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신목사 서재

연성하는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숙성연어
작품등록일 :
2023.12.31 14:05
최근연재일 :
2024.02.13 12:2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186
추천수 :
153
글자수 :
211,759

작성
24.01.20 20:05
조회
279
추천
6
글자
13쪽

7화 : 사기꾼 (4)

DUMMY

7화 : 사기꾼 (4)



“안 됩니다.”


네크레스는 레이의 요청을 단번에 묵살했다.


“삼공자와 제가 한 약속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자신의 몸을 지킬 수준을 증명하면 설원을 탐색할 수 있게 한다고 한 것. 하지만 여기 있는 프렌과의 대련에서 지셨죠.”


중무장한 수색대장 프렌은 레이에게 눈빛을 보냈다. 마치 언제든 덤비라는 기세가 담겨 있었다.


“두 번째 약속, 아. 내기였죠? 냉기 저항 포션을 만든다면 창고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해드리겠다고. 그 약속은 바로 지키겠습니다. 허가증을 내드릴테니 창고 관리인에게 말씀하시고 자유롭게 쓰십시오. 단.”


“단?”


“수색대가 돌아와서 냉기 저항 포션 효과가 정말 있었다고 보고해야만 합니다. 지금 잠깐 따뜻한 건지, 72시간 약효가 있었는지 확인은 필요하니까요.”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네크레스 경조차 지금 덥지 않소? 땀을 흘리고 있는데. 3일 내내 더울테니 참고하시오.”


“······!”


네크레스는 깜짝 놀라며 얼굴에서 떨어지는 땀을 훔쳤다.


“조언 감사합니다. 어쨌든, 제가 약속을 지켰듯 삼공자께서도 약속을 지키시지요.”


“알겠소.”


저벅, 저벅.


레이가 대답하는 순간, 홀에는 병사 다섯 명이 큰 짐을 진 채 다가오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오는 것과 동시에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기기 시작했다.


“으음. 이게 무슨 냄새요?”


“잠시만요. 프렌! 나머지 다섯 명에게도 냉기 저항 포션을 복용하게 하고, 당장 출발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새로 나타난 병사 다섯이 포션을 먹는 순간에도 홀은 악취가 계속해서 심해졌다. 짐에서 나는 냄새가 분명했다.


“오, 이게 뭡니까? 몸이 따뜻해 졌는데?”

“이걸 먹으면 3일 동안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는데?”

“그런 게 있다고? 진짜 따뜻하긴 한데···.”

“근데 이걸 누가 구해왔답니까? 예? 삼공자 신병이 만들었다고요?”

“털나고 이런 건 또 처음 먹습니다요. 신기하네.”


포션을 마신 병사들의 호들갑이 잠깐 이어졌다.


“잡담은 그만! 중대한 작전을 앞두고 긴장감을 풀지 말도록. 프렌! 당장 출발하라.”


“예, 알겠습니다!”


저벅, 저벅.


총 여덟 명의 사내가 홀에서 떠나자 악취 또한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네크레스 경. 아까 그건 도대체 뭐요? 냄새가 어마어마 하던데.”


“아, 설인 똥입니다.”


“설인 똥?”


“예. 샤벨 타이거가 제일 기피하는 녀석이죠. 수색대가 나가서 하는 작전이 설인 똥을 주변에 촘촘히 설치하는 작업입니다.”


“설인 똥으로 냄새 바리케이트를 설원에 설치한단 말이로군.”


“그렇죠. 작전 도중 설인 똥냄새가 사라지는 대원이 있으면 굉장히 위험해지는 작전이기도 합니다. 워낙 코가 좋은 샤벨 타이거가 알아차리고 습격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3일동안 설인 똥냄새를 달고, 똥을 운반해서 뿌리고, 다시 돌아오는 작전이란 말이오? 만약 내가 갔다면 나 또한 똥냄새 속에서 지내야 했을 테고?”


“아쉬우십니까?”


네크레스는 그제야 심각했던 표정을 풀고 웃는 기색으로 물었다. 눈은 전혀 웃지 않는데 입만 웃는 모습이 꽤나 섬뜩했다.


“으음, 더 이상 참여시켜 달라고 하지 않겠소. 대신, 약속대로 프린턴을 이기면 수색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시오.”


“프렌입니다. 아 참, 경계 인원이 줄어서 말입니다.”


“음?”


“당장 경계 근무에 투입하십시오. 레이 세이첸 경계병.”


네크레스는 또 다시 이상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어떻게 해야 프랑스를 이길 수 있을까?’


경계 근무를 설 때에도, 설원의 처음보는 식생들을 보면서도, 추가적인 냉기 저항 포션을 연성할 때에도.


계속해서 똑같은 질문을 하고 답했다.


