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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0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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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01
작품등록일 :
2023.08.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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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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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 비열홀 전투 (4)

DUMMY

1)


신라의 군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걸 알게 된 이상 중요한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였다. 그들을 제대로 맞이하지 않으면 우리가 끝장나니 말이다.


사실 어떻게 맞이할 지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긴 했지만.


“적이 괜히 비열흘 근처까지 오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 전에 우리가 먼저 요격해서 처리해야합니다.”


젊은 장수들은 일제히 대대적인 요격을 주장하였다. 나나 대형 안고가 봐도 그것이 가장 최선책이었다. 괜히 비열흘 근교에 저들이 모습을 드러내면 안 된다. 그랬다가 용기백배한 성 안 군사들이 바깥의 원군과 협력하면 골치아파질테니.


다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정찰 결과 적의 병력은 대략 2만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걸 요격하려면 상당한 수의 병력이 빠져나가야 됩니다. 저 비열홀 성 안에 있는 것들이 눈치채고 포위망을 공격하면 골치아파질 것입니다.”


누군가가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확실히 성 안 병사들이 뛰쳐나오면 골치아파진다는 점에서 좋은 지적이었다.


“수양제가 요동성을 칠 때처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공성장비 등은 어차피 쓸 데가 없으니 그냥 놔두고, 허수아비를 세우고 불을 많이 피우는 것입니다.”


그래도 곧 대책이 나왔다. 그래서 우리는 바로 허수아비를 만드는 등 괜히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적을 속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이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다른 문제도 하나 있었으니.


“적군이 하슬라(지금의 강릉)를 통과한 것이 확인됬습니다. 곧 비열홀에 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문제는 어느 길로 움직일지 아직 확신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남쪽에서 비열홀로 오는 길은 크게는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동해안을 따라 쭈욱 북상하는 길이고, 나머지는 북한산 방향에서 추가령을 거쳐 오는 길이다.


물론 샛길은 여러개 있지만 모두 대군이 다니기 불편해서 배제해도 된다. 우리나 신라나 모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두 길 중 어느 길을 택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었다.


“적이 어느 길로 올 것 같소?”


“아무래도 적이 서라벌에서 오는 만큼 해안길로 올 것입니다. ”


“아닙니다. 우리를 방심시키려고 해안을 따라 오는 척 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적이 길을 우회해 추가령을 넘어서 올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장수들의 의견이 갈리기 시작하였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오! 적군이 이미 하슬라를 통과했소. 하슬라를 통과한 시점에서 비열홀로 빨리 오려면 해안길로 가는 것이 낫소. 그것이 상식이란 말이오!”


“전쟁에서 상식만 찾다가는 뒤통수를 맞을 것이오. 신라가 이 땅을 점령한지 50년이 넘었소. 이 일대의 지형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오. 거기다 저 백두대간이 험준해보여도 자잘한 산길들을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소. 그 산길들을 따라 우회할 수 있음을 왜 모르시오! 바보 같구려.”


“뭐? 바보?!! 말 다했소!”


그리고 의견이 갈린 장수들은 논쟁을 벌이다 서로 감정이 격해져 멱살 잡기 일보 직전 상태까지 가기 시작했다.


아이고야. 이것들은 또 왜 이런다냐. 이런 상황에서 논쟁하는 거야 정상이긴 한데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은가. 서로 왜 욕들을 하고 지랄들이냐. 안그래도 짜증나죽겠는데.


“진정하시오! 감히 내 앞에서 이렇게 험악하고 무례하게 구는 것이 말들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당장 자리에 앉으시오!”


결국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다들 진정된 듯이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논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뭐.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논쟁은 터져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긴 하니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이게 참 골치아프긴 하다. 적이 어느 길로 올지 영 감이 안 잡히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을 잘못하면 그대로 골로 가는 것이다. 그런 사례는 역사적으로도 엄청나게 많았다.


아니. 생각해보면 멀리 갈 것도 없었다. 이 나라 고구려도 그런 사례 중 하나였으니까. 고국원왕 시절 전연이 쳐들어올 때 북쪽 평탄한 길로 올 줄 알고 그 곳을 막았더니 남쪽 험한 길로 오는 바람에 수도인 환도성이 함락당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신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잘못 고르면 그대로 우리가 비담에게 개털리고 말테니 말이다.


“끙. 지금 양쪽 모두의 말 모두가 일리가 있는 것 같구려. 안고 장군의 생각은 어떠시오?”


