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seal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6:16
최근연재일 :
2022.06.16 07:21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662
추천수 :
136
글자수 :
151,269

작성
22.05.12 15:02
조회
113
추천
10
글자
10쪽

seal ep 02 -1

DUMMY

등에 커더란 구멍이 뚫린 채,

팔다리가 잘려나간

노준의의 처참한 육신이

차가운 강물로 빨려 들어갔다.


자신의 피로

시뻘겋게 물들어가는

수면을 보며

서서히 정신을 잃어가던

노준의는


오직 하나의 생각만을

간절히 떠올렸다.


‘죽고 싶지 않아!

죽기 싫어!

죽을 수 없어!’




그때,

무언가 환청과도 같은

신비한 목소리가

그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살고 싶은가?’


그 무겁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는

마치 천사의 음성 같았다.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살고 싶은가?’


노준의가

온 마음을 모아

간절히 생각했다.


‘네. 정말 살고 싶습니다.

꼭 살고 싶습니다.’


그의 대답이라 간주한 듯,

의문의 목소리가 결정을 내렸다.


‘너와 난, 이제 계약을 맺었다.’


그 목소리를 끝으로

노준의는 정신을 잃었다.




물속에서

노준의의 몸이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잘려나간 팔다리가 다시 붙고,


등과 가슴을 관통한

커더란 구멍이 메워지고,


상처가 아물며 피가 멎어갔다.


주변을 붉게 물들이던

그의 피가 멈추면서


다시 살아나는 그의 육체를

신비한 회색빛이 감쌌다.


노준의는 아득한 잠에 빠지며

자신이 지금

신비한 꿈을 꾼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부활한 노준의가

수면 위로 튀어나왔다.


마치 뭍에 오르는 거북이처럼


두 손을 뻗어

강변의 돌들과 풀들을 잡아

힘을 주면서


다시 지면으로 기어오르는

그의 양쪽 손등엔,

어떤 동물의 그림 같은 것이

회색빛으로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겨우 다시 뭍으로 올라온 그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휘청거리며

큰길을 향해 몇 걸음 걷던 그는,

그대로 쓰러져

다시 정신을 잃었다.




어둠 속에서

그런 그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검은 그림자 하나가


쓰러진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뒷모습만 보이는

그림자의 정체는,

사람이었다.


잠시 동안

쓰러진 노준의를

유심히 바라보던,

얼굴이 보이질 않는 누군가가


기절한 그를 업고

밤의 어둠 속으로

서둘러 사라졌다.






seal ep 02 양지호 (01)


양지호의 아버지는 경찰이었다.


어린 시절 그에게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기억은,

가족이 둘러앉은

저녁 밥상이었다.


멋있는 제복을 입은 아버지가

퇴근을 하면,


자상한 어머니가

맛있는 저녁상을 차려주셨고,


셋이서 식탁에 앉아

그날의 일들을 즐겁게 얘기하던

따뜻하고 안락했던 기억.




그랬던 그의 기억이

처참히 망가진 것은,

중학교 2학년 겨울이었다.


교통계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형사계로 옮긴 후,


도둑질을 하다

아버지에게 잡힌 범죄자가

3년형을 살고 출감하면서

그의 비극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의 아버지에게 앙심을 품은

그 범죄자는

그의 가족 주변을 맴돌았고,


어느 겨울날

어머니와 함께

시장을 다녀오던 그를

차로 들이받았다.


어머니는 그를 감싼 채로

현장에서 즉사하였고,


그는

무려 6개월을 입원해야할 만큼

중상을 입었다.


어머니를 죽인 범인은,

주민의 신고로 바로 잡혔다.


범인은 술에 만취해

도망칠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대로 차에서 운전대를 잡은 채

태연히 담배를 피우며

앉아 있었다한다.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느냐는

형사의 질문에

범인은 이렇게 진술했다.


자신이 징역을 살 동안,

아내와 자식에게 버림을 받았고

그로 인해 가족을 잃었다.


