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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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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6:16
최근연재일 :
2022.06.16 07:21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660
추천수 :
136
글자수 :
151,269

작성
22.05.13 20:34
조회
80
추천
6
글자
9쪽

seal ep 03 -1

DUMMY

seal ep 03 노준의 (02)


여긴 어디지...


희미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노준의가 눈을 떴다.


밝은 형광등 불빛이

그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가 눈을 뜬 곳은

낯선 방이었다.


그는

딱딱한 느낌을 주는

침대에 누워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쪽 구석엔 책장,

그 옆엔 책상,

그 옆으론 TV와 컴퓨터...


깔끔하게 정리된 방이었으나,

난생 처음 와보는 곳임은

분명했다.




“정신이 들어?”


낯선 방의 풍경에 비해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가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동료의사 오현택이


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현택은

사건이 일어나던 날,

중환자실에서

그와 얘기를 나누며

미안해했던 동료였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여긴 네 방 같은데

내가 왜 여기 누워 있어?”


몸을 일으키며 그가 묻자,

오현택이 말했다.


“그거야 말로,

내가 묻고 싶다.


너, 진짜 기억 하나도 안나?”


“아무 것도...


물에 빠졌던 것만 기억나,


꼭 긴 악몽을 꾼 것 같아.”


“아까 밤늦게 퇴근하는데

병원주차장에 있는

내 차 뒷바퀴 옆에

네가 쓰러져 있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


옷은 흠뻑 젖었지.

몸은 축 늘어져 있지...


휴가 냈으니

집에서 쉬고 있어야 할 놈이

왜 여기에 이러고 있나

정말 깜짝 놀랐다.”


“...그랬어?


미안하다.

진짜 기억이 하나도 안나.”


“너 요즘

제정신이 아닐 것 같아서,

일단 내 방으로

데리고 오긴 했는데...


에휴...됐다.

얘기는 천천히 하자.


어디 불편하거나

아픈 데는 없어?”


“응.


그냥 좀 몸이 무거워.

아픈 데는 없어.”


“다행이네.


좀 더 잘래?

아니면 뭣 좀 먹을래?”


“좀 더 잘게.”


“그래. 푹 자. 불 꺼줄게.”


오현택이

방의 불을 끄고 나가자

그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이번엔 방 밖에서 들려오는

TV의 뉴스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시끄럽네...


뭔 놈의 볼륨을

저리 크게 해놓고

뉴스를 보나...


그런데 그의 귓가에

아나운서가 말하는

자신의 이름이 들려왔다.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뉴스의 내용이 궁금해진 그는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서는

매우 심각한 얼굴로

오현택이 뉴스를 보고 있었다.




TV속 화면에서

아나운서가

속보를 전하고 있었다.


“서정대 병원에서

외과의사로 근무하던

노준의 씨가


자살을 가장해

아내와 자식을 살해한

살인범임이 밝혀져


경찰이 급히 재수사에 나섰습니다.


서정대 의대의 교수로도

재직하고 있던 노준의 씨는


아내 김난정 씨가

산후우울증이 심해져

백일이 갓 지난 딸을 안고

13층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사건을 조작하여


살해사실을 숨기고

수사대상에서

제외되었던 것으로

오늘 아침 드러났습니다.


이 끔찍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데에는,

익명의 제보자가

경찰에 보낸 녹음파일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보된 녹음파일에 따르면,

아내의 불륜사실을 추궁하던

노준의 씨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살인이라는 죄목으로

수배전단에 박힌 자신의 얼굴이

뉴스에 등장하는 것을 본 그는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오현택이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그에게 물었다.


“준의야...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


“아냐! 나 아냐! 내가 설명할게...”


그제야

그날 밤 양지호가

자신의 손바닥에서 칼을 뽑아

자신의 팔다리를 자르고


마지막엔 결국 죽이려했던

끔찍한 기억이

그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그는

겁먹은 표정의 오현택에게

진지하고 차분하게

그날 밤의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 보고...지금 그 말을 믿으라고?


네 사건을 담당했던 담당검사가

네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상간남이고


네 딸이라고 믿었던 아이가

그 남자의 자식이고,


그리고...

그 남자 손바닥에서

칼이 뽑혀져 나왔다고?


너 지금 미친 거 아냐?”


“나도 정말

답답해서 돌아버릴 지경이지만...


진짜 믿기 힘들겠지만,

진짜 내가 미친 것 같겠지만,


사실이야.”


노준의가 정색을 하고

다시 한 번 강조하자,

오현택이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의 표정과 말투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오현택이

한숨을 푹 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네 말을 믿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내가 그간 봐온 너라면,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가

다 진실은 아닐 거라는 건 믿어.


