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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01 님의 서재입니다.

내 사전에 연개소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고라니01
작품등록일 :
2023.08.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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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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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화. 두 개의 금 (1)

DUMMY

1)


황금과 소금이 제대로 터졌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나는 바로 부왕에게 달려갔다.


“부왕이시여. 기뻐하십시오. 금과 소금 모두 제대로 대박이 터졌습니다!”


“오오. 그래. 사실이냐? 아주 잘 했구나. 수고했다. 이제 이 대고려의 국고가 부족할 일은 없겠구나.”


부왕은 크게 기뻐하였다. 그야 이걸로 고려가 좀 더 부강해질 발판을 마련하게 됬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소자의 미천한 식견으로는 일단 운양의 금광은 조정에서 직접 관리해야 합니다. 수익의 1할은 지방 관아에 주어야하나, 나머지는 모두 조정에서 관리해야 하옵니다. 다른 금광들도 그리 해야 합니다.”


“옳은 말이다.”


“또한 소금도 조정에서 관리해야 하옵니다. 소금을 나라가 전매하여 팔도록 해야하옵니다. 한나라 무제가 소금과 철, 술을 전매하도록 하여 나라의 국고를 풍족하게 했던 전례가 있사옵니다. 무제는 그 재정으로 흉노와 서역, 남월과 조선을 정벌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도 그리 하는 것이 좋지 않겠사옵니까.”


“태자야. 너의 말이 이해는 간다. 허나 문제가 있다. 너는 한무제의 예시를 들었다. 허나 한무제의 고사를 논하자면 염철론이란 책을 논하지 않을 수 없구나. 분명 스승들이 너에게 그 부분도 가르쳤던 것으로 안다.


너가 제대로 배웠다면 한무제의 그 정책이 폐단이 컸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그래서 그의 아들 대에 폐지론이 일었고, 결국 폐지되었음을 잊었느냐?”


부왕의 말이 맞았다. 한무제의 소금, 철, 술 전매 정책은 말이 많았다. 전매로 확보한 재정으로 전쟁을 너무 많이 했던 것도 문제였지만, 여민쟁리(與民爭利), 즉 국가와 백성이 서로 이익을 다툰다는 비판이 많았다. 민간이 돈을 벌 수 있는 분야를 왜 국가가 침해하냐면서 말이다.


거기다 국가가 강하게 물자를 통제하고 전매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터졌다. 국가가 전매물품을 너무 비싸게 가격을 매겨서 물가가 오르는 현상, 즉 인플레이션까지 터져버린 것이었다.


특히나 소금은 필수품. 그런 필수품의 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말이 많아지고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한무제 사후 정책 논쟁이 일어나 결국 소금 전매제가 폐지되었다.


사실 그것보다 더 이해하기 쉬운 사례도 있다. 훗날의 이야기지만 당나라를 멸망시키는 결정타가 된 황소의 반란도 결국 조정이 소금을 전매하면서 가격을 높게 책정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었는가.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


지금은 전혀 다르다.


“부왕이시여. 잊으셨사옵니까. 소자가 새로 개발한 방법을 말이옵니다. 그 방법대로 하니 소금의 맛이 좀 떨어지기는 해도 생산량이 크게 늘었사옵니다. 소금의 양이 풍부해졌으니 이제 비싸게 매기고 싶어도 비싸게 매길 수 없사옵니다.


하여 이 소금을 본래 시중에서 팔리는 가격보다 싸게 팔 생각이옵니다. 조금 싸게 팔더라도 어차피 소금의 양은 많으니 조정은 큰 이문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또한 백성들도 맛이 좀 덜하긴 해도 기존 소금보다 싸게 살 수 있으니 원망하지 않고 좋아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백성을 평안케하고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일석이조의 계책이라 사료되옵니다.“


“음.....”


부왕은 내 열변을 듣고도 딱히 반응이 없었다.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한참 후.


“좋은 생각인 것 같구나. 너의 말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단 금광이야 어차피 왕실 재정으로 찾던 것이다. 허니 조정의 것으로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실 왕실의 것으로 삼아도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고.