“신도 태자 전하의 뜻과 같사옵니다. 양쪽의 말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함부로 선택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비록 신라의 원군이 우리보다 적기는 하나 무시할 수는 없는 만큼 신중해야 하옵니다.”


“끙....”


답이 없네. 이거 답이 없다고 손 놓고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진짜 선택지 잘못 고르면 패가망신인데 시간 제한까지 있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이 미치고 팔짝 뛸 상황에 난 골머리를 싸매다 안고를 바라보았다. 그가 딱히 방책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장 경험은 있으니....


“다만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사옵니다. 적어도 시간을 벌 방책은 있사옵니다.”


“방책? 정말이오?”


어라? 방책이 있나보네? 뭐지?


“일단 가볍게 무장한 기병 1천을 보내 신라 원군의 본진을 공격해보게 하십시오. 그걸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해안길에는 3천 5백, 추가령에는 2천 5백의 병력을 배치해야 하옵니다. 그리고 3인 1조로 정탐병을 편성한 후 정탐병을 최대한 멀리까지 보내 사방을 정탐하게 해야 하옵니다.”


호오. 그거 괜찮은 생각이다. 병력이 좀 분산되는 것이 맘에 걸리지만 우리 병력도 3만 가량은 된다. 성을 포위하면서 이 정도 분산하는 건 해볼만하다.


“그럼 정탐병을 최대한 많이 보내봐야겠구려. 그리고 어느 한 쪽이 확정되면 그 병력들을 빨리 뺄 수 있게 준비하고.”


“그렇사옵니다. 그렇게 하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이게 그나마 답인 것 같다. 이렇게 해보면 충분히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좋소. 그럼 그렇게 합시다!”


그럼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암.


2)


하슬라 북쪽 신라군 본영.


원군 지휘관인 비담을 포함 여러 장수들이 군막 안에 모여앉아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 빌어먹을 수탉(신라에서 고구려를 가리킬 때 간혹 쓰던 단어)놈들은 여전히 비열홀을 철저하게 포위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성 안의 식량과 물자는 넉넉한 편이라고 합니다.”


“얼마정도 버틸 수 있다고 하던가?”


“빠져나온 전령의 보고로는 두달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하옵니다.”


두달. 그 정도면 넉넉했다. 애초에 그 전에 비열홀이 구원되던가 함락되던가 결판이 날테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마냥 여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사실 지금 골치아픈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찬. 두달이면 넉넉해보이나 그래도 만약이란 게 있습니다. 지금 빨리 해안길을 따라 빠르게 진격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열홀을 하루라도 빨리 구할 수 있습니다.”


“누가 그것을 모르오? 허나 저 빌어먹을 고려 놈들이 그걸 모를 리 없다는 것이 문제 아니오.”


해안길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뻔한 길이었다. 평탄하고 빠르게 비열홀로 갈 수 있었지만 적들도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애초에 하슬라 북쪽은 오랫동안 그들의 영역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애써 진격해도 미리 대기하고 있던 고려의 대군을 마주할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았다. 특히나 해안길은 평탄한 만큼 기병을 운용하기도 편했다. 그말인즉슨 그 악명높은 고려의 개마무사들을 정면에서 상대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되면 결말은 뻔하다.


파멸.


전멸.


몰살.


비담에게는 자살하는 취미가 없었다.


거기다 설령 살아돌아와도 문제였다. 여기서 패하면 비담의 입지는 약화될 것이 뻔했다. 그렇게 되면 폐위된 진지왕의 자손들과 하찮은 가야 잔당들, 그리고 그냥 대책없이 성골이라고 여왕을 결사옹위하는 놈들의 힘이 더 커질 것이 뻔했다.


그러므로 비담은 질 수 없었다. 절대 져서는 안 됬다. 그런 까닭에 비담은 신중해질 수 밖에 없었다.


“다들 진정하시오. 해안길은 적이 뻔히 예상하고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소. 정탐병을 보내고는 있지만 아마 이미 적은 대비를 다 마쳤을 것이오.”


“허나 어찌되었든 비열홀을 빨리 구해야 합니다. 여기서 어물쩡거리다가는 비열홀이 함락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빨리 진격을 하십시오. 어차피 다른 길도 없습니다. 고려군이 막는 것쯤이야 화랑들로 하여금 뚫게 하면 됩니다. 그들의 용맹함은 이미 고려 놈들도 잘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장수들은 하나같이 빨리 해안길로 가자고 하고 있었다. 사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그들의 말이 맞았다. 어차피 구해야 하고, 길도 하나 뿐이라면 방법은 그것 뿐이니까.


