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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리스펜릴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검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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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리스펜릴
작품등록일 :
2011.08.21 00:15
최근연재일 :
2011.08.2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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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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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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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붉은 검의 기사 - 52

DUMMY

23. 계절의 끝


"...전쟁엔 말이야..."

이젠 하얀 머리카락이 자연스러움으로 남은 노드가 위대하다기 보다는 노망났다는 표현이 어울릴법한 브람스가 노을을 바라보며 중얼거린 망중한을 기록했다.

노년의 이 두 영웅은 노드의 개인적인 요청에 명왕 브람스가 응해 비망록을 작성하고 있었다고 전해지며 그 기록에 따르면 이 마지막 순간 노드는,

"그래서 전쟁엔 귀신이 산다? 그 인간의 생명뿐 아니라 삶도 가져가는? 이건 마치 도플갱어 같군요. 정확하신 겁니까? 각하? 각하?"

전장을 노호하면 이름으로 삼았던 짧은 기형도끼를 휘두르던 명왕은 현자이며 다시없을 책략가이기도 했던 노드의 이 질문에 응하지 못했다.


- 아둔 제국년 477년 갈색달 6일 명왕은 그렇게 승천하였다.




세론은 웃었다.

'마신'이라니...자주 듣던 단어다. 이번 의뢰를 맡기전엔 현실에 치여 듣기 힘든 말이였지만, 엘리스와 만남이후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언급되는 '마법같은 단어'들 중 하나가 아닌가?

"하.하.하, 용을 만난다고 많은 두려움을 가져왔는데 막상 만나고나니 이야기꾼을 찾아온거같군요."

"이야기꾼?"

"네, 괜찮은 이야기꾼 말입니다."

이상한 옛 이야기들....

아니 오히려 어린아이가 꿈 꿀법한 환상일지도, 넌 천민이지만 알고보니 고귀한 귀족가의 자손이고 오늘이 그 귀족가에서 맞이 하러 오는 날이다. 라는식...

이를 비꼬는 숯검댕이 공주 동화가 있지 않던가? 인간의 신분상승 욕구가 우화적으로 묘사되는...하지만 이건 지나치지 않은가?

"대개 인간들끼리는 순준한 아이를 골려먹을때 알고보면 너는 귀족가 자손이라고 하던가 왕족의 사생아라고 놀려먹기도 합니다."

길리안은 차갑게 답했다.

"그래서?"

"그런데 용은 과연 그 수준이 다르군요. 마신 취급이라니..."

"그래서 내가 지금 거짓말을 한다는 건가? 용은 거짓말을 안.."

세론은 짜증냈다.

"대체 말이 되는 소리를 하란 말입니다!! 신이라고? 붉은 마나를 쓴다고 내가 고대에 이 세계를 멸망시킬뻔한 마신이라고? 어느정도 믿을만해야 수긍이 가지!!"

길리안은 수천년을 살아왔고 많은 인간을 만나봤었다. 하지만, 자신을 일단 용으로 밝힌 이후에 이런 반응을 보인 인간은 난생처음이라 매우 재미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것에 용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저주하면서 말이다.

"난 세론!! 성도 없고 동쪽 폴로나 평원의 세빌 영지 리버트 마을에서 태어났어!! 어머니는!! 13살때 빌어먹을 기사 말에 치여 몸져누우셨고!! 아버지는 4살때 징집되어 소식불명!! 여동생이 하나있고!! 그뿐이야!! 15살때 자원하여 25살때 전역했지!! 그걸로 끝이야!! 빌어먹을!!! 제대하고 찾아간 고향마을에 어머니는 이미 오래전 고인이 되셨고 여동생은 이 한심한 오라버니를 찾겠다고 사라진지 오래며, 일가친척도 하나없지!! 그런데 갑자기 마신이라고?? 인간을 심심풀이 장난감으로 만들진 말란 말이야!! 네가 아무리 용이라지만!!!"

당장이라도 칼을 뽑을 듯한 기세에 길리안은 여전히 멍청한 표정으로 세론을 쳐다고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난듯 머쓱하게 말했다.

"마룡전쟁이 생각나는 군."

우문 무답. 세론은 이게 갑자기 뭔 헛소리인가? 의아했지만, 길리아는 혼잣말 처럼 중얼거렸다.

