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검의 기사 -44
붉은 검의 기사.
19. 검은 검의 기사들
세론은 즉시 엘리자베스에게 보고했고, 이번에도 엘리자베스는 모든걸 알고있는 양, 태도를 취했다.
"세론, 여자도 벨수있어요?"
"....용병이 되고 난 뒤로는 한번도 여성과 아이는 벤적은 없습니다."
왜 갑자기 뜬금없는 말일까? 고민해봤지만 마차안에 같이 들어온 마론만 눈치챈든 깜짝 거렸을뿐 세론으로서는 그녀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수없었다.
"베어야 할거예요. 아흠~!! 잠도 잘 잤겠다. 아침식사는 뭐예요?"
기지개를 펴며 아침식사를 요구하는 이 고객에게 역시나 세론은 행동을 취했다. 다행히도 마차를 뒤져 아침을 만드는 일로 계곡의 사건을 뇌리에서 잠시 잊을수있었고, 물을 구하는게 찜찜했기에 국종류없이 간단히 때웠다. 물론 식수는 여분이 많았지만, 아끼는 것이 좋을테니...
"저장고에 417년산 레오뇽이 있을꺼예요. 꺼내주세요. 어젯밤 한숨도 못자고 고생했으니 목 좀 축여도 좋을꺼예요."
그게 뭔지 모르는 세론을 위해 마론이 나서서 417년산 레오뇽이라는 녀석을 찾아 주었다. 그러면서,
"세상에 이 귀한 와인이 여기에 있다니 놀랍군요!! 귀족식 주말만찬에나 어울릴법한 와인을 소풍메뉴와 함께 먹다니 무척 사치스럽고 죄스러운데요?"
라는 말을 붙였다. 그리고 크리스탈 잔을 세개 꺼내서 각자 한잔씩 마시게 되었는데 그 색이 너무 붉고 선명해서 세론은 붉은 물이 떠올라 싫었지만, 맛은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달콤했다.
"아! 이 혀에 착 감기는 풍미! 마치 노을진 대지위로 붉은 햇살이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따사로움이랄까?!!"
세론은 맛에는 동의하지만,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 라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엘리자베스는 재미있다는 듯 키득 거렸다.
"417년산 레오뇽에 그리 감탄하니, 358년산 볼레숀을 드신다면 춤을 추겠군요."
"358년산!! 그런게 아직 지상에 남아있었습니까?"
"네, 황궁이 매년 신년행사때마다 꺼내곤 하죠. 시음회때 소수 황족만이 참석해 맛을 본답니다. 그리고 맛에 따라 '신년운'을 점치곤 하죠."
"아니 황족들께서 그런 미신적인 신년운을 본단 말입니까?"
"어머? 황족은 인간이 아닌가요?"
"아, 물론 그러하지만...."
마론이 머쓱 거리자 엘리자베스는 특유의 귀여운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말했다.
"뭐 사실 요즘 같은때야 미신으로 치부될수밖에 없는 행위고, 자칫 마녀사냥대상이 될 행동이기도 해요. 하지만 그 기원은 건국황제께서 최초 수도를 건립하던 해, 신년행사에서 출발한다고 하더군요. 그런 이유로 황족이라면 거를수없는 신년행사이기도 해요."
"그..그렇군요. 건국황제께서..."
이후 이어진 식사는 마론의 표현대로 간략했다.
치즈와 마른 햄을 잘랐고 각자 딱딱하지 않은 '고귀한' 하얀 빵 항덩이씩을 먹었는데 밤새 마차내 난로가 지펴져 있었기에 난로를 이용해 살짝 뎁힌 정도였지만, 차가운 아침기온과 대비되는 따뜻한 식사는 큰 즐거움을 주었고, 그 따스함 자체가 포만감과 더불어 행복감이 되어주었다. 물론 뒷맛이 상당히 달콤한 417년산 레오뇽의 역활도 컸으리라.
세론이 목격한 참상만 없었다면, 그리고 마차밖에서 파리 먹이가 되고 있는 수많은 몬스터의 시신이 없었다면, 참으로 따사로운 가을소풍과 같은 분위기 일텐데, 현실은 언제나 냉정한법. 길리안 계곡을 경유해 깊은 협곡까지 가는데 두가지 길이 있었는데 하나는 계곡 위를 크게 돌아서 가는 것이고 하나는 계곡 중간쯤의 아슬아슬한 길을 타고 가는 것이였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다지만, 거대한 몬스터와 짐승들이 내놓은 길이 없을수없고, 그 수많은 소로중에 마지막 탐사대가 기록한 '큰 길'이 다행스럽게도 레딘에서 만난 브람스의 참모인 노드라는 불평많은 젊은이의 손에 들어와 있었다. 이런면에서 투덜거리는 면이 없진 않았지만, 그만큼 철저하고 꼼꼼해서 인지 마차가 다닐만한 길을 지도내에 표시해줬다.
