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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무 님의 서재입니다.

한국 헌터 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찐돈
작품등록일 :
2020.11.11 17:40
최근연재일 :
2020.12.02 19: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7,556
추천수 :
107
글자수 :
124,967

작성
20.11.12 18:30
조회
364
추천
6
글자
12쪽

7화

DUMMY

* * *


잠에서 깨어난 강복은 자신이 집 안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둥이와 동이가 데려온 모양이었다.

강복은 깨어나자마자 동이에게 이것저것 캐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 됐다.


“그러니까 동이 네 말은,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만의 던전이 있다 그 소리인 거지?”

“흠. 던전이라는 단어가 거슬린다만 뭐 얼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오호라.”


여태껏 던전, 몬스터, 스킬, 각성 등 만국 공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뿌리 내린 장소에 따라 다른 고유 특성이라는 점이었다.

즉, 쉽게 말하면 한국은 한국만의 고유 던전과 몬스터가 있다는 것이고, 각성 또한 그에 맞춰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나라고 했나? 몸에 맞지도 않는 양놈 찌꺼기를 억지로 끼워 맞추었으니 어찌 그게 네 것이 됐을꼬.”

“...찌꺼기는 너무 했다.”

“찌꺼기를 찌꺼기라고 하지! 무어라고 하나!”


동이가 버럭 목소리를 높이자 강복은 알았다며 달래 주었다.

참 보면 볼수록 외국을 싫어하는 아이였다. 누가 보면 흥선대원군이 되살아난 줄 착각할 정도였다.


“어쨌든!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다 해 줬네.”

“...그게 무슨 소리야?”

“이노옴!”


벼락같은 호통 소리에 강복은 깜짝 놀랐다.


“쌀이랑 수저를 내어주었으니 밥 정도는 알아서 먹을 줄 알아야지!”


강복이 동이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눈을 번쩍 떴다.


“그러니까 앞으로 난 우리나라 던전을 찾아서 강해지면 된다는 거지?”

“고럼, 고럼! 이제야 제대로 이해를 했구먼!”

“근데 어떻게 던전을 찾아?”


강복의 의문은 타당했다. 말이야 우리나라 던전이 있다는 걸 알았고 거기서 강해지면 된다지만, 도대체 그 던전이 어디 있는 줄 누가 안단 말인가.

하물며 기존의 던전처럼 무작위로 게이트가 생성되는 것이라면 더더욱 막막한 건 사실이었다.

동이는 눈알을 굴리다가 말했다.


“흠흠. 밥부터 먹지.”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강복은 동이를 흘끗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래.”

“한국인은 밥심이야!”

“알았어, 나도 어차피 배고프던 참이었다.”

“고봉으로 부탁하네!”

“거참!”


투덜거리며 냉장고를 확인한 강복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냉장고가 텅텅 비어 있었다. 장을 봐야 한다는 것을 깜빡했다.

어쩔 수 없이 강복은 찬장에 있는 라면을 꺼내 끓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지금 내 수준으로는 여기저기 던전을 찾기도 힘든 수준이다.’


보글보글 물이 끓는 냄비에 라면 두 봉지를 한꺼번에 부으며 강복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독각귀다. 내가 지금 집중할 수 있는 몬스터.’


마침 딱 2개가 남아 있는 계란까지 풀자 라면은 금세 완성이 됐다.


‘독각귀가 있는 곳이라면 나도 알고 있는 곳.’


강복이 고봉으로 담은 밥그릇과 함께 냄비를 밥상에 탁 올려놓았다.

잔뜩 기대에 찬 얼굴로 밥상을 기다리던 동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북악산. 먼저 북악산이다.’


강복은 일단 북악산을 공략하기로 했다. 현재 그의 수준으로는 최선의 선택이 바로 저렙 구간을 벗어나는 것.

마침 독각귀도 그 수준에 알맞았으니 그렇게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 순간 동이가 역정을 내며 소리쳤다.


“이 불경한 음식은 무어더냐!”


* * *


북악산에 도착한 강복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라면... 제법 맛있었다.”

“아, 진짜! 아까부터 라면, 라면 그만하고 독각귀에 대해서 말을 하라고!”

“흠! 흠흠!”


라면에 넋이 나가 버린 동이를 깨우는 것이었다.

