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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01 님의 서재입니다.

내 사전에 연개소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고라니01
작품등록일 :
2023.08.14 14:27
최근연재일 :
2023.08.31 18:30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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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74
추천수 :
230
글자수 :
108,796

작성
23.08.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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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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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2쪽

4화. 결단

DUMMY

1)


염전을 다녀오고도 며칠 동안 우리는 평양성 남쪽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 중 가장 먼저 들린 곳은 동비홀(지금의 개성) 땅이었다.


“이 곳은 신라와 맞닿아있는 곳입니다. 위험한 곳입니다. 어찌하여 이런 곳으로 오신 것이옵니까?”


“신라가 가까이 있어 위험하긴 하지. 허나 위험을 감수할만큼 중요한 것이 있어서 온 것이니라.”


그렇게 말을 달려간 곳. 거기에는 내가 사람을 시켜 미리 만들어둔 밭이 있었다. 차양막이 크고 넓게 펼쳐져있는 것이 참으로 장관이었다.


“이것들이 다 무엇이옵니까?”


"전부 다 산삼이다."


"네????"


“전국의 심마니들을 달달 볶아서 산삼 열매를 채취하게 했지. 그리고 그 열매들을 땅에 심어서 재배하는 곳이다.”


“산삼을.... 재배한다고 하셨습니까? 그 귀한 약초를?”


“그래. 맞다. 이제 이걸 몇 년 키운 후 팔아먹으면 재물을 마음껏 얻을 수 있을 것이니라. 흐흐흐흐흐흐.”


그래. 재물. 이걸 당나라에 갖다팔면 그 이윤이 얼마나 될까? 생각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저게 다 얼마냐.


그나마 전생에 인삼 재배하던 농부 아들로 태어나길 잘했다. 덕분에 인삼을 어떻게 재배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그 결과가 저 미래의 재물밭이다. 흐흐흐흐흐흐흐


“저게 성공하면 대박이 나겠군요. 히야. 소금에 산삼이라. 이 나라 국고가 풍족해지는 소리가 들리옵니다.”


그 말이 맞다. 이것만으로도 진짜 국고가 풍족해질거다. 창고에 금은보화와 곡식이 그득하게 쌓일 것이다. 그것으로 개혁을 하든 권력을 강화하든, 당나라에 맞설 힘을 키우든 할 수 있지. 결국 나랏일에는 다 재물이 들어가는 법이니 말이다.


여튼 계속 이것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갈 곳이 하나 더 있었다.


“자. 여기만 계속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어차피 저것들은 다 자라려면 수년이 걸린다. 그러니 이제 딴 곳으로 가봐야지.”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평양을 향해서 북쪽으로 달렸다.


그리고 점점 북쪽으로 갈수록...


“우욱... 냄새가 너무 고약합니다. 태자 전하. 도대체 이게 뭔...”


냄새가 점점 더 고약해졌다.


2)


그렇게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 그 곳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고약하고 더러운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여기 만든지 얼마 안 된 곳인데도 벌써부터 냄새가 작렬하는군. 하긴... 짐승이던 사람이던 가리지 않고 배설한 것들을 여기다 모아놓기는 했으니...”


“우웩... 도대체 왜...”


손사성은 내 말을 듣고 기겁하며 구토하기 시작했다. 하긴. 이런 더러운 것들을 일부러 모으라고 시키는게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겠지.


“냄새가 이 정도면 퇴비로 써도 한참을 쓰고 남을 겁니다. 설마 국고 불리겠다고 퇴비 장사까지 하실 셈이신지요?”


“그 알아둘 게 있다. 금은보화는 그 자체로 중요한 거야. 거기에 무슨 냄새가 나던 그런 건 상관 없지.


다만 지금 하는 것은 재물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이니라. 보라고. 이걸 만드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그렇게 핀잔 한번 주면서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 후 오두막 한 채가 나타났다.


“그래. 막쇠야 거기 있느냐.?”


“예. 막쇠 여기 대령하였사옵니다.”


막쇠라고 하는 대장장이는 내가 부르자마자 쏜살같이 튀어나와 허리를 굽신거렸다.


“내가 만들라고 한 것은 다 되었는가?”


