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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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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78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08.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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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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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Episode 15. 플레이어 유도 계획 (3)

DUMMY

바티스 가문의 저택에서 내가 안내된 방은 응접실이다.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듯하지만, 그런데도 말끔하게 관리되어 있다.

이는 평소 하인들이 관리하기 때문이다.

응접실로 안내된 나는 적당히 소파에 앉았다.


‘바티스 백작이 오는 건 조금 걸린다고 했고···. 차나 마실까.’


바티스 백작은 이른 아침부터 일이라고 한다.

조금 전 만난 집사의 이야기에 따르면, 1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나는 옆자리에 내려둔 주머니에서 몇 가지 물건을 꺼냈다.

이 주머니는 저택에 방문하기 직전에 준비한 물건이다.


‘인벤토리를 사용할 수는 없지.’


NPC는 인벤토리를 사용할 수 없다.

그렇기에 미리 아이템을 주머니에 담은 상태로 왔다.

저택으로 안내되는 도중에 주머니의 검사도 끝냈다.

아무래도 수상쩍은 인물의 물건은 확실하게 검사하는 듯하다.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몇 가지의 약초를 배합해 따뜻한 물을 부었다.

이로써 잠시 후에는 마시기 좋은 차가 완성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차다.


- 똑똑.


“실례하겠습니다.”


차를 기다리는 도중, 하녀로 보이는 이들이 응접실에 들어왔다.

트레이에는 주전자와 찻잔. 간단한 간식도 보인다.

아무래도 다과를 준비한 모양이다.


“···.”

“···.”


찻잔을 준비하려던 하녀가 내 찻잔을 발견했다.

조용한 시선이 아프다.


“그···. 차는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쪽의 것을.”


무심히 시선을 보내던 하녀는 간식을 내려뒀다.

그리고 그대로 떠나는 줄 알았지만, 아무래도 응접실에 대기하는 모양이다.

준비된 간식은 간단한 쿠키다.


‘이쪽 차와 어울리려나.’


쿠키의 맛을 모르니 장담할 수 없다.

마침 차의 준비가 끝났다.

나는 등뒤에서 전해지는 시선을 등지고, 쿠키의 맛을 확인했다.


“오···.”


좋다.

특별한 맛은 없지만, 적당히 단 향이 돌면서 적당한 간이 되어 있다.

이 맛이라면 차와도 어울릴 듯하다.

아무래도 쿠키는 차의 맛을 돋우기 위한 목적인 모양이다.


“실례하지.”


내가 차와 쿠키를 즐기는 동안, 갑작스레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건장한 체격에 강인한 몸.

아무리 보아도 전사인 듯한 그는 바티스 백작이다.

이미 얼굴을 튼 나는 바티스 백작에게 인사하기 위해 일어나려 했다.


“되었네. 오늘은 내가 초대한 것이니, 편하게 지내게.”

“감사합니다.”


바티스 백작은 외견에서 비롯해, 말투까지 딱딱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바티스 백작은 겉보기 이상으로 말이 통하는 인물이다.


“물건 쪽을 먼저 보도록 하지.”


소파에 앉은 바티스 백작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섰다.

다만, 본론으로 들어갔다기 보다는 그 이외의 용건을 먼저 처리하겠다는 분위기다.


‘내 용건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바티스 백작과 오랜 시간 알고 지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체감한 게 있다.

바티스 백작은 상당히 날카롭다.

지금도 아마, 내 용건을 알고서 장신구의 건을 먼저 말한 듯하다.

나는 바티스 백작의 경계를 올리면서, 주머니에서는 장신구를 꺼냈다.


“그건가.”

“예. 이 물건은 제가 전속계약을 맺어둔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물건입니다.”


아즈의 장신구를 소개할 때, 굳이 전속계약을 강조한다.

바티스 백작은 특별히 반응하지 않았다.

내심을 잘 감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장신구가 목적이 아닌 모양이네.’


백작이 나를 부른 건 장신구가 목적이 아닌게 확실해졌다.

조금의 반응도 없다는 점이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내심 한숨을 내쉬면서, 장신구를 담은 상자를 열었다.

상자는 장신구를 고정하는 모습의 물건이다.


“호오···. 상당하군.”

“이 물건의 특징은 마도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마도구가 아니기에, 마광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거지?”


상자 속에 고정된 장신구.

이는 시계다.

저쪽(현실)에서는 흔하디 흔한 손목시계다.

