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라니01 님의 서재입니다.

내 사전에 연개소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고라니01
작품등록일 :
2023.08.14 14:27
최근연재일 :
2023.08.31 18:3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8,771
추천수 :
230
글자수 :
108,796

작성
23.08.14 18:30
조회
624
추천
17
글자
12쪽

1화. 상황정리.

DUMMY

1)


“후우. 이제 좀 움직여봐야겠는데.”


내가 이 몸에 빙의한지도 며칠이 지났다. 슬슬 이 고환권이란 사람의 육체에도 적응이 다 되었다.


아니. 애초에 적응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다. 빙의 전 내 나이가 23이었고, 지금 이 육체의 주인 나이는 확인해본 결과 16살이었다. 7살 정도 차이밖에 안 나니 적응은 확실히 쉬운 편이었다.


그리고 내 영혼이나 몸 모두 젊다는 뜻인즉슨....


빠르게 몸을 회복해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계속 내 방에만 누워만 있는 것도 답답한 일이었기에 난 천천히 일어나 궁 안을 걷기 시작했다. 마침 계절도 봄이라 그런지 꽃들도 예쁘고 산새와 나비들도 많이 보였다.


“태자 전하. 이제 괜찮으신 것이옵니까? 너무 무리하지 마시옵소서.”


내가 몸을 움직인 걸 본 궁녀들이 호들갑을 떨며 달려왔다. 그런데 어째... 얘들 나 보는 눈빛이 심상치가 않다. 눈빛들이 어째 다 묘하게 유혹하는 것 같네.


“흠흠. 괜찮느니라. 몸이란 것은 본래 움직여야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도록.”


그녀들의 시선이 기분이야 좋긴 하다만 그래도 체통이 있으니 난 손사래를 치며 그녀들을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는 심신을 안정시킬 겸 연못을 바라보았다.


아. 이래서 그랬구나. 이거 나르시스트처럼 들리겠지만 확실히 궁녀들이 꼬리치려고 할만하네. 얼굴이 좀 잘생기긴 했어.


거기다가 알고보니 어떻게 된 영문인지 난 아직 결혼을 안 한 상태였다. 물론 전근대, 그것도 왕실인 만큼 대략 13~14살 정도 되었을 때 결혼을 하고 태자비를 맞이하긴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1년도 안 돼서 병으로 요절해버렸고 그 뒤로는 쭉 혼자였다나 뭐라나.


이상한 일이었다. 부왕의 나이가 이제 60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나에게는 자식이 없으니 후사가 급한 상황이다. 물론 나말고도 복덕이란 이름의 동생이 있으니 아주 위급한 문제까지는 아니다만.


하지만 그래도 태자비를 조속히 맞이했어야 하는데 왜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 그것보다는 지금 내가 서기로 따지면 몇 년에 해당하는 시기에 빙의한 것인지 확인하는 게 급선무다. 왜냐? 내가 영류왕의 아들임이 확실해진 상황에서 미래에 닥칠 일 하나는 확실하게 아니까.


642년 말엽의 연개소문의 쿠데타.


내가 빙의한 시점이 언제인지 알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저 쿠데타가 발발하기 전까지 얼마 정도 시간이 있는지 확인해야 대책을 세우던지 말던지 하니까 말이다.


여기서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냥 물어보는 것이다. 예컨대 부왕께서 즉위하신지 몇 년이 되었는지 하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단점이 확실하게 존재한다. 하필 내가 빙의하게 된 계기는 이 ‘고환권’이가 낙마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런 걸 물어보면 낙마했다가 머리가 어떻게 되버리신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그게 무슨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아무도 모른다. 여차하면 태자전하께서 머리가 이상해졌으니 폐태자하라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뭐 난 어디 차디찬 냉방에 영구히 유폐되겠지.


그렇게 되는 것은 절대 사양이다.


여튼 그러면 남는 방법은 하나. 노가다밖에 없다.


방법이 정해졌으니 나는 빠르게 왕실 장서고로 향했다. 그 곳에는 요 몇 년 간 있었던 사건사고들에 대한 기록물들이 잔뜩 있는 곳이었으니 그리로 갈 수 밖에 없었지만..


그 중 내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가능성은 하나였다.


‘백제에서 의자왕이 즉위했을까? 그리고 대야성이 백제에게 함락되었을까? 제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의자왕이 즉위한 해는 641년. 그는 즉위하자마자 신라를 쳐 대야성 등 40여개 성을 함락시켰다. 내가 빙의한 게 만약 그 이후라면 진짜 시간이 없다. 연개소문의 쿠데타까지 까닥하면 1년도 안 남았다는 뜻이니까.


난 정신없이 문서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제발 부여의자가 왕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곧 나는 백제의 최신 동향이 적힌 보고서를 보게 되었다.


“다행이군. 휴우. 아직 부여의자는 즉위하지 않았어. 그는 아직 단순한 태자일 뿐이구나.”


나도 모르게 절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직 부여의자는 왕이 아니라 태자였다. 그말인즉슨 연개소문의 쿠데타까지는 아직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 할 일은...