당장에라도 설원에 나가 새로운 재료들을 취하고, 연금술 연구에 빠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프라이팬이 돌아오려면 아직 하루를 더 기다려야 했고, 당장 대련한다고 이긴다는 보장 또한 없었다.


‘하지만 답은 간단하지.’


첫째, 블루 리지 포션의 약효를 더 발전시켜 만들 것. 최소한 지속시간이 끝나서 또 얻어맞는 불상사는 없어야 했다.


그렇기에 재료 수급이 먼저였다.


“오셨습니까, 삼공자님?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째 얼굴이 더 좋아진 것 같소? 좋은 일이라도 있소?”


다시 만난 창고 관리인은 누가 봐도 티날 정도로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다 삼공자님 덕분 아니겠습니까? 요즘 절 보러 오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어서요.”


“왜 그렇소?”


“삼공자님께서 만든 냉기 저항 포션이 요즘 화두입니다. 다들 한 병이라도 먹을 수 있을까 해서 찾아오고 있죠. 병사들만 그런게 아니고, 주민들에게도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아, 내가 만든 포션도 관리하느라 바쁘시겠군.”


“어휴, 기분 좋게 바쁩니다요. 전에는 먼지나 닦는 사람으로 알던 이들도 제게 허리를 어찌나 굽히는지.”


창고 관리인의 어깨가 꽤나 올라가 있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니 나도 좋군. 그래서 말인데, 내가 부탁한 재료들은 수급이 잘 됐소?”


“이쪽으로 오시지요.”


손수레에 큰 상자를 쌓아두었는데, 관리인은 그 중 하나를 열어 레이에게 보여주었다.


손질된 푸른색의 덩어리 뿌리들이 가득했다.


“정말 블루 리지의 뿌리를 이렇게 많이 준비할 줄이야. 내심 놀랐소.”


“이것도 삼공자님 덕분입니다. 냉기 저항 포션 좀 준다고 하니까 다들 엄청 열심히 작업해서 가져왔거든요. 그 덕에 주민들한테 삼공자님의 인기가 만점입니다.”


“다들 내가 만들었다는 걸 안단 말이오?”


“저번에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연금술로 만든다는 걸 소문내라고. 근데 아마 사람들은 삼공자님만 기억하지, 연금술을 기억하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다들 연금술 자체가 뭔지 잘 모르니까요.”


관리인은 전임자에게 인수인계 받았기에 자신만 자세히 알 뿐, 다들 모를거라고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혹시 이것 외에도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저번에 말했던 황금여명회 있잖소.”


“아, 예.”


“혹시 더 들리는 소문이나 아는 게 있으면 전해주시오.”


“예, 마을 사람들에게도 수소문해 보겠습니다.”


“근데 말이오. 그 경랑강화제가 왜 대단하다는 것이오?”


“글리우텐에 왔던 행상인에게 들은 이야기라 신빙성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여기 북부와는 좀 관련없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그건 알겠으니 말해보시오.”


“왜 중부지역에서 남부까지 이어지는 미라인 강 있잖습니까. 그 긴 강의 해운을 독점하다시피 한 미라클 길드의 선박이 강한 이유가 경량강화제 때문이랍니다. 그 상인 말에 따르면요.”


“연금술로 만든 경량강화제로 목재를 강화시키고, 그 목재로 선박을 만들어서 그렇단 말이오?”


“예. 그 상인이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미라클 길드에 대한 이야기는 워낙 많습니다. 창립자가 남부의 시골도시부터 시작해 중남부 지역을 돈으로 휘두르는 초대형 길드로 성장한 일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곤 했으니까요. 황금여명회도 그런 상상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소? 나는 몰랐군. 근데 남부 시골도시는 어디인지 아시오?”


레이는 미라클인지 뭔지 관심이 없었지만, 남부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생겼다.


어쨌든 연금술 그랜드마스터로 살았던 전생은 남부인의 삶이었으니까.


“정확히 따지면 시골은 옛날 말이죠. 길드 본부도 생기고, 엄청난 대도시로 성장한 브리함이니까요.”


“브리함······? 대도시로 성장했다고?”


“예. 오죽하면 브리함에 없는 물건은 세상에 없다. 이런 말도 있잖습니까? 온갖 무역과 날마다 새로운 물건이 생기는 곳이니까요.”


“그렇군. 정보 고맙소. 냉기 저항 포션은 내 꾸준히 만들어서 주겠소.”


“감사합니다, 삼공자님!”


창고 관리인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레이는 그의 인사를 받으며 창고를 떠나면서도 마음 속에 의문이 자리잡았다.


‘브리함은 내가 죽었던 마을인데.’


자신이 죽고 나서 150년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는 사회적인 존재다.


당장 레이만 해도 그랬다. 포션을 무시하던 네크레스의 말이 자꾸만 마음에 남았다.


후욱, 후욱.


방에서 홀로 수련을 한다.


포션