“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준비가 끝나는대로 안내해드릴 것입니다. 아. 이거 조합비 맞추느라 고생을 좀 하였으니 그것만 좀....”


막쇠는 오두막으로 들어가 나무상자 등을 주섬주섬 챙겼다. 그러더니우리를 데리고 어느 공터로 데려갔다.


그 공터는 참 널고 풀만 가득했다. 걸리적거리는 것도 없으니 실험을 하기 딱 좋은 장소였다.


“도착했습니다. 일단 제가 준비를 할테니 여기서 기다려주십시오.”


그는 공터 한복판으로 가서 들고 온 나무상자를 그대로 놔두었다. 그리고 길다란 천을 여러 개 묶은 것을 나무 상자에서 꺼냈다. 그리고 한쪽 끝은 상자에 놔두고 길게 늘이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자.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소리가 클 수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그는 곧 천에 불을 붙엿다. 불은 천을 빠르게 불태우면서 나무상자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후


퍼어엉!


크나큰 굉음과 함께 나무상자가 산산조각나며 저 멀리 날라가버렸다.


“이....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태자전하.”


“당나라에서 화약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얼마 전에 우연히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서 말이지.”


“대단한 녀석이옵니다. 이걸 잘 하면 전쟁을 뿌리부터 바꿀 수 있을 것이옵니다.”


무사 아니랄까봐 사성은 화약의 위력을 보자마자 호들갑을 떨며 찬양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의 말이 맞다. 아직 갈길은 한참 멀었지만 이 화약을 잘 이용하면 전쟁을 뿌리부터 바꿀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만든 것이니 열심히 노력해야지.



3)


그렇게 한바탕의 신기한 체험이 끝나고 환궁하니 부왕이 날 환하게 맞이해주었다. 미리 며칠 밖으로 나가겠다고 했으니 혼날 일도 없기는 했지만.


“그래. 잘 다녀왔느냐. 니가 하고자 하는 것들이 잘 되었는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금은 확실히 생산량이 늘었습니다. 산삼도 일단 잘 자라고 있습니다. 화약은 만드는데 성공하였습니다. 화약은 몰라도 소금과 산삼은 훗날 이 고려를 풍족하게 만들어줄 것이옵니다.”


“그래. 그래. 니가 하고자 하던대로 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기쁘구나.”


부왕은 날 칭찬해주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게 이루어진다면 나라가 부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분이니 이 성과에 기뻐할 수 밖에.


“아 참. 부왕이시여. 운양(지금의 운산군)에 사람을 보낸 것은 어찌 되었는지요?”


“아직 찾고 있다고 한다. 태자야. 너의 꿈 속 계시가 맞다면 이 고구려는 금이 넘쳐나는 부국이 되겠다만... 아직 소식이 없으니...”


염전, 화약, 인삼 말고도 내가 해놓으려고 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금광.


전생에 운산이나 대유동 금광 같은 평안도 지역 금광만으로 한반도가 19세기 말 10대 금 생산국에 들어간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금을 지금 캐먹을 수만 있다면 그 금만으로 고구려 재정을 풍족하게 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아직 금이 나오지 않으니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건 좀 더 시간을 두고 찾아봐야겠다. 어차피 다른 방법들도 많으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혁권아. 너와 긴밀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구나.”


이야기? 갑자기 부왕께서 왜 이러시지?


“갑자기 무슨 이야기이신지요?”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죽령 이북 말이다. 선대 광개토대왕과 장수대왕께서 정복하셨던 죽령 이북 말이다. 빼앗긴 지 100여년이 다 되어가는데 어찌 후손으로써 그걸 참고 있겠느냐.”


죽령 이북. 고구려가 최전성기였던 5세기 무렵 정복했던 땅. 하지만 6세기 중엽 혼란기에 그 땅들을 신라에 빼앗기고 말았다.


그 일은 고구려에 줄곧 한으로 남았다. 그래서 온달 장군이 한번 대대적으로 출병했었던 전례도 있었다. 물론 온달 장군의 전사와 함께 장렬하게 실패해버렸지만 말이다.


“죽령 이북을 다시 탈환하실 생각이시옵니까? 시기상조가 아닐련지요. 당나라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 신라에 전력을 기울일 수는 없습니다.”