“걱정마시오. 비열홀을 구하러 가는 것은 변함없으니. 허나 해안길로 갈 필요는 없을 것이오.”


하지만 길이 하나가 아니라면?


“네?”


“그게... 무슨?”


“북한산에서 비열홀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소?”


“그거야 다들 알고 있습니다. 허나 그럴려면 하슬라에서 대관령을 넘어 한참 돌아야 합니다. 너무 빙 돌아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시오. 그 길로 진입할 수 있는 샛길을 찾아냈소이다. 어느정도 돌아가야 하긴 하지만 빙 돌아갈 정도는 아니오.”


“예????”


좌중은 비담의 말에 경악했다. 자신들이 지금 무슨 말을 들었나 하는 표정이었다.


“정탐병을 보내보니 달홀(지금의 고성군)쪽에서 추가령으로 가는 샛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됬소. 좀 돌아가야 하고 험하기는 하지만 행군이 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었소.”


비담은 경악하는 좌중을 의기양양하게 바라보았다. 그 자신이 돋보이는 것 같으니 그의 코가 저절로 높아진다는 느낌이라도 받은 것처럼.


“그 수탉놈들은 분명 우리가 해안길로 올 것이라 판단하고 대비하고 있을 것이오. 허나 우리가 빙 돌아서 추가령을 거쳐 나타나면 혼비백산 할 것이오. 그 틈을 노려 고려 놈들을 다 때려잡는 것이오!”


“오오. 좋은 생각이십니다. 마침 고려의 태자가 직접 지휘하러 비열홀로 와있다고 하니 태자도 잡아서 서라벌로 끌고 가시죠!”


“그렇습니다. 그리만 되면 비담 공께서 상대등이 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것입니다. 암요. 화백회의의 의장이 되셔야지요.”


비담의 호언장담에 친비담파 장수들이 비담을 떠받들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벌써부터 승전 후를 생각하고 있었다.


“흠흠.... 조금 위험할 수는 있겠지만 괜찮은 작전인 것 같습니다. 한번 해보지요. 다만 우리 병력 전부가 산길로 들어가면 적이 눈치챌 수도 있으니 약간의 병력을 해안길로 진군시키고, 대신 허장성세로 규모를 뻥튀기하고 경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반면 그렇지 않은 장수들은 조금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봐도 계획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비열홀을 구하기는 해야하는 상황. 그들 역시 작전 자체에는 찬동하였다. 단지 약간의 수정안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하십시다. 죽지 장군. 그대가 적을 속일 병력들을 맡아주시오.”


“네.”


“자. 그럼 일단 오늘은 날이 늦었으니 그만 쉬고 내일 행군을 시작합시다. 아마 내일이나 모레면 그 샛길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오.”


비담은 그 수정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걸 쉽사리 승낙하고 회의를 끝냈다. 곧 군막 안에는 비담만이 홀로 남아있게 되었다.


“크하하하하. 일이 제대로 되고 있어. 크하하하하!”


비담은 그 군막 안에서 크게 웃어재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고라니 01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추천과 선작, 덧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러니 많은 추천과 선작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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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주워담기 +2 23.08.23 433 15 13쪽
13 12화. 비열홀 전투 (8) +2 23.08.22 403 12 12쪽
12 11화. 비열홀 전투 (7) +1 23.08.21 367 9 12쪽
11 10화. 비열홀 전투 (6) 23.08.19 395 10 11쪽
10 9화. 비열홀 전투 (5) +1 23.08.18 397 12 12쪽
» 8화. 비열홀 전투 (4) +2 23.08.18 392 12 12쪽
8 7화. 비열홀 전투 (3) +1 23.08.17 442 11 13쪽
7 6화. 비열홀 전투 (2) 23.08.16 456 11 12쪽
6 5화. 비열홀 전투 (1) +2 23.08.16 462 12 12쪽
5 4화. 결단 +5 23.08.15 514 13 12쪽
4 3화.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 (2) +1 23.08.15 506 12 12쪽
3 2화.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 (1) +2 23.08.15 567 12 12쪽
2 1화. 상황정리. +3 23.08.14 625 17 12쪽
1 프롤로그 +8 23.08.14 732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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