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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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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81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07.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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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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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Episode 11. 후회와 자책의 망령 (4)

DUMMY

손끝에서 전해진 빛은 불과 1초가 지나지 않아서 사라졌다.

본래 이 마법은 언데드에게 효과적인 마법이다. 고스트인 보스 또한 언데드다. 선택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멀쩡하네.”


보스는 아무런 데미지도 입지 않았다.

예상한 상황에 나는 당황하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움직여야 한다. 멈추는 순간 곧바로 상태 이상 마법을 맞는다.

지금도 보스는 상태 이상 마법을 준비하고 있다. 보스의 몸 주변으로 떠오른 은은한 빛은 마법의 빛이다.


- 오오오오!


보스는 여전히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처음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 그대로다.


“움직이는 건 공격할 때뿐인가?”


보스는 분명히 움직였다.

지난번 싸움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공격한 건 보스다.

당시 위치를 생각하면 보스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공격할 수 없는 위치다.

즉, 보스는 상태 이상을 건 이후에만 움직인다.


“열심히 도망다녀야겠는데.”


그 말은 다르게 말해서 상태 이상 마법만 피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내가 계속해서 움직인다면 상태 이상 마법을 피할 수 있다.

동시에 보스는 나를 공격할 수 없다.

하지만.


‘페이즈가 넘어가는 게 문제인데.’


보스라는 존재는 보통 여러 개의 페이즈로 나뉜다.

처음부터 같은 행동만 하는 보스도 있지만, 체력이 줄어드는 걸 조건으로 새로운 행동을 하는 보스도 있다.

보스의 행동 패턴은 간단하다. 그렇기에 이번 보스는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아무래도 상관없나.”


어떤 보스라도 공략한다.

그렇게 결심했다.

그러니 나는 다시 한번 외쳤다.


“《홀리 라이트》!”


- 오오오오!


보스는 빛이 짜증 난다는 듯이 더욱 노기가 섞인 소리를 냈다. 그러나 데미지는 없다.

홀리 라이트는 데미지를 줄 수 없다.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홀리 라이트를 사용했다.


‘이번에 배운 마법은 조건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지···.’


새롭게 배운 신성 마법은 평범하게 사용할 수 없다.

조건을 갖춰야만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세 번인가.’


조건은 단순하다.

홀리 라이트를 다섯 번 사용한다. 그게 전부다.

신부님이 말씀하시기를, 주변의 신성이 가득 차야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 오오오오오!


“쯧.”


새로운 신성 마법에 너무 신경을 쏟았다.

눈치챈 순간에는 이미, 미약하게 움직인 보스의 손이 나를 가리켰다.

이건 늦었다.


“혼란인가.”


시야가 흔들린다.

구토감이 치민다.

그래도 못 버틸 정도는 아니다.


“···짜증 나는데.”


하지만 갑작스러운 혼란에 짜증이 치미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섣불리 움직이는 것보다 마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홀리 라이트》···!”


흔들리는 시야에 보스가 여럿 보인다.

나는 그중 하나를 가리키며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마법은 발동했다.

동시에.


- 퍼억.


“큭···.”


마른 고목과도 같은 보스의 팔이 나를 날렸다.

혼란은 팔에 맞는 순간에 풀렸다. 아무래도 상태 이상은 팔에 맞는 순간에 풀리는 것 같다.


‘체력만 충분하다면 쉽게 공략할 수 있겠는데.’


문제는 체력이 적다는 점이다.

내 방어구는 천 옷이 전부다.

이걸로는 고블린조차 위험한 수준이다.

내가 보스의 공격을 버틸 수 있는 건 공격이 타격이기 때문이다.


“고블린은 손톱, 스켈레톤은 날카로운 뼈로 찌르기. ···보스는 팔 휘두르기가 전부라니. 《홀리 라이트》.”


일어나면서 보스를 향해 마법을 사용한다.

조건까지 한 번 남았다. 체력은 아직 여유다. 앞으로 한 번은 버틸 수 있다.


“그럼, 곧바로. 《홀리----”


- 오오오오!!


“뭣?! 이런···!”


숨을 가다듬으며 마법을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먼저 움직인 건 보스다.

