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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무 님의 서재입니다.

한국 헌터 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찐돈
작품등록일 :
2020.11.11 17:40
최근연재일 :
2020.12.02 19: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7,507
추천수 :
107
글자수 :
124,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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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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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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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3화

DUMMY

강복은 잠시간 김춘삼의 식칼을 바라보다가 실소를 터트렸다.


“이춘삼?”


꽤나 촌스러운 이름. 아마도 죽은 역 독각귀의 이름인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드디어 무기를 다시 장만했다고 생각했더니 그 정체가 식칼이라니. 능력을 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득템이었다.

강복은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이것저것 따질 처지가 아냐. 능력만 좋으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해?’


이 식칼은 유용하게 쓰도록 하겠다. 강복이 내린 결론이다.

물론 김춘삼의 식칼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름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당분간은...


‘네 이름은 삼식이다.’


강복도 사돈 남 말할 처지는 아니었다.

동이가 유독 조용하다고 느낀 강복이 고개를 돌렸다.


“뭐 해?”

“...애도를 표하네.”


동이는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엄숙으로 변하자 얼떨결에 강복이 목소리를 낮추게 됐다.


“...애도?”

“이 자도 한 때는 우리 민족. 비록 요물이 되어 이렇게 가지만 다음 생에는 부디 좋은 곳에서 태어나길 빌어 줘야지 않겠나.”

“......”

“잘 가시게. 자네와 자네의 뜻은 내 기억하고 있겠네. 이, 춘삼이.”


처음 보는 동이의 진지하고 깊은 울림.

강복도 어느 사이엔가 동이를 따라 김춘삼에게 묵념을 했다. 그러자 품속에 있던 삼식이가 파르르 떨렸다.


* * *


헌터 집중 치료실.

말 그대로 헌터들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장소이다. 그 말인즉슨 웬만한 부상이 없는 헌터가 집중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위급 상황에 투입되는 곳이다.

주로 던전 공략에서 큰 부상을 입은 헌터나 헌터간의 싸움, 혹은 던전 내에서 큰 함정에 빠진 경우들이 그런 상황에 속한다.

그만큼 집중치료실에 속한 의원들은 수준급의 헌터로 구성됐다. 그들은 모두 귀하다는 치료 계열 스킬의 장인이었다.


“으아아아아!”


집중 치료실은 현재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원인 모를 역병으로 인해 헌터든 직원이든 할 것 없이 몸이 썩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중 치료실의 베테랑 헌터, 테레나도 이 때문에 진땀을 빼고 있었다.


“테레나. 아직 관리국에서는 연락이 없는 거야?”

“...아직.”

“젠장! 진짜로 치료법이 있기는 한 거 맞아?”


테레나의 동료인 에디는 욕을 내뱉었다.


“아무리 방역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어. 이대로 가다간 치료실만이 아니라 바깥으로 퍼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갇혀 있는 거잖아.”

“오우, 그랬지! 미친 관리국 새끼들!”


에디는 마나로 인해 굳게 막혀 있는 출구를 발로 세게 찼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충격 여파로 인한 반동.

반동으로 인해 나뒹군 에디는 분에 못 이겨 바닥을 내리쳤다. 소매가 걷힌 그의 팔뚝은 푸르스름하게 변해 있었다.


“젠장! 우리 중에 공격 스킬이나 뭐 해체, 분해 같은 거 있는 사람 없어?”

“있을 리가. 여기는 다 치료 스킬뿐이잖아. 그거라도 최선을 다해야지.”

“치료 스킬이 먹혀야 말이지!”

“......”


테레나는 한숨을 쉬었다.

난동을 피우는 에디와는 다르게 그녀는 관리국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녀는 치료 헌터이긴 하나 가슴 속으론 본인을 군인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이곳 집중 치료실에 자원한 것도 국가 파병의 일환으로 동료 군인, 헌터들을 돕는 것에 이의를 둔 것이었다.

그만큼 국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었다.


‘제임스 과장님...!’


역병이 치료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와중에도 테레나는 연락을 주겠다는 관리국 과장, 제임스의 전화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전화가 울렸다.


“과장님?!”

“테레나인가.”


테레나는 제임스의 목소리를 듣자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그녀는 북받치는 감정을 다잡고 겨우 말했다.


“상황이 많이 좋지 않습니다. 이대로라면 치료실에 있는 사람 모두...”

“죽겠지.”

“...과장님?”


테레나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째선지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단호했던 것이다.

