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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0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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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01
작품등록일 :
2023.08.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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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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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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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화. 비열홀 전투 (8)

DUMMY

1)


비열홀 성.


고구려군이 비열홀을 포위한 지 여러 날이 지났다. 하지만 비열홀은 아직 평안했다.


몇 차례 소규모 교전이 있기는 했다. 화살과 돌이 날아가고 사다리가 몇 번 성벽에 걸쳐지는 그런 공성전 말이다.


하지만 고구려군의 공성전 의지는 약했고, 몇 번 공격하다 안 될 것 같으면 제풀에 물러났었다.


“와아아! 적군을 물리쳤다!”


당연히 그럴때마다 성을 지키던 신라군의 사기는 올라갔다.


거기다 고구려군의 움직임을 초반에 간파한 덕에 군량과 물자도 미리 성 안에 가득 쌓아두었다. 또한 전령도 수십명을 보냈고, 그 덕에 일부는 잡히지 않고 서라벌로 갈 수 있었다.


이말인즉슨 원군이 곧 온다는 뜻이었다.


“자! 조금만 버텨라! 성안의 식량과 물자는 석달은 넉넉히 버틸 수 있고, 그 동안 분명 원군이 올 것이다! 그러니 힘내라!”


그렇기에 비열홀은 버틸 수 있었다. 넉넉한 식량과 원군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토대로.


그러나...


“비열홀의 동이놈들은 들어라! 이제 너희에게는 희망이 없다! 이 목들과 포로들이 보이느냐! 저것들이 바로 너희를 구원해준다던 그 원군들이다!”


이제 원군이 올 희망은 사라지고 말았다.


고구려 저 수탉놈들이 뭔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원군이 대패하고 말았다. 지금 비열홀성 밖에는 전사한 신라군 장졸들의 목이 잔뜩 효수되어있었다. 거기다 그 밑에는 살아남은 포로들이 밧줄에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명백한 패배자의 모습.


누가 봐도 이제 원군은 글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 안의 병사들은 잘 들어라. 우리 대고려는 너희 신라군을 대파하였다. 2만이나 되던 너희 원군은 지금 모두 독수리와 까마귀밥이 되었다. 비담은 꽁지빠지게 서라벌로 도망쳤고 김유신과 알천은 백제와 왜를 상대하느라 여기 올 수 없다. 이제 너희를 구하러 올 자들은 아무도 없다!


자. 너희도 개죽음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항복하라! 너희 성 안의 물자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으나 한계가 있을 터. 우리는 계속 평양에서 물자를 보급받을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항복하라! 그렇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고구려놈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성벽 아래에서 항복을 종용하고 있었다.


“하아... 우린 이제 어쩌지? 원군은 이제 올 수 없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원군이 그렇게 한순간에 날아가버릴 줄 누가 알았냐.”


“그것도 무려 2만이야 2만. 2만이 뭐 땅에서 캐올 수 있나. 하늘에서 뚝 떨어지나. 근데 그게 한방에 날아갔으면 다음 원군은 없다고 봐야 되는건데...”


그리고 성을 지키던 신라군의 사기는 땅바닥을 넘어 맨틀까지 뚫을 판국이었다.


“성주님. 병사들의 사기가 말이 아닙니다. 다들 싸울 의욕을 잃었습니다.”


“원군이 올 희망이 없어졌습니다. 아직 물자는 넉넉하나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병사들도 그걸 알고 있기에 다들 넋을 놓았습니다.”


“젠장할...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비열홀 성주는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이미 사기를 잃었고, 부하들조차도 죽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거기다 그들 말대로 원군이 올 희망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상황은 성주의 생각보다 더 심각했으니...


“지금 전반적으로 성 안 민심이 안 좋습니다. 병사들이고 백성들이고 전부...”


“뭣이?”


“원군이 올 가능성까지 사라지자 몇 놈들이 탈영한 정황이 확인됬습니다. 아마도 고려에 항복했을 것입니다.”


탈영. 성주는 그 말에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니까.


“탈영이야 예상한 일이다. 단속을 강화하도록.”


“그것만이면 보고도 안 했습니다. 병사들과 백성들 일부가 불온한 모의를 하는 정황이 포착됬습니다.”


“불온한 모의라니?”


