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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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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79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07.28 18:30
조회
169
추천
2
글자
9쪽

Episode 13. NPC 상인 등록 (1)

DUMMY

- 부스럭.


“···?”


인벤토리의 아이템을 확인하던 나는 뒤에서 들린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처음에는 돌턴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어났어?”


전날 구했던 아이가 다가온 모양이다.

아이는 벽면에 기대어 방 너머를 살피고 있다.


- 끄덕.


아이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 대신 끄덕임이 전부다.

어제도 대답은 별로 하지 않았다. 대답을 들은 건 세 번이다.

두 번은 명백한 거절.

그리고 나머지 한 번은.


‘영웅, 이라고 했었나···.’


나를 영웅이라고 불렀을 때다.

아이가 어째서 나를 영웅으로 불렀는지. 그건 어느 정도 예상이 간다.

자칫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구했다. 영웅으로 보여도 이해할 수는 있다.

다만, 계속 붙어 있으려는 건 곤란하다.


‘뭐···. 아이가 원한다면 괜찮나.’


아이라고는 부르지만, 이쪽(가상현실)의 성인은 17세부터다.

아이의 신장은 다소 작다. 체격도 말랐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략 16세, 17세로 보인다.


“아.”


- 갸웃.


아이의 나이를 생각하던 나는 중요한 사실을 떠올렸다.


“이름···.”


나는 아이의 이름을 모른다.

아이는 내 이름을 알 수 있다.

머리 위에 이름표가.


“···없었지.”


잊었다.

어제 워낙 충격적인 일을 겪은 탓에 리오넬 마을의 사건을 잊었다.

나는 겨우 이름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하아···. 이거, 여러모로 엉망이었네.”


아이의 이름을 모른다. 내 이름도 알려주지 않았다.

이거, 완전히 유괴다.


“잠깐···. 저, 거기 근처에 앉아 볼래?”


- 끄덕.


나는 마음을 다시 먹고, 처음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나는 처음부터 의자에 앉아 있다. 아이를 부른 나는 적당히 근처 의자를 가리켰다.

아이가 의자에 앉은 걸 확인한 나는 간단하게 숨을 내쉬었다.


“나는···.”


말을 하려다가.


“···.”


멈췄다.


- 갸웃.


아이가 고개를 기울이며 의문을 표하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아이를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나는 머리 위 이름표를 잃었다. 잃었다는 표현은 다를지도 모른다.

그래도.


‘NPC로 보이긴 하지···.’


겉보기로는 NPC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나는 한 생각에 도달했다.


‘슬로우는 플레이어의 이름이다. NPC로 활동하려는 내가 같은 이름을 써도 되나? ···아니, 조금 다른 이름을 쓰도록 할까.’


슬로우는 플레이어인 나의 이름이다.

그럼, NPC인 지금의 나는 다른 이름을 써도 된다.

애초에 가명을 준비하려 하기도 했다. 가명은 여러모로 쓰이니까.


‘그렇다면···.’


순식간에 생각을 끝낸 나는 가명을 떠올렸다.


“나는 로우, 라고 해. 잘 부탁해.”


- 끄덕.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NPC 같은 이름이다.

적당히 만족한 나는 아이의 이름을 물었다.


- 갸웃.


“···이름을 말하기 싫어?”


- 도리도리.


“그럼, 이름을 알려줄 수 있을까?”


- 끄덕.


아이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아도 말을 잘 들어준다.

나는 사촌을 보는 기분으로 아이의 대답을 기다렸다.


“소, 니아···.”

“소니아? 음, 좋은 이름이네.”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이름을 밝혔다.

아주 작은 목소리였지만, 주변은 조용하다. 밖에 있을 돌턴은 어느새 잠든 모양이다.

복도로 향한 시선을 움직여 창밖을 둘러본다. 어느새 해가 상당히 높게 떴다.


‘···아.’


시간을 확인한 나는 뒤늦은 일정을 떠올렸다.

본래, 오늘은 이름표가 사라진 상황을 이용하려 했다. 상인 시험은 NPC만 허용된다.

즉, 지금의 나는 시험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눈앞의 소니아다.


