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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01 님의 서재입니다.

내 사전에 연개소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고라니01
작품등록일 :
2023.08.14 14:27
최근연재일 :
2023.08.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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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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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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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프롤로그

DUMMY

1)


“하아. 이 X 같은 군생활. 언제나 끝나냐.”


“아니. 고병장님. 이제 곧 전역이시지 않습니까? 내일 말출이시지 않습니까?”


아이고야. 일병 놈이 기어오른다. 기어올라. 나 전역 얼마 안 남았다고 기어오르는 꼬라지 좀 보라지. 내가 얘를 너무 오냐오냐 봐줬나?


“너. 너무한 거 아니냐? 아무리 곧 전역이래도 하늘 같은 병장님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ㅆㅂ. 안 그래도 인원 없다고 내일 말출인 사람에게 강안 경계 맡겨서 짜증나죽겠는데!”


“아. 예예. 죄송합니다.”


말로는 죄송하다고 하지. 헌데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게 보이네. 하아. 진짜 내가 교육 똑바로 안 시킨 모양이다야.


뭐 참자. 고정훈. 곧 전역할 놈이 괜히 이런 자질구레한 것에 신경써서 뭐하냐. 이제 사회생활 복귀해야지. 그래서 여친도 만들고 다니던 사학과도 다니고 그래야지. 알바도 하고 말이다.


어디보자. 지금이 5월 중순이니까 전역하면 6월초. 그럼 9월에 복학해서 2학년 2학기부터 다니면 된다.


하. 이제 이 지긋지긋한 군대 생활이 끝난다. 그리고 다시 행복한 캠퍼스 라이프 시작이다. 내가 이 날만을 얼마나 기다려왔는가.


근데... 그건 그렇고 교대 올 때 되지 않았나?


“야. 근데 곧 교대할 시간 아니냐? 이 놈의 빌어먹을 임진강 강안 경계도 이게 마지막인데 참 왜 이리 안 오는거냐?”


“그러게 말입니다.... 아. 저기 오고 있습니다! 양반은 못 되네요.”


후임병이 손가락을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정말 교대병들이 오고 있었다. 나는 저 교대병들을 살짝 갈궈주고 투덜거리면서 형식적인 인수인계를 해주었다.


그리고 나서는 경계초소를 내려가 작은 다리를 걸으며 부대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아. 이제 이 X같은 군대생활도 끝이다. 저 거칠고 빠르게 흐르는 강물과 달리 군대 안의 시간은 뭐 이리 느린 건지....


“하. 이제 끝이네. 내일이면 말출이고 그럼 전역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


“기분 좋아보이십니다. 고병장님.”


“그럼 기분 좋지 안.... 으아아아아아!”


갑자기 바닥이 무너져내렸다. 요 며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지반이 약해지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다.


그리고 더 큰 일 난 것은.... 난 강안 경계중이었다. 그말인 즉슨 길이 강과 맞닿아있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난 그대로 강으로 추락해버리고 말았다.


거기다 한동안 비가 엄청나게 퍼붓는 바람에 지금 임진강은 유속이 엄청나게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크어...사...람... 살....”


난 수영을 시도하며 소리쳐봤지만 소용없었다. 날도 어두컴컴했고 물살도 얼마 전 폭우로 인해 너무 빨랐다. 도저히 사람이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리고 물살이 빠르다는 뜻은....


쿵!


하필 강에 있던 커다란 바위에 내 머리가 부딪치고 말았다. 너무 세게 부딪쳤는지 점점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아...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젠장할. 이제 다시 끝내주는 캠퍼스 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의식이 점점 멀어져간다.


아. 젠장할. 이럴 때는 흔히 보던 웹소설처럼 회귀든 빙의든 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내 시선이 까매지기 시작했다.


이제 끝이구....


2)


“이보게나. 정신이 드나?”


엥? 갑자기 이상한 말소리가 들린다. 이게 뭐지?


“누...누구요? 누구 거기 있어요?”


난 나도 모르게 입을 열어 대답하였다. 아직 눈은 뜨지 않았지만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 강에 빠진 것 아니었나? 분명히 강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바위에 머리가 부딪친 기억이 나는데...


의아해하며 천천히 눈을 떠보니 내가 있는 곳은 어떤 하얀 공간 안이었다.


“호. 정신이 들었구만. 그래. 인간.”


그리고 내 눈 앞에 서 있는 저...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용포를 입은 용.. 아니 더 정확히는 용 머리를 한 인간 형태의 무언가였다.


이게 그 수상쩍게 돈 많은 것들이 좋아한다는 그것인가 싶었다.