“성주님을 죽이고 항복하자는 의견이 조금씩 나오는 모양입니다...”


“뭐...뭐라고?!!!”


성주는 그 말을 듣고 기겁했다. 자신이 통치를 못 한 것도 아닌데(그 말은 사실이었다.) 자신을 죽이고 항복할 논의들을 하고 있다니. 얼마나 사기가 곤두박질쳤으면 이런 논의들을 대놓고 하고 있다는 말인가.


“한두놈 본보기로 잡아서 처형....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모양이군. 날 죽이네 마네 할 정도면 단순히 병사들만 동요하는 것도 아닐테고.”


“그렇습니다... 이미 병사들 뿐 아니라 그걸 지휘해야 할 자들도 싸울 의욕을 잃었습니다. 단순히 탈영하는 거면 차라리 다행일 지경입니다.”


“빌어먹을 비담놈. 어떻게 그 많은 병력을 말아먹어서 이 지경을 만든단 말이냐!!!”


성주는 이 모든 상황을 만든 비담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그는 자기 앞에 있는 탁자가 비담이라도 되는 양 세게 내리쳤다.


그 때였다.


“성주님. 저 고려 수탉 놈들이 사자를 보냈습니다.”


“사자? 들여보내라.”


지금 사자가 온 목적은 아마 뻔할 것이다. 좋은 말로 항복하라는 뜻이겠지. 화랑 출신인 성주 입장에서는 바로 사자를 만나지 않고 쫓아내거나 죽이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병사들이 어떻게 나올지 장담할 수 없었다. 이미 싸울 의욕을 잃은 병사들이 사자를 쫓아내거나 죽이면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러니 일단 만나는 봐야한다. 만나봐야 거부를 하든 승낙을 하든 면이 설테니 말이다.


“저는 대고려의 장수 손사성이라고 합니다. 비열홀 성주를 뵈옵니다.”


“인사는 됬소. 손사성이라면 고구려 태자의 최측근이라고 들었는데... 그래 항복을 권하러 왔소?”


적을 만나는 자리라 그런지 분위기는 묘하게 살벌했다. 애초에 성주 자신부터가 그 분위기를 풀어볼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러니 이렇게 다짜고짜 목적에 대해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하하하. 단도직입적이시군요. 맞습니다. 항복을 권하러 왔습니다. 순순히 성문을 여신다면 약탈은 일절 없을 것이고 성주님과 장졸들의 목숨을 모두 보장한다고 태자 전하께서 그러셨습니다.”


“하. 쓰잘데기 없는 자비로군. 수탉놈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자비로웠다고.”


성주는 항복 요구를 듣자마자 바로 비아냥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죽여버리거나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러다가 진짜 병사들이 뭔 짓을 할지 모르니 이러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간을 끌며 상대를 도발하면 적당한 명분이 만들어질테니까.


“하하하. 지금 비열홀 성 상황은 저희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 제안은 확실히 엄청 자비롭기는 하지요. 태자 전하께서 피를 흘리고 싶지 않아서 이러는 것이니 말입니다.”


“잘 안다고? 니놈들이 어떻게?”


“그야 잘 알지요. 탈영병이 벌써 100여명 가까이 되더군요. 그들 모두 우리 진영에서 잘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러더군요. 몇몇은 성주님을 베고 그대로 문을 열어버릴 궁리를 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저희는 그 지경이 되기 전에 기회를 드리고자 하는 것 뿐입니다.“


“.........”


고려놈들은 벌써 비열홀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빌어먹을. 탈영병들이 모조리 다 불어버렸다면야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만약 항복을 거부하신다면 저희는 바로 내일부터 탈...아니 귀순한 병사들을 전면에 내세울 것입니다. 그들이 배불리 먹고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항복을 권유할 것입니다. 성주님 목을 베어버리고 항복하면 벼슬까지 주겠다고 할 것이고요.”


“.... 그대들은 신라 병사와 백성들의 충성심이 그렇게 하찮다고 보는가?”


“신라 병사와 백성들이라.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성이라고 하는 고려 사신은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어재꼈다. 자기가 지금 무슨 재미있는 말을 들은 것처럼 말이다.


