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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713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1.07.13 00:11
조회
158
추천
0
글자
6쪽

제 3 부 천명 (22)

DUMMY

-4-


홍방의 사내들을 둘러싼

원각사의 빈민들은

결코 빠르지도,

결코 사납지도 않았다.


그저 천천히,

다만 집요하게,


박자흥이 지정한 ‘목표’를 노리고

달려들 뿐이었다.


원형의 진을 짜고

그들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던

홍방의 사내들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가장 먼저 그들과 맞닥트린

홍방의 젊은 계원 하나가

자신을 향해 두 손을 뻗는 사내에게

환도를 휘둘렀다.


서걱 하는,

칼날이 살점을 베는 소리와 함께

손을 뻗었던 사내의 머리에서

피가 튀었다.


그러나 머리에 칼을 맞고도

사내는 멈추지 않았다.


칼날에 부서진 몸이

서서히 무너지면서도,


앞을 향해 뻗은 두 손은

자신에게 칼질을 한 홍방의 사내에게

그대로 나아갔다.


칼을 휘둘렀던 그의 얼굴에

순간 당혹감이 드러났다.


칼을 맞은 사내의 두 손이

그의 양 어깨를 움켜쥐면서,

이미 머리가 쪼개져 의식을 잃은 몸이

힘없이 무너졌다.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몸에 들러붙은 사내를 향해

홍방의 젊은 계원이 소리쳤다.


“놔라! 이 거머리 같은 놈아!”


그때,

바로 뒤에서 덤벼오던 사내 하나가

그대로 몸을 숙여

홍방의 젊은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고

숨이 끊어진 시체를

떼어내려 애쓰던 홍방의 사내에게,


새로운 적이 곧바로 달려들어

그의 허리를 꽉 부여잡았다.


어깨에는 시체가,

허리에는 또 다른 적이 달라붙은

홍방의 사내는

그렇게 신체의 자유를 빼앗겼다.


그리고 또 다른 적이

품속에서 번뜩이는 날붙이를 빼들고

연이어 달려들었다.


작은 창포검처럼 생긴

날카로운 칼을 쥐고

마지막으로 달려든 그 사내는,


앞의 두 사람에 비해

아주 민첩한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억,

어깨와 허리를 잡혀 버둥거리던

홍방의 사내 입에서

고통스러운 단말마가 흘러나왔다.


마지막에 달려든 적이

그의 목을 칼로 꿰뚫었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급소에 칼을 맞은

홍방의 사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서히 무너져 내려갔다.


그의 무릎이 땅바닥에 닿을 때 쯤,

동맥이 잘린 듯 보이는 그의 목에서

거세게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 모습을 지켜본

송창식과 박정진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놀랄 만도 한 것이,

싸움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본

그들에게도


이런 공격은

난생 처음

당해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나가 먼저 달려들어

적의 공격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내고,


또 하나가 연이어 달려들어

적의 몸을 붙잡고,


마지막으로 달려든 자가

신체의 자유를 빼앗긴

적의 숨통을 끊는다.


셋 중에 하나나 둘이 죽더라도,

적은 확실히 죽일 수 있는

무서운 공격법이었다.


그때,

그들의 귀에 또 다른 비명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그들의 눈에

또 한 명의 동지가 배에 칼을 맞아

서서히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젊은 동지의 목에는

이미 숨이 끊어진 시체 하나가

매달려 있었고,


그의 등 뒤에도

머리가 반쯤 부서져

죽기 직전의 사람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를 쓰러트린 적은,

그의 배에 박힌 칼을

더 깊숙이 집어넣어

이리저리 움직이며

내장을 마구 헤집고 있었다.


그렇게

원각사 빈민들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첫 번째 달려든 이가 죽는 것은

이제 당연했고,


두 번째 달려든 이도

거의 대부분 죽어나갔으며,


세 번째 달려든 이가 죽을 만큼

치명적인 부상을 입더라도,

확실히 적의 급소에

칼을 꽂은 다음에야 죽어갔다.




질서도 없고 속도도 없지만,

이 공격은 확실한 살법(殺法)이다.


이건 사람을 죽여 본 경험이

아주 많은 누군가가,

제대로 훈련시킨 것이 분명한

진법(陣法)이기도 하다.


