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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무 님의 서재입니다.

한국 헌터 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찐돈
작품등록일 :
2020.11.11 17:40
최근연재일 :
2020.12.02 19: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7,551
추천수 :
107
글자수 :
124,967

작성
20.11.13 18:30
조회
346
추천
4
글자
11쪽

9화

DUMMY

여차하면 당장이라도 검을 뽑을 기세. 이미 검날이 살짝 삐져나왔다.

날빛을 받아 칼등이 번쩍이자 통역자가 황급히 몸으로 막았다. 누가 봐도 수상쩍은 행동.

강복은 일단 태연하게 말했다.


“짐이 좀 많아서. 일단 정리 좀 하겠습니다.”

“아, 예. 그러시죠.”


통역자는 문 앞을 막아서려는 금발 헌터를 제지하며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계속 머금었다.

강복은 고개만 까딱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생각해?”

“수상하구먼.”


동이도 강복과 같은 생각이었다.

강복은 냉장고에 물건들을 대충 쑤셔 넣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뭔가 심상치 않아.미국 조사관이 죽은 일인데도 조용한 것도 이상하고. 굳이 찾아와서 질문하는 게 아니라 바로 참고인 조사를 하는 것도 이상하고.”

“흐음. 설마!”


동이가 뭔가 깨달은 듯 주먹을 쥐었다.


“......”

“뭔데? 말을 해.”

“아닐세. 내가 또 농을 하려다가 참았다네.”

“이게 진짜...!”


강복은 꽉 찬 냉장고 문을 닫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쨌든 이 상태로 쟤네를 따라갈 순 없어. 무슨 일인지 확인해야지.”

“어떻게 말인가?”

“우진이 집으로 가자.”

“우진이?”


동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강복은 주섬주섬 현금을 챙기며 말했다.


“어제 같이 연관된 동생이야. 아마 우진이한테도 찾아가겠지.”

“이미 데려간 거면 어떡하나?”

“...그것도 그렇네.”


강복이 끄응 신음을 내뱉으며 고민했다. 하지만 딱 명확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대로 조사관을 따라가는 건 가장 악수였고, 그렇다고 피하자니 딱 떠오르는 묘수가 업었다.

그때 동이가 다시 주먹을 꽉 쥐며 소리쳤다.


“적의 동태를 파악하려면 적진을 가야지!”

“무슨 소리야?”

“그, 무어냐. 주함마구항타갈리? 거기로 갑세.”

“...주한미국 헌터관리국 말하는 거지?”

“옳거니!”


강복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서 뭘 어쩌게? 애초에 몰래 잠입하지 않은 이상 성과도 없을 텐데.”

“몰래 가면 되지.”


동이가 자신만만하게 말을 꺼내자 강복은 눈을 치켜떴다.


“혹시 지도가 있는가?”

“지도라면야.”


강복이 오른팔을 내밀자 팔뚝 위로 홀로그램 지도창이 나타났다. 팔뚝에 이식된 스마트 통신 장비, 홀로렌즈에서 나온 것이었다.

동이가 잠깐 홀로그램 창을 신기하게 쳐다보다가 강복의 시선을 느끼곤 헛기침을 했다.


“흠흠. 이쯤이로군. 방향과 거리는 대충 파악했네.”

“그래서? 어떻게 가게?”

“보기나 하게!”


동이가 주머니를 주섬거리자 강복은 눈을 크게 떴다.


“주둥이구나?!”

“하하. 우리 주둥이를 잊지 말게나! 집이 좀 망가지겠지만 감안하게!”

“...뭐라고?”


강복이 설마 잘못 들었나싶어 되물었지만 되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냥 집 바닥 아래에서 주둥이가 올라와 난장판을 만든 것을 빼고는.


“허허허허!”

“갑세! 복이!”

“......”


긴박한 상황 탓에 뭐라 말은 못하고.

강복은 깊은 두통을 참으며 동이와 함께 주둥이 속으로 몸을 던졌다.


* * *


“그래서. 놓쳤다고?”

“예...”


한국 조사관 헌터 샐리가 침음을 삼켰다. 샐리 앞에 있는 금발 헌터, 샐리의 직속 후배이자 조사관 예비생인 피터는 계속 고개를 조아렸다.

샐리가 말했다.


“강복 헌터는 나중에 찾는 걸로 하고, 그럼 그 외에는 모두 데려왔다는 거지?”

