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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뉴야 님의 서재입니다.

여주가 XX를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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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뉴야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0
최근연재일 :
2022.07.02 00:14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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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3,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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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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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5화 - 거짓과 함께 춤을

DUMMY

등을 두드리던 나스챠는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갑자기 주변을 휙 둘러보기 시작했다. 마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던 나스챠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안도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안도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듯 안색이 파래지더니, 그러고서 렌스를 올려다 보는 것이다.


‘뭐야, 뭐 어쩌라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와 시선의 변화에 렌스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멀리서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귓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해 좀 할게."


말소리의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룬과 조로가 서 있었다. 이미 이야기를 끝마친 듯한 태도와 손에 들린 약도가 의미하는 것은 이제 행동만이 남았다는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나스챠를 바라보니, 나스챠 또한 같은 생각인듯, 방금까지 표정에서 보이던 고민의 흔적이 사라져 있었다.


그러자 조로는 자연스럽게 세 사람에게 약도 하나씩나눠주었다.


"이건 초기보고를 받자마자 수색망을 좁힌거야. 이 길목들 사이에...".


"아니야 조로, 엔비는 아카데미 안에 있어"


조로의 말을 끊어오 룬에게, 조로가 고장난 기계처럼 천천히 고개를 돌려온다.


엔비의 위치를 특정하기 위해 룬이 잠들었던 하루동안 왕실 기사단 전원이 식사까지 거르며 개처럼 구른 결과를 말 한 마디로 정리해버린 것에 비해서는, 약소한 반응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심상치 않은 조로의 분위기에 룬이 슬며시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말 그대로야.”


"그럼 온 수도 하수도를 뒤지며 고생한 나랑 우리 기사단은? 하, 아니 됐다. 그래서 어떻게 안건데?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지 마. 지금 네 말 때문에 우린 보고서를 다시 써야 할 판이니까."


"···봤어."


"누구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봤는데?"


"엔비를, 방금, 아카데미에서, 잘?"



그리고 그 대답에 혈압이 오르는듯 말을 쏟아내려던 조로는, 머리를 부여잡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포기하고 말았다.


"어떻게 봤는지는 나도 말해주기 힘들어. 그냥 봤다고 밖에는···말 못해."


애초에 설명해주고 싶어도 룬 또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과 계약한 악마가 미래를 보여주었다는 것을 대체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포기하는 게 서로를 위해 좋아.’


조로 또한 룬의 표정에서 더 이상의 진실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그럼 네 말이 진짜라고 치면, 지금 아카데미는 꽤 위험한 상태인데."


아카데미에는 강자들이 널려 있다. 그러나 악마는 태생적으로 항마력을 가진다. 적어도 마력에 대해서 모든 우위에 서는 그 힘은, 검사가 아니라면 막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이때까지 엔비는 검격에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 결국 특유의 재생력이 떨어질 때까지 반복해서 베어내는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런 괴물을 아무런 정보 없이 만났을 때, 아카데미가 입을 피해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조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가자, 룬이 그를 안심시키려는 듯 말했다.


"바로 행동을 시작하진 않을거야. 크게 당했으니까, 회복에 시간이 필요해."


"그것 말고도 문제는 많아. 아카데미라면 기사단을 진입시키는 데도 문제가 발생해."


룬이 턱을 짚으며 고민에 빠진다.


확실히 아카데미 내부에 기사단을 들이는 것은 귀족들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 없다. 아무리 왕실 산하 기사단이라고 할지라도, 완전히 귀족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진입부터 가로막히는 것이다.


묘수를 써서 기사단을 진입시킨다고 하더라도, 만약 엔비를 포획하지 못했을 때를 생각하면 뒷감당 또한 어렵다.


‘기껏해야 학생들의 도움이나 받을 수 있는 수준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나스챠와 렌스를 보자, 두 사람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는듯 보였다. 다만 조로는 조금 달랐다.


조로는 추가 보고가 잘못되니 시말서니 하는 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룬은 깔끔하게 무시하기로 했다.


어차피 입장 상 조로는 룬 일행을 따라올 수밖에 없다.


‘시야에 두는 편이 안전해.’


룬은 눈을 가늘게 뜨고 조로를 바라보았지만, 머리를 싸매고 있던 조로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이동하던 시선이 렌스와 마주치고, 렌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스챠를 바라보자 그녀 또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룬은 지체없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어···? 너네 어디가. 이대로 가면 안 되는데···?”