절대로 적의 공격을 피하지 않는

죽음을 각오한

첫 번째 방패가 있다면,


적의 신체를 구속하는 것에만

모든 것을 내던지는

두 번째 덫은


설령 죽게 되더라도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그리고 그 둘의 희생에 의해

적의 목숨을 끊는 것에만 집중하는

세 번째의 칼은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는다.


이 공격에는

실로 무서운 전제가 깔려있다.


적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셋 모두

자신의 목숨이 끊어지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로 무섭구나...


이건 그야말로

동귀어진(同歸於盡) 아닌가...


도대체 누가,

어떻게 훈련을 시켰기에

이런 사납고 잔혹한 공격을

저들이 망설임 없이 수행하게

만들었단 말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송창식의 머릿속이 마구 헝클어졌다.


박자흥을 잡아가야할 임무는

둘째 치고,


일단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방법이 도통 떠오르질 않았다.




“창식이! 뭐하고 있나!”


박정진의 급박한 외침과 함께,

그의 손도끼가

송창식의 몸을 잡으러 달려드는

사내의 머리를

수박 쪼개듯 처참하게 부숴버렸다.


박정진의 도끼질이 워낙 거셌던 탓에,


머리가 쪼개지며 즉사한 그 사내는

송창식의 몸을 붙잡지 못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그 사내의 뒤를 이어 달려들던 사내도

박정진의 발길질에 명치를 얻어맞고

멀찍이 나가떨어졌다.


앞의 둘이

적의 몸을 묶지 못하자,


그 모습을 본

세 번째의 살수(殺手)가

바로 달려들지를 못했다.


순간적으로 걸음을 멈칫한

세 번째의 사내를 향해

박정진의 칼이 빠르게 날아가

그대로 목을 베었다.




“얼른 정신 차리게!”


박정진이

다시금 전투태세를 갖추며

송창식에게 소리쳤다.


송창식은 그제야

불안감에 마음이 잠식되어

자신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생각할 때가 아니고 움직일 때다.


이럴수록

정진이처럼 거세게 몰아쳐야

젊은 동지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


우리 둘이

어떻게든 활로를 열어야 한다.




그렇게 비로소 망설임을 없앤

송창식의 두 주먹에

제대로 힘이 실렸다.


송창식이

두 다리를 박차고 나가며

자신의 앞으로 달려드는 적에게

묵직한 주먹을 내리 꽂았다.


그의 주먹질이 얼마나 사나웠는지,

그의 공격을 받은 적의 얼굴이

마치 철퇴에 맞은 것 마냥

처참하게 뭉개져 버렸다.


그렇게

그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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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제 3 부 천명 (45) 21.09.04 127 1 7쪽
102 제 3 부 천명 (44) 21.09.02 128 0 10쪽
101 제 3 부 천명 (43) 21.08.31 128 0 7쪽
100 제 3 부 천명 (42) 21.08.28 132 0 8쪽
99 제 3 부 천명 (41) 21.08.26 136 0 10쪽
98 제 3 부 천명 (40) 21.08.24 137 1 8쪽
97 제 3 부 천명 (39) 21.08.21 138 1 8쪽
96 제 3 부 천명 (38) 21.08.19 140 1 8쪽
95 제 3 부 천명 (37) 21.08.17 157 0 9쪽
94 제 3 부 천명 (36) 21.08.14 145 0 10쪽
93 제 3 부 천명 (35) +1 21.08.12 149 1 8쪽
92 제 3 부 천명 (34) 21.08.10 145 0 8쪽
91 제 3 부 천명 (33) 21.08.07 144 0 9쪽
90 제 3 부 천명 (32) 21.08.05 147 0 8쪽
89 제 3 부 천명 (31) 21.08.03 151 0 8쪽
88 제 3 부 천명 (30) 21.07.31 145 0 8쪽
87 제 3 부 천명 (29) 21.07.29 151 0 8쪽
86 제 3 부 천명 (28) 21.07.27 155 0 8쪽
85 제 3 부 천명 (27) 21.07.24 150 0 6쪽
84 제 3 부 천명 (26) 21.07.22 143 0 7쪽
83 제 3 부 천명 (25) 21.07.20 144 0 6쪽
82 제 3 부 천명 (24) 21.07.17 144 0 10쪽
81 제 3 부 천명 (23) 21.07.15 147 0 8쪽
» 제 3 부 천명 (22) 21.07.13 159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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