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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무 님의 서재입니다.

한국 헌터 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찐돈
작품등록일 :
2020.11.11 17:40
최근연재일 :
2020.12.02 19: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7,552
추천수 :
107
글자수 :
124,967

작성
20.11.2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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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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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7화

DUMMY

“원한이라고?”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항목에 강복이 의아해하며 서 있자 동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복이! 온다네!”

“헙!”


투견이 이채를 발하며 뒷발을 강하게 뻗었다.

꽝!

땅이 울리면서 바닥이 움푹 파졌다. 폭발적인 박차였다. 그 힘 그대로 투견의 몸이 강복에게 쏘아졌다.

강복은 바로 삼식이로 대응해서 막았다. 하지만 순전한 힘에서 밀려 몸이 날아갔다.


“커헉!”


강복은 한참을 날아가 쇠창살 벽에 부딪혔다. 보통 쇠창살은 역시 아니었는지 그 충격은 세게 돌아왔다.

투견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달려들었다. 아파할 새도 없이 강복은 바로 다음을 대비해야 했다.


“이 자식...!”


삼식이를 역수로 고쳐 쥔 강복은 달려드는 투견 위로 뛰었다. 바로 급소를 노릴 생각이었다.

잠시간이지만 슬로모션으로 투견의 정수리가 비춰졌다. 강복은 정수리를 향해 삼식이를 휘둘렀다.


-킁!


투견은 마치 그 생각을 다 안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곤 방향을 틀어 발돋움했다.

오히려 투견이 강복의 옆으로 날아드는 꼴이 됐다.


“뭐가 이렇게 세?!”


강복은 한탄하듯 소리쳤다.

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투견의 정기는 1500. 자신과 비교하면 150이나 차이가 났다. 150의 격차는 거의 1수준과 같았다. 설령 변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로 눈에 띄게 다를 순 없었다.

강복은 빠른 반사 신경으로 정기를 둘러 투견이 물려는 것을 막았다.


‘역시 저 원한이라는 수치가 원인인가.’


그동안 보지 못한 항목. 원한은 정기와는 다른 힘이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는 지금의 강함이 설명되지 않았다.

그 일례로 투견의 몸속에 느껴지는 부정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다.

일반적인 정기는 전신을 아우르는 실타래나 나무뿌리 같은 느낌이라면, 투견은 척추를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가시오가피와 비슷했다. 불길한 느낌은 덤이었다.


“원물이로군.”

“원물?”


어느새 강복의 주변을 맴도는 동이가 말했다. 강복은 투견을 상대하며 설명해 보라는 식으로 흘겼다.


“흠. 지박령이랑 비슷한 것일세. 자신의 원한만큼 부정의 힘도 강력해지는 놈이지.”


일반적으로 억울함이나 후회와 가까운 한이 쌓이면 요물이 됐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증오와 원한, 복수와 같은, 대상을 가진 한이 쌓이면 그 한은 원한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원한은 부정을 더욱 강력하게 하고 때에 따라서는 특별한 능력을 부여하기도 했다.


-크르르...!


강복이 어느 정도 비등하게 맞서 싸우자 투견은 성난 듯 으르렁거렸다. 그때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우득. 우드득.

투견의 몸이 갑자기 뒤틀리기 시작했다. 뼈와 뼈가 부딪히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몸체가 충분히 커다란 투견이 점점 더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그, 근육이 늘어나고 있어.”


어마어마한 기세에 강복은 차마 달려들 생각조차 못하고 입을 벌렸다.

그 사이 투견의 몸은 어느새 1.5배가량 커져 있었다.

시뻘건 두 눈으로 노려보는 투견의 혀가 아래로 축 늘어졌다. 끈적한 침이 바닥을 축였다.

강복은 직감적으로 삼식이를 치켜들었다. 그 직감이 강복을 살렸다.

꽝!

순식간에 날아든 투견과 삼식이가 격돌했다. 강복에게서 쉰 소리가 흘러나왔다.


-컹! 커엉!


투견은 지치지도 않는 듯 계속해서 강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면서도 귀신같이 삼식이의 날을 요리조리 피했다. 마치 이 칼날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듯했다.

강복은 칼등으로나마 어렵사리 공격을 막았다. 투견의 육중한 체중까지 실리자 강복의 몸이 휘청거렸다.

갑자기 투견이 이토록 강해진 이유.


[특재 : 투지 (원)]


그건 바로 스킬이었다.

본래 투지의 스킬은 공격 대상을 향한 공격력과 집중력이 오르는 스킬이었지만 투견에게는 신체 변화 효과까지 일으켰다. 원한의 힘이었다.

덕분에 스킬 효과는 물론, 모든 신체 강화와 내력까지 증진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었다.