세 사람이 앞서나가자, 조로는 걱정이 잔뜩 섞인 말투로 투덜대면서도 따라오고 마는 것이었다.


***


아카데미 내부로 들어서서 바쁘게 이동하는 와중에도, 학생들이 룬과 조로를 향해 인사를 건네왔다. 하나같이 룬과 조로를 알고 있으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소개했다.


룬은 대충 무시하고서 이동했지만, 조로는 그 상황에서도 인사 하나하나를 다 받아주었다. 넉살이 좋다고도 볼 수 있었지만, 그 실체가 불분명한 지금에 와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룬은 자잘한 것은 신경쓰지 않기로 정했다. 결국 칼을 맞대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굳이 먼저 관계를 망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뭐···적의 적은 동지니까.’


거기다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조로 또한 엔비를, 아니 그 너머에 있는 워리를 쫓는다는 것이다. 엔비를 놓아준 것은 틀림없이 그런 이유일 것이다.


‘결국 걸리는 건 국왕인데···’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을 정리한 후에도 남는 것은 어째서 국왕이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처리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다.


그 이름 자체로 국가를 상징하는 아케도니아의 국왕은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다. 이건 초대 아케도니아가 나라를 건국한 이래로 이어져온 전통이었다.


그도 그럴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케도니아에서 국왕이 되는 순간, 이전까지 존재해왔던 모든 이름과 제 존재를 버리고 오직 국가를 위해서만 헌신하게 된다.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할지는 몰라도, 적어도 대놓고 그 앞에서 그를 의심할 사람은 없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달려가던 렌스가 슬며시 다가와 귓속말을 건넨다. 마력을 통해 세어나가지 않도록 처리한 것은, 이미 렌스 또한 완전히 나스챠와 조로를 믿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는 뜻이리라.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 뭔가···계획대로 착착 돌아가는 느낌이야.”


“그러면 좋은거 아닙니까?”


“우리 계획이면 그렇겠지.”


룬과 렌스의 시선이 달려나가고 있는 나스챠에게 닿는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나스챠는, 정말로 텔레포트 외에는 사용할줄 아는 마법이 없었다. 사실상 휴대가 가능한 워프게이트와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스챠는 달라졌다. 룬은 분명 그 기점이 일리야 가문에서 있었던 소란 이후라고 생각했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나스챠를 믿고 싶습니다.”


“···나도 그래.”


그리고 다시 렌스는 룬을 지나쳐 달려나갔다. 룬은 분명 렌스의 다음 시선이 조로를 향했다고 생각했다. 나스챠를 믿는다는 말을 뱉어내면서도 렌스는 조로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렌스는 조로가 완전히 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메피스토텔레스···’


간단히 유추할 수 있었다. 메피스토텔레스가 아니라면 렌스에게 저런 확신을 주진 못한다. 그가 룬의 계약자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또 이 사건의 진상에 대해 일부나마 알고 있는 것이 그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착했어. 근데 정말 우리끼리 괜찮겠어?”


어느새 조로가 위치스의 연무장을 앞에 두고서 룬을 향해 말했다. 조로가 이제껏 논의를 끝낸 사뭇 당연한 말을 하는 것은, 필시 그 또한 저 안에서 느껴지는 부의 마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엔비가 하수구를 통해 도망칠 때만 하더라도, 아니 판옵티콘의 부의 마력을 빨아먹고 강성해졌을 때도 이렇게 불길한 느낌은 주지 못했다.


“다른 수가 없어. 늘 그랬듯이.”


하지만 결국 일리야 룬의 운명은 저곳에 있다. 태양은 어둠 속에서 더욱 찬란하게 빛나기에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점점 다가오는건가.’


일리야 룬의 운명을 향해 다가설수록 알게된다. 이 모든 것이 오직 일리야 룬을 위해 준비되었다는 것을.


어쩌면 이제 그녀보다도 이 삶을 사랑하게 된 그였지만, 그럼에도 크게 불만을 가지진 않았다. 이 삶은 그녀에게 돌아가는 것이 당연했다.


굳이 그녀를 대신하는 사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녀를 위해 최대한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앞의 조로가 그녀의 발목을 붙잡을지, 아닐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후우, 알고 있겠지만 징계는 피해갈 수 없을거야.”


아카데미의 징계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학교를 몇 일 나오지 못하는 정도이다. 그럼에도 조로가 끝까지 룬을 만류하는 것은 그의 의지일까, 아니면 아케도니아의 의지일까.


사소해보이지만 어쩌면 조로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문제일지도 몰랐다.