“신라에서 선덕여왕이 즉위했는지를 봐야한다. 그녀가 즉위했다면 지금 연도가 대략 632년 이후라는 것이 되니까. 그리고.... 칠중성. 칠중성 전투가 벌어졌는지도 봐야해.”


칠중성 전투는 638년 경에 벌어진 전투였다. 칠중성 전투가 벌어진 이후라면 연개소문 쿠데타까지 4년밖에 안 남은 셈이다. 4년 정도 밖에 시간이 없다면 대책을 세우거나 하기에는 조금 촉박하다


제발 남은 시간이 4년 이상이기를 바라며 나는 곧 신라쪽 문서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덕만, 즉 선덕여왕이 이미 즉위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직 칠중성 전투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대신


“옥문곡에서 전투 발발. 알천이 이끄는 신라군에 의해 백제군이 전멸.... 옥문곡이 636년이었던가.”


옥문곡에서 전투가 벌어졌다라. 옥문곡 전투는 636년에 벌어졌다. 칠중성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고 옥문곡 전투는 벌어졌다면... 대략 636년~638년 사이 어딘가가 된다.


이 정도면 꽤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연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사실 그 점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연호를 보는 것이다. 연호를 안다면 그 연호를 통해 대략적으로 내가 서기 몇 년도에 빙의했는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고구려는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했다. 하지만 영락을 제외하고는 누가 어떤 연호를 사용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나마 사학계에서 이래저래 3개의 연호는 주인을 어느정도 가려놓긴 했는데... 그 중 어느 것도 영류왕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거기에 하나 더. 명나라가 등장하기 전까지 연호를 정하는 것은 말그대로 군주 마음대로였다. 즉 군주가 자기 마음에 따라 연호를 바꿔댄 것이다.


그리고 문서들을 열람하다보니 알게 된 것인데 하필 부왕, 즉 영류왕은 연호를 두 번 정도 바꾸어버린 상태였다. 그렇게 되니 고구려의 연호를 통해 연대를 산출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더 정확히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게 되었다는 쪽이 맞는 말이겠지만.


아... 하나 방법이 남아있긴 하다. 당나라 연호.


당나라가 무슨 연호를 썼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신라쪽 정황 보고서에 옥문곡 전투가 있었으니 지금이 636년 이후인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지금 당나라는 이세민이 황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세민의 연호는 내 기억이 맞다면 정관이다.


난 서둘러 당나라 외교 문서를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가장 최근에 당나라에서 보내온 문서를 찾아냈다.


“어디보자. 당나라쪽 연호가... 정관 11년이네.”


정관 11년. 이걸 바탕으로 계산해보니 지금이 서기로 따지면 637년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지금이 637년이라면 연개소문 쿠데타까지 앞으로 5년 이상 남았다.


그말인즉슨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종말을 막을 시간이.


2)


그건 그렇고 연도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슬슬 궁금해지는 문제가 생겼다. 도대체 왜 난 태자비가 죽은 뒤에 다시 태자비를 맞이하지 않은 것일까?


이럴 때는 음... 아무래도 내 주변 인물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마침 물어보기 적합한 인재도 있었다. 내 호위무사인 녀석으로 이름이 손사성이라고 하는 녀석이었다. 원래 육체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백암성 성주의 친척으로 나보다 한두살 위로 꽤 오래전부터 근위병으로 일해왔던 자였다. 나이도 비슷한데다가 내 주변에 오랫동안 있다보니 나와 오랫동안 친분도 두텁게 쌓여있었다. 친구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말이다.


그렇기에 난 바로 그를 찾아가 물어보았다.


“사성아. 너 혹시 말이다. 내가... 왜 다시 결혼을 못 하고 있는지 아느냐?”


“아니. 전하. 그건 전하께서 잘 아시지 않습니까? 새삼스럽게 뭘 물어보십니까?”


음... 물어보지 말 걸 그랬나. 저 녀석 반응이 완전히 ‘아니 자기가 더 잘 알 걸 왜 나한테 물어봄? 이 인간 뭐 잘못 먹었나?’하는 표정이네.


“내가 그 부분이 잘 기억이 안 나서 그렇느니라. 머리 다치면서 살짝 기억이 날아간 모양이다. 그러니 아는 건 다 말해다오. 아. 내가 지금까지 한 말 전부 비밀로 하는 거 잊지 말고.”


“아. 그렇죠. 참. 제가 깜박했습니다. 다만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굳이 따진다면 위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압니다. 연씨 가문과 연관이 있다나 뭐라나요.”


연씨면 연개소문의 가문이군. 아무래도 이쪽에서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아무래도 태자비 선정을 두고 연씨 가문과 다른 가문 혹은 왕실이 대립 중인 모양이다.


그리고 내 추측은 곧 사실로 확인하게 되었으니...


