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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도토리의 글방

양자역학 세계의 최고 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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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필도토리
작품등록일 :
2020.05.14 18:10
최근연재일 :
2020.06.18 13: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4,954
추천수 :
132
글자수 :
162,057

작성
20.05.20 10:00
조회
113
추천
3
글자
10쪽

#009 무덥던 여름 날

시즌 1은 40편까지입니다.




DUMMY

#009


땡그랑.


작은 딸랑이 소리.

한 여름의 무더움이 유난히 사람들을 때리는 날이었다.


편의점에 들어온 검정색 반팔을 입은 남자는 들어서면서부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머리는 땀에 젖어 축축해보였지만 의외로 땀이 흘러내리거나 하지는 않아 단정해보이는 느낌.


“더럽게 덥네.”


냉장고를 열어 “갈아만든 배”를 꺼내들었다.

얼굴에 살짝 대면서 순간 행복해보이는 미소를 보이더니 성큼성큼 카운터로 갔다.


“얼마에요?”


편의점 알바는 붉은 색 뿔테 안경너머로 무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반짝이는 눈을 가지고 있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답없이 그의 손에서 들고있던 “갈아만든 배”를 빼앗아 카운터로 올리고 찍혀있던 바코드에 기계같은 움직임으로 바코드기계를 대었다.


삑.

가격이 계산기에 찍혀나왔다.


그 남자는 뭔가 기분이 나쁜 표정을 짓더니 “갈아만든 배”를 다시 빼앗아 가져와서 얼굴에 가져다 대었다.


“아. 그냥 얼마라고 말하지. 굳이 ...”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투덜거리는 남자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붉은 색 뿔테 안경을 쓰고 머리는 뒤로 묶어올린 아가씨는 카운터를 작게 탁하고 쳤다.


“손님. 얼른 결제해주세요. 카드인가요? 카카오 페이인가요? 현금인가요?”


그제서야 남자는 그 여자의 눈을 볼 수 있었다.

안경 속의 그 눈은 좌우의 색이 다른 눈이었다.


왼쪽의 눈은 검은 색이었고 오른쪽의 눈은 약간 더 갈색의 눈이었다.


‘오드아이? 흔하지 않은 눈이네.’


그 남자는 이제야 카운터에 서있던 여자가 참 예쁘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 손님. 카드? 현금? 카카오페이? 얼른 말해주세요.”


그 아가씨는 예쁘장한 입으로 그에게 결제를 요구중이었다.


“현금이요.”

K는 주섬 주섬 호주머니에서 만원짜리를 하나 꺼내서 카운터에 놓았다.


“그리고 말보로 레드 하나, 부탁해요.”


카운터에 여자는 뒤로 돌아서 말보로 레드를 꺼내 다시 한번 그 특유의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삑하고 소리를 내며 바코드를 찍었다.


“5,600원입니다. 거스름돈은 4,400원이구요.”


촤라락.


가져간 만원짜리를 집어넣고 잔돈을 꺼내 카운터에 놓았다.


‘그 하얀 팔이 움직이는 각도가 참 예쁘구나’

K는 멍하니 그 움직이는 팔을 보고 있었다.


“손님. 좀 비켜주세요. 뒤 손님이 한참 기다리네요.”


“아. 죄송합니다.”


K는 깜짝놀라서 “갈아 만든 배”와 “말보로 레드”를 들고 얼른 카운터에서 빠져 나왔다.


딸랑.


다시 편의점에서 나온 K는 편의점 앞에 있는 작은 탁자 주변에 의자를 가져다 앉았다.

그리고 들고나온 갈아만든 배를 따서 기분좋게 한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wechat을 켰다.


“처리완료.”


능숙한 중국어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사진열기를 눌러서 방금 찍은 사진을 보냈다.

벽이 박살날 정도로 거칠게 흐트러진 방과 피를 잔뜩 흘리고 죽은 흑인의 시체 사진이었다.


사진 전송까지 완료한 K는 귀 뒤에 약간 튄 피를 슥하고 닦아내었다.

언제 튀었는지 몰랐다.

누군가 보진 않았을 것이다.

보통은 타인에게 관심 같은 건 없을 거니까.