난 일단 반대 의견을 표하였다. 당나라 이세민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인간인지 잘 아는데 괜히 야들야들한 옆구리를 노출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래. 아들아. 그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전력을 기울일 생각은 없다. 일단 먼저 비열흘(원산)을 탈환할 것이다. 그 곳이 신라의 땅으로 있는 한 비열흘과 가까운 도성이 불안하지 말이다. 그렇게 한 연후에 상황을 보아 한수 이북을 공략할 것이다.”


“시간을 두고 공격하는 것이로군요. 그럼 병력을 얼마나 동원하실 생각이시옵니까?”


“비열흘과 한수 이북 모두 3만명 정도 동원하면 그걸로 충분하겠지. 그거라면 옛 땅의 일부라도 되찾을 수 있을테니.”


“3만이라... 나쁘지는 않은 생각이옵니다. 허나 마음에 걸리옵니다. 동돌궐도 멸망시킨 이세민이 이 기회를 활용하려 할 수도 있사옵니다.”


부왕은 그 말을 듣자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틀린 말은 아니다. 허나 어쩔 수 없다. 당나라에 유화적으로 나서는 것에 반발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을 달래려면 신라를 쳐서 조금이라도 성과를 내야한다. 그래야 그들의 불만을 돌릴 수 있단다.”


할 말이 없네. 그 놈의 대당 유화책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조정 내에 꽤 있는 모양이다. 하긴 조정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연개소문이 대당 강경파 성향인데 힘이 없다면 이상하겠지.


할 수 없구나. 결국 찝찝함을 뒤로 안고 신라와의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니.


“부왕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더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헌데 비열흘은 알겠사옵니다만 한수 이북이라면 어디를 공격하실 생각이신지요?”


“칠중성(지금의 경기도 파주)을 생각 중이다. 칠중성을 치고 피해가 적다면 그대로 아리수(한강)까지 밀고 내려가볼 생각이다. 뭐. 그 전에 북한산성에서 저지당하겠지만 말이다.”


칠중성. 예감이 불길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분명 이 즈음에 칠중성을 공략했다가 크게 패했던 것으로 안다. 신라가 경악해서 알천을 포함한 대규모 병력을 보내버렸거든.


“칠중성이면 요충지입니다. 신라의 방비가 단단할 것인데 괜찮겠사옵니까? 방어가 엄중하여 이기지 못 할 수 있사옵니다.”


“안다. 허나 요충지이기 때문에 공략해야한다. 그 곳을 장악해야 아리수 이북을 탈환할 기반이 생긴다.”


부왕의 결심은 이미 확고해보였다. 이걸 꺾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인의 결심도 결심이고 조정 상황상 출정은 불가피하다.


그나저나 잠깐... 아까 부왕이 비열흘을 언급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비열흘을 공격했다가 실패했다는 기록을 보지는 못 했다. 되려 문무왕이 설인귀에게 보냈다는 답설인귀서를 통해 유추해보면 비열흘은 고구려가 탈환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말인즉슨 이건 해볼만한 도전이라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연개소문도 엿먹일 겸 일을 한 번 벌려볼까?


“아버님. 정 그러시다면 비열흘 공략은 소자에게 맡겨주십시오. 소자. 비열흘을 탈환하여 부왕의 근심을 덜어드리겠나이다.”


“무슨 소리냐? 비열흘 공략에 직접 나서겠다고? 아니 된다! 절대 아니 된다!”


부왕은 내 말을 듣자마자 바로 정색했다. 그것은 아들을 사지로 보내려고 하지 않는 아비의 표정이었다.


“전쟁터가 어떤 곳인지 아느냐. 그 곳에서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항상 창칼이 나부끼고 화살이 마구 날아다니지. 거기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래.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되는 곳이 전쟁터다. 그러니 절대 안 된다!”


부왕의 결심은 단호했다. 그의 눈동자 속에 수나라와의 참혹한 전투 현장이 그대로 그려지는 듯 했다. 그만큼 생생하였고, 그렇기에 절박한 것이리라.


그러나 나는 꼭 나서야만 했다. 그래야만 연개소문의 쿠데타를 막아볼 가능성이 생기니 말이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고라니 01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추천과 선작, 덧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러니 많은 추천과 선작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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