"기르는 개마저 현명하길 바라는게 사람된 도리가 아니겠는가? 마룡전쟁의 원인은 어찌보면 매우 정치적이였지, 봉건제도의 타파와 인재등용...이를 위한 정책을 두고 우리 용들의 명령에 인간 왕족과 귀족이 반발한게 어쩌면 시초였을지도 모르네."

역시나 뜬금없는 말에 세론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세론이 아무리 현명하다고 하더라도 그는 결국 용병과 인간의 그릇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기에 '용의 규모'에서 말하는 정치에 관해서는 아무래도 문외한일수밖에 없었다.

"또한 우리도 결코 무지하거나 강제적으로 세상의 의지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입헌군주제부터 다양한 혼합제도를 제시했었네만, 인간귀족들은 모두 거부했지....너의 모습이 딱 그시절 인간들이 생각나는 군. 그만큼 인간화 된 것인가?"

이 대목에서 세론은 다시한번 분노해야 했다.

"인간이 인간화 된다는 말자체가 어불성설 아닌가!!!"

"젠장!! 세계를 떠나지 않겠다는 고집을 들어줬으면 자아정체성만큼은 지켜냈어야!! 이렇게까지 인간화 되어버리면 어떻게 대화가 되나??"

길리안마저 짜증을 내고 말았다. 이후 대화는 서로 떠들고 싶은대로 떠드는 쪽으로 흘러갔다.

세론은 자신이 인간으로서 살아온 삶과 그 가치 혹은 소중함에 대해 떠들었고, 길리안은 세계의 의지와 현재 인간의 잘못된 흐름으로 인해 마족의 재림이 성사되었다는 식으로 떠들었다, 한동안 양쪽 모두 일치점없이 평행선으로 나가는 방향으로 언성을 높이다가 결국 감정이 격화되어 욕설이 오갔다.

"이 빌어먹을 마신놈아!! 딴 건 몰라도 세계의 의지에 따라 더스트 마나는 거둬들여!!!"

이 말에 세론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불쌍한 마족들이 지상에 재현한것은 방관해줄수있어! 다만 세계가 감당할수있는 수준의 힘을 써야지!! 과거 우리가 라이트닝 마나를 봉인한 것도 결국 이 행성의 자연환경이 견딜수있는 한계를 넘어섰기에 행성 전체 생멸의 자멸을 막기위한 조처였어! 그간 마족은 지하세계에만 봉인되어 있어 그럭저럭 더스트 마나를 이용해 자연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단계는 아니였지만, 이젠 아니란 말야!!"

이해할수없지만, 생각해보면 꽤 진지한 말이며 공감이 가는 편이였지만, 세론은 비웃고 말았다. 자신이 무슨 힘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핵심은 이해했다. 과거 용족들이 마나를 거둬들이자 마법사와 스워드마스터가 사라진것처럼 마족도 사라질수있다. 더스트마나만 봉인한다면!!! 여기까지 달려왔으니 도저히 관심을 안가질수없는 흥미로운 사안이 아닌가?

반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세론이 되물었다.

"어떡하면 더스트 마나를 봉인할수있나?"

"엉?"

세론이 외려 관심을 가지자 길리안이 당황한듯했다.

"글쎄...예전에 용들은 드래곤하트의 개방을 중지하고 쌓이는 마나를 우주에 방출하고 돌아오곤 했는데 솔직히 신의 방법은 모르겠군. 용언마법 체계와 신언마법체계가 유사하자면...이렇게 말해보게 [마.나.봉.인.](고대어).."

되던 안되던 제푸렝 지친 표정으로 세론은 길리안의 어투를 따라했다.

"마.나.봉.인."

세론이 느끼기엔 아무일도 없었고 역시나 길리안의 장난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에게 장난치는 용이라니!! 세론은 금새 얼굴을 붉히며 길리안을 바라보았는데 길리안의 표정은 영 아니올시다 였다.


"이...이럴수가!! 단번에 봉인되다니!! 놀랍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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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말이 되어야 돌아오는 게으른 작가입니다. ㅠㅠ

오늘 편에서는 세론이 스스로 말하는 자신의 인생담이 등장하는 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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