엘리스는 당연히 빠른 길을 선택했고 마론은 의견을 비치지 않았으며 세론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앞서 말한바와 같이 현실은 냉혹했다.
막상 마차를 출발시키려 하니까, 아무도 말을 마차에서 풀어주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수있었고, 마론과 세론은 말에 문외함임을 드러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로선 공주입장에서 말에 대한 관리요령을 터득했을리 만무하고, 불쌍한 말들은 밤새 마차에 묶여 피로와 공포속에 떨어야 했던 모양이다. 그나마 좋은 쪽으로 자평할수있는 것은 말을 풀어주지 않아 몬스터의 습격속에서 말을 잃거나 혹은 다치거나 죽는 일이 없었다고 말할수있을까?
그러나 말들은 끔찍하게 지쳐있었고, 그리고 매우 배고파했다.
말에 관해서는 웬지 모르게 미안함을 느끼게 된 세론은 급히 마차안에서 말을 먹일만한 음식이 있나 찾아봤고 많은 량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사료가 보관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대체 마차안에 없는게 뭘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말들의 배고픔과 목마름은 식수를 나눠줘서 해결되었지만, 피로는 어쩔도리가 없었는데 이때 마론이 나섰다.
"처음 해보는 거라서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잠시 뒤로 물러나 주십시요."
이어서 그는 고대어를 되뇌이며, 세론이 모르는 주문을 읊조렸고 마나의 빛이 말들에게 쏟아졌다.
"뭡니까?"
빛이 사그라들때쯤 세론이 묻자, 마론은 어깨를 으쓱이며..
"고대 신관들의 주요임무는 전사들을 회복시키는 일이였죠. 바로 그겁니다.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서 확신은 없었지만,"
라고 했는데 막상 고삐를 잡아보니 효과가 있었다! 아니 좀 과했던 모양인지 말들이 질주하려는 걸 공주가 나서서 겨우 말렸다.
"완전 의욕과잉인데요?" 이토록 달리고 싶어 미치는 말들은 태어나 처음 봐요!"
마론은 너털웃음을 터트렸고 세론은 역시나 기가 막혀했다. 고대의 마법중 일부가 시현되었을뿐인데, 예전만 못할텐데 그 위력이 이정도라니!!
세론은 이전에 가졌던 마법에 대한 불신성을 어느정도 철회시킬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월하게 마차는 오르막길을 따라 계곡의 중턱의 깍아지르는 벼랑길로 접어들었다. 위로는 하늘이 조그맣게 보일만큼 높은 계곡의 절벽이 병풍처러 가려져 있었고, 아래로는 한참을 계곡이 내려다 보였는데.
그런 위치에 이르자, 별수없이 세론이 봤던 것을 마론과 엘리자베스도 보게 되었다. 핏물이 어느정도 사라져있었지만, 그것은 참으로도 처참한 광경이였다. 어미가 아기를 품에 안은채 그 팔을 놓지 않고 있음에도 아이와 함께 허리깨쯤이 깔끔하게 두동강으로 베어져 있었고 그마저도 사람들의 시신이 점점이 계곡물에 휩쓸려 그들이 쉬던 삼각지에 몰려있었지만, 어떤 시선은 계곡의 바위에, 혹은 계곡으로 드리워진 나뭇가지에 걸려서 세론일행에게 손짓하듯 너풀거렸는데 그런 모습을 상류로 거슬러 갈수록 더 자주 목격할수있었다.
"무슨일이 있었던 거지?"
한참의 침묵속에 마론이 시신하나하나에 오리나의 기도를 붙이다 마침내 말하자 공주는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만 더 가면 다리 하나가 나오는데 거기서 알수있겠죠."
마론은 공주의 말에 그다지 호응하지 않았다.
"몬스터의 습격일까요?"
그 순진함에 세론은 또 특유의 친절하고도 잔인한 첨언을 추가했다.
"인간, 그것도 기사의 솜씨입니다. 저 시신을 봐요 완전히 상체와 하체가 두조각 났죠? 절단면을 보면 알겠지만, 몬스터중 저런 날카로운 검술실력을 가진것은 거의 없죠."
"...."
굽이 굽이 돌고 또 도는 길리안 계곡처럼 마차 길도 그렇게 돌고 돌았고, 참으로 인상적인 장관이 연이어 나타나고 시원한 계곡 바람과 아름다운 가을 정취가 묻어나는 풍광속에서도 누구도 말없는 침묵을 지킬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공주가 앞서 말한 '다리'가 등장하자 다리 이외의 부속물도 포함되어 있다는걸 일행은 모두 알수있었다. 그것은 살과 뼈로 이뤄진 생명체의 부속물로 인간 말로 하자면 '가사'라고 부를수있는 존재들이였다.
