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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멘탈의 성

학살의 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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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레
작품등록일 :
2016.03.15 00:15
최근연재일 :
2016.03.19 08: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182
추천수 :
122
글자수 :
57,400

작성
16.03.15 08:00
조회
301
추천
7
글자
8쪽

1장 - 튜토리얼 (3)

소설 내에 등장하는 사건, 인물 등은 허구입니다.




DUMMY

‘게임?’

LED전광판으로 만든 것 같은 룰렛의 중앙에는 ‘게임’이라는 글자가 생겨나 있다.


“의외로군요. 히히호-. 그러나 이것 역시 운명.”


‘웃음소리가 다르다?’

자세히 들어보면 광대의 웃음소리는 제각각 달랐다. 소리 자체가 다른 것도 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지금 광대의 웃음소리는 분명히 ‘당황’이었다.


“하히호호후-. 아무튼 좋습니다. 자, 상징을 받으시지요.”


그런 말을 하는 동시에 광대가 박수를 두어 번 치자 룰렛에서 새까만 연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윽고 연기는 금세 일현의 몸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흡!”


갑자기 새까만 연기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세상이 까맣게 물드는 듯한 공포에 일현은 당혹성을 냈다.


“의외로 겁이 많으십니다요? 히히호!”

“…….”


연기는 고작해야 1초정도 감싸다 사라졌을 뿐이다.

일현은 소리를 낸 것이 민망해, 새빨개진 뺨을 만지작거리며 딴청을 피웠다.


“흐흐후. 자, 그럼.”


광대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주변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일현이 있던 고풍스러운 방은 순식간에 최신식의 방으로 바뀌었다.


“허.”

“효효. 이 곳이 대기실입니다.”


일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알고 있는 정보는 자신이 죽었다는 것, 전쟁이라는 것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상징이라는 것을 받았다는 것이 전부다.

거기에 대기실이라는 것을 추가해봤자 명확해지는 것은 없다.

이럴 때에는 광대의 말을 최대한 귀담아듣는 것이 최선.


“흐히후히히히! 역시. 다르군요. 달라요. 하히호호!”


광대는 일현을 뻔히 쳐다보더니 박수를 치며 말했다.


“무엇이 말입니까?”

“후보님 말이지요. 사실 다른 후보들은 죽음을 부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울고불고짜고 아주 그냥 속이 뒤집어질 지경이거든요호호.”

“…….”


일현 스스로도 이렇게 침착하고 담담한 자신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그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뭐 아무튼, 대기실은 전쟁에 진입하기 전 휴식을 취하는 곳입니다. 필요한 것은 전부 있으니 마음껏 이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승자의 특권이나 마찬가지인 곳이니까요. 후히히히히!”


광대의 말대로, 대기실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마법의 서랍에서는 생각하는 물건들이 전부 튀어나왔고, 냉장고에서는 먹고 싶은 식재료가 생겨났으며, 오븐에서는 완성된 요리들이 나타났다.


“물론! 혈기 왕성한 남성에게 가장 필요한….”

“아뇨! 아니! 됐습니다.”


일현은 손사래를 치며 광대의 말을 끊었다.

그는 아직까지 여자를 사귀어 본 적도 없는 청년이었다.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고, 이성에게 관심이 생길 즈음에는 프로게이머로 생활하느라 너무나도 바빴다.

그리고 성인이 돼서는 돈 버느라 바빠서 이성을 만날 틈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살았었는지….’

27세에 퇴물 소리를 듣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연습만을 하다 죽었다.

태어나서 총 쏘는 게임만 하다 죽은 셈이다. 허무해도 이리 허무할 수가 없었다.

‘다시 되돌아 갈 수 있다.’

비단 과거에 대한 후회가 아니더라도, 삶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본능.

일현은 입술을 꾹 깨물며 다짐했다.


“흠흠. 알겠습니다. 설마 체력 단련장을 그렇게 싫어하실 거라고는. 이 미천한 광대가 그런 부분을 이해하지는 못했군요.”