‘데려가···? 아직 시종인 제도도 모르는데···.’


소니아는 시종인 이라 불리는 직업인 모양이다.

돌턴은 그리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대략 해석하면 이렇다.

시종인은 모종의 직업을 지닌 이를 보좌하는 역할이다.


‘전문성을 본다면, 구제 제도에 가까우려나.’


소니아의 행색을 보면 무언가를 제대로 배운 느낌은 없다.

게다가 돌턴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더더욱 구제 제도라는 인상이 강해진다.

문제는 눈앞의 소니아. 시종인을 어떻게 나의 보좌로 만드는지, 다.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소니아를 데리고 다니기에는 걱정이 된다.

그러나 나는 한번 숨을 내쉬었다.


‘뭐, 그렇겠지.’


결국, 선택하는 건 소니아의 몫이다.

나는 소니아의 의지를 존중하기로 했다.


“소니아. 나는 상인 시험을 치르기 위해 잠깐 나갈 예정인데. 어떻게 할래?”


- 갸웃.


“같이 갈 수도 있고, 여기서 기다릴 수도 있어.”


- 지긋.


“원하는 걸 선택해. 강제하지 않을 테니까.”


- 지긋.


이야기는 전해졌으리라.

소니아는 한참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시야로 꿰뚫린 나는 소니아의 대답을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갈래.”


마르고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익숙지 않은 그 목소리는 분명, 소니아의 목소리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가자.”


- 끄덕.


간단하게 몸을 정돈한 나는 소니아와 함께 거리를 향했다.

거리에는 다양한 건물이 있다.

이번 목적은 길드다. 그것도 상인 길드다.


‘지난번에 방문한 적이 있으니까.’


상인 길드에는 금방 도착했다.

나는 소니아의 처우를 고민하려다, 함께 들어가기로 했다.


“어서 오세요, 알파 지부의 상인 길드. 은빛 날개입니다.”

“···.”


상인 길드의 문을 연 순간, 밝은 분위기의 인사가 날아들었다.

평범한 인사다. 접객으로는 당연하다.

하지만.


‘···플레이어 이름표가 있을 때는 그런 인사조차 없었는데. 이게 플레이어 차별인가···?’


미묘하게 충격을 받았다.

시작부터 정신에 공격을 받은 나는 겉으로는 괜찮은 척 소니아를 이끌고 접수원에게 향했다.


“상인 시험을 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되나요?”

“상인 시험 말씀입니까? 처음이시다면, 본 길드에서 수강을 받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수강, 인가요?”


접수원의 친절한 태도는 넘어가도록 하고, 수강이라는 단어에 흥미가 생겼다.

내가 되묻자 접수원은 입가의 웃음을 짙게 만들었다.


‘아, 이거. 돈벌이 수단이네.’


사소한 행동 하나에서 의도가 드러난다.

접수원의 행동을 읽은 나는 설명이라도 들어보기로 했다.


“예. 수강은 본 길드의 시험을 대비하는 공부입니다. 매회 5천 골드를 받고 있습니다.”

“5천.”


무심코 금액을 중얼거렸다.

한 회 수강에 5천 골드는 상당한 금액이다.

나는 곧바로 수강 의사를 포기하기로 했다.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시험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충분히 유념하시길.”

“알겠습니다.”


접수원은 상당히 아쉬워 보이는 모습으로 시험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시험은 배부받은 시험지를 푸는 것이 전부입니다. 다만,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감독관이 함께할 예정입니다. 시험은 단독으로 치러지며, 시간은 1시간이 주어집니다.”

“예, 알겠습니다. 응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시험, 어렵다고요?”

“괜찮습니다. 이래 봬도 상인 일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늘어지게 붙잡으려는 접수원을 접객용 웃음으로 밀어낸다.

접수원은 만들어진 내 웃음을 보고 미묘하게 시선을 돌렸다.


“하아···. 알겠습니다. 시험 응시료는 1만 골드입니다. 결과는 곧바로 통지되며, 시험을 통과하셨을 때는 해당 지부의 등록증을 받게 됩니다.”

“여기, 1만 골드입니다.”