설마 하던 의혹은 점차 불안으로 불거졌다.

제임스는 쇄기를 박았다.


“위에서 내려온 지시네. 현 시간부로 치료실은 바이러스 발병의 근원지로 판단하고 즉각 소탕할 예정이네.”

“소, 소탕이라뇨? 이 역병을 퇴치한다는 뜻이죠?”


자꾸만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조바심에 테레나는 애써 어감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헛된 희망이었다.


“나도 매우 유감스러운 심정이네.”

“과장님!”

“...1시간의 유예 시간을 주지.”


날선 말이 테레나의 가슴에 비수로 꽂혔다.


“지금부터 치료실에 있는 전원을 사살하고 본인도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도록.”

“?!”


희망찬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에디의 얼굴.

수화기를 잡은 테레나의 손이 파리해졌다.


* * *


강복은 산을 내려와 가장 먼저 우진에게 달려갔다. 동이는 자신이 어련히 잘했다고 말은 했지만 혹여나 얼어 죽거나 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음냐, 음냐.”

“정말로 잘 자고 있네.”

“걱정 말라 하지 않았나. 이 우진이라는 친구는 멀쩡할 것이라고.”

“그럼 됐어.”


모든 게 순조로웠다. 이대로 샐리에게 가 협상대로 병을 치료해 주고 한국 헌터들도 모두 풀려난다.


‘너무 형편 좋은 생각인가?’


하지만 강복은 15년차 베테랑.

모든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것이 미국 헌터와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강복은 무언가 자신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음을 직감했다. 그걸 빨리 잡아내야 한다.

삐리리!

그때 강복의 홀로렌즈에서 수신음이 울렸다. 샐리였다.


“강복?”

“맞다.”

“지금 빨리 치료실로...!”


다급한 목소리에 강복은 움찔했다.

순간 강복이 사라졌다. 이전에는 엄두도 못 냈던 추진 속도. 정기가 폭발하자 강복의 몸이 쏜살같이 쏘아진 것이다.

이미 그는 E급을 넘어섰다.


“음냐아...?”


우진이 흙바닥에 누워 몸을 뒤척였다.


* * *


“미친놈들이군.”

“뭐가 말인가?”


동이가 묻자 강복이 이를 갈며 말했다.


“어떻게 같은 동료들을 전부 죽일 생각을 하는 거지?”

“그게 어떻다는 겐가?”

“진심으로 묻는 거야?”

“자네라면 같은 민족이 역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네. 죽을 게 뻔하고 그대로 두면 다른 동료에게까지 폐를 끼칠 상황이지. 그럼에도 가만히 있을 텐가?”

“적어도 내팽개치진 않아!”

“치료를 못 한다고 해도?”

“어! 적어도 내 사람을 포기하진 않아.”

“재밌구먼.”


동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위선자로구먼.”

“...뭐?”

“위선자지만 뚝심이 있어.”


동이는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갑세!”

“너 방금 나 욕한 거 맞지?”

“욕이면서 칭찬이네.”

“...?”


강복이 영문을 몰라 하며 동이를 쳐다보자 어느새 치료실이 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건물 앞으로 미국 헌터들 대여섯 명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제임스가 서 있었다.

서로 눈이 마주친 제임스와 강복의 얼굴이 씰룩거렸다.


“어?”

“음?”


강복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그가 처음 각성을 했을 당시 한창 한국으로 파병 와서 잠깐 같이 활동했던 미국인 헌터였다. 이름은 제임스 카터.

소문으로는 최연소 A급을 달성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고 들었다.


“미스터 강?”

“제임스?”


제임스는 강복을 보고 다른 의미로 놀랐다.


‘아직도 살아 있나?’


제임스도 강복에 대한 소식을 들은 적은 있었다.

한국 최초 E급 헌터. 한국의 유일무이한 존재.

아주 거창하게 한국 뉴스에 뜬 것을 보긴 했지만, 솔직히 그게 더 우스웠다.

차라리 F급으로 평생 남았다면 저급 던전에서 위험을 덜 감수할 텐데 오히려 E급이 돼 버리면 성장이 더딘 입장에선 죽을 맛이었다.

E급 던전이 형편 좋게 10레벨 초반대에 맞춰져서만 나온다면 모를까.

그렇게 두 사람이 각자 판이한 생각을 가진 재회가 끝나고, 제임스가 먼저 운을 뗐다.


“뭔가 급해 보이는데 가던 길 가지?”