“…….”

“아무튼 좋습니다요호효. 대기실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로 되었고. 전쟁에 대한 설명을 해 드려야겠지요? 후히힛.”


광대의 말에 일현은 전에 없을 정도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나올 말들은 머리에 반드시 새기고 또 새겨야 했으니.


“자, 우선 상징을 깨워보도록 하지요. 게임! 이라고 외치시면 됩니다요. 후히호!”

“게임.”


광대의 말에 따라 외친 일현은, 이내 몸이 분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건…. FPS?’

그것은 매우 기묘한 감각이었다.

세상이 둘로 보이는 느낌.

시야 뿐만이 아니다. 온 몸으로 느껴지는 감각 자체가 변했다.

마치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은 듯한 느낌.

눈앞에 보이는 것은 그가 늘 보았던 십자 모양의 에임(Aim, 조준점).

그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평생을 보았던 그 십자 모양의 조준점이, 이것은 FPS게임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후히히호후! 상징에 대해서는 후보님 스스로 깨우치셔야 합니다!”

“예.”


일현은 웃었다.

자신은 프로게이머다. 비록 퇴물 취급을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때는 세계를 주름잡았던 FPS게이머였다.

눈앞에 보이는 익숙한 수치들과 게임창들은, 그가 평생을 바쳐 연습했던 것들의 일부.

일현의 웃음은 자만이 아니었다. 자신감과 자부심.

FPS게임이라면 상대가 그 누구라도 자신이 있었다.


“응?”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뜻대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일현의 시야에 처음 보는 내용의 창이 떠 있었다.

‘정보, 스킬?’

일반적인 FPS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다.


“여기 보이는 창들은 어떻게 열어야 하는 겁니까?”

“컨트롤을 누른 후 마우스로 클릭하셔도 되고, 말씀을 하셔도 되고, 생각을 하셔도 됩니다. 상징은 후보님의 것. 후보님의 뜻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지요. 후히히호히!”


‘정보창 오픈.’

일현이 생각하자마자 눈앞에 정보창이 열렸다.


---

<정보>

레벨 : 1

계급 : 이등병

주 상징 : 게임

부 상징 : 없음

업보 : 라나 왈쉬(상태)

유닛 코스트 : 0 / 100

코인 : 0

포인트 : 1,000

---


정보는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일반적인 FPS게임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업보와 유닛 코스트.


“업보와 유닛 코스트가 뭡니까?”

“앗차! 그러고 보니 그녀가 기다리고 있겠군요! 후히히호후!”

“그녀?”

“흐히후호후! 자, 공주님을 맞을 준비를 하시지요! 화장도 좀 해 주시고, 턱시도도 좋은 놈으로 쭈악 빼 입으시구요! 후히히힛!”

“그녀가 누굽니까?”


광대는 일현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닫혀있던 한 방의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님 등장이시옵니다! 하히후헤후!”


광대가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침대에 누워 새근새근 잠든 여성이었다.


“자아, 어서 들어가서 공주님을 깨워 주시지요.”

“저, 이게 어떤….”


일현이 당황하며 광대를 쳐다보았지만, 광대는 일현의 양쪽 어깨를 붙잡고 여성의 앞으로 밀었다.


“공주님을 깨우는 정석은 아시겠지요? 키쑤입니다! 키이쑤요! 후히히히히히호후! 자자! 쪽! 쪽입니다요! 히히히히호!”

“……하아. 저기요? 일어나세요.”


일현은 한숨을 내쉬고 여성을 흔들어 깨웠다.

물론 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광대 때문에 그 선홍빛의 입술에 몇 번이고 눈길이 가긴 했다.


“…꿀꺽.”


몇 번을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자, 일현은 정말로 키스를 해야 하는 것일까 생각하며 침을 삼켰다.


“으응-.”


그리고 그런 일현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여성이 기지개를 켜며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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