염전도 너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염전을 가진 지주들이 좋아할지는 의문이긴 하구나. 그들이 순순히 염전을 내놓겠느냐.“


한참을 생각하고 말해서였을까. 부왕의 걱정은 일리있었고 합리적이었다. 이 시대에 염전을 가지고 있다면 그 자는 중앙의 귀족이거나 최소한 지방의 유력한 토호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자들이 소금을 전매하겠다는 발상을 딱히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았다. 자기 마음대로 팔면 더 큰 이문을 남길 가능성이 높은데 국가가 개입하면 이문을 남기기 힘들다.


그런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기 밥그릇을 뺏어가거나 밥의 양을 줄이겠다는 것과 진배없으니까.


물론 중원 국가라면 어떻게 이것을 밀어붙여볼 수 있었다. 중원 국가들은 중앙 정부와 황실의 힘이 강력한 경우가 많았으니까. 그들이라면 지방 토호들이나 귀족들이 염전 가지고 저항하는 건 그냥 찍어누르고 “어이쿠. 내가 개미를 밟았나? 이런 미안해서 어쩐다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중국이 아니라 고구려다. 오랫동안 서서히 중앙과 왕실의 힘을 강화시켜놨지만 아직 귀족들의 힘이 강한 고구려 말이다.


아니. 광개토태왕이나 장수태왕 때에 비하면 되려 왕권이 약해진 편이기도 하다. 당장 이 나라 최고 관직인 대대로도 왕이 임명하는 게 아니라 귀족들이 투표해서 뽑는 신세가 되었다. 그 대대로 자리 두고 귀족들이 서로 전투를 벌여도 왕은 궁성 문을 닫아잠굴 뿐이라는 기록도 전해지고 말이다.


이런 나라에서 염전 국유화 혹은 소금 판매 과정에 국가가 전면적으로 개입하겠다고 하면 반발이 무지하게 클 것이다. 귀족들이 왕실을 담그려고 당장 거병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허나 나에게 방도는 있었다.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소자에게 방도가 있사옵니다. 적어도 칠중성을 치기 위해 연개소문이 출정할 때 쯤이면 이 나라의 모든 염전은 국가에 귀속되든가 혹은 국가가 소금 판매에 끼어들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내 호언장담에 부왕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대체 뭔 방도가 있길래 애가 저리 자신만만해하나 하는 의구심이 가득해보였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저 영국의 애덤 스미스 선생이 말하길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한다고 하였다. 또한 사람은 본래 가격이 훨씬 싼 게 있다면 그 물건을 사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여기에 내가 할 방법이 있다.


바로 무제한 덤핑 공세다.


아. 덤핑공세할 소금은 어떻게 마련하냐고?


참 다행스럽게도 애초에 왕실이나 조정 자체에서 보유한 염전이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천일염 제조방법이 있지.


이제 난 이 염전들의 경비를 강화하고 천일염 제조법을 적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을 적용해 만든 소금을 아주 싸게 시장에 풀어버릴 것이다.


맛이 조금 떨어지지만 양도 많고 가격도 무지하게 싼 소금이 대량으로 풀리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을 본 기존 염전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피눈물을 흘리겠지?

그 때 국가가 나선다면?


크크크크크크. 지가 팔지 않고는 배기겠냐? 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참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너무나 기대되는 나머지 나도 모르게 씨익 웃고 말았다.


2)


“소금 사세요. 소금이 싸다 싸!”


소금 장수가 돌아다니며 소금을 팔고 있었다. 고구려에서는 흔한 풍경이었다. 하긴 애초에 미천왕이 큰아버지를 피해 잠적했을 때 생계 수단으로 소금 장수를 한 적도 있었다. 그만큼 고구려에서 소금을 팔러 돌아다니는 상인들은 익숙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전과는 조금 달랐으니.


“소금 사겠소? 좀 많이 필요해서 한 말을 살까 하는데 얼마요?”


“쌀 두말만 줍쇼.”


“아니. 소금 한 말을 주는데 쌀 한 말 번이면 된다고? 아니. 소금이 뭐 이리 싸? 보통 세말이나 네 말 아닌가.”


”아. 그게 사연이 좀 있습죠. 자. 손가락으로 찍어서 먹어보십쇼.“


소금 장수가 소금 한 되를 대충 펐다. 그러자 손님이 그 되에 손가락을 찍은 후 자기 입에 갔다대었다.


“좀 쓰네. 이렇게 쓴 맛 잡히는 게 정상인가.”