“부왕이시여. 소자 이번 사고를 계기로 느낀 것인데 슬슬 국혼을 서둘러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태자야. 니 말이 틀리지는 않았느니라. 허나 중요한 것을 잊었구나. 지금 태자비를 정하는게 참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병이 나은 걸 알고 축하 겸 위문하러 온 부왕(영류왕)은 내 말을 듣고 손사래를 쳤다.


“뭐 저도 대강은 기억합니다만...”


“연씨 가문이 문제다. 연씨 집안은 동부 전체를 장악했다. 당연히 그 위세가 장난이 아니지. 특히나 대대로까지 지냈던 그 애비 연태조가 죽고는 대인의 자리와 막리지 자리까지 세습해버렸어. 그러면서 너무나도 힘이 커져버렸다.


그래서인지 연개소문이 지 누이를 은근히 태자비로 밀고 있더구나. 외척이 되려고 말이다.“


외척. 안 그래도 강력한 힘을 가진 가문이 외척이 되버린다면 진짜 그건 손쓸 틈도 없게 된다.


그런 내 깨달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부왕은 계속 말을 잇기 시작했다.


“너도 알겠지만 연개소문은 그 성정이 포악하기 그지 없는 자다.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고 말을 타고 내릴 때는 밑에 다른 사람이 꼭 받쳐줘야 한다더구나. 그 옛날 모본왕이나 걸주, 도척과 같은 부류란 말이다. 그런 자가 외척이 되면 되겠느냐.”


부왕의 말에 난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부왕의 말이 전적으로 옳은데 어찌 더 할 말이 있겠는가.


다만 그것만으로는 의아한 점이 좀 있었다.


“허면 다른 가문의 여식을 고르면 될 일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연개소문은 적이 많습니다. 다른 대신들 중 상당수가 그를 싫어하지 않습니까. 그들을 규합해서 다른 가문의 처자를 들이면 될 일이 아닙니까?”


허나 부왕은 그 말을 듣자말자 고개를 저었다. 내가 좀 어리석은 물음을 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그야 이미 그러고들 있지. 허나 연씨 가문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연씨 가문의 힘이 보통이 아니다. 나와 다른 대신들이 힘을 합치니 일단은 우리가 우위다만 연씨 가문은 다른 가문들보다 막강하느니라. 하아... 연태조 등이 유능하고 공을 많이 세웠다고 그렇게 중용하면 안 되는 것이었거늘.”


부왕은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며 술을 들이켰다. 아무래도 연씨 가문이 성장한데는 부왕이 연태조를 좀 끼고 돌아서인 측면도 있는 모양이었다.


“하아. 그러니 어쩌겠느냐. 태자비를 들이는 것이 늦어지는 것이 당연하지. 안그래도 바깥에선 당나라가 골칫거리인데 안에서는 연씨 가문이 문제이니. 이를 어찌해야할지 모르겠구나.


참 힘들구나. 젊은 시절 형이셨던 선왕을 도와 수나라와 싸울 때는 이리도 머리 아플 일이 없었거늘. 이 왕의 자리라는 것이 참 힘들구나”


부왕은 속이 답답했는지 계속 술만 들이켰다. 워낙 쌓인 게 많아보이는 표정과 말투라 나는 그걸 묵묵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고라니 01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추천과 선작, 덧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러니 많은 추천과 선작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사전에 연개소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알림. +2 23.08.31 184 0 -
공지 [공지] 휴재 알림. +1 23.08.28 119 0 -
공지 연재 일정 알림. 23.08.14 334 0 -
20 19화. 칠중성으로 가즈아! +1 23.08.31 231 9 12쪽
19 18화. 두 개의 금 (3) +1 23.08.28 312 10 14쪽
18 17화. 두 개의 금 (2) +1 23.08.26 371 7 12쪽
17 16화. 두 개의 금 (1) 23.08.25 372 11 12쪽
16 15화. 미끼 (2) +1 23.08.24 407 10 11쪽
15 14화. 미끼 (1) +1 23.08.24 357 7 11쪽
14 13화. 주워담기 +2 23.08.23 433 15 13쪽
13 12화. 비열홀 전투 (8) +2 23.08.22 403 12 12쪽
12 11화. 비열홀 전투 (7) +1 23.08.21 367 9 12쪽
11 10화. 비열홀 전투 (6) 23.08.19 395 10 11쪽
10 9화. 비열홀 전투 (5) +1 23.08.18 397 12 12쪽
9 8화. 비열홀 전투 (4) +2 23.08.18 391 12 12쪽
8 7화. 비열홀 전투 (3) +1 23.08.17 442 11 13쪽
7 6화. 비열홀 전투 (2) 23.08.16 456 11 12쪽
6 5화. 비열홀 전투 (1) +2 23.08.16 462 12 12쪽
5 4화. 결단 +5 23.08.15 514 13 12쪽
4 3화.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 (2) +1 23.08.15 506 12 12쪽
3 2화.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 (1) +2 23.08.15 567 12 12쪽
» 1화. 상황정리. +3 23.08.14 625 17 12쪽
1 프롤로그 +8 23.08.14 732 1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