이쪽(가상현실)에서 전기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손목시계는 태엽으로 움직이는 형태다.


“그것은 기밀입니다. 장인의 기술과 비법이 정답. 이라고만 해두겠습니다.”

“그건 또···. 재미난 이야기군.”


바티스 백작은 처음과 달리, 점차 손목시계에 흥미를 보였다.

이쪽(가상현실)은 마도구가 흔하다.

마도구로는 손목시계와 비슷한 물건도 있다.


‘효율적이진 않지만.’


다만, 모두 마광석이 필요한 게 문제다.

마광석은 돌이다.

손목시계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마광석은 담긴 마력이 작다.

결과적으로 손목시계의 마도구는 30분도 체 작동되지 않는다.

반면, 태엽으로 움직이는 손목시계는 다르다.


‘태엽만 제때 돌려주면 충분히 돌아가지.’


아즈도 이를 만드느라 수백 번은 고생했다.

그래도 다행히 만드는 그 자체를 즐긴 덕분에 크게 수고스럽진 않았다고 한다.

태엽 손목시계는 당연히 내가 건넨 정보다.


‘이렇게까지 정밀하고, 소형화까지 가능할 줄 몰랐지만.’


덕분에 바티스 백작도 상당히 흥미로운 눈으로 보고 있다.

나는 간략하게나마 손목시계의 정보를 밝혔다.

이야기를 듣는 바티스 백작은 더욱 눈을 반짝이는 등.

아무리 봐도 흥미 있게 보고 있다.


“그래서···. 얼마를 생각하고 있나? 설마, 이런 물건을 가지고 와서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그리 말하진 않겠지?”


설명을 마친 체 차를 마시자 바티스 백작이 먼저 가격의 화제를 꺼냈다.

나는 차를 마시고, 그 여운에 올라타 생각에 빠졌다.

이 손목시계는 상당히 비싸게 팔 수 있다.

이쪽(가상현실)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다.

그러나.


“아닙니다. 바티스 백작님. 이건, 제가 백작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나는 바티스 백작에게 선물로 넘기기로 했다.

내 말이 끝난 순간, 바티스 백작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당히 귀중한 물건을 들고 와선 선물이라고 건넸다.

이는 보통 곤란한 이야기가 얽히기 쉽다.


“···그렇군. 그렇다면, 받아두지.”


명백히 차분해진 바티스 백작은 선물을 받아들였다.

귀족은 체면이 있다. 곧장 전해진 선물을 받지 않는 건 상당히 무례한 행동이다.

그렇기에 바티스 백작은 받을 수밖에 없다.


‘덕분에 엄청나게 경계 받고 있지만.’


바티스 백작의 날카로운 눈을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잠시 말없이 차를 마시는 시간이 흘렀다.


- 딸그락.


먼저 찻잔을 비운 건 바티스 백작이다.


“그래···. 로우, 라고 했던가?”

“기억해주셔서 영광입니다.”

“···본제를 나눠볼까.”


조심스럽게.

그러나 확실하게.

바티스 백작은 다음 화제로 넘어갔다.


‘역시, 알고 있었나?’


나는 내 용건에 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바티스 백작은 내 용건을 알고 있다.

바티스 백작이 영민하다는 증명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설명할 수고가 줄었다.


“로우. 네가 하려는 말은 후에 있을 작전에 관한 말이겠지?”

“그렇습니다. 덧붙여서,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NPC들은 플레이어와 달리, 몇 가지 단어를 다른 말로 말한다.

대표적으로 플레이어다.

NPC들은 플레이어를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라고 말한다.

나는 NPC의 입장인 만큼, 말하는 것도 조심하기로 했다.


‘언제 어디서 들킬지 모르니.’


반면, 바티스 백작은 플레이어의 이야기가 나오자 눈이 가늘어졌다.

내 의중을 파악하려는 모양이다.


“상인이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에게 흥미를 보이는 건 이해할 수 있지. 또한, 후에 있을 작전에 끼어들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

“하지만, 다음 작전에서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에게 흥미를 보이는 건. 전혀 이해할 수 없군.”


확실히, NPC는 플레이어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지나치게 강력한 힘에 두려움을 품기 바쁘다.

NPC 중에서 플레이어에게 관심을 두는 건, 플레이어를 이용해 돈을 버는 이들뿐이다.


