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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무 님의 서재입니다.

한국 헌터 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찐돈
작품등록일 :
2020.11.11 17:40
최근연재일 :
2020.12.02 19: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7,508
추천수 :
107
글자수 :
124,967

작성
20.11.27 18:20
조회
186
추천
5
글자
12쪽

21화

DUMMY

너무 놀란 강복은 잠깐 영혼이 빠져나간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곤 고래를 흔들었다.


‘우진이가 있다. 지금 일이 끝나고 나서 생각하자.’


대충 어떤 일인지는 짐작이 됐지만 강복은 일단 제쳐 두기로 했다. 아무리 던전 안으로 도망쳐 트롤의 걸음걸이를 앞선다 하더라도 그게 무한할 리는 없었다.

반드시 막다른 길이 나올 것.

그 전에 강복이 우진에게 가야 했다.


-쿠워어어어어!


오우거가 귀를 찌르는 포효를 지르며 거대 몽둥이를 휘둘렀다.

강복은 번쩍 눈을 빛내곤 정기를 담은 발을 박찼다.

파밧! 콰광!

몽둥이가 바닥을 내침과 동시에 강복의 몸이 사라졌다. 그는 어느새 오우거 가랑이 밑을 지나고 있었다.


“너는 맨 마지막이다. 기다리고 있어!”


강복이 가장 먼저 노리는 것은 역시 트롤.

온 신경이 강복에게 집중됐을 때는 처리하기 힘들었던 트롤이었기에 현재 우진에게 시선을 빼앗긴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강복은 몸을 날려 트롤에 달라붙었다.


-쿠아으아아!


이윽고 트롤들이 하나둘 단말마를 지르기 시작했다. 정맥을 꿰뚫리고 몸이 뒤틀리며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강복의 눈이 푸른 정기로 불타고 있었다.


‘더, 더 빠르게!’


[특재 : 투지]


공격 대상으로 지정한 상대에게 공격과 집중력이 올라가는 스킬, 투지.

강복은 혈기는 물론 특재까지 동원해 가며 사냥 속도를 최대로 끌어 올렸다.

그 결과 트롤들의 숫자가 현저히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다음!”


화르륵!

한 번 발을 박찰 때마다 정기가 불타올랐다. 투기로 똘똘 뭉친 강복의 기세에 트롤들은 전열이 무너지고 제대로 된 공격 한 번을 못하며 스러졌다.

하지만 마냥 좋은 방향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


트롤 하나를 또 쓰러트린 강복이 등 뒤로 느껴지는 바람에 몸을 날렸다.

쐐액! 퍼벅!

단 한 번의 휘두름. 그것만으로 주변에 있던 트롤 두 마리가 산산이 터졌고, 던전 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오우거였다.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는 강복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오구거가 결국 폭발한 것이었다.

놈은 이제 트롤이고 뭐고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마구잡이로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후웅! 퍽! 후웅! 퍽!


-꾸어어엉!


트롤들의 눈에서 의문이 들기도 전에 몽둥이가 놈들의 머리를 박살 냈다.

그렇게 한참을 피해 다니고 있자니 어느새 오우거와 강복, 단 둘만이 남게 됐다.


-꾸아아!

“젠장...!”


덤프트럭만 한 몽둥이가 이리저리 휘둘리니 강복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그만큼 기세가 어마어마했다.

오우거는 고리조리 움직이는 강복에게 약이 올라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럴 때마다 바닥이 지진처럼 흔들렸다. 땅이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금세 균열이 생겨났다.


“힘은 더럽게 세네, 이 무식한 놈.”


강복은 섣불리 오우거를 공격하지 못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어째선지 오우거에게선 맥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몇 번을 오우거에게 달려들어 확인해 본 결과였다.

모든 생명체라면 본래 맥이 존재하고 이를 통해 동력을 얻어 움직이는 법. 강복은 그리 알고 있었다. 동이도 그렇게 설명을 했었고.

이것은 국가를 막론하고 만물 공통적인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오우거는 맥이 없이 움직일 수 있는 거지?’


오우가가 한 번 더 발을 크게 굴렀다. 육중한 몸이 순간 하늘로 부웅 떴다.


“미친!”


오우거는 몸체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혔다. 던전 전체가 마치 무너지는 건물처럼 흔들리고 허물어졌다.

강복은 필사적으로 몸을 굴러가며 휘몰아치는 파편을 피해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뿌연 흙먼지가 그의 시야를 가렸다.


“앞이...!”


그때 시커먼 그림자가 강복 눈앞으로 날아왔다.

후웅!

강복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서둘러 정기를 감쌌다. 왼쪽 팔 전체와 오른 손까지 합세해 완전한 방어로 치중한 것이다.

퍼엉!

그림자와 강복의 격돌. 다이너마이트를 직방으로 얻어맞은 듯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커헉!”