“여기에 볼 일이 있어서.”

“여기...?”


강복은 치료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제임스는 잠깐 미간을 찌푸렸다가 뭔가 알았다는 듯 눈을 번쩍 떴다.


“설마. 샐리랑 협상을 했다던 헌터가...?”

“아. 그거 나야.”

“아?! ...그랬군, 그랬어...”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를 혼자서 납득하자 강복은 대충 대꾸하고 치료실로 가려 했다.


“그럼 나 좀 들어갈게.”

“잠깐.”

“?”


제임스는 강복을 불러 세웠다.


“샐리를 어떻게 꼬드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뭐?”

“말 그대로다. 난 협상을 승인하지 않았고, 여긴 우리식대로 해결할 거다

“...승인이라고?”


의아해하는 강복을 향해 제임스는 자신의 명찰을 꺼내 들었다. 명찰에는 제임스가 속한 소속과 직급, 그리고 그의 이명이 적혀 있었다.

인간 무기. 제임스 카터.

순간 치료실 건물 문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사, 살려 줘!”


폭발한 문 안쪽에서부터 사람 하나가 뛰쳐나왔다. 그는 온몸이 뭉개져서 한눈에도 나병 환자임을 알 수 있었다.

잔뜩 흥분 상태인 그가 갑자기 마나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뒤져! 다 뒤져 버리라고!”


모든 헌터가 그를 향해 무기를 겨누자 제임스가 손짓으로 막았다.

제임스는 어느 틈에 방독면을 착용하곤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우리식대로. 이렇게.”


제임스가 손을 까딱하자 그의 정면으로 수많은 칼날비가 나병 환자를 향해 휘몰아쳤다.

태풍 칼날.

온몸에서 자유자재로 마나를 칼날처럼 쏘아 대는 제임스의 전매특허 기술이었다. 그가 인간 무기라고 불리기 된 결정적인 이유기도 했다.


“끄아악!”

.

나병 환자는 그 자리에서 형체도 안 보일 만큼 분해되고 또 분해됐다. 사방은 핏물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강복은 머릿속 무언가가 끊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바로 제임스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너...! 하나도 변한 게 없구나?”

“너야말로.”


제임스가 간단히 강복의 손을 뿌리치고는 주변 헌터들에게 지시했다.


“아까 전파한 대로 2개 분대는 각각 1층과 2층을 차례로 소탕하고 모여 한꺼번에 3층을 공략한다.”

“옛썰!”


헌터들이 우렁차게 대답함과 동시에 건물로 진입하려 하자 강복이 소리쳤다.


“그만!”


잠깐이지만 대기가 흔들렸다. 땅이 강복의 목소리에 공명하듯 미세하게 떨렸다.

제임스는 황당한 얼굴로 건물 입구를 막아선 강복을 노려보았다.


“뭐 하는 거지?”

“치료할 수 있다고! 이렇게까지 다 죽일 필요는 없잖아?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제임스의 관자놀이가 씰룩였다.


“수치다.”

“...뭐?”

“아시아 나부랭이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 우리 선에서 해결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아하.”


강복의 싸늘한 시선이 제임스를 향했다.

순간이지만 제임스는 강복에게서 폭발적인 마나의 움직임을 느꼈다. 물론 그래 봐야 자신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제임스가 아는 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뭐지? 그 사이에 D급을 달성했나? 아니, 그건 말이 안 돼.’


제임스는 치솟는다고 느꼈던 강복의 마나가 다시금 안정이 된 것을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 애초에 마나완 다른 이질적인 감각이었다. 착각이 분명했다.

그때 강복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안중에도 없는 놈이 먼서 선수를 치면 더 수치스럽겠군?”

“...아?”


강복이 발을 박찼다. 그가 향한 곳은 바로 치료실 입구.

하지만 제임스가 누구인가. 최연소 A급으로서 미국에서 촉망받는 에이스 헌터.

그는 강복이 판단한 것보다 한발 빠르게 마나 칼날을 날렸다. 이는 명백히 강복을 죽이기 위함!

강복도 당연히 방해가 들어올 것을 알았기에 바로 대비를 준비했다.

그 순간.

채챙!

검에서 불꽃이 튀었다.

강복은 놀란 눈으로 제임스의 공격을 막은 사람을 쳐다보았다.


“샐리?”

“다녀오시죠. ...1분 버틸 겁니다.”


각오를 다진 듯한 얼굴로 샐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강복은 옅은 미소로 답했다.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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