“요...용? 아니... 용 모양의 수인? 내...내가 지금 헛것을 봤나? 왜 용이 여기 있지? 아. 내가 역시 죽은 건 맞구나. 근데 저승 세계에 용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내가 아는 모든 신화, 종교에서 저런 형태의 용이 나오는 저승은 없었는데.”


난 당황해서 이것저것 그냥 되는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저 용 모양 수인... 아니다. 귀찮으니까 그냥 용이라고 하자. 용은 당혹스러워하며 헛기침을 했다.


“흠흠. 자네가 죽은 건 맞네. 허나 여긴 저승이 아닐세. 용궁이지. 나는 이 임진강의 용왕이고.”


용왕? 아니 용왕님이 왜 여기서 나와? 너무 뜬금없잖아. 내가 죽은 게 맞다면 저승사자가 날 데리러 오던가 해야지 왜 용왕이 친히 강림하는거여?


여튼 용왕이면 내가 예의를 넙죽 차려야지. 안 그러면 뭔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아무리 그래도 용왕은 신적인 존재 아니던가.


“어... 용왕이시여. 제가 죽은 것이 맞다면 왜 저승사자가 아니라 용왕께서 제 앞에 계시는 것인지요? 본래 저 같은 영혼은 강림도령 같은 저승사자 담당이 아닌지요?”


“정확히는 엄사차사(냇물에 빠져죽은 사람 담당하는 저승사자) 담당 영역이지. 허나 요즘 그 산신령들이 재밌는 일들을 많이 벌려서 말일세.”


용왕의 입가에서 장난기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길래 저런 미소가 나오는 것일까? 뭔가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재밌는 일이라니요?”


“그 요즘 산신령들이란 것들이 사람을 이곳저곳 빙의시킨다더구만. 북한산 산신령이며 남한산 산신령이며 지리산 산신령이며... 아. 그래 요즘 심지어는 용무슨 산이더라. 하여튼 저기 쬐끄마한 산의 산신령까지 사람을 다른 시대로 빙의시켰다더구만. 거 참 산신령들 아주 재밌는 짓거리를 하고 있어.”


엥? 산신령이면 산의 신 혹은 신선 아닌가? 아니 우화등선한 신선이든, 애초부터 신적인 존재이든 인간사에 그렇게 개입하는 게 맞나? 원래 그런 존재들은 정말 심각한 경우 아니면 인간계 자율에 놨두는 게 맞지 않나? 특히 신선이라면 세속에 신경 꺼야 하는 게 더 맞고.


그런데 뭐? 빙의 놀의가 유행해?


“여튼 용무슨 산인지 그 기억도 안 나는 조그만 산신령들까지 그러니 무려 이 길고도 큰 임진강을 다스리는 용왕의 체면이 말이 아니란 말이지. 그래서 자네를 빙의시켜주고자 하노라.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 그렇구나. 신선놈들 장난질에 심술이 나신 용왕께서도 나도 그런 거 할 수 있다는 것 보여주고 싶으셨구나.


이게 무슨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도 아니고 참 유치하다 유치해. 뭐 덕분에 난 다시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됬네. 아주 나쁘지는 않지만.


유치하든 뭐든 내가 다시 생명을 얻으면 그만 아닌가?


다만 수많은 웹소설을 읽은 내 내공을 봐서 그 전에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좀 있다. 그것들을 처리해야 마음의 대비를 할 수 있지.


“용왕이시여. 감사합니다. 허나 그 전에 뭐 좀 몇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무엇이든지 말해보거라.”


“첫번째로 제가 이 한반도의 국가에 빙의하는 것인지요?"


"그렇다. 한반도에 존재했던 국가 중 하나이니라."


좋다. 이거 괜찮네. 어디 이상한 다른 나라보다는 한반도 국가에 빙의해야 미래지식으로든 뭐로든 해볼만하지. 말도 통할 공산이 크고.


"저... 그럼 어느 시대의 누굴로 빙의하게 될련지요?”


“음. 시대는 아직 알려줄 수 없다. 허나 군주의 후계자라는 것은 말해줄 수 있지.”


후계자라. 나쁘지는 않다. 다만 내가 아는게 맞다면 이것만으로는 꿀빠는 인생이 안 될 수도 있다. 한국사에서 개고생하는 후계자가 어디 한둘이던가. 최악의 경우 사도세자로 빙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세번째로 제가 빙의한 육체의 이전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는지요?”


“그건 그리할 것이다. 걱정마라. 나는 용왕이니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그래야 너가 살아갈 시대에서 무얼 하기 편할테니 말이다.”