강복은 피를 토하며 바닥을 굴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검은 그림자는 한 차례 더 강복을 향해 날아왔다.

후웅!

귀를 찌르는 거센 바람 소리가 강복을 덮쳤다. 강복은 보이지 않는 시야를 포기하고 최대한 마나 감지에 힘을 쏟아부었다.


‘위쪽!’


공격 방향을 예측해 낸 강복이 바로 발에 정기를 뿜어 내딛었다.

쾅!

오우거의 몽둥이가 바닥을 뭉개 버렸다. 간발의 차로 강복이 피했다.

어느 정도 오우거와 거리를 벌린 강복이었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그는 바로 다음 공격에 대비해야 했다. 오우거의 걸음은 이 정도 거리쯤 한 번에 좁힐 수 있었다.

강복이 다시금 마나 감지에 집중을 할 때.


“어?”


이상한 것을 감지했다.

강복의 시선은 바로 지척에 있는, 처음 오우거가 온몸을 내던졌던 곳으로 향했다.


‘마나?’


던전 전체가 본래 마나로 둘러싸인 장소라고는 해도 땅에서 스며 나오는 마나는 처음이었다.

강복은 신기하여 마나에 손을 가져다 댔다.

화악!

마나가 반응하듯 일순 번쩍였다.

안 그래도 마나 감지에 예민한 상태에서 직접 마나가 손에 닿자 강복은 화들짝 놀랐다. 손끝으로 찌르르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 감각은 서서히 온몸을 감싸는 관능으로 변했다.

강복은 눈을 부릅떴다.


‘오우거의 맥이... 던전과 이어져 있다?’


아니, 정확히는 던전 그 자체가 오우거라고 보는 것이 타당했다. 즉, 던전의 맥이 곧 오우거의 맥이었던 것이다.

강복은 믿을 수 없는 의미를 곱씹다가 오우거가 바로 자기 앞까지 다가온 것을 느끼곤 정신을 차렸다.


-쿠어어어!


오우거가 포효하며 다시금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속도적으로 이미 우위에 있는 강복을 맞추기란 힘들었다. 어느새 먼지 폭풍도 가셔서 더욱 어려웠다.

강복도 오우거도 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대치 상황.

그러다 문득 강복은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그것이 먹힐지는 알 수 없었지만 노려볼 만한 수였다.


‘만약 던전을 오우거라고 생각을 한다면...’


강복의 두 손에 재차 정기가 불타올랐다.


* * *


“허억, 허억”

-쿠어어어!

“끄아악!”


우진은 필사적으로 달렸다.

조금이라도 지체하거나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자신을 쫓는 트롤들에게 온몸이 찢겨 먹힐 것이기 때문이었다.


“형님! 빨리 와 주세요!”


반드시, 반드시 강복은 돌아온다.

누구도 아니라 강복이라면, 저 많은 트롤들 쯤은 가볍게 제압하고, 오우거까지 잡아 내리라.

그 믿음과 희망이 있었기에 우진은 미끼 역할을 자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헉!”


역시나 염려했던 대로 막다른 길이 나온 것이다.

우진은 황망한 표정으로 던전 벽을 짚었다. 벽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쿵! 쿵! 쿵!

처음에는 미동이었던 울림이 점차 진동을 울리며 커져가기 시작했다. 땅이 요동치고 소리가 천둥처럼 시끄러웠다.

트롤이 다가왔다.


-쿠어어!


우진은 막다른 길목에서 풀썩 주저앉았다. 더는 도망칠 방도가 없어졌다. 그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형님...”


입구 너머로 트롤의 발가락이 보였다. 우진은 움찔 어깨를 움츠렸다.


-쿠워?


고개만 빼꼼 내민 트롤이 비로소 우진을 발견했다. 트롤은 숨바꼭질을 끝낸 만족감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몽둥이를 든 손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금방이라도 내리칠 기세였다.


“형님... 형님...!”


코앞까지 다가온 트롤의 팔이 수직 상승했다. 곱게 뻗은 팔은 이윽고 빠르게 쏘아졌다.

우진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퍼억!


“?”


몽둥이는 무언가를 맞췄다. 다만 그게 우진은 아니었다.

우진을 둘러싼 방어막이 웅웅거리며 진동했다. 몽둥이가 맞춘 것은 바로 이 방어막이었다.

우진은 이 방어막의 정체를 알았다.


“도, 동이 님?”

“편하게 동이라고 부르게.”


역시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 방어막 안에서는 목소리가 들렸다. 일전에 만난 적이 있었으니 우진은 침착할 수 있었다.


“딱히 자네를 위해서 한 일은 아니네만, 복이의 부탁이니 내 어쩔 수 없이 이리 해 주는 것이네.”