몸집도 작은 게 먹는 건 또 어찌나 많이 먹는지, 강복은 앞으로 거덜 날 쌀들에 등골이 서늘했다.

어쨌든 강복은 여러 차례 독각귀에 대한 행방을 재차 물었지만 동이는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않았었다.

기어코 북악산에 도착하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것이다.


“흠! 북악산이군.”

“그래. 네가 저번에 그랬지? 여기 북악산에서 독각귀를 잡아 왔다고.”

“잘 기억하고 있군. 그래. 이곳에서 외발이를 잡았지.”

“정확히 어디에 있는데?”


동이는 한 손으로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느끼게.”

“...뭐?”

“자네, 양놈들이 어째서 우리 산에서는 마나가 흐트러지는지 아나?”


갑작스러운 질문에 강복이 눈을 부라렸다. 수수께끼는 더 이상 그만하라는 의미였다.

동이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정기 때문이라네. 우리는 우리만의 고유한 기운이 있지. 그것이 정기이고, 산은 그 정기를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지.”

“음. 대충 이해했다.”

“대충하지 말고!”


이번에는 동이가 언성을 높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복은 성큼성큼 북악산 안으로 들어갔다.

동이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강복을 불렀다.


“이, 이보게?”

“알 거 같아.”

“무얼 말인가?”

“정기 말이야. 마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운용을 해 보려니까 얼추 감이 잡히네.”

“...? 그게 그리 간단한 게 아닌데 말이지...”

“그래? 이런 느낌 아니야?”


강복이 손바닥을 펼치자 그곳에서 푸른 기운이 손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완전한 파란색을 띄는 마나와는 다른, 맑은 하늘에 나무 이파리가 수놓은 듯한 빛깔. 푸른빛 정기가 강하게 일렁였다.

동이는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깊이 탄복했다.


‘내가 사람 하나는 제대로 보았구나!’


동이가 이토록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본래라면 정기라는 낯선 힘을 처음으로 구사하는 것도 힘든 일일 터인데, 강복은 손바닥 전체를 감쌀 만큼 훌륭한 운용력을 보여 주었다.

이는 재능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

어쩌면 정말로 강복이 생각했던 것처럼, 그는 비로소 본래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동이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하긴, 찌꺼기로 그만한 경지에 오른 것도 놀랍다면 놀라운 일이지.’


그랬다. 한국인과는 상극이나 다름없는 마나로는 그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레벨로는 9레벨.

한 마디로 한국인은 마나로 절대 F급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

그런데 강복은 그 마나를 가지고도 13레벨. F급을 넘어 E급을 달성한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이는 노력만으로는 일굴 수 없는 영역이었다.

동이가 흡족하게 웃으면서 북악산을 가리켰다.


“갑세! 복이!”

“...어.”


강복의 눈동자가 불타올랐다.


* * *


북악산을 오른 지 불과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강복은 사람들이 다니는 산길을 벗어나 완전한 자연 숲 속을 헤집으며 나아갔다. 그리고 어느 한 지점에 우뚝 멈춰 섰다.


“여기군.”

“여기구먼.”


복이와 동이는 서로를 바라보고 풉,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가 볼까!”

“갑세!”


강복의 외침에 맞춰 동이도 세차게 대답했다.


“......”

“......”

“뭐 해? 게이트 열어야지?”

“흠?”


강복이 의문 가득한 얼굴로 동이를 쳐다보았다. 동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멀뚱거리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하. 이거 미안하구먼. 자네를 각성시키느라 내 힘이 다 빠져 버려서...”

“...무슨 소리야?”


동이가 허연 이를 드러내며 해맑게 웃었다.


“당분간은 특재가 막혔네. 문은 열지 못해!”

“당당하게도 말한다.”

“까르르! 대신.”


동이는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주머니 안에서 작은 돌멩이가 하나 나왔다.


“요놈이 도와줄 걸세.”

“?”

“허이짜!”


동이가 바닥에 돌멩이를 던지자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작은 돌이 제 스스로 땅 속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기서부터 익숙한 무언가가 땅 위로 솟아올랐다.


“동굴 몬스터!”

“몬스터라니, 듣기 거북하구먼. 주둥이라고 불러주게.”

“...그게 더 거북하기 않을까?”

“으허허허!”

“우앗! 깜짝이야!”