강복은 이를 꽉 깨물었다


“너만 쓸 줄 알아? 나도 쓸 수 있어!”


강복의 두 눈에서 푸른 불꽃이 일렁였다. 정기를 혈기로 바꾸는 기술. 이를 통해 강복도 본래 수준을 뛰어넘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사용에 대한 부담이 커 오래 지속은 못한다는 것이 허점이었다.


“크윽.”


처음 사용했을 때와 비교하면 강복도 많이 성장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아직 혈기를 사용하기엔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그 결과로 강복은 속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참아야 했다.

그럼에도 혈기는 포기할 수 없었다.


[수준 : 21]

[정기 : 2500]


투견보다 한참 뒤떨어졌던 정기가 단숨에 이를 능가했다. 이것이 혈기를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였다.


-커엉!


다시 한 번 투견의 몸이 날았다.

전까지는 그저 직감으로 대응했던 강복이라면 이제는 투견의 움직임이 확연히 눈에 들어왔다.

점차 눈으로 쫓기 시작한 강복이 어느 순간 뒤로 도는 투견을 보고는 바로 뒷발을 뻗었다.

퍼억!

확실한 타격 느낌이 들었다. 절대 죽지 않을 것 같았던 투견의 기세가 한층 꺾인 듯 싶었다.


-끄응...컹! 컹!


하지만 투견은 언제 겁먹었냐는 듯 다시금 기를 세워 짖었다. 강복이 고래를 저었다.


“어째 소굴 놈들은 하나같이 끈질길까?”


어차피 시간을 끌어 봤자 좋을 건 없는 강복이 바로 땅을 박찼다.

파밧, 푸른 불꽃이 섬광을 내뿜으며 일직선을 그었다. 정기를 담은 삼식이가 소굴을 비췄다.


-깨앵!


베었다. 드디어 삼식이를 잡은 오른손에 손맛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한 강복이 재차 삼식이를 휘둘렀다.

파바박!

한 번, 두 번, 세 번.

여러 차례 투견의 몸을 난도질하자 강복도 금세 힘이 부쳤다. 오른팔이 파르르 떨렸다.

그런데.


-끼잉...커엉! 컹! 크르르...!


투견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벌써 빈사 상태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처를 안고도 필사적으로 자리를 박찼다.

강복은 기가 찬다는 듯 한숨을 내뱉고 발차기를 내질렀다.

퍼억!

정확히 턱에 적중하자 이번에야말로 투견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하아, 하아. 이제 안 일어나겠...?!”

-커엉! 커엉!


믿을 수 없었다. 비록 원한과 스킬로 인해 강력해졌다한들 지금의 강복을 당해낼 정도는 아니었다. 헌데 투견은 마치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는 듯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강복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혈기를 겨우겨우 붙잡았다. 수준이 오른 만큼 지속 시간도 늘 거라 생각했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다. 심지가 길어졌다고 불이 오래 타지는 않는 법.

그만큼 정기라는 화력이 강해져서 심지 타는 속도가 빨라졌기에 체감 상 지속 시간은 큰 차이가 없었다.


‘급할 것 없다. 그만큼 내가 정기를 조절하면 돼...!’


적당히 몸속을 타고 흐르는 정기의 양을 조절하자 확연히 고통이 줄어들었다.

강복은 다시 투견에 대비했다.

그때 죽일 듯이 노려보는 투견의 처절한 눈빛이 강복과 마주쳤다.


“?”


강복은 그제야 왜 투견이 이토록 죽을힘을 다했는지 이해했다.

투견의 두 눈에서 피 눈물이 흘렀다. 부들부들 떠는 몸과 다리. 당장이라도 넘어갈 것 같은 숨소리.

꼬리는 몸 밑으로 잔뜩 말린 채 파르르 흔들리고 있었다.


‘이놈...’


요물들은 생전의 한에 의해서 생성되는 존재. 그렇다는 건 지금 이렇게 움직이는 것 또한 한을 풀지 못해서였다

그 한이라는 것이 개체에 따라 수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어서 알 수 있는 법이 없었지만 눈앞의 투견한테는 또렷하게 그 사연이 보였다.


‘이 녀석, 살려고 덤비는 거였구나.’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

평생을 싸움판에서 싸우던 투견의 한은 죽어서도 남아 생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가진 채 소굴에서 떠돌고 있었던 것이다.

강복은 가슴 한편이 씁쓸했다. 왠지 저 투견이 자신을 향해 말을 하는 착각이 들었다.


-커엉! 커엉! (죽여 줘! 죽여 줘!)


강복은 삼식이를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러자 그저 일렁이기만 했던 정기가 단숨에 불을 일으키며 크게 타올랐다.

혈기의 한계치까지 끌어 올린 것이다.

그 모습에 동이가 화들짝 놀랐다.