내가 마법을 외우기보다 먼저 움직인 보스는 어느 순간 마법을 사용했다.

마법은 당연하게도 상태 이상 마법이다.


‘마비인가···. 보스도 마법에 제한이 없는 건가.’


보스가 마법을 사용한 건 1분 이상 시간이 흐른 후다.

그 탓에 나는 보스의 마법에는 쿨타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보스는 곧바로 마법을 사용했다.

이는 보스의 마법에 쿨타임이 없다는 말이다.


‘···온다.’


- 퍼억.


너무 믿었다.

언제나 예상외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 사실을 잊었다.


“좋아. 《홀리 라이트》.”


이걸로 조건은 갖춰졌다.


“좋은 상대였다. 클레릭 고스트.”


마지막으로 녀석에게 인사를 건네둔다.

나는 보스 덕분에 리오넬 마을에 녹아들었다.

단순히 마법을 배우기 위해 운동을 했다. 교회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다. 마을 사람들과 교우를 가졌다.

이 모든 것이 【거울 세계】의 지표가 되었다.

그러니.


“《빛으로 사해라, 홀리 레이》.”


보스는 스승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최대한의 경의와 마력을 담아 마법을 사용했다.


- 오오오오···!


홀리 레이는 신성 마법의 하나다.

언데드에게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정화의 기초 마법이 홀리 라이트다. 그리고 홀리 레이는 그다음 마법이다.

단 한 단계 위의 마법이다. 하지만 마법의 한 단계는 결코 무시 못 할 벽이 된다.


- 오, 오, 오, 오!!


손가락 끝에서 나타난 빛은 홀리 라이트와 닮았다. 그러나 다르다.

손가락 끝에 물방울이 맺히듯 맺힌 빛은 점점 밝아지더니, 폭발하듯 손가락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손가락의 끝에는 보스가 있다. 보스를 향해 나아간 빛은 새하얗지만, 어딘가 어둠이 뒤섞인 빛이다.

그 빛을 정면에서 부딪힌 보스는 처음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 오, 오, 오, 오···.


끊어지며 울린 비명은 금방 줄어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빛 또한 약해지기 시작했다.


“잘 가.”


방을 환하게 밝힌 빛이 사라진 순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휑한 공간이 전부다.


“···의외로 허무하네.”


이번 보스 또한 한 번의 마법으로 끝났다.

정확히는 여섯 번의 마법이다. 그래도 허무함은 부정할 수 없다.

허망함을 되삼킨 나는 던전을 나갈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나가는 길은 없나?”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건 휑한 공간이 전부다.

그러던 중.


《축하합니다! 『클레릭 고스트 : 후회와 자책의 망령』를 처치하셨습니다.》

《던전 : 「은둔자의 거처」의 지배 권한을 얻었습니다.》

《숨겨진 문이 나타납니다.》


“숨겨진 문? 보상인가···?”


- 쿠구궁.


반투명한 창을 다 읽은 순간 어디선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문은 보스 방의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위치다. 보스가 있었다면 등 뒤에 있다.

숨겨진 문이라는 말을 본 나는 내심 기대했다.


‘보스의 보상이라면 나름 기대해도 되겠지. ···그리 좋은 건 없겠지만.’


문 너머는 작은 방이다.

교회에서 내가 빌리고 있는 방보다 조금 넓은 정도다.

생각과 조금 다른 모습에 실망을 미처 숨기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방을 둘러보기로 했다.


“···일기인가?”


방에는 침대와 책상, 의자가 있다. 침대 아래편에는 숨겨진 모양새의 작은 궤가 있다.

나는 우선 책상에 놓인 노트를 확인했다.

노트에는 다 헤진 모습으로 남은 제목이 적혀 있다.


“‘회고록’이라니···. 은둔자의 거처라고 했으니, 은둔자가 쓴 회고록인가.”


자칫 바스러질 법한 노트의 옆에는 얼룩진 펜이 있다.

펜은 간단한 구조다. 다만, 끝부분에 달린 깃털은 완전히 바스러져 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두 물건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은둔자의 일기〉를 습득하셨습니다.》

《〈은둔자의 펜〉을 습득하셨습니다.》


“남은 건 저 궤인가.”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궤를 꺼냈다.