강복이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말하는 순간, 주둥이가 전에 듣지 못한 웃음을 터트렸다.

고막을 웅웅 울리는 소리에 강복이 화들짝 놀라자 동이가 다시 까르르 웃어 댔다.


“들어갑세!”


동이는 쩍 벌리고 있는 주둥이의 입을 가리켰다. 강복은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살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피부 곳곳으로 느껴지는 정기.

독각귀를 상대할 때 겪었던 바로 그 느낌이었다.


“신기하네. 고맙다, 주둥아.”

“허허허!”


주둥이의 깊은 울림통을 들으며 강복은 주둥이 속으로 들어갔다.


* * *


막상 내부 안으로 들어오니 풍경이 달라졌다.

일전에는 동굴의 모습을 띄었던 반면에 이번엔 깊은 흙구덩이 안을 헤집고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공간이 널찍하고 미로처럼 이리저리 길게 뻗었다는 점만은 일반적인 던전 모습과 비슷했다.


“던전... 아니, 여기도 던전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우리는 소굴이라고 부른다네. 일일이 지적하기도 힘드니 편하게 부르게나.”

“소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어색하네.”

“이름이 중요하겠나. 중요한 건 이런 곳도 있다는 사실이지. 잊지 말게.”

“?”


그렇게 한참을 떠들던 도중, 강복이 먼저 걸음을 멈추었다. 동이도 곧바로 허리를 곧추세웠다.


“외발이구먼.”

“어. 대충... 3마리쯤인가?”


강복은 입구에서처럼 손에 정기를 미미하게 두르며 말했다. 동이가 놀란 표정으로 강복을 쳐다봤다.

정기를 손에 두른 것도 모자라 벌써 감지하는 법까지. 보면 볼수록 놀라운 일 연속이었다.


-끼기기!


“...얼른 무기부터 장만해야겠다.”


독각귀 세 마리가 모퉁이를 돌아 나타났다. 외발이라는 별칭답게 한 발 뛰기를 하고 있었지만 두 발로 뛰는 것 못지않은 속도였다.

강복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번 놈들보다 큰데?”

“물론이지. 저번 놈들은 내가 특별히 제일 약한 놈들만 골라 온 거라네.”

“그럼...”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독각귀의 모습에 강복의 눈이 커졌다.


‘얕잡아 볼 수 없다!’


그제야 강복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척까지 다가온 독각귀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가장 먼저 도착한 독각귀는 몸을 기이하게 휘어 그 공격을 간단히 피했다. 이어서 다가온 독각귀가 팔을 휘둘렀다.

쐐액!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들렸다.

강복은 겨우 몸을 틀었지만 생각보다 빠른 공격 속도에 팔뚝을 스쳤다. 마치 종이에 베인 것처럼 선명한 핏줄이 그어졌다.


“저번엔 저런 손톱도 없었는데?!”


칼날처럼 기다랗게 난 독각귀의 날카로운 손톱.

강복이 항의하듯 동이를 보자 동이가 혀를 차며 소리쳤다.


“싸우는 중에 어딜 한눈을 파는 겐가!”

“앗!”


독각귀는 총 3마리.

2번째 독각귀의 공격을 피했다고 잠시 방심했던 강복은 바로 이어지는 3번째 독각귀의 박치기에 몸통을 허용했다.

퍼억!

묵직한 무게감이 강복을 강하게 때려 밀었다.

강복은 신음을 내뱉으며 일단 독각귀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끼게게!

-끼기!


“복이!”

“괜찮아.”


예상외로 고전을 겪는 것 같자 동이도 내심 걱정이 된 모양이었다.

그러나 강복은 손사래를 치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히려 그는 지금 상황이 제법 즐거운 것 같았다.


“동이.”

“음?”

“저놈들을 잡으면 난 확실하게 강해지는 거지?”

“그렇네만?”


강복은 목을 이리저리 흔들며 우두둑 소리를 냈다. 어느새 두 손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럼 됐어. 이 정도쯤이야.”

“복이?”

“난 말이야.”


강복의 발밑이 일순 푸른빛으로 번쩍였다. 그러자 갑자기 사라졌다.

아니, 날랐다.


“얻어터지는 데 이골 났거든!”


강복의 주먹에서 푸른빛이 일렁이더니 그대로 독각귀를 향해 뻗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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