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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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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77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07.15 18:30
조회
179
추천
2
글자
10쪽

Episode 11. 후회와 자책의 망령 (2)

DUMMY

“실패했네.”


로그를 단번에 확인한 나는 금방 부활했다.

로그의 내용은 충분히 알고 있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건 좌절하는 게 아니다.

던전을 나아갔다. 보스를 확인했다. 보스와 전투했다. 덕분에 힌트를 얻었다.

즉, 내가 해야 하는 건 얻은 힌트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지금 시간은···. 해가 뜰 시간인가.”


던전에 들어간 시간은 밤이다. 자그마치 던전에서 10시간 이상을 보낸 모양이다.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교회에서 잠을 잔 곳은 이 방이 유일하다. 덕분에 일어날 때마다 침대에서 깨어난다.

어렴풋한 햇빛을 본 나는 신부님이 계실 장소로 향했다.


“기도실에 계시겠지.”


최근에는 신부님에게 신성 마법을 배우면서 나름 가까워졌다.

덕분에 신부님이 평소에 어디에 계시는지도 알고 있다. 매일 해가 뜨기 전에 기상하는 신부님은 해가 뜰때까지 기도실에서 기도를 한다.

한 번은 나도 어울린 적이 있다.


‘덕분에 신성 마법을 배웠지.’


신성 마법을 배우는 조건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미 방문한 경험 덕에 기도실에는 금방 도착했다.

하지만 나는 문을 열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잠시.


- 끼익.


“음? 슬로우 씨?”

“좋은 아침입니다. 신부님.”

“예. 좋은 아침입니다. 슬로우 씨.”


기도실의 문이 열리면서 신부님이 나왔다.

나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신부님은 의아해하면서도 인사를 받아주었다.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신가요?”

“‘아래층’의 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제 방으로 가지요.”


아래층은 『은둔자의 거처』를 칭하는 말이다.

신부님이 다른 아이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경계한 까닭에 사용하는 단어다.

나와 신부님은 신부님의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신부님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신부님이 입을 연 것은 방의 문을 잠근 후다.


“슬로우 씨. 하실 이야기라는 것은?”

“보스. 『후회와 자책의 망령』와 마주했습니다.”

“망령? 설마···!”


‘아무래도 무언가 알고 있는 모양인데.’


신부님은 망령이라는 단어에 놀란 모습이다.

나는 신부님의 반응을 관찰하고자 차분히 기다렸다.

한 차례 놀란 신부님은 어딘가 긴장한 모습으로 물었다.


“그···. 망령의 생김새는 어떠했습니까?”

“핏빛으로 물든 신관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다른. 다른 특징은 없었습니까?”


나는 이 질문으로 깨달았다.

신부님은 『은둔자의 거처』의 보스를 알고 있다.

지금 신부님의 질문은 명확한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다. 이 질문은 신부님이 보스를 모른다면 할 수 없는 질문이다.

다만, 이 정보를 어떻게 얻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NPC인 신부님은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지. 던전이 클리어된 것도 아니야···.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겉으로는 차분한 모습을 꾸민 나는 신부님의 질문에 대답했다.

지금은 신부님에게 협력하는 편이 좋다.

애초에, 신부님을 찾아온 것 또한 신부님의 협력을 받기 위해서다.


“특징이라면···. 반투명한 몸에, 마른 고목과 같은 손이었습니다.”

“그건 대부분의 고스트가 가지는 특징입니다. ···신관복에 이런 표식은 없었습니까?”


나는 신부님이 꺼낸 종이를 확인했다.

종이에는 문양이 그려져 있다.


‘태양을 본뜬 모양인가?’


둥근 태양과 닮았다. 하지만 중심에 있는 원을 가두듯이 펼쳐진 또 하나의 선이 그려져 있다.

태양과 선 사이에는 작은 점들이 수 놓여 있다. 게다가 둥근 태양 중심에도 나선으로 그려진 문양이 있다.

상당히 난해한 문양이다.


‘···확실히, 신관복에 비슷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신부님이 꺼낸 문양을 살핀 나는 한가지 추측을 떠올렸다.

신부님은 교회 소속이다. 그렇다면 신부님이 꺼낸 문양은 교회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문양이 고스트에 있었다는 점은 단 하나다.


“신부님. 그 고스트는 교회의 사람이었습니까?”

“···.”


확실하게 지적하자 신부님은 입을 닫아버렸다.

다시 한번 신부님께 물어보려던 나는 신부님의 얼굴을 보고 멈췄다.

신부님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고스트와도 닮은, 자책이었다.


“맞···. 습, 니다. 그분은 일찍이 성자라 불리신 분. 구원자이셨습니다.”

“···그렇습니까.”


신부님은 고스트의 정체가 성자라고 했다. 동시에 구원자라고도 했다.

확실히, 클레릭 고스트인 점과 교회 아래에 있다는 점에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자였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죽은 NPC가 훗날 몬스터가 되었다는 점에 더 놀랐다.

내가 본 존재는 클레릭 고스트다.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다. 보스 몬스터다.

그런 존재가 생전에는 NPC, 그것도 성자라는 존재라고 한다.

나는 예상 이상의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저희는 그분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짊어주었습니다. 저희가. 저희가···. 부족한 탓에. 성자님은 필요 이상으로 부담을 안고, 결국 버티지 못하셨습니다. 그분 또한 한 사람의 인간임을 저희가 잊은 탓입니다.”


말을 잇지 못하는 나를 놔두고 신부님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다만, 신부님의 목소리는 어느덧 후회가 섞인 목소리였다.


