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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멘탈의 성

학살의 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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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레
작품등록일 :
2016.03.15 00:15
최근연재일 :
2016.03.19 08: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177
추천수 :
122
글자수 :
57,400

작성
16.03.15 08:00
조회
269
추천
8
글자
10쪽

2장 - 예선전 (4)

소설 내에 등장하는 사건, 인물 등은 허구입니다.




DUMMY


“뒤로! 거리를 벌려!”


앞뒤로 포위되어 있기는 해도, 아직 뒤쪽의 코끼리가 도착하기까지는 짧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다.

일현은 재빨리 궁병들을 뒤로 물리며,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궁병들은 좌측으로 이동하면서 견제를 하고, 돌격병들은 나를 따라 와! 라나는 궁병들과 함께 거리를 두고, 여차하면 도망쳐.”


일현은 라나를 궁병들과 함께 이동시켰다.


“어? 어어? 아앗!”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라나는 무언가에 부딪힌 듯 전진하지 못했다.


“왜 그래?”


가뜩이나 코끼리와의 거리를 재느라 정신이 없는 일현은, 라나가 갑자기 자신 쪽으로 다가오자 의아해했다.


“저 쪽으로 갈 수가 없어요.”

“그게 무슨…, 아!”


그제야 ‘업보는 후보와 20m 이상 떨어질 수 없다’는 광대의 말이 떠올랐다.

‘그걸 잊고 있었다니. 나는 바보인가.’

가장 기본적이면서, 항상 기억해 두어야 할 규칙이었는데, 그걸 잊어먹고 있었다.


“가자!”


일현은 라나의 팔을 붙잡고 돌격병들을 향해 뛰어갔다.

궁병들은 일현의 말을 충실히 따르며 거리를 유지한 채, 코끼리의 시선을 잡아두고 있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

궁병들은 코끼리의 시선을 돌리고만 있을 뿐, 상처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한 것은 이쪽.

이제 믿을 것은 수류탄 뿐이다.

그리고 코끼리는 나왔지만, 아직 상대 후보와 업보는 보이지 않았다.

일현이 게임의 능력이 있듯, 그들 역시 나름의 무력이 있을 터. 그들이 나오기 전에 코끼리를 없앨 방법을 찾아야 한다.


“너희들은 여기서 일단 대기하고 있어. 그리고 혹시 인간 병사들이 보일 경우, 라나를 보호하도록.”


현재 코끼리와의 거리는 약 50m정도.

궁수들에게 시선이 팔린 지금이 가장 공격하기 좋을 때다.


“주인님. 조심하세요.”

“그래.”


일현은 자신을 걱정하는 라나를 향해 살짝 미소지으며 대답하고는, 자세를 낮춰 조심스레 코끼리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아직 던져본 적은 없지만, 게임과 같다고 가정하면 투척거리는 30m정도.

실제로 던진다면 그 이상의 거리도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게임 상의 투척거리로 생각하는 편이 낫다.

조금씩 전진하던 일현은 어느새 30m이내의 거리까지 도달했다.

코끼리는 여전히 좌우로 움직이며 궁병들을 쫓아다니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끼리는 방향 전환이 굉장히 느릿느릿하다는 것이었다.

‘제발 통해라!’


- 수류탄 투척!


퍼어엉!


걸걸한 남성의 음성과 함께 수류탄이 던져졌다.

예상대로 수류탄은 게임과 같은 방식인지, 실제의 수류탄보다는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제발, 제발….’

자욱한 먼지구름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일현의 그런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뿌우우우우-.”


코를 휘휘 저으며 먼지를 날리는 코끼리는, 조그만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이쯤 되면 사기라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불합리한 것에도 정도가 있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통하지 않는 적을 어떻게 상대하라는 말인가.

‘제길. 방법이 없나?’

이제 남은 방법은 그들이 말했던 간파 뿐이다.


“응?”


그리고 그 순간, 코끼리의 모습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어째서?”


코끼리가 더욱 켜져 절망스러운 기분이 들 법도 하지만, 그보다는 의구심이 더욱 커진다.

‘이제 와서 커진다고? 처음부터가 아니고?’

무언가 이상하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두 마리를 소환한 것도 아니고, 뒤늦게 한 마리를 더 소환했다.

만약 처음부터 저 모습이었다면 한 마리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쿠웅-. 쿠웅-.


더욱 커진 코끼리의 발걸음이 땅을 울리지만, 일현은 그조차 신경 쓰지 못하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환상. 가짜. 코끼리가 가짜? 아니. 코끼리는 가짜가 아니다. 실체가 있어. 가짜는 아닌 환상. 그러나 그 환상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는 없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지금 더욱 커질 이유가 없어.’


쿠웅-. 쿠웅-.

코끼리는 궁병에게서 눈을 돌리고 일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저 크기를 보면 고작해야 몇 걸음이면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일현은 여전히 생각에 잠겨 움직이지 않았다.

‘가짜는 아닌, 그러면서도 가짜인 것.’


쿠웅-.

일현의 몸이 땅과 함께 출렁인다.


“크읏?”


쿠웅-.

이제 고작해야 두어 발자국이면 납작하게 깔린 쥐포처럼, 저 거대한 발에 밟힐 것이다.

‘가짜이면서도 진짜. 신기루! 신기루 같은 거다!’

사막에서 보이는 신기루는 빛을 굴절시켜 환상을 만든다.

그것의 실체는 다른 곳에 있거나, 아니면 작은 것을 크게 보이게 만든다.


쿠웅-.

이제 한 발자국.