“성주님. 착각하신 모양인데 이 곳은 불과 7,80여년 전까지 대고려의 영토였던 곳입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300여년 전에는 동예 사람들이 살던 곳이었지요. 이 곳이 하슬라 남쪽처럼 수백년간 신라가 통치했던 곳으로 보이십니까?”


“.......”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 곳은 신라 입장에서는 워낙 변경이나 마찬가지인 곳. 저 당나라처럼 국경에 장성을 쌓은 것도 아니니 양측 백성들이 서로 국경을 넘기도 쉽습니다. 거기다 우리 고려의 수도인 평양과도 매우 가까운 곳이고요.


자. 그럼 비열홀 백성들은 신라에 더 충성하겠습니까? 아니면 가까운 이웃들이 섬기고 있으며, 증조부때까지 이 곳을 지배했던 고려에 더 충성하겠습니까? 지금처럼 원군이 올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그러니 제가 웃을 수 밖에요.“


사자의 말은 고압적이었지만 전혀 틀리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통치를 전혀 못 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자기 목을 베네 마네 논의가 나온다는 것부터가... 그들에게 신라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는 뜻이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자면 성주님과 병사들이 항복하면 이제 고려를 섬겨야 된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성주님은 여전히 신라를 따르고 싶어하는 이들을 데리고 하슬라로 떠나셔도 됩니다.


서라벌에서 성주님을 벌할지 안 할지는 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하슬라까지 안전하게 가실 수 있다는 것은 보장하겠습니다. 이는 태자 전하의 어명이기도 합니다.”


손사성은 그러면서 둘둘 만 종이 한 장을 건네주었다. 펼쳐보니 그 종이에는 정말로 자신들의 안전을 절대 보장하겠다는 고구려 태자의 글과 도장이 찍혀있었다.


“자. 잘 생각해보십시오. 어차피 비열홀 병사들과 백성들이 더 이상 신라를 위해 싸울 생각이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 상황에서 계속 고집을 피우시다가 목과 몸통이 분리되며 개죽음을 당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순순히 성문을 여시겠습니까? 성문을 여시면 이대로 고려를 섬기셔도 되고 신라를 계속 섬기며 우리에게 복수할 기회를 엿보실 수도 있습니다.”


“............”


성주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기 바빴다.


“아. 그리고 성주님의 판단을 돕기 위해 한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미 저는 성문 안에 들어오면서 이 성 안의 병사들과 백성들에게도 우리 조건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들 모두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뭐...뭣이라고? 부장! 저 말이 사실인가!”


“.... 예. 사실입니다. 성문을 열라고 할 때도, 그리고 열고 들어온 뒤에도 우리 병사나 백성 몇몇에게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을 봤습니다.”


성주는 그 말을 듣자 손사성과 고구려의 영악함에 질려버리고 말았다.


‘이 영악한 놈들. 이렇게 함으로써 내가 거부하는 순간 바로 반란이 터질 수 있게끔 만들었구나. 순순히 바로 성문을 열라고 말이지....’


하지만 이로써 선택지는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알겠소.... 오늘 자정에 남문쪽 병력을 철수시키시오. 난 남문과 동문을 열어놓을 것이오. 신라 장졸들이 남문을 빠져나가면 그 때 입성하도록 하시오.”


성주는 피눈물을 흘리고 입술을 깨물며 결국 조건을 수락했다. 비록 화랑도에는 어긋나는 감이 있지만 이대로 가다가 병사들은 개죽음이 확정이었으니.


"성주께서는 나가지 않을 것입니까?"


"난 신라의 장수이고 화랑이었소. 병사들의 목숨만 보장된다면... 살 이유는 없지."


성주는 씁쓸한 표정으로 사성에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태자 전하께 그 뜻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성주."


그리고 사성은 아까와 달리 예를 표하며 물러날 뿐이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고라니 01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추천과 선작, 덧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러니 많은 추천과 선작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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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화. 비열홀 전투 (3) +1 23.08.17 442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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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화. 결단 +5 23.08.15 515 13 12쪽
4 3화.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 (2) +1 23.08.15 506 12 12쪽
3 2화.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 (1) +2 23.08.15 567 12 12쪽
2 1화. 상황정리. +3 23.08.14 625 17 12쪽
1 프롤로그 +8 23.08.14 732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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