“저희는 너무나 많은 부담을 안겼습니다. 그 결과 저희는 태만하고, 오만하고, 나태해졌습니다. 타락한 겁니다. 그 탓에···. 그 탓에 그분은 저희를 대신해 수많은 고난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신이 아니십니다. 결국, 저희는 그분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저희는 너무나 많은 것을 그분께 의지했고, 그분은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저희가 뒤늦게 깨달아 그분을 찾았을 때는 모든 게 지난 후였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나는 갑작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예정된 이야기인가, 아니면 NPC들의 생각이 이루어낸 이야기인가.

최소한 눈앞에서 자책과 후회에 빠져든 신부님을 본다면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분은 마지막으로 이 마을에 교회를 세웠습니다. 그렇게 이 교회는 세워졌고, 처음부터 지하의 공간은 『은둔자의 거처』로서 전해졌습니다. 그분은···. 그분은 아마, 저희를 용서하시지 않으시겠지요. 저희는 너무나 많은 죄를 범했습니다. 『은둔자의 거처』는 그분이 남기신 저희의 죄를 상징하는 곳입니다.”


‘···그런 것 치고는 교회의 이야기가 적었는데? 오히려, 고스트의 이름이 후회와 자책의 망령이었어.’


신부님의 이야기를 듣던 나는 묘한 위화감을 찾았다.

지금 당장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신부님의 이야기와 『은둔자의 거처』는 무언가 다르다.

나는 위화감을 담아두고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저희의 죄는 확실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슬로우 씨. 부디, 그분의 영혼에 안식을 주십시오. 그분에게 이 이상 업을 지우는 것은 안 됩니다. 저희의 힘이 나약한바. 부디,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이신 슬로우 씨가 그분의 업을 해결해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은둔자의 거처』를 확실하게 공략하려 했습니다. 그러니 그분의 업을 해결하는 것 또한 『은둔자의 거처』를 공략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이야기의 흐름으로 예상한 제안에 나는 수락했다.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처음부터 공략할 생각이다. 사소한 일 한두 가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완벽한 공략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신부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신부님. 저의 힘으로는 보스. 『후회와 자책의 망령』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

“그러니 신부님. 신성 마법의 다음을 가르쳐주실 수 있습니까?”


내가 신부님을 찾은 목적이다.

신성 마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내가 신부님에게 배운 것은 단 한 부분의 기초다.

보스가 아닌 스켈레톤은 기초 마법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보스 몬스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러니 나는 신부님에게 다음 마법을 배우고자 왔다.


“···이 또한 필요한 일이겠지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부님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금방 수긍했다.


“다음 마법은 홀리 레이라는 마법입니다. 이전 단계인 홀리 라이트보다 위력이 높은 대신, 배우기 힘든 마법입니다. 슬로우 씨. 배우실 수 있겠습니까?”

“해내 보이겠습니다.”

“좋습니다.”


다음으로 배우는 마법은 홀리 레이라고 한다.

나는 새로운 마법의 존재에 신부님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기 시작했다.

신부님이 이야기하기를 이번 마법은 더욱 많은 기도와 마법을 위한 체력이 필수라고 한다.


‘기도는 간단하겠지만···. 설마, 체력을 이야기한다는 건. 그건가?’


신부님의 설명을 들은 나는 떠오른 예상을 중얼거렸다.


“체력 스테이터스···?”


만약 체력 스테이터스가 필요한 경우, 나는 당장 배울 수 없다.

자격증으로 스테이터스를 분배할 수 있는 다른 플레이어와 달리 나는 자격증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다른 방법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 운동을 해야 하는 건가.’


플레이어의 성장은 NPC와 비교해서 상당히 빠르다.

이는 레벨업을 통한 스테이터스 성장뿐만이 아니다.

평범한 활동만 해도 다양한 스테이터스, 스킬 등을 배울 수 있다.

실제로 몇몇 플레이어는 수련의 개념으로 운동을 한다고 한다.

다만, 레벨업을 통한 스테이터스 배분에 비하면 성장 폭은 작을 수밖에 없다. 극적인 변화는 아니다.


‘설마 싶기는 하지만···.’


즉, 내가 운동만으로 스테이터스 배분과 같은 효과를 보려면 상당한 강도의 운동을 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


나는 신부님이 지은 인자한 미소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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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Episode 13. NPC 상인 등록 (3) 21.07.30 167 2 10쪽
59 Episode 13. NPC 상인 등록 (2) 21.07.29 166 2 10쪽
58 Episode 13. NPC 상인 등록 (1) 21.07.28 16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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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Extra 병사대장. 전초전 (2) 21.07.19 184 3 12쪽
49 Extra 병사대장. 전초전 (1) 21.07.18 188 2 15쪽
48 Episode 11. 후회와 자책의 망령 (4) 21.07.17 178 2 11쪽
47 Episode 11. 후회와 자책의 망령 (3) 21.07.16 188 2 10쪽
» Episode 11. 후회와 자책의 망령 (2) 21.07.15 180 2 10쪽
45 Episode 11. 후회와 자책의 망령 (1) 21.07.14 181 2 11쪽
44 Episode 10. 던전 공략 (4) 21.07.10 179 2 11쪽
43 Episode 10. 던전 공략 (3) 21.07.09 181 3 10쪽
42 Episode 10. 던전 공략 (2) 21.07.08 189 1 12쪽
41 Episode 10. 던전 공략 (1) 21.07.07 18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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