말보로 레드를 꺼내 물고 녹색의 라이터로 붙을 붙였다.


이제 얼마 안남은 라이터의 가스를 보면서 나중에 라이터를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치익.


말보로 특유의 마른 종이에 붙이 붙는 소리가 나면서 담배연기가 흘러나왔다.

다시 갈아 만든 배를 한 모금 먹을 때 즈음 휴대폰에서 윙하는 진동이 들어왔다.


“확인완료. 입금 완료.”


중국어로 쓰여진 메시지는 참으로 짧았다.

그리고 K는 그 방을 빠져나왔고 그 친구에 대한 채팅 정보를 모두 삭제했다.


담배를 피우며 힐끔 쳐다보는 편의점의 유리문 사이로 그 아가씨의 옆모습이 보였다.


‘거참. 몸이 예쁜 아가씨네. 눈도 특이하고.;


K가 멍하니 그 유리문 사이를 보고있는 동안 BMW 한 대가 빵빵 거리며 멈춰섰다.


“어이. 얼른 타.”

머리를 길러 뒤로 질끈 묶은 남자가 K를 불렀다.


담배를 꼬나문채 운전석 옆에 앉은 K는 여전히 편의점 유리문 사이를 보고있었다.

거 참 아름다운 기계적인 손놀림이네...하면서.


“아놔. 차에서 담배 좀 피지말지?”


“시끄러. 맨날 하는 소리 듣기 싫거든. 그리고 어차피 난 네 말 안듣자나.”


“으이구. 쌍놈의 시키!”


BMW는 빠르게 출발하며 사거리를 지나서 빠르게 달려갔다.


담배를 다 피우고 창 밖으로 튕겨내고 나서 K는 그제서야 옆 자리 운전하는 친구를 쳐다보았다.


“응? 근데 방금 내가 나완 편의점이 뭐였지? CU? GS25? ”


“몰라, 새꺄. 담배나 차에서 쳐 피지마. "


K는 후회했다.

편의점 이름이나 외워둘걸.

다음에 오면 또 가야하는데...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2016년 7월25일 약 한시간 전. 방한한 콩고의 대통령 아들이 살해당했습니다. 속보입니다. 한국에 중국마약을 가지고 들어온 혐의를 받고 있던 콩고의 대통령 아들이 살해당헸습니다.“


조용한 침묵이 흐르던 BMW에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담배연기가 흘러나왔다.


“아. 이 새끼... 일을 성공했으니 용서해줄게.”


“뭔 개소리야. 통장에 돈 꽂힌거 아니까 용서해주는거지.”


“아..새끼. 그냥 맘껏 펴라.. 그 놈의 담배..ㅎㅎㅎ”


“그래. 맘껏 필게.."


무더운 여름.

그들이 떠난 한 낮의 건국대 입구 건대 병원 근처.

시끌시끌한 경찰차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죽은 콩고 대통령의 아들이 있던 곳이다.


한국에서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서 비상이 걸렸다.



********주석**********

'오드 아이'(영어: odd-eye)


눈이 짝짝이라는 뜻이며, 보통 양쪽 눈 색깔이 다를 때 쓰인다.

의학적으로는 홍채 세포의 DNA 이상으로 멜라닌 색소 농도 차이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과다색소침착과 과소색소침착에서 비롯된다. 선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96%이며 주로 코카서스 혈통에서 나타난다.

후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외상이나 녹내장 치료를 위한 약물 치료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이런 경우는 실명할 위험이 있다.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에게는 자주 일어나지 않는 현상.


*****************


강물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한 여름의 강은 참 묘한 냄새가 난다.


비가 많이 온 이후는 바다 같은 비린 냄새가 난다.

비가 오지 않는 날들은 꼬마 남자들의 땀 냄새 같은 냄새가 난다.


서울을 살짝 지나 양평과 가평을 넘어 가는 숲 속의 작은 집.


조금만 걸어가면 강과 닿아있다.

여름엔 시원하지만, 날벌레들이 많아서 언제나 타닥 타닥하고 날아다닌다.

그 날벌레가 전기에 지져지는 소리가 난다.


그 소리가 싫지 않은 것이 한 여름의 즐거움.