“한 가지 떠오르는 건. 땅에 속박된 자(NPC)와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 사이를 뒤트는 역할. 그뿐이다. 로우. 무슨 속셈이지?”

“···.”

“말하지 않겠다면, 네 녀석을 반란 혐의로 구속하도록 하지.”


아무래도 바티스 백작은 나를 위험한 인물로 간주하는 듯하다.

바티스 백작이 경계심을 내보이자, 주변 하녀 또한 흉흉한 분위기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상당히 곤란해졌다.


‘NPC 입장에서 플레이어를 유도한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어떻게 전할지 생각하진 않았네···.’


바티스 백작은 알파 도시의 영주인 아이작 공작에게 신임받고 있다.

그렇기에 바티스 백작에게 정보를 건네려고 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다.

정보를 전하기만 하면, 나는 이득도 없는데 말한 상인이 된다.

이는 명백히 이상하다.


‘이득이 없는 분야에 상인은 발을 내딛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설명하려고 해도, 마땅히 설명할 내용이 없다.

나는 NPC가 아니다.

이번 일도 플레이어이기에 떠올릴 수 있는 일이다.

NPC라면 어떨까.


‘···모르겠네.’


NPC는 신분 제도가 당연한 곳에서 살고 있다.

평범한 신분으로 백작을 만나는 건 상당한 일이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사는 세계가 다르면 떠올릴 수 없는 일이다.

이번 경우는 단어적인 의미 그대로 사는 세계가 다르니 더더욱 그렇다.


“말하지 않을 생각인가···.”


머릿속에서 고민하기를 잠시.

바티스 백작의 인내심이 바닥나려 한다.


‘이거, 포기해야 하려나.’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일이다.

나는 생각하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바티스 백작님.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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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Episode 15. 플레이어 유도 계획 (2) 21.08.12 153 2 10쪽
66 Episode 15. 플레이어 유도 계획 (1) 21.08.11 159 2 10쪽
65 Episode 14. 영주 파티 (4) 21.08.07 153 3 10쪽
64 Episode 14. 영주 파티 (3) 21.08.06 157 2 12쪽
63 Episode 14. 영주 파티 (2) 21.08.05 157 3 10쪽
62 Episode 14. 영주 파티 (1) 21.08.04 154 2 10쪽
61 Episode 13. NPC 상인 등록 (4) 21.07.31 157 1 13쪽
60 Episode 13. NPC 상인 등록 (3) 21.07.30 167 2 10쪽
59 Episode 13. NPC 상인 등록 (2) 21.07.29 166 2 10쪽
58 Episode 13. NPC 상인 등록 (1) 21.07.28 169 2 9쪽
57 Outside 인터넷. 공식인 듯 공식 아닌 비공식 공략집 21.07.26 166 1 10쪽
56 Behind Story 던전. 은둔자의 거처, 그 진가. 21.07.25 171 2 12쪽
55 Episode 12. 두 번째 전환점 (4) 21.07.24 168 2 11쪽
54 Episode 12. 두 번째 전환점 (3) 21.07.23 170 3 12쪽
53 Episode 12. 두 번째 전환점 (2) 21.07.22 174 3 11쪽
52 Episode 12. 두 번째 전환점 (1) 21.07.21 183 3 12쪽
51 Extra 병사대장. 전초전 (3) 21.07.20 187 3 18쪽
50 Extra 병사대장. 전초전 (2) 21.07.19 184 3 12쪽
49 Extra 병사대장. 전초전 (1) 21.07.18 188 2 15쪽
48 Episode 11. 후회와 자책의 망령 (4) 21.07.17 178 2 11쪽
47 Episode 11. 후회와 자책의 망령 (3) 21.07.16 188 2 10쪽
46 Episode 11. 후회와 자책의 망령 (2) 21.07.15 180 2 10쪽
45 Episode 11. 후회와 자책의 망령 (1) 21.07.14 181 2 11쪽
44 Episode 10. 던전 공략 (4) 21.07.10 179 2 11쪽
43 Episode 10. 던전 공략 (3) 21.07.09 181 3 10쪽
42 Episode 10. 던전 공략 (2) 21.07.08 189 1 12쪽
41 Episode 10. 던전 공략 (1) 21.07.07 188 2 11쪽
40 Episode 9. 교회와 은둔자의 거처 (4) 21.07.03 196 2 12쪽
39 Episode 9. 교회와 은둔자의 거처 (3) 21.07.02 20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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