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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6:16
최근연재일 :
2022.06.16 07:21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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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9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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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269

작성
22.05.2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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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seal ep 09-1

DUMMY

seal ep 09 양지호 (04)


조범진의 공격을 받아


마치 격납고에서 발사된

미사일처럼

하늘 높이 날아간 양지호는,


무려 30여 초를 비행해

부산 앞바다에 떨어졌다.


물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치며

낙하의 충격으로

의식을 잃은 그는,

수면 아래로 깊이 가라앉았다.




양지호가 바다 속으로 사라지고

10분쯤 지나,


그가 떨어진 근처의 백사장에

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K를 따돌리고

능력을 써서 급히 이동한

조범진과


그의 파트너인

활을 쓰는 소녀였다.




이미 양지호의 몸은

수면 아래로

깊숙이 가라앉아 버렸고,


비까지

거세게 내리기 시작하자


바다의 색깔은

순식간에 검고 탁해졌다.


급기야 강한 바람이 불고

높은 파도까지 치자


더 이상 그곳에서

양지호의 흔적을 찾는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격렬해진 바다를 바라보던

조범진이 언짢은 표정으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에잇, 젠장...


너무 세게 던졌나.

힘 조절을 좀 할 것을...


여기 모래사장으로

떨어트리려 했는데,

바다로 던져버렸네.”


조범진이 투덜거리자


활을 든 소녀가

가만히 고개를 돌려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뭘 봐!


넌, 도대체 뭐했냐.


날아가는 그 새끼 몸에다

표식 화살이라도

하나 박아 넣지.”


“...당신이

쌍검을 쓰는 남자를

막으라고 했잖아...


그럴 틈이 없었어.


화살도 다 떨어졌고.”


소녀의 대답에


조범진은 얼굴을 구긴 채

잠시 침묵을 지키다

미련 없이 돌아서며 말했다.


“가자!


오늘

반드시 없애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저 새끼가 운이 좋네.”


그러자


소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

자꾸 나한테 명령하는데...


한 번만 더 그러면

죽여 버린다.”


소녀의 협박에

조범진의 표정이

순간 확 굳으며

뭐라 할 말을 잃었다.


소녀가 말을 이었다.


“다시 한 번

분명히 말하지만,


당신과 나는

서로의 필요와 목적을 위해

계약으로 맺어진 상대일 뿐이야.


자꾸 당신 부하들 다루듯

나에게 명령하면,


나도 더 이상은 안 참아.”


소녀의 표정엔

한 점의 거짓도 없었다.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던 조범진이


갑자기

비굴한 웃음을 내보이며

달래듯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화내지 마.


앞으론

절대 그럴 일 없을 거야.”


조범진이

득달같이 태도를 바꾸자,

소녀가 짧게 말했다.


“명심해.


봐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야.”


소녀의 선언에


갑자기

어색한 분위기로 변한 둘은,


서로 떨어져서 거리를 둔 채

천천히 모래사장을 걸어

거리의 풍경 속으로 사라졌다.




한편,

바다 속 깊이

몸이 잠긴 양지호는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강한 두통과 함께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의식을 되찾은 그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신기한 경험을 마주했다.


깊은 바다 속에서

아무 위화감도, 고통도 없이

자연스레 숨을 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의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붉은 오로라로 뒤덮여 있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그를 지켜주듯이,


그의 전신을 감싼

붉은 빛 안에서는


호흡은 물론이고


그의 몸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불가사의한

어떤 기운까지 느낄 수 있었다.


‘이 깊은 물속에서

내 호흡과 체온을 지켜준 건가...


경험하면 할수록

정말 대단한 능력이로군.’


어쨌든 정신을 차리자,

그를 괴롭히던 두통도

점차 사라져갔다.


아까 하늘에서 떨어져

수면에 부딪힐 때

크게 충격을 받은 머리도

손으로 더듬어 만져봤지만,


신기하게도

아무 상처가 없었다.


이 신비한 붉은 오로라가

아마 치료의 능력까지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의 주변을

처음 보는 예쁜 물고기들이

천천히 지나쳐갔다.


바깥의 사정과는

아무 상관없이,

바다 속의 풍경은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양지호는

신비하기까지 한

심해의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감상에 빠졌다가,


다시 곧 현실로 돌아왔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아무리

K가 거기 있었다지만,

이미 수사팀은 전멸했다.


얼른 돌아가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그가

천천히 수면을 향해

몸을 상승시켰다.


그러자

그의 몸을 감싼 붉은 빛이

마치 추진력을 내주듯이

그를 빠르게 위로 밀어 올렸다.