“복이! 적당히 조절하지 않으면 도리어 자네가...!”

“적당히가 안 돼.”

“?!”


강복은 결연한 표정으로 투견을 마주보고 말했다.


“살고 싶어 안달인 녀석에게 내가 어중간한 마음일 수가 없어.”


그 말을 끝으로 강복이 날아든 건 한순간이었다.


* * *


단 일 격.

한 번의 공격으로 투견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강복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온힘을 다해 투견의 목을 정확히 잘라 냈다. 그 과정에서 혈기를 한계까지 유지해야 하는 고통이 있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끼잉... 끼잉...


떨어져 나간 머리에서 투견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끔뻑이며 필사적으로 강복을 보려는 모습.

강복이 가까이 다가가자 투견은 비로소 혀를 내밀었다.


“......”


잠시간 더할 나위 없는 휴식 시간을 즐긴 투견은 스르르 눈을 감았다. 혀가 축 늘어지고 세차게 요동치던 정기도 안정을 되찾았다.

스스스.

강복은 땅 밑으로 꺼져가는 투견의 시신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투견을 보내 주었다.


[수준이 1 상승했습니다.]

[수준이 1 상승했습니다.]

...


강복은 눈앞에 떠오르는 레벨업 창도 무시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동이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물었다.


“복이?”

“이제야 이해했어.”

“음?”


동이가 되묻자 강복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강해진다는 대가가 무엇인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이춘삼, 그리고 이 투견. 모두 생전에는 나와 같았겠지.”


강복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누구보다 살고 싶었을 거야. ...내 손에 죽기 전까진.”

“복이...?”


강복의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진 동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강복을 쳐다봤다.

기우였다.

강복은 오히려 상쾌하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난 무조건 살 거야. 살고 살고 계속 살아남아서 강해질 거야. 설령 이 녀석들을 죽인다 하더라도.”

“......”

“강해진다는 건 그런 거지?”


동이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강복이 그걸 보았을지 어땠을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강복 스스로는 이미 결론을 내린 것 같았다.


“뭔가 개운해졌다. 자꾸 찜찜했던 것들이 가슴에 남아 있었는데.”

“정말 괜찮은 겐가?”

“어. 앞으로 위선자 행위는 그만하기로 했다.”

“?”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동이를 뒤로 하고 강복은 투견이 남기고 간 정수를 손에 들었다.

지체 없이 정수를 빨아들이자 곧바로 변화가 일어났다.


[특재 : 투지]

[대상을 향해 싸우고자 하는 마음을 다진다. 대상으로 지정된 상대방에 대한 공격과 집중력이 크게 상승한다.]


‘더는 망설이지 않는다. 죽여야 한다면...’


강복이 두 눈을 빛냈다.


* * *


삐리리! 삐리리!

홀로렌즈가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수신음을 시끄럽게 울렸다.

위급 상황을 연상케 하는 요란한 소리는 실제로 특별한 경우에 울리는 소리가 맞았다. 기본적으로 던전이 발생했을 때가 그러했다.

이 수신은 주한미국 헌터관리국에서 던전이 감시가 되면 해당 던전을 담당할 헌터들에게 즉각적으로 보내는 수신호였다.


“보냈어?”

“보냈다.”


잭이 묻자 피터는 음흉하게 웃으며 메시지 내용을 보여 주었다.


[F급 던전 발생.]

[모든 던전 처리반 헌터들은 해당 던전 앞으로 집합.]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일반적인 소집 명령.

하지만 이들이 이토록 웃고 있는 이유는 이 문자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물론, 던전 발생이 거짓은 아니었다.


“D급 던전이라는 게 함정이지.”

“잭! 너 진짜 천재구나?”


피터가 잇몸까지 드러내며 환하게 웃자 잭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아무리 한국 놈들이 E급 던전에도 죽상이라고 하지만, 혹시 모르잖아? 변수라는 게 있을지도.”

“음. 하긴. 그 강복이라는 놈이 제법 노련하긴 했었어. 남이 방심한 틈을 노리고...!”

“그래. 그건 아무리 봐도 E+급이었어. 이 자식이 감히 실력을 숨기다니.”


피터가 이를 갈았다. 잭은 진정하라는 행동을 취하며 계획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이번에 과장님 덕분에 우리가 이번 조사관으로 발탁이 됐지.”

“그렇단 건...”

“우리의 첫 발령지이자 복수라는 뜻깊은 자리가 된다는 것이지.”

“으하, 으하하, 하하하하!”


며칠 사이에 E급을 넘어 D급을 달성한 피터와 잭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홀로렌즈를 노려보았다.


“다른 건 몰라도 강복. 그놈은 우리가 직접 처리해야 해.”

“당연하지.”


둘은 몰랐다. 강복은 지금 D급으로도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됐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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