“그 새로운 방법으로 소금을 만든 거라 그렇수다. 나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많이 만들 수는 있는데 좀 쓴 게 흠이라더군요. 그래도 가격이 싸니 이거 좀 사주십쇼.”


소금장수는 꽤나 정직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기가 아는 것을 고객에게 말하며 양해를 구하려는 것 같았다.


“하긴. 가격이 싸니 이 정도 쓴 맛은 각오해야하겠지. 좋수다. 쌀 한 말 반이라고 했소? 내 쌀 두말쯤은 있으니 잠시만 기다리시오.”


“아닙니다. 손님. 제가 가야지요. 댁으로 안내만 해주시면 제가 마당에 소금 놓고 가겠습니다요.”


“그럼 그럽시다. 자 따라오시오.”


손님은 소금 장수를 자기 집으로 안내해주었다. 집으로 들어온 소금 장수는 소금 1말을 그대로 마당에 내려놓고는 다시 제 갈길을 떠났다.


이것이 요즘 고구려에서 흔히 보이는 풍경이었다. 쓴 맛이 잡히지만 가격이 기존보다 1/3이나 싼 소금. 이런 소금이 대량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쓴 맛이 잡힌다는 게 흠이라지만 사람들은 싼 소금에 열광했다. 그들은 이 값싼 소금을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이런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소금장수들도 이런 값싼 소금을 만드는 염전에서만 소금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 염전들은 모두 국가나 왕실 소유의 염전이었다.


“지금 염전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다들 이 값싼 소금에 열광하니 소금 장수들이 우리 염전들로만 몰리고 있습니다.”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보고 있습니다만 한계입니다. 소금이 없어서 못 팝니다.”


염전들은 수요량을 따라잡지 못 하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이게 다 한 염전에서 나온 수익이라고?”


“예. 운영비다 뭐다 이것저것 다 공제하고 나온 순수익입니다.”


조정과 왕실은 쌓여가는 쌀무더기들을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웃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우는 사람도 있는 법이었으니


“젠장할. 소금이 왜 이리 안 팔리는 것이냐. 이게 어찌 된 것이냐.”


“요즘 시중에 이상하게 싼 소금이 엄청나게 풀렸습니다. 그래서...”


“빌어먹을. 그 쓴 맛 나는 소금이 그렇게 잘 팔린다고?"


"예. 다들 쓴 맛이 나는 것은 알지만 워낙 싸다보니 다들 그걸 많이 사가고 있습니다."


"아이고야. 우리 소금 장사가 다 망하게 됬구나.”


“어쩔 수 없습니다. 보통 소금 1말에 쌀 3말에서 4말을 받았는데 그 소금은 1말 반이면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다들 그 소금만 사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도 소금 값을 그 정도로 낮춰라. 우리 소금은 맛이 좋으니 그 정도 가격이면 다들 사 갈 것이다.”


“무리입니다. 한두말도 아니고 계속 그러면 저희 염전 운영 비용도 안 나옵니다.”


“닥쳐라! 저 ㅅㄲ들을 말려죽여버릴 것이다. 우리도 대충 1말 반에 팔아라! 저것들이 나가떨어질때까지 파는거다! 제깟 놈들이 얼마나 버티겠느냐!”


그렇게 피말리는 치킨게임이 시작되었다.


허나 그들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하아. 그러니까 소금 값을 같은 가격으로 낮춰서 판다고? 허어. 배짱도 좋아. 근데 이걸 어쩌나. 니들 상대는 단순한 토호가 아니여."


그들의 상대가 바로 국가라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국가의 체급과 그동안 소금 팔아서 번 이문으로 버티면 그만이다. 자. 소금 1말에 쌀 1말 가즈아!”


그들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그렇게 몇 달 후.


“으아아아아. 제발 그만! 나!!! 나! 무서워! 이러다가는 다 죽어! 다 죽는 단 말이야!”


염전주들은 파산의 공포 앞에 욻부짖기 시작하였다.


이제 우리가 나설 시간이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고라니 01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추천과 선작, 덧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러니 많은 추천과 선작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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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화. 결단 +5 23.08.15 514 13 12쪽
4 3화.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 (2) +1 23.08.15 506 12 12쪽
3 2화.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 (1) +2 23.08.15 567 12 12쪽
2 1화. 상황정리. +3 23.08.14 625 17 12쪽
1 프롤로그 +8 23.08.14 732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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