“어, 괜찮아. 까짓거 학교 좀 쉬지 뭐.”


“제 앞에서 그런 말씀을 하셔도···”


렌스는 명목상 룬의 호위기사다. 룬이 징계를 받게 된다면 그 책임은 렌스를 향한다.


그렇게 렌스가 너스레를 떠는 와중에도 나스챠는 묵묵히 입을 닫고 있었다. 룬은 지금 이 상황이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생각했다.


어느정도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무엇을 정리할지는 저 안에서 결정하면 된다. 룬은 그렇게 생각하며 세 사람을 향해 말했다.


“가자.”


말을 끝냄과 동시에 걸음을 옮기자, 여섯개의 발들이 따라오기 시작한다.


연무장으로 향하는 복도는 어두웠다. 사람이 사용한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조명이 오히려 위치스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이 다닌 흔적은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게 있을 뿐이지 나오는 것은 없다. 그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위치스 타이에 대한 소문이다.


타이와 함께한 남자들 중 유일하게 사라지지 않은 것은 엔비다. 하지만 엔비조차 본래의 그가 남아있냐고 물어본다면, 그렇다고 대답해야하는 것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뚜벅뚜벅. 규칙적인 걸음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서 나스챠가 중얼거렸다.


“···위치스 다운 곳이네.”


모두 비슷한 감상을 가지는 법이었다. 그래도 이 음산한 풍경이 주는 장점을 찾으라면, 아무런 전조가 없음에도 네 사람이 모두 전투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로는 검을 꺼내들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뽑을 수 있도록 검자루에 손을 올려놓은 채로 선두에서 조심스레 발걸음을 이어나간다.


그 옆에서 전위를 맡고 있는 렌스도 자세히 보면 검은 가시가 돋아나 몸을 감싸고 있다. 허리춤에 있는 검에 손을 올린 것은 이제는 필요 없는 행동이었지만, 아마도 습관과도 같은 것이다.


뒤를 따르는 나스챠는 지팡이를 꼬나쥔 채 정면을 응시한다.


취하는 자세와 포지션은 모두 달랐지만 룬을 지킨다는 목적만은 일치했다.


‘누가 누굴 지키는건지.’


그렇게 생각하며 단검에 손을 올리자 익숙한 긴장감과 함께 머릿속에서 열기가 피어오른다. 전투의 냄새였다.


아마도 모두들 연무장 중앙에 있는 기척을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후우, 꼭 너네랑은 이렇게 된다니까.”


조로의 중얼거림과 동시에 천천히 복도의 어둠 끝으로 연무장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빛을 향해 달려나갔다.


가장 먼저 연무장의 중앙에 선 남자를 본 것은 룬이었다.


이곳에 있어서는 안될 누군가를 본 것처럼 굳어있는 룬을 보며 렌스와 나스챠가 의아한듯 서로를 마주본다. 룬에게 있어 중요한 사람이라고 해봤자 지금 모두 일리야 가문에 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반응이 조금 과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룬을 따라 빛으로 나아간 두 사람 또한, 남자의 얼굴을 보고서는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세 사람의 모습을 보며 조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또 나만 모르는거야?”


마지막으로 어둠을 빠져나온 조로가 마주한 것은 그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사람과 비슷해 보이는 한 남자였다. 무도회장에서 룬과 춤을 추던 그 사내의 얼굴에는 고민이랄 것이 보이지 않았지만, 눈앞에 선 남자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는 세상 모든 근심을 가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연무장의 중앙에는 킨케이드 한스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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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7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7.02 12 0 12쪽
58 56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7.01 11 0 12쪽
» 55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7 13 0 13쪽
56 54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5 15 0 12쪽
55 53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4 13 0 16쪽
54 52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3 14 0 12쪽
53 51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2 14 0 7쪽
52 50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1 11 0 17쪽
51 49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0 13 0 16쪽
50 48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9 13 0 17쪽
49 48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9 13 0 17쪽
48 47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8 12 1 13쪽
47 46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7 13 1 12쪽
46 45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6 17 1 13쪽
45 44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3 14 1 10쪽
44 43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2 47 0 15쪽
43 42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1 21 0 19쪽
42 41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0 14 0 13쪽
41 40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9 15 0 12쪽
40 39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8 15 0 12쪽
39 38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7 14 0 13쪽
38 37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6 23 0 16쪽
37 36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5 20 0 13쪽
36 35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4 16 0 20쪽
35 34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3 16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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