오케이. 그 정도면 한번 도전해보자. 캠퍼스 라이프는 못 즐겨도 왕자 라이프... 나아가 왕 라이프는 즐겨봐야지.


“그럼 용왕님의 결정에 따르겠나이다.”


“좋다. 눈을 감거라. 그리고 한 30을 세보거라. 그런 다음 눈을 떠보면 넌 빙의되어 있을 것이니라.”


“예.”


난 용왕이 지시한대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1,2,........28,29,30.


자. 30을 다 셌으니 슬슬 눈을 떠보아야겠는데...


“오오. 태자야. 눈을 떴구나. 니가 갑자기 쓰러져서 걱정이 많았단다.”


수염과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내가 보였다. 그는 내가 눈을 뜨자마자 눈물을 글썽거리며 기뻐하고 있었다.


“부...왕께 폐를 끼쳤습니다.”


그리고 내 입에서 저절로 ‘부왕’이란 말이 튀어나왔다. 그말인즉슨 지금 저 노인은 이 육신의 아버지이고 한 나라의 국왕이란 뜻이다.


근데 잠깐만 저 왕이 쓰고 있는 모자가 익선관이 아니다. 그렇다고 고려에서 쓰던 전각복두도 아니다. 뭐랄까 흰비단에 금 장식이 덫붙여져 있는 희한한 모양의 왕관이었다.


“오오. 태자전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하늘께서 우리 대고려국을 보우하시어 태자전하께서 다시 깨어나게 하셨나이다. 이는 폐하의 흥복이옵니다.”


“경하드리옵니다. 폐하.”


신하들이 일제히 부왕에게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그들 모두 새 깃털 같은 걸 꽂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저게... 아마 조우관이라고 부르는 물건이었지 아마?


나라 이름을 고려라고 하는데 조우관을 쓴다라... 장수왕 이후 고구려다. 그 시대에 빙의한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문제는 내가 어떤 왕자에게 빙의했는가이다. 내 사학과 지식이 그대로인데 어디보자... 젠장할. 후보가 너무 많네.


거기다가 막 빙의해서 그런지 머리도 묘하게 혼란스럽다. 그래서 이 육체의 이름이 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이거 골치아프게 되었네.


하지만 그 고민은 금방 끝났다.


“그래. 짐의 아들 환권이 깨어났으니 정말로 기쁘구나. 이 아이가 갑자기 말에서 떨어져 다쳤길래 걱정했더니 이리도 멀쩡하니 다행이로다. 추모대왕께서 우리를 돌보시는구나.”


잠깐만. 환권? 그럼 여기서의 내 이름이 고환권이라는 소리인데....


일단 내 이름이 확정되니 머리도 맑아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내가 사학과 다니면서 배운 지식과 육체가 보유하던 기억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고환권. 영류왕의 맏아들로 태자였지. 당나라에 입조한 적이 있다고 기록에 나와있던가. 허나 영류왕은 연개소문에게 살해되었고 영류왕의 조카가 왕이 되었지. 그게 마지막 왕인 보장왕이었고..'


젠장할. 일이 이상하게 됬다. 하필 걸려도 영류왕의 아들이라니. 고대 기록이 워낙 부실해서 불확실한 게 많다만 이 시대에 딱 하나 아주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연개소문의 쿠데타.


이 쿠데타와 이후 진행양상 보면 이거 부왕은 확실히 죽을 수 밖에 없고 나도 죽던가 어디 변방에 쳐박히던가 둘 중 하나가 결말로 기다리고 있다.


와. 진짜 2회차 인생 한번 빡세게 주네. 임진강 용왕 이 자식. 저주하고 저주할테다. 좀 쉬운 난이도 후계자는 없던 것이냐!!!


“얘야. 왜 그러느냐. 아직도 아픈 것이냐? 말이 왜 이리도 없느냐.”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노인... 아니지 이제 내가 아버지, 부왕이라고 불러야 할 사내가 걱정스러워하며 물었다.


이리 된 거 일단 이 어색한 침묵부터 끝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야 그 다음에 무슨 일을 할지 정할 수 있을 테니까.


“아... 아니옵니다. 잠깐 이상한 것들이 스쳐가서 그랬을 뿐입니다.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소자 괜찮으니 조금만 쉬면 다 나을 것이옵니다.”


그러면서 난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걱정하지 말아달라는 미소를.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고라니 01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추천과 선작, 덧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러니 많은 추천과 선작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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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화.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 (2) +1 23.08.15 506 12 12쪽
3 2화.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 (1) +2 23.08.15 567 12 12쪽
2 1화. 상황정리. +3 23.08.14 625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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