전과자라

어디 취직을 해서

먹고살 수도 없었고,


막노동판을 전전하다보니

어느 날 문득 화가 치밀었다.


어차피 끝난 인생,

복수라도 하고 싶었다.


나를 잡아넣은 그 형사에게도

나와 같은 고통을

맛보여주고 싶었다.


도둑질도 이젠

나이 먹어서 쉽지 않고,

돌아갈 집도 없고,

노가다는 더 이상 뛰기 싫어서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복수도 할 겸,

그냥 저질렀다.


변호사도 필요 없고

가석방도 원하지 않는다.


그냥 갇힌 채로

서서히 죽어가고 싶다.




그의 가족을 그렇게

산산이 망가트린 범인은,


그의 원대로 무기징역을 받아

교도소에 갇혔다.




너무 큰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결국 경찰을 그만두었다.


자신이 사명감을 가지고

보람을 느끼며하던 일들이,


자신의 가족을 파괴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가

긴 병원생활을 끝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던 날,


아버지의 머리는

하얗게 세어있었다.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아

다행히

영구적인 장애는 생기지 않았으나,


성장기 때 얻은

거대하고 충격적인 심신의 상처는

그 후유증이 상당했다.


그는

결국 학교생활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했으며,


아버지와 그의 일상에서는

대화가 사라졌다.




가끔 술에 취하면

아버지는 그에게

울면서 말했다.


미안하다고. 용서해달라고.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그는

세상의 모순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버지에겐

아무 잘못도 없는데,


왜 아버지는 자신에게

사과를 해야만 하는가...


어쩌면 그런 부조리한 현실이


그가

장래에 법관이 되겠다는 꿈을

갖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경찰을 그만둔 아버지는

특기를 살려

조그만 검도장을 운영했고,


그는 학교에 나가는 대신

도장에 나가 검도를 수련하고

검정고시 공부도 열심히 했다.


열일곱 살이 될 무렵엔

건강도 아주 좋아져서

검도유단자가 되었고,


검정고시 시험에도

무난히 합격하여


오랜만에

아버지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사회적으로’ 상처를 극복한 날,

아버지가 말했다.


고맙다고.




그가

열여덟 살이 되던 그해 여름,

그녀를 만났다.


아버지의 도장으로

검도를 배우러 온 또래 여학생은

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그의 눈길을 잡아끈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단순히

외모나 취향의 문제라기보다,

그가 처한 상황과

몸 상태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꾸준히 노력하여

건강을 되찾기 전까지,


그는 자신이 아닌 남에게로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언제 또다시

휠체어 신세가 될 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은,


학교조차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한

이유이기도 했다.


긴 재활의 시간을 거쳐

건강을 되찾고

승단시험에 합격하며

자신감까지 되찾자,


드디어

자신만이 아닌 타인에게로

시선을 돌릴 줄 아는 여유를

갖출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가

공부하는 틈틈이

도장 일을 도우면서

수련생들의 자세나

훈련을 도와주던 어느 날,


막 대련을 끝낸 그녀가

호면을 벗으며 얼굴을 드러냈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땀이 살짝 맺힌 그녀의 이마,


고집이 세보이지만 맑은 두 눈,


날렵한 콧날,


새하얀 목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미려한 턱 선과 붉은 입술...


그는,

난생처음 이성이 주는 매력에 빠져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열어놓은 도장의 창문들로

시원한 봄바람이 밀려들어와

커튼을 흔들고,


머리를 둘러싼 면수건을 벗으며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하던 그녀는,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의 존재를 발견하자

활짝 웃으며 다가와

반갑게 인사했다.


"어? 지호 아냐? 여기서 만나네?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그녀의 이름은 김난정이었고,

간호사를 꿈꾸며

그쪽 대학을 준비하는

동갑내기 여학생이었다.


동네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아버지와

둘이서만 살고 있었던 그녀는,


그를

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했다.


어린이집,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는데

왜 기억하지 못하냐는 말도 했다.