“확인했습니다. 그럼, 저쪽 복도로 향해주세요. 두 번째 방에 감독관이 있을 겁니다. 곧바로 시험을 치르실 수 있습니다.”


접수원의 안내에 따라서 복도로 시선을 향했다.

장소를 확인한 나는 뒤로 돌아 소니아에게 향했다.


“시험받고 올 테니까, 잠깐 기다려줘.”


- 끄덕.


“좋아, 끝나면 맛있는 걸 먹으러 갈까?”


- 끄덕. 끄덕.


맛있는 음식이라는 단어에 소니아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맺혔다.


“알았어, 조금 이따가 보자.”


- 끄덕.


인사를 끝낸 소니아는 곧장 의자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안도한 나는 복도로 향했다.

시험 자체에 큰 걱정은 없다.

지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두 가지다.


‘소니아의 건···. 북서부의 복구 건···. 이번 시험으로 등록증을 얻으면 곧장 달려들어야겠는데.’


소니아의 건은 시종인 제도를 조사하면 충분하다.

정보 모으는 건 특기다.

북서부의 건은 제도를 조사하면서 또는 시장을 둘러보면 충분하다.

이미, 계획은 완성되었다.


“이번 시험이 끝나면, 다 해결되겠네.”


시험장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상당히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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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Episode 15. 플레이어 유도 계획 (3) 21.08.13 158 2 10쪽
67 Episode 15. 플레이어 유도 계획 (2) 21.08.12 153 2 10쪽
66 Episode 15. 플레이어 유도 계획 (1) 21.08.11 159 2 10쪽
65 Episode 14. 영주 파티 (4) 21.08.07 153 3 10쪽
64 Episode 14. 영주 파티 (3) 21.08.06 157 2 12쪽
63 Episode 14. 영주 파티 (2) 21.08.05 157 3 10쪽
62 Episode 14. 영주 파티 (1) 21.08.04 154 2 10쪽
61 Episode 13. NPC 상인 등록 (4) 21.07.31 157 1 13쪽
60 Episode 13. NPC 상인 등록 (3) 21.07.30 167 2 10쪽
59 Episode 13. NPC 상인 등록 (2) 21.07.29 166 2 10쪽
» Episode 13. NPC 상인 등록 (1) 21.07.28 170 2 9쪽
57 Outside 인터넷. 공식인 듯 공식 아닌 비공식 공략집 21.07.26 166 1 10쪽
56 Behind Story 던전. 은둔자의 거처, 그 진가. 21.07.25 171 2 12쪽
55 Episode 12. 두 번째 전환점 (4) 21.07.24 168 2 11쪽
54 Episode 12. 두 번째 전환점 (3) 21.07.23 170 3 12쪽
53 Episode 12. 두 번째 전환점 (2) 21.07.22 174 3 11쪽
52 Episode 12. 두 번째 전환점 (1) 21.07.21 183 3 12쪽
51 Extra 병사대장. 전초전 (3) 21.07.20 187 3 18쪽
50 Extra 병사대장. 전초전 (2) 21.07.19 184 3 12쪽
49 Extra 병사대장. 전초전 (1) 21.07.18 188 2 15쪽
48 Episode 11. 후회와 자책의 망령 (4) 21.07.17 178 2 11쪽
47 Episode 11. 후회와 자책의 망령 (3) 21.07.16 188 2 10쪽
46 Episode 11. 후회와 자책의 망령 (2) 21.07.15 180 2 10쪽
45 Episode 11. 후회와 자책의 망령 (1) 21.07.14 181 2 11쪽
44 Episode 10. 던전 공략 (4) 21.07.10 179 2 11쪽
43 Episode 10. 던전 공략 (3) 21.07.09 181 3 10쪽
42 Episode 10. 던전 공략 (2) 21.07.08 189 1 12쪽
41 Episode 10. 던전 공략 (1) 21.07.07 188 2 11쪽
40 Episode 9. 교회와 은둔자의 거처 (4) 21.07.03 196 2 12쪽
39 Episode 9. 교회와 은둔자의 거처 (3) 21.07.02 20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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