“예!”


당차게 말하는 피터의 표정과는 다르게 샐리는 어딘가 불편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잠깐 말을 삼키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알았어. 금방 과장님 불러올 테니까 그때까지 감시 잘하고.”

“예! 알겠습니다!”


샐리가 사무실 밖으로 나서자 피터는 잔뜩 긴장했던 표정과 어깨에 들어간 힘을 풀었다. 이후 거만한 눈빛으로 걸음을 옮겼다.

피터가 도착한 곳은 작은 돔 형태의 방이었다. 창문 하나 없이 사방에 꽉꽉 막힌 그곳에는 어제 강복과 함께 코볼트 던전을 함께 했던 한국 헌터들이 모여 있었다.

피터가 나타나자 우진이 먼저 나서며 물었다. 영어가 가능한 헌터가 바로 통역을 했다.


“대체 뭣 때문에 우릴 이런 곳에 가둔 겁니까?”


우진의 날선 목소리에 피터는 눈썹을 씰룩거렸다. 굉장히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피터는 말했다.


“닥쳐.”

“!”


단 한 마디.

그 하나로 주변 공기가 단숨에 무거워졌다. 한국 헌터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서서히 공포로 변했다. 그만큼 피터의 눈빛은 사나웠다.

우진은 그럼에도 우직하게 말을 꺼냈다.


“여, 영문을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참고인 조사라고 해서 왔더니 다짜고짜 가두고!”

“닥치라고 했지!”


피터가 소리를 지르자 돔 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마나를 실은 외침이었기에 위력은 한층 뛰어났다.

각성을 한 지 오래되지 않은 헌터 귓가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피터가 입가를 문질렀다.


“원숭이들한테 일일이 설명할 시간 같은 거 없다고.”

“뭐, 뭐라고?!”


치욕적인 차별 발언에 우진이 핏대를 세울 때, 돔 문이 재차 열리며 새로운 미국 헌터가 들어왔다.

현 주한미국 헌터관리국의 서울지부 과장, 제임스였다. 그 뒤로 샐리도 보였다.

어딘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제임스를 보고 한국 헌터들은 하나둘 쑥덕거렸다.

제임스가 귀찮다는 듯 천천히 운을 뗐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모두 사실이며, 너희는 듣고 고개만 끄덕이면 된다.”


제임스가 한국말을 능숙하게 말했다. 한국 헌터들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너희들은 어제 미국 조사관 헌터 브래드와 말다툼을 버렸다. 어찌저찌해서 합의를 봤다지만 너흰 불만이 가득했다.”


맞는 말이었다. 도난당했다고 우기는 코어 값을 한국 헌터에게 배상하라 했으니 어찌 불만이 없을까. 강복이 처리를 했다고는 하지만 이를 맘 편히 받아들이는 한국 헌터는 없었다.

모두가 수긍하는 분위기가 흐르자 제임스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너희는 생각했다. 조사관을 가만 두지 않겠다고.”


거기까지 들은 우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잠시만요. 뭔가 이상한데...”

“저 새끼가...!”


피터가 순식간에 검을 뽑아 휘두르려 했다. 이를 본 우진은 화들짝 놀랐다. 명백한 살해 위협.

그러나 샐리가 바로 나서 피터를 제지했다.


“피터. 과장님이 말씀 중이시다.”

“...죄송합니다.”


피터가 제임스를 향해 고개를 숙이자 제임스는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제임스는 우진을 향해 말했다.


“말해라. 너는 뭐가 궁금하지?”

“...말이 좀 이상합니다.”

“무슨 말이 이상하지?”

“아니, 저희가 불만을 품은 건 사실이긴 한데... 조사관을 가만 두지 않겠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어떤 점에서?”


제임스가 계속 말꼬리를 잡자 우진은 점점 목소리가 작아졌다.


“아니... 저희가...”

“너희가?”

“...이렇게 낮은 레벨인데... 어떻게 조사관에게 덤비겠습니까...”

“과연.”


말을 하면서도 우진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사실. 사실을 말한 것뿐이지만 어째선지 우진은 분한 감정이 솟구쳤다.

따지고 보면 지금 이런 대우를 받는 것도 이들이 모두 약하기 때문이었다. 각성자의 시대에서 약자는 강자에게 휘둘리는 일이 너무나 당연했던 것이다.