그와 그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녀도 중학시절에

어머니를 암으로 잃으면서

가족의 죽음이라는 슬픔을

그와 비슷하게 겪었다는 공통점,


같은 처지의 홀아비들끼리

저녁이면 자연스럽게

술친구로 어울리는 아버지들 덕에


둘의 사이는

서로의 집과 도장을

수시로 드나들며

아주 빠르게 발전하였다.




고등학교의 마지막 방학을 앞둔

어느 겨울날,


집에 돌아가던 난정은

동네의 불량배들에게

봉변을 당했다.


대낮부터 마신 술에

잔뜩 취한 세 명의 사내들이

그녀의 앞을 막고 보내주질 않았다.


비켜달라는 그녀의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내들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실랑이를 하는 사이,

어느 틈에 사내들에게

어두운 골목 안으로

끌려들어간 난정은


그제야 극심한 위기를 느끼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그때 마치 영화처럼,

그가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내들을 향해 덤벼들었고,


그녀를 자신의 등 뒤에 둔 채

사내들의 폭력에 맞섰다.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얻어맞아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그는 그녀를 지켜주었다.


자신을 지켜주려다

처참하게 망가지는 그를 보며

그녀는 계속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흘렸다.


밟히고 얻어터지고

욕설을 들으며 모욕을 당해도,


그는

사내들의 발목을 잡거나

허리를 부둥켜안으며

끝까지 저항했다.


그녀의 간절한 노력이

하늘에 닿았는지


그 모습을 본

지나가던 행인들이

경찰을 부르고,


용기 있는 몇몇 사람들이

뛰어 들어와

술 취한 사내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비로소

악몽과도 같았던

시간이 끝났을 때,


그녀를 지켜냈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린 그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구급차가 올 때까지

그녀가 그를 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 고마워...


울먹이며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그녀에게


그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씩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야...

내가 잘 지켜준 것 같아서...”


그와 그녀는

그렇게 첫사랑을 얻었다.




얼굴과 다리에

골절상을 입은 그는

한 달 정도 입원해야했고


그녀는 그를 간호하며

매일 병원을 드나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정식으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스무 살 겨울,

그와 그녀는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eal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seal ep 10-7 22.06.16 24 0 11쪽
29 seal ep 10-6 22.06.16 19 0 10쪽
28 seal ep 10-5 22.06.16 20 0 13쪽
27 seal ep 10-4 22.06.09 23 0 9쪽
26 seal ep 10-3 22.06.07 23 0 12쪽
25 seal ep 10-2 22.06.05 36 3 12쪽
24 seal ep 10-1 22.06.04 36 3 11쪽
23 seal ep 09-5 22.06.02 37 4 10쪽
22 seal ep 09-4 22.06.01 38 4 10쪽
21 seal ep 09-3 22.05.30 41 4 14쪽
20 seal ep 09-2 22.05.28 42 8 11쪽
19 seal ep 09-1 22.05.26 41 6 9쪽
18 seal ep 08-3 22.05.25 37 3 10쪽
17 seal ep 08-2 22.05.24 37 2 9쪽
16 seal ep 08-1 22.05.23 44 2 9쪽
15 seal ep 07-2 22.05.21 42 2 13쪽
14 seal ep 07-1 22.05.20 43 1 10쪽
13 seal ep 06 22.05.20 53 3 14쪽
12 seal ep 05 -3 +1 22.05.18 54 4 14쪽
11 seal ep 05 -2 22.05.18 42 4 14쪽
10 seal ep 05 -1 22.05.17 47 4 9쪽
9 seal ep 04 22.05.17 52 3 11쪽
8 seal ep 03 -3 22.05.16 49 4 9쪽
7 seal ep 03 -2 22.05.16 54 5 9쪽
6 seal ep 03 -1 22.05.13 81 6 9쪽
5 seal ep 02 -3 22.05.13 76 5 11쪽
4 seal ep 02 -2 22.05.12 96 10 13쪽
» seal ep 02 -1 22.05.12 114 10 10쪽
2 seal ep 01 -2 22.05.11 137 14 14쪽
1 seal ep 01 -1 +1 22.05.11 225 2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