하고 행동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제네시스 유니버설을 안다고 해서 별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럴 땐 단순 무식하게 나가야 한다. 그게 정답이다. 그런 결론에 도달하자 눈앞에 보이는 게 없었다. 오직 팅커벨 유유와 켄타우로스 부부, 스테파니, 타바타투이, 클레오 10 쌍둥이 자매를 어떻게 하던 구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다. 팅커벨 유유의 할아버지가 산해진미의 진수성찬을 차려줬지만, 입 안은 모래알을 씹는 것 같았다.


* * *


법정 방청석엔 수십만 명이 꽉 찼지만, 자기 일도 아닌데도 모두 긴장해 발걸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가끔 마른기침 소리만 들렸다. 소수의 팅커벨족, 인어족, 켄타우로스족, 클레오 친지, 타바타투이 직계 친지 등은 그룹을 지어 앉아 있었고 각자 믿는 종교의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비밀 공개재판이었다. 특정인에게만 공개가 허용되었다. 피고인들 가족이나 친지, 그리고 같은 종족의 지도자급만 방청할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모두 군복을 입었다. 제네시스 유니버설 국민은 모두 군인이기에 그렇다고 했다. 정복 중에서도 예식 때 입는 군복을 입었다. 집에 모셔놓은 군복을 꺼내 입었다. 국가에서 주는 모든 훈장을 달았다. 그래서 북한군 노병처럼 주렁주렁 달지 않았지만, 훈장을 조화롭게 군복에 달았다. 피해자와 관련 없는 군인들은 모두 대령급 이상 고급 장교들이었다. 하늘에 있는 별들이 다 내려온 것 인양 빨주노초파남보 별들이 무수히 넘실거렸다. 상류층, 귀족층, 영웅족, 왕족, 황족이 주를 이뤘고 가끔 황제족도 보였다. 우리보다 한 단계 아래인 황제족 진골이었다. 황족 이상은 형상이 인간족에 가까웠지만, 그 밑의 층은 내가 할 수 있는 상상을 벗어난 형상의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예로 만드라고라족이라고 부르는, 나무지만 사람인데 동물과 식물의 성질을 동시에 지녔으며 인간을 닮은 형상을 했고 남녀 성(性)도 구분이 확실했으며 3차 빅뱅(대전) 때 박제하 우주대태제를 도와 제네시스 유니버설 통일에 앞장선 일등 공신이라고 했다. 그래서 영웅족 급의 공훈족 칭호를 얻었다고 했다.


그래도 법정에 온 사람들 통틀어 신분으로 치면 우리가 그중 최고위층이었다. 나와 남 교수는 황제족 성골이고 하향은 태황족 진골이었다. 하향이가 법정에서는 최고위였다. 가끔 우리를 알아본 사람들은 깍듯이 예의를 표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나의 비서실장인 레이건 참모장과 맥켄지 사령관, 엘리자베스, 쟌느, 세이두 100 쌍둥이 자매, 아브라, 비호, 오드리도 함께 했다. 여전사(女戰士)들도 노출이 심한 전투복을 입지 않고 얌전한 예식용 정복 군복을 입었다. 다들 미모 하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지라 잘 어울렸다. 눈부시고 매혹적이었다. 하향이를 흘깃 봤다. 2,000년 전 인물이지만 엘리자베스 등 여전사(女戰士)들이랑 견주어도 미모가 어금버금했다. 괜히 흐뭇했다.


법정 정리를 따라 피고인들인 팅커벨 유유, 스테파니, 켄타우로스 부부, 클레오 10 쌍둥이, 타바타투이가 법정에 들어와 피고석에 앉았다. 모두 예식용 정복을 입었다. 팅커벨 유유의 계급은 소령, 스테파니는 준위, 클레오 10 쌍둥이는 모두 소위, 타바타투이는 중사, 켄타우로스 부부는 하사였다. 돌아보지 않았다. 모두 초긴장을 한 얼굴이었다. 초췌했다. 돌아보면 손을 흔들려고 했는데... 팅커벨 유유 엄마가 딸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북받쳤는지 흐~윽하다가 억지로 울음을 참았다. 우리는 재판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재판정(裁判廷)과 가까운 곳에 자리했다. 물론 우리 자리는 달랐다. 고급진 거대한 탁자가 앞에 놓여 있는 옥좌(玉座)였다.