알지만, 이걸 입으로 꺼내면서까지 인정한다는 것은 꽤 쓰라린 기분이었다.

제임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더더욱. 너희는 머리를 쓰지 않았나.”

“머리라니요?”


제임스가 자신의 홀로렌즈를 건드리자 갑자기 돔 벽에 거대한 디지털 화면이 나타났다. 화면에 비춘 장소는 한 병원의 병동이었다.

거기서 헌터 한 명이 비춰지자 한국 헌터들은 숨을 삼켰다. 이들도 잘 알고 있는 조사관, 톰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들이 놀란 건 아니었다. 톰의 상태가 헌터들을 경악시켰다.


“보다시피 톰은 온몸이 썩는 병에 걸렸다. 각성자가 일반적인 병에 면역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 그렇다면 같은 각성자, 또는 일종의 스킬을 사용한 거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설마!”


우진은 비로소 제임스의 의도를 파악하고 입을 벌렸다.

하지만 깨달아 봤자 이미 때는 늦었다.


“너희는 자신들만이 알고 있는 스킬을 이용해 조사관들을 독살하려 했다. 그리고 이는 성공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한두 명씩 침 삼키는 소리만 들려올 때.

갑자기 화면 속 톰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끄, 끄아아아아아!”


온몸을 비틀고 꺾고, 목이 사방팔방 뒤흔들리던 톰은, 몇 분을 그렇게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숨을 거두었다.

톰의 몸이 녹아내리듯 썩어서 늘어지자 한국 헌터들의 눈이 세차게 떨렸다.


‘주, 죽는다!’


모두의 생각이 일치했다.

사실이건 아니건 조사관들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이 자들은 지금 이 모든 상황을 자신들, 한국 헌터에게 덮어씌우려고 하고 있다.

제임스가 다시 홀로렌즈를 조작해 화면을 끄고는 말했다.


“자, 그럼 묻겠다. 이 스킬이 무엇이냐?”


이미 범인이라는 낙인은 찍혔다.

남은 것은 저 병의 정체였다.


* * *


“제대로 가는 거 맞지?”

“그렇다네. 이쯤에서... 여기로 가면!”


동이는 눈을 감은 채 허공에 대고 손을 휘적거렸다.

이따금 동굴 안이 흔들리는 것은 아마도 주둥이가 방향을 틀거나 움직인다는 뜻이었다. 이는 모두 동이의 뜻대로 움직였다.

강복은 새삼 주둥이의 능력에 감탄했다.


“근데 진짜 무슨 일 난 거 아니겠지?”

“뭐가 말인가?”

“우진이랑 다른 사람들 말이야.”


강복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동이는 선뜻 대답을 못했다.


“혹시나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돌연 강복의 몸에서 푸른 정기가 일렁이며 주변을 환하게 비추었다. 순간적이지만 정기의 힘이 폭발적으로 솟았다가 사라졌다.

동이가 놀란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말이 씨가 된다고 하지 않나. 도착할 때까지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가 보세.”

“...어.”


얼마 지나지 않아 주둥이 몸이 크게 흔들렸다. 말하지 않아도 강복은 도착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 증거로 동이 또한 감았던 눈을 뜬 상태였다.

헌데 동이가 쉬이 입구를 열지 않고 있었다.


“왜?”

“흠. 이거 제대로 오긴 했는데...”

“뭔데 그래?”


동이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에잉, 모르겠다. 일단 나가세!”

“...?”


가끔 영문을 모르는 행동을 자주 했기에 강복도 큰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밖을 나서고 보니 왜 동이가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

강복이 나온 곳은 어느 방 안이었다. 그곳은 돔 형식으로 사방이 막혀 있는 밀실 구조.

하얀 천장과 하얀 벽이 어딘가 사람 정신을 빼먹을 것 같은 곳에서 다른 색이 유독 눈에 띄었다.

빨강.

그건 명백한 사람의 피였다.


“으아아아아!”


비명 소리.


“모른다고! 우리는 진짜 아는 게 없다고!”


강복의 시야에 바로 들어온 광경은 누군가가 우진의 손가락 마디를 자르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아직 손은 멀쩡했지만 이미 손톱은 다 빠져 버려서 출혈이 멈추지 않는 상태였다.


“뭔 소리야?!”


피터는 하려던 작업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이 방과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푸른빛이 피터를 향해 맹렬히 돌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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