‘이판사판!’

도망치기에는 늦었다.

코끼리는 그 거대한 덩치로 일현의 앞을 가리고 발을 들었다.

이제 저 발이 떨어지는 순간이 일현의 마지막일 터.

일현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상점을 열고, 수류탄을 구입, 동시에 Q키를 누르며 수류탄을 장비.

이 모든 것이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코끼리의 발이 일현을 향해 떨어지려는 순간.


- 수류탄 투척!


퍼어엉!


굉음과 함께 수류탄이 폭발했다.


“뿌우우-.”


일현은 질끈 감은 눈을 떴다.

눈앞에는 그 거대한 괴물 대신, 동물원에서 많이 보던 코끼리 한 마리가 엎어져 버둥대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떠 있는 알림창이 보였다.


---

<알림>

스킬 매의 눈이 적용되었습니다.

상세 설명이 추가됩니다.

---

<매의 눈>

이름 : 불명

주 상징 : 거짓 신화

부 상징 : 불명

<상세 설명 : 거짓 신화>

- 상대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

- 거짓 정보만큼 능력 추가

---


‘……살았나?’

일현은 곧장 수류탄을 한 개 더 구입한 후, 일어서려 버둥대는 코끼리의 머리 앞에 던졌다.


- 수류탄 투척!


“……죽는 줄 알았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상황이었다.


“주인님!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잠깐만. 너희들도 전부 집합!”


병사들을 한 곳에 모은 일현은 라나와 병사들에게 ‘거짓 신화’에 대해 말해주었다.

라나는 박수를 치며 기뻐했지만, 병사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뿌우우우-.”


그리고 그 사이, 뒤쪽에서 다가오던 코끼리가 울음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 가자.”


모습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코끼리도 엄청난 동물임에는 틀림없다. 사자들조차 코끼리 사냥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세열 수류탄의 가격은 100포인트.

벌써 3개를 사용했으니, 남은 포인트는 280포인트다.

‘수류탄은 최대한 아껴야 한다.’

상대방이 코끼리를 몇 마리나 더 소환할 수 있을지 모른다. 공포심과 당황 때문에 넘어져있는 코끼리에게 수류탄을 사용한 것이 아까워지는 순간이었다.


“뿌우우-.”


두웅.

이제는 발걸음 소리도 이전과 다르다.

일현은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궁수를 통해 시야를 끌었다.

쐐액. 쐐액.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화살이 코끼리의 얼굴과 몸에 박힌다. 일반적인 코끼리인 이상, 아까처럼 화살을 무시할 수는 없을 터.


“돌격!”


일현은 코끼리가 틈을 보이자, 돌격병들을 앞세워 돌진하기 시작했다.

부웅-.

코끼리의 코가 이리저리 휘둘리며 돌격병들을 때렸지만, 본능적으로 코를 움직이는 것일 뿐, 시선은 여전히 궁병들에게 머물러 있었다.


“크윽!”

“하압!”


결국 돌격병 몇 명이 코에 매달려 검을 꽂아 넣었다.


“뿌우우우-.”

“빠져! 어서!”


코끼리는 괴로워하며 머리를 마구 털었다.


“아악!”


용감하게 코에 매달렸던 두 명의 병사는 결국 무자비한 코끼리의 발에 밟혀 가루가 되었다.

‘병사들로는 무리다. 상징을 간파했어도 차이가 너무 커!’


“돌격병! 빠져! 궁병! 눈과 코를 집중적으로 노려!”


일현은 그렇게 외친 후, 코끼리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내 단검은 저들과 달라.’

병사를 처음 죽였을 때 깨달았다.

사람의 두개골을 한 번에 뚫고 박아 넣을 수 있을 정도다.

게임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

일현은 자신의 상징을 믿어보기로 했다.


“뿌우우-.”

“으윽!”


머리와 몸을 마구 비틀며 발광하는 코끼리에게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몇 번이나 눈 먼 코에 맞을 뻔 했지만, 거리감은 프로게이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일현은 미세하게 거리를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하압!”


그리고 발견한 약간의 틈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으윽! 뭐 이런….’

겨우 코끼리의 코에 올라탄 일현은,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리는 시야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놓치면 안 된다!’

일현이 조금씩 올라갈수록 코끼리의 발버둥은 더욱 거세졌다.

그래도 결국 온 힘을 다해 코끼리의 미간 앞까지 도달했다.

‘이게 안 되면….’

수류탄을 써야 한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일현은 단검을 역수로 쥐고 온 힘을 다해 내리찍었다.


빠각!


- 헤드샷!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단검은 코끼리의 미간에 깊숙하게 박혔다.


쿠웅!


“으와앗!”


코끼리가 옆으로 넘어지면서 깔릴 뻔 했지만, 악착같이 붙들었기 때문인지 몸에 충격은 있었지만 깔리지는 않았다.


---

<퀘스트 완료>

상대 병력 몰살

보상 : 100코인

---


‘잡았…, 어라?’

눈앞에 뜬 예상치 못한 창에 일현의 두 눈이 쉴 새 없이 깜빡였다.

‘아직 적 병력들이 남아있을 텐데….’

어찌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잘 된 일이다.

일현은 즉시 상점을 열어 100코인짜리 총을 찾았다.

구입할 수 있는 총은 딱 하나 뿐이었다.

글록 26.

일현은 총을 구입하자마자 2번 키를 눌러 권총을 장착했다.

찰칵. 철커덕.

‘다 뒈졌어!’

한손에 딱 들어오는 검은색 권총이 그의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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