재판장과 좌우 수석판사 2명, 차석 4명이 들어와 섰다. 법정에 있는 사람 모두 일어섰다. 침묵이 흘렀다.

판사들은 판사를 상징하는 꽃과 새와 지팡이가 그려진 군복을 입었다.


- 태양제 마마, 재판 개시 선언을 하셔야 합니다.

- 왜?


하향이가 눈이 동그래져 엘리자베스에게 물었다.


- 마마가 이 법정에서 최고위직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그래, 어떻게 하는데?

- 왼쪽 손으로 주먹을 쥐고 가볍게 가슴을 두 번 친 뒤 손을 하늘을 향해 45도

각도로 뻗고 천천히 내리시면 됩니다.


하향이가 엘리자베스 가르친 대로 여유와 품위 있게 재판 개정을 선언했다.


- 태양제 마마! 만수무강하옵소서!!


법정에 들어찬 사람들이 소리쳤다. 하향이가 옅은 미소와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며 답례했다. 하향이가 앉자 모두 착석했다.


- 국가 중앙지법에서 사건 번호 국- 323487호 최종심 심리를 거행하겠습니다.


우측 말석에 앉은 판사가 재판 개시를 선언했다.


- 전과는?

- 없습니다.


좌측에 앉은 수석판사가 물었고 팅커벨 유유 등 피고인 모두 대답했다.


- 이념 서클은 이적 단체로 가기 위한 전 단계지?

- 그것까지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누구도 그렇습니다.

- 이적 단체로 가지 않을 거면 왜 떳떳하게 공개적인 서클을 만들어 활동하지 않고 비밀리 이념 서클을 만들어 활동했지?


쟁점은 그거였다. 왜 공개적인 모임을 하지 않고 비밀리에 이념 서클을 만들었냐였다


- 정말 멍청한 짓이었습니다, 정말 후회하고 있습니다.


팅커벨 유유가 대표해서 말했다.


- 뭘 멍청한 짓이고 후회한다는 거지?


이번엔 우측 수석판사가 물었다.


- 저희의 모임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고 비밀리 이념 서클을 만든 걸 말합니다. 단지 호기심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재미있지 않겠냐고 이 친구들에게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 이적 단체는 전시특별법에 의해 반역죄와 이적행위죄가 성립된다는 걸 몰라?

- 바로 그것입니다, 그 죄를 알기에 비밀리 이념 서클을 만들어 국가 시스템의 문제점을 찾아내 공유하면 어떤 모험에서 오는 것보다 짜릿할 거 같아서 그랬습니다.


이번에는 스테파니가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는데 나는 어렴풋이 이해되었다. 중학교 다닐 때였다. 집에서 학교까지 10여 리 됐는데 차비는 군것질하고 악동 친구들과 집에 가면서 부잣집 초인종 누르는 장난을 치다가 걸려 가방을 빼앗겨 울고, 불고 사정을 해도 소용이 없어 가방 없이 학교 간 적이 있었다. 나는 장난이었는데 그 부잣집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시도 때도 없이 초인종 누르는 장난에 얼마나 시달렸겠나, 그런 장난을 친 학생이 나만이 아닐 텐데... 그래서 난 확신한다. 팅커벨 유유와 친구들은 호기심이라는 것을...


- 호기심으로 치부하면 끝날 문제라고 생각해?

- 우리 모두 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언코 국가를 전복하기 위한 서클이 나 단체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나?


클레오가 좌측 수석판사의 질문에 답을 했고 좌측 수석판사가 다시 물었다.


- 목숨을 내놓는 건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쓸까 봐 두렵습니다.

- 이슈화시켜서 언론이나 대중으로부터 주목을 받으면 정치적인 인물이 되려는 건 아니고?

- 정치엔 관심 없습니다. 우리 모두 그렇습니다.


우측 수석판사의 질문에 팅커벨 유유가 단호하게 자기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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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나는 황제족이었다. 23.07.16 29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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