아침이 지나 점심으로 가는 시간.


이제야 일어났는지 지뿌둥한 얼굴의 K는 기다란 평상에 누워서 한 손에는 작은 칼을 들고 손가락위로 빙빙 돌리고 있었다.


“이봐! K! 여기 시원한 냉커피 나간다!”

“그냥 조용히 들고와서 내 앞에 딱 놓아두면 넌 참 멋진 놈일텐다 말야.”


“그런 소리 안하고 가만히 받아서 고마워하고 웃으면서 마시면 너도 멋진 놈일텐데말야.”


머리를 질끈 묶은 외국인 사내는 투덜거리면서 올라왔다.

두 개의 큰 컵에 얼음이 둥둥 떠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달짝한 믹스커피 한 잔을 들고 왔다.


지난번 BMW를 몰고 있던 입이 걸쭉한 친구.

스티브라는 이름을 가진 킬러의 도우미.


보통의 킬러들은 한 명으로 움직이지 못 한다.

누군가가 그의 뒤를 봐줘야 한다.


2인1조의 킬러 세계.



“자. 여기 있어. ”

“역시 커피는 믹스지.:


스티브는 웃음을 터뜨린다.


“우리 꼰대 같은 소리만 하는구나. 쯧쯧.”

“너네 꼰대는 그래도 멋쟁이 미국 시민이기라도 하시지.”


스티브는 커피를 마시면서 고개를 끄덕 거렸다.


“그건 그러네. 우리 꼰대 덕분에 이렇게 너랑 편하게 살고있는거긴 하지.”


K는 슥 웃으면서 왼 손을 쭉 뻗어 평상에 있는 말보로 레드를 잡았다.


치익.


후.


“우리 진짜 편하게 사는거니?”

“아니. 시발. 존나 빡세게 사는거지.”


“그러게 말이다. 그러니 편하니 마니 이런 소리 하지말자.”


K는 연기를 후하고 뿜으며 믹스커피 한 입을 삼켰다.

그리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달콤한 믹스 커피의 맛이 혀에서 느껴진다.


“그리웠어. 미국에선 이런 커피 맛이 없단 말야.”

“너도 참. 질긴 놈이다. 한국에 오랜만에 돌아와서는 믹스커피부터 찾으니...”


“공항으로 들어오자마자 첫 타겟을 잡고 돌아서는데, 이 녀석이 얼마나 땡기는지...”

“아이고. FBI 공인 킬러님. 대단하셨네요.”


머리를 질끈 묶은 스티브도 등을 강가 쪽 기둥에 기대었다.

그는 K를 바라보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번 삼켰다.


“뭐 그것도 작년에 은퇴하고 지금은 우리 프리잖아.”

“K. 우리 조직에 들어가야하지 않을까? 가끔은 두려워.”


k는 스티브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한다.


“스티브. 그런 소리하지마. 우리 하고 싶은 일만 골라가면서 살자. 그래도 충분히 먹고 살만 하잖아.“


K는 다 피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면서 믹스커피를 길게 쭉 마셨다.


“하긴. 어제 건만 해도 왠만한 회사원들 몇 년 수입은 될테니까 말야.”


“그러니까. 욕심은 과할수록 독이 되는거야. 알잖아? ”

K는 다시 평상에 드러누워서 하늘을 바라다 보았다.


‘뭘까. 그 여자 말이야.’


K는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검색하기 시작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좋겠네요~


작가의말

새로운 이야기죠?
놀라지 마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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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9 무덥던 여름 날 +2 20.05.20 114 3 10쪽
8 #008 세 번째 던젼 20.05.19 128 3 9쪽
7 #007 두 번째 던젼 +2 20.05.18 137 3 8쪽
6 #006 첫 번째 던젼 +1 20.05.17 156 3 12쪽
5 #005 바벨탑 숨겨진 벽화 +3 20.05.16 172 4 9쪽
4 #004 켄시로 별의 바벨탑 20.05.15 201 3 14쪽
3 #003 켄시로 별의 첫 걸음 +2 20.05.14 259 3 10쪽
2 #002 캠트레일의 기억 20.05.14 384 4 10쪽
1 #001 해바라기와 K +6 20.05.14 945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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