에밀리아와 20명의 기사.
그들은 시신과 피로 물들 다리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도열해서 마차를 맞이했다.
"위대한 스워드 마스터시여! 재회를 감사합니다!!!"
왠지, 세론은 에밀리아의 억양과 어투에서 가시가 돋혀있음을 직감했다. 또 그들의 의복과 말 그리고 여러 도구에서 '피의 흔적'을 찾을수있었다. 이에 세론은 분노했다.
"저 시신은 그대들의 짓인가?"
"그렇다면 어쩔래?"
갑작스런 반존칭에 세론은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그런만큼 상대를 주의깊게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에밀리아는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풍겨왔고, 무어라고 말할순없지만 '그림자가 짙다'라고 할까? 햇볕에 받아 드러난 신체부위를 제외하고 나머지 그림자 진 부분은 마치 물감으로 칠해놓은듯 단일한 색상에 가까웠다.
"나머지 기사들과 종자들은 어떻게 되었지?"
엘리자베스가 툭 튀어나오듯 물었다.
"하!! 검은 공주!! 아니 황가의 탈을 쓴 마녀!! 왜 내가 너따위 저주받은 존재에게 답해야 하지??"
폭언도 이런 폭언은 없었기에 엘리자베스는 얼굴빛마저 하예졌다.
"롤랑스 경!! 아둔 제국의 신하로서 그런 망발을 하다니!! 어서 공주께 사과를 표하고 물음에 답하시오!!"
놀랍게도 먼저 대응한거 마론이였다. 이제까지 보여준 모습에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근엄하며 엄한 신관의 기풍과 워엄서린 면모였다.
"하! 오리나의 개 군!!"
"무...뭐!? 이 발칙한!!"
세론은 최대한 조용히 검을 뽑았다.
본인도 거의 의식하지못한 자연스러운 행위였기에 엘리자베스와 마론은 미쳐 눈치채지 못했지만, 에밀리아 측은 확실히 볼수있었다.
"그래!! 스워드 마스터!! 그게 내가 바라는 거야!! 나머지 일행에 대해 물었나? 답해주지!! 그들은 쓰레기였어!! 바이런 나눠준 마검사가 되는 영약에도 견디지 못하고 괴물이 되어 죽여버렸지!! 바이런이 보호하던 주민을 우리에게 부탁했기에, 바이런의 바램대로 몬스터드링 그들에게 어떠한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해줬어!!! 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계곡을 진동할게 할정도의 미묘하면서도 강력한 웃음소리는 도저히 인간의 것이 아니였다. 세론은 그 낮설음 속에서도 특징적인 익숙함을 찾을수있었다.
"엘리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저건 이미 이간이라 볼수없어."
"세론..."
이유를 알수없는 강력한 전투의지가 샘솟는 세론이였다.
싸워야 한다, 이 싸움은 피할수없다. 라는 감각...
혹자는 '숙명'이니 운명적 대결론을 주장할지도 모르고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흑백이분범을 대의명분으로 제시할지도 모르겠지만, 세론은 그저 싸워야 한다는 본능적 인식만 있을뿐, 인간을 포함한 모든 짐승이 그렇듯이 싸울때는 싸워야 한다.
굳이 맹수가 아니더라도 초식동물마저 때로는 이유가 어떻든 서로가 죽을 각오를 하지 않았는데도 결과적으로 비장하고 장렬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세론은 용병이 된 이후 처음, 이 장소에서 그런 싸움이 벌어질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대개 이런 상황이 되면 세론은 상대의 힘과 지신의 상황을 파악해 우선 피하고 보는게 일반론이였지만, 이미 피할수없기에 저쪽 검이 스므자루가 넘는다는데서 발생되는 불리함은 완전히 잊어버리기로 했다.
게다가 이전과는 다르게 완전히 다른 기운이 감지된다. 이것마저 뭐라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였다.
"도망쳐라고 말하면 들어줄꺼야?"
"당신없이 무력한 제가 얼마나 버틸수있을까요?"
세론은 웃었다.
세론이 그러하듯, 마론도 신성모독에 관해 자신만의 전투의욕에 불타오른 모양이다.
"오리나여~! 저 어린 잡초에게 잠시 눈을 돌리소서 그대의 종이 잠시 따끔한 훈계를 하겠나이다!!"
"으하하하하하하하! 그래 이만큼 기다렸으면, 충분히 친절하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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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든 생각인데 우리의 여주인공께서는 청소년인데다가
가출에 폭력에 음주에....불량소녀의 모범을 너무 훌륭히 보이고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흠.....심각하군요. 제가 쓴 글이긴 합니다만 절대 청소년에게 권장 못하겠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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