“...고마워요! 어찌됐든 고맙습니다!”

“...흠흠. 뭐, 알면 됐네.”


우진이 눈물 콧물을 짜내며 감사하자 동이는 머쓱하니 코를 문질렀다.


-쿠어어!


트롤은 자신의 공격이 막히자 잔뜩 열이 오른 모양이었다. 놈은 수차례나 계속 방어막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퍽! 퍽! 퍽!

그러나 방어막은 흠은커녕 작은 생채기조차 생기지 않았다. 실로 어마어마한 방어력이었다.


“이런 방어막을 쓸 수 있으면서 왜 복이 형님은 도와주지 못하는 거야?”


우진은 어딘가에 있을 동이를 향해 말을 걸었다. 동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진은 혹시나 자신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생각이 들어 계속 동이를 불렀다.


“동이! 동이 님? 동이 씨? 동이야? 동~이~ 동이 님!”

“시끄러!”

“뭐야, 다 들리면서 대답도 안 하는 거야?”

“끄응.”


동이는 역시나 구해 주지 말걸 그랬나 고민했지만 이내 대답을 해 줬다.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이 마나라는 것이 나와는 아주 상극일세.”

“아, 그 정기? 너는 그런 힘을 쓴다고 했지?”

“그래. 이 정기나 마나는 일종의 뭐랄까. 동반자라고나 할까? 아무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만큼 동반자끼리는 서로 뒤엉키지 못하는 법이지.”

“기생충 같은 건가...”

“예끼, 이놈! 비유를 해도 그런 경박한!”

“...잠깐만.”


우진은 동이의 말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정기를 가진 자니까 마나의 힘을 가진 존재를 공격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진은 그게 가능한 사람을 한 명 알고 있었다.


“복이 형님은...?”


그랬다. 강복은 정기를 다루면서 이미 트롤을 상대했다. 아무런 문제없이.

이 모순점을 우진은 알아차린 것이다.

동이 눈썹이 꿈틀거렸다. 생각보다 우진이 눈썰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동이는 말했다.


“그게 내가 복이를 택한 이유지.”

“무슨 의미야?”

“간단하네. 본인은 모를 터지만 녀석은 알게 모르게 마나에 대한 적응력을 극한으로 끌어 올렸어. 다만 그게 너무 억지스럽다 보니 빛을 발하지 못한 것뿐이지.”

“...어렵네.”

“이해하려고 하지 말게. 자네 같은 사람이 이해하려면 족히 천 년은 걸릴 터이니.”


우진이 투덜거리자 동이는 한숨을 내쉬며 호통쳤다.


“에잉! 나도 정확히 설명할 수가 없네! 이런 경우는 나도 처음이란 말일세!”

“뭐야. 지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거였어?”

“...방어막을 치울까...”

“미안! 잘못했습니다!”

“흠! 어쨌든 내가 복이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 말이야.”


동이가 거기까지 말하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기묘한 기운을 감지했다.

그래서인지 방어막의 표면이 흔들거렸다.

쿠웅! 쩌적!


“어어! 방어막 깨진다!”


우진이 기겁하면서 소리쳤다. 끄떡없을 줄 알았던 방어막이 트롤의 공격에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헛! 내 정신을 보게!”

“지켜 줄 거면 제대로 지켜 줘!”

“기, 기다리게! 이, 이게 다시 처음부터 하려면 취소를 해야 되는데...”

“뭐?!”


트롤이 무언가 변화를 느끼고는 눈을 빛냈다. 놈은 몽둥이를 든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팔 여기저기 핏줄이 울긋불긋 솟아났다.

어느새 다른 트롤들까지 합세를 하니 그 광경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이걸... 이렇게...”

“앗! 방어막이 사라졌잖아?!”

“어어, 이게 아닌데. 나도 너무 오랜만이라 헷갈리는구먼.”

“오, 온다!”


우진은 머리 위로 차체만 한 몽둥이가 무수히 떨어지자 맨 정신을 버티지 못했다. 결국 그는 공포에 혼절을 해 버렸다.

동이가 안절부절 못하며 서둘러 다시 방어막을 치려했지만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보, 복이!”


마침내 동이도 자포자기 심정으로 강복을 외쳤다. 습관처럼 튀어나온 소리였지만 동이는 왠지 강복의 기운을 느낀 것 같았다.

실제로 그가 이 근처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 던전 전체에서 흘러나오는 정기가 강복의 정기인 것 같았다.


‘정기라고?’


던전에서 어찌 정기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던 동이의 눈이 번쩍 뜨였다.


-꾸, 꾸구, 꾸에엑!


트롤들이 전부 죽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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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0.11.27 18:52
    No. 1

    작가님 글이 잘 읽히고 잼있어요. 일단 추천, 선작 찍고 첫회로 내려갑니다 건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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