‘내 의지에 따라


능력이

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발현되는 모양이군.


앞으로 잘 참고해야겠어.’


얼마 후,


그는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심해의 평화로움과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물 위의 세계에서는

엄청난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점점 거세어지던 비는

이제 거의 태풍에 가까운

폭풍우로 변해가고 있었다.


양지호는

파도에 몸을 싣고

서둘러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몸을 감싼 붉은 빛이

강하게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10여 미터를 내달렸다.


1분도 지나지 않아,


그는

다시 지면을 밟을 수 있었다.


그가 땅을 밟자

그의 몸을 감쌌던 붉은 빛이

어느 틈엔가 사라져있었다.


그의 능력이

이젠 그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물속에서는

붉은 빛 덕분인지

젖었던 옷까지

따뜻하게 다 말라있었으나,


붉은 빛이 사라지고

폭우를 그대로 맞은

그의 옷이

다시 온통 젖어버렸다.


그는

품안에 자신의 권총이

아직 제대로 걸려있는지

신중히 확인하고서,


서둘러 내달려

비 내리는

부산의 밤거리로 스며들었다.




양지호는

본청에 연락하거나,

상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곧장 부산역으로 이동해

서울행 KTX를 탔다.


그에게는

나름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어차피

자신과 같은 능력자들이 개입해

작전을 망가트린다면,


기존의 상식에 근거한 행동이나

정석적인 대응매뉴얼로는

더 이상 목적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지호의 그런 판단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자신만의 계획을 세울 때

그가 간과한 한 가지 사실은,


현장으로 진입하던 경찰특공대가

러시아와 한국의 범죄조직에게


총기와 폭탄에 의해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다는

중요한 정보를

아예 놓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서울역에 내린 양지호는

곧장 택시를 잡아타고

준한의 가게로 향했다.


기차 안에서부터

전화를 걸어

상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는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해

꾹 참았다.


왠지 모르게

반드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예감 때문이었다.


준한의 가게 앞에 내려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니,

마침 한산한 상태였다.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님은

한 명도 없었고,


홀에 설치되어있는

대형 벽걸이 TV로


준한 혼자서

심각한 얼굴로

뉴스속보를 보고 있었다.


양지호는

준한에게 인사를 하려다말고,


그의 귀에 들리는

아나운서의 멘트를 듣고

깜짝 놀라

TV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나운서는

비장한 표정으로


아까 자신이 지휘했던

범진파 소탕작전에 대한

충격적인 비보를

온 국민에게 전하고 있었다.




“오늘 오후 다섯 시 경,


부산항의

컨테이너 야적장 인근에서


검경 합동으로

부산의 마약밀매조직인

속칭 범진파에 대한

소탕작전이 벌어졌습니다.


3개월 전,


범진파와 러시안 마피아의

마약거래정보를 입수한

서울 남부지청 소속 특별팀인

마약 광역대책반은,


오늘 거래현장을 급습하여

두목인 조범진을 비롯한

범진파 조직원들을

모두 검거하기 위해


대규모의 작전을 실행했으나,

실패로 끝났습니다.”


“.........”


뉴스를 보는

양지호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갔다.


아나운서의 멘트는

계속 되었다.


“범진파 조직원들은

검찰에 정보를 유출한

부두목 최남진을

잔인한 수법으로 살해한 후,


역정보를 흘려

수사팀을 유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러시안 마피아와 연합하여

총기와 폭탄까지 사용하는

극악무도함을 보였습니다.


현장에서 작전을 지휘하던

양지호 검사는

현재 행방불명된 상태이며,


남부지청 소속 수사관 10명이

현장에서 모두 사망했습니다.


피해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현장에 진입하던

경찰특공대 3개 팀이


소음기를 장착한 자동소총과

신경가스탄에 공격을 받아

괴멸적인 타격을 받았습니다.”


“.........”


양지호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인근의 병원으로 나누어

급히 옮겨진 경찰특공대원들은

집중치료를 받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인된

공식적인 사망자만

벌써 일곱 명이며,


중상을 입은 대원들 중엔

생명이 위독한 대원들이

열 명도 넘는 것으로

지금 파악되고 있습니다.


사상 초유의 유례없는 사태에


현재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에서

긴급안보회의가 소집되어

정부관계자들이

숙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아......아......”


뉴스를 보던

양지호의 입에서

결국 거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제야

그의 기척을 느낀 준한이

고개를 돌려

양지호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낀

양지호가

그대로 앞으로 쓰러지며

또 다시 정신을 잃었다.


준한이 급히 달려와

그를 부축했으나,


이미 바닥에 얼굴을 부딪친

양지호의 코에서

검붉은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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