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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멘탈의 성

학살의 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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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레
작품등록일 :
2016.03.15 00:15
최근연재일 :
2016.03.19 08: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180
추천수 :
122
글자수 :
57,400

작성
16.03.15 08:00
조회
302
추천
8
글자
8쪽

1장 - 튜토리얼 (4)

소설 내에 등장하는 사건, 인물 등은 허구입니다.




DUMMY

“아…….”


여성이 눈을 뜨고 상체를 들자, 일현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여성을 쳐다보았다.

순백의 드레스.

그것도 몸매가 드러나도록 딱 달라붙은 드레스다.

베트남의 전통복인 아오자이나, 차이나 드레스라 불리는 치파오와도 비슷하다.

그러나 일현이 신음을 흘린 것은 그 뇌쇄적인 몸매와 복장 때문이 아니었다.

빛나는 은발과 새하얀 피부. 그리고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검은 눈동자.

이국적인 미녀?

그런 말로는 모자란다.

여신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저, 저기….”


일현이 더듬거리며 광대를 불렀다.


“우효효효효! 그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습니다! 이래 뵈도 저 여성분은 한때 메시아(Messiah)의 후보 중 한 명이었으니까요. 뭐, 지금은 단순한 업보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업보? 그러고 보니, 그 업보가 대체 뭡니까.”

“아, 제가 설명을 드리지 않았었군요! 이런이런. 이런 실수를 하다니. 프로 실격입니다. 으허어어엉.”


광대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었지만, 일현은 거기에 동조해 줄 정신이 없었다.

여성에게 익숙하지도 않은데 하물며 생전 처음 보는 미녀가 옆에 있다. 당연하다는 듯이 심장은 쿵쾅거렸고 행동 또한 뻣뻣해지기 시작했다.


“패앵-.”


광대는 어디선가 꺼낸 손수건에 코를 풀고는 훌쩍이며 말을 잇기 시작했다.


“업보는. 훌쩍. 후보님이 승리하기 위한 조건입니다. 크응-.”

“정확히 무슨 뜻이죠? 이해가 잘 안되는데요.”

“그렇군요. 그러니까, 상대 후보를 없애거나, 상대의 업보를 없애는 것이 승리조건입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후보님의 업보가 죽을 경우 패배하게 되는 것이죠. 아! 이미 죽었군요. 이 경우에는 소멸이라고 해 둘까요? 후히힛!”


광대는 눈물을 다 닦고 다시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조울증 환자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악마가 정상인 것이 더 이상할지도 모른다.


“……젠장. 혹시….”

“교환 불가, 반품 불가입니다. 업보는 제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서요. 후히호후하히힛!”


광대의 말을 들은 일현은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저 여성이 죽게 된다면 자신이 패배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무조건 지켜야 할 여성이라는 소리다.

‘으으. 암에 걸릴 것 같다.’

이미 죽었으니 암에 걸릴 일도 없지만, 어쨌든 기분만큼은 최악이었다.

이왕이면 자신의 몸도 추스릴 수 있고 부담도 덜한, 건장한 남성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확실히 두 눈이 번쩍 뜨일만한 미녀기는 하지만, 외모는 전쟁에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 같았다.


“다른 자들도 업보가 전부 여성입니까?”

“히히후호! 아닙니다! 여성도 있고, 남성도 있고, 아이도 있고, 노인도 있지요! 업보는 후보님의 생전에 관계가 있는 사람의 복제품이랍니다.”

“복제품?”

“요상스럽게도 업보들의 대부분이 천국에 있던 자들이란 말입지요! 그래서 결국 중요한 기억을 제외한 복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하히후호후!”


일현은 여성을 보았다.

저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은 본 적이 없다.

대체 자신의 생전에 저 여성이 어떤 관계가 있었다는 것인지 아무런 짐작도 가지 않았다.


“저는 처음 보는 분입니다만.”

“호오오-. 그렇습니까?”


일현을 쳐다보는 광대의 눈빛이 심상치 않아 보였지만, 그런 기색도 잠깐.


“후후히호후! 뭐 그것은 나중의 즐거움으로 남겨 두지요! 아무튼, 업보는 이제 후보님 겁니다! 엣흠엣흠!”


헛기침을 하면서 묘하게 웃는 것이 참 거슬렸다.

일현은 혀를 한번 차며 광대를 무시하고 여성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 아름다운 여성이 일현 자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찌되었든 이 전쟁을 위해, 자신이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여성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주인님. 좋은 아침이네요.”

“……주인님?”


나른하게 하품을 하는 모습도 아름답기는 했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을 부르는 호칭이 더욱 신경 쓰인다.

‘내 취향이 이런 거였나!’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사실 불쾌감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이런 미녀에게 주인님 소리 들어보는 것도 어쩌면 남성의 마초적인 본능이 원하는 바가 아닌가 싶었다.


“……왜 그러시죠?”


그녀는 당황하는 일현의 모습이 이상한지, 손가락 하나를 펴 자신의 뺨을 누른다. 그 모습마저 아름다워, 일현은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다.


“주인님이라니. 으음. 일현이라 부르세요.”

“주인님의 성함은 알고 있답니다. 주인님.”

“아니, 그러니까 일현이라고 부르시라니까요.”

“알겠습니다. 주인님.”


일현의 말에 긍정을 하면서도 결국 끝까지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을 보고, 마이페이스에 고집이 센 골치 아픈 타입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라나입니다. 라나 왈쉬(Lana Walsh)에요.”

“아….”


정보창에 ‘업보 : 라나 왈쉬(상태)’라고 적혀 있다.

어쩐지 민망해진 일현은 머리를 긁으며 재빨리 말을 돌렸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아닙니다. 저는 주인님의 것. 무엇이든 시켜만 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아.”


어쩐지 딱딱해 보이기도 하고,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모습에 일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럴 때에는 대화를 나누며 조금 분위기를 전환하는 편이 좋을 테지만, 그는 안타깝게도 여성과 대화를 나누는 법을 잘 몰랐다.


“히호후! 분위기는 좋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이 얼마 없답니다!”


그리고 어쩔 줄 몰라하는 두 사람의 사이로 광대가 끼어들며 말했다.


“아직 후보님은 정식 후보가 아닙니다. 정식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예선전을 거쳐야 하지요. 우히히호!”

“본선과 차이가 있습니까?”


일현의 입장에서는 예선이나 본선이나 그게 그거였다.

전쟁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상징을 이용해 상대방이나 그 업보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전부였으니.


“큰 차이는 없습지요. 네에. 그렇고말고요. 후히호홋. 차이가 있다면, 본선은 5명의 후보 중 2인이 남을 때까지 진행되는 것이고, 예선에서는 1대 1의 싸움이라는 것이겠군요.”

“예선은 몇 번을 치러야 합니까.”

“후호! 한 번! 단 한 번입니다. 후보님께서는 유력 후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 상대는 약 8번의 예선을 치르고 올라온 녀석입니다요. 히히호오!”


여전히 자신이 왜 유력 후보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차피 참가하기로 마음먹었으니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럼 예선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예? 아니, 잠깐! 잠깐만요!”


아무리 그런 마음을 먹었다지만, 이런 식으로 갑자기 시작하는 것은 황당했다.

어떤 정보나 힌트라도 줘야 할 것 아닌가. 혹은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광대는 크게 웃으며 일현의 말을 무시했다.

그리고 광대가 손가락을 튕기고, ‘따악’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리자마자, 주변의 세상이 일렁이며 바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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