너는 사고나 실수로

누군가를 죽일 수는 있어도

계획을 꾸미거나 조작해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아냐.


너는,

사명감을 가진 훌륭한 의사거든.”


“.......”


“무언가 내가 알지 못하는

무슨 사정이 있겠지.


그렇다고 내가

수배전단까지 뿌려진 널

이렇게 계속

숨겨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잠깐만 기다려.”




오현택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가더니

명함 하나를 들고 나와

그에게 내밀었다.


오현택이 내민 명함에는

검은색 카드에

오직 전화번호만 하나

덩그러니 박혀 있었다.


명함을 받아든 그가

자신을 바라보자

오현택이 말했다.


“아마 너도 아는 사람일 거야.


김민성 선배.


3년 전에 의료사고 나서

의사면허 박탈된...”


“아...민성 선배, 잘 알지.


너는 잘 모르나본데

나, 그 선배랑 한때 엄청 친했어.


둘이 머랄까...

코드가 맞는다고 할까?


같이 술도 진짜 많이 먹었는데.”


“...지금 그 선배,

무면허 의사노릇하고 있어.


나도 얼마 전에

우연히 알게 된 건데,


그쪽 계통에서는

꽤나 유명한가봐.


암흑가에서

잘나가는 사람들 중에

단골도 많이 있고...


뭐, 우리랑 같이 일할 때도

솜씨는 워낙 좋았으니까...


형사들은

‘어둠의 의사’라고 부른대.”


“....”


“일단 민성선배한테 연락해서,

그쪽으로 몸을 피해있어.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장 나을 것 같아.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여기까지인 것 같고.”




명함을 쳐다보며

잠시 생각하던 그가

고개를 들고 오현택에게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

현관문 쪽으로 향했다.


오현택이 급히 따라와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

그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네 말이 정말 진실이라면,


언젠가 다시

밝은 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야.


그때까지 몸 건강해.


더 이상 못 도와줘서

미안하다 정말.


이해해줘.”


오현택의 마음씀씀이에

무척이나 감동한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이것만으로도

도움은 충분히 차고 넘쳐.


신경써줘서 정말 고맙다.”


그는

현관문을 열고 바깥으로 향했다.




그가 자신의 집을 나서자

잠시 가만히 서있던 오현택이

얼굴을 찡그리며

한숨을 푹 내쉬더니

천천히 방으로 향했다.


방문 앞에서

문고리를 잡은 오현택이

낮은 목소리로 짧게 내뱉었다.


"오픈(open)"


주문을 외우듯

단어를 말한 오현택이

문고리를 돌려 방문을 열자


신비한 회색빛이

방 밖으로 가득 쏟아져 나왔다.


오현택이

방안으로 한걸음 내딛자


바닥과 천장,

창문과 벽이 구분이 안가는,


공간이 마구 왜곡된 느낌의

기묘한 회색공간으로 진입했다.


다른 차원의 공간마냥

이질적인 느낌이 가득한 방안엔

검은색으로 빛나는 옷장만이

가운데 놓여있었다.




오현택은

천천히 걸어가

옷장의 문을 열었다.


오현택은

옷장 안에 걸려 있는

검은 색 코트를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오현택이

전화기에 대고 짧게 말했다.


"룸(room)"


갑자기 오현택의 온몸을 감싸듯

신비한 회색빛의 아우라가

그의 전신에 확 피어올랐다.


오현택은

전화기를 자신의 귀에 갖다 대고

누군가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네.”


전화기 너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회색빛에 둘러싸인 오현택이

입을 열었다.


“노준의가 떠났습니다.


지시하신 대로

김민성에게 보냈습니다.”


“...그의 능력은 시험해 봤나?”


“그럴 여유까지는 없었습니다.


저쪽에서

생각보다 빨리 손을 써서...

뉴스에 나오는 바람에


계획을 급히

수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몸 상태는

이상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 나도 뉴스 봤네.


어쩔 수 없지.


실험은

그쪽에서 진행하는 걸로 하겠네.


상의를 해야겠으니

지금 아지트로 좀 오게.”


“알겠습니다.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오현택이

나갈 채비를 했다.


전화를 끊자

오현택의 몸에서

신비하게 피어오르던

회색빛의 아우라가 사라졌다.


옷장에서

검은 코트를 꺼내 입은

오현택의 모습은


그날 밤, 강변에서

쓰러진 노준의를 들쳐 업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

의문의 사내와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옷을 갈아입은 오현택이

공간의 밖으로 나와

다시 짧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클로즈(close)"


그의 주문과 함께

신비한 회색빛의 공간이

다시 본래의 방 형태로 돌아왔다.


오현택은 슬쩍 고개를 돌려

원래대로 돌아온 방의 모습을

다시 한 번 꼼꼼히 확인하고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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