생각보다 큰 궤는 그 자체로 상당히 오래되어 보인다.


- 딸각.


간단하게 열린 궤 안에는 세 개의 물건과 하나의 자루가 있다.

자루를 먼저 확인한 나는 스스로 자각할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돌덩이라니···.”


마음 같아서는 버리고 싶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벤토리에 던져뒀다.


《〈일찍이 성자라 불렸던 잔재〉를 습득하셨습니다.》


남은 건 세 개의 물건이다.


“부러진 지팡이에 팔찌, 더러운 망토인가? 그나마 팔찌가 낫네.”


지팡이는 절반이 부러져 있다. 꽃으로 만들어진 팔찌는 썩어 있다. 망토는 피비린내와 얼룩이 상당하다.

치밀어 오르는 한숨을 삼킨 나는 생각을 전환하기로 했다.

그대로 있으면 무언가 꺾일 것 같았다.


“그래. 보스 아이템이니까. 무언가 좋은 게 있겠지. 자격증이 없어서 감정할 수 없는 거려나. 알파로 돌아가면 감정사를 찾아봐야겠어. ···우선 팔찌라도 착용해볼까.”


지팡이는 부러졌으니 무리다. 망토는 피비린내가 심해서 입고 싶지 않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팔찌만 남았다.

나는 썩은 꽃 팔지를 조심스레 팔에 끼워 넣었다.


‘이쪽(가상현실)이니까···. 무언가 바뀌었겠지.’


아무런 체감도 없다.

그렇게 미묘한 기분이 된 내 앞에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은둔자의 팔찌〉를 습득하셨습니다.》

《〈은둔자의 팔찌〉를 착용하셨습니다. 〈은둔자의 팔찌〉의 저주가 적용됩니다.》

《〈은둔자의 팔찌 : 저주받음〉. 「저주 : 집착과 집념.」》

《〈은둔자의 팔찌 : 저주받음〉은 「캐릭터 명 : 슬로우」에게 귀속됩니다.》

《귀속된 물건은 파괴 불과, 판매 불가, 소유권 양도 불가능, 장착 해제 불가능, 소유자에게서 멀리 떨어질 수 없습니다.》


“···뭐?”


단번에 나타난 반투명한 창을 멍하니 바라본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니, 이해를 거부하고 있다.


“저주, 받았다고?”


설마.

보스 몬스터를 잡고 얻은 물건이 저주받았다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보다.


“다른 아이템도 전부 저주받은 건가?!”


운 나쁘게 하나만 저주받았을 리 없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서둘러 다른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보아하니 인벤토리에 넣은 물건은 저주가 적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착용하면 저주가 적용되는 듯하네···.’


《〈은둔자의 망토〉를 습득하셨습니다.》

《〈꺾여버린 성자의 지팡이〉를 습득하셨습니다.》

《일찍이 성자라 불린 은둔자의 원념과 후회가 담긴 모든 아이템을 습득하셨습니다.》


“전부···. 저주···. 받았네···.”


마지막에 뜬 반투명한 창 덕분에 확신했다.

내가 얻은 아이템들 전부 저주받았다.

그것도 보스 몬스터를 잡고, 던전을 클리어한 보상인 아이템이다.

나는 힘겹게 보스 몬스터를 잡고, 던전을 클리어 한 보상으로 저주를 받았다.


“푸핫···. 아하하하하하하하. ···돌아갈까.”


한차례 웃음을 끌어낸 나는 탈진하듯 웃음을 멈췄다.

그리고 힘없는 발걸음으로 새로 생긴 나가는 문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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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Episode 14. 영주 파티 (2) 21.08.05 157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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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Episode 13. NPC 상인 등록 (3) 21.07.30 167 2 10쪽
59 Episode 13. NPC 상인 등록 (2) 21.07.29 166 2 10쪽
58 Episode 13. NPC 상인 등록 (1) 21.07.28 17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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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Extra 병사대장. 전초전 (2) 21.07.19 184 3 12쪽
49 Extra 병사대장. 전초전 (1) 21.07.18 188 2 15쪽
» Episode 11. 후회와 자책의 망령 (4) 21.07.17 17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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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pisode 10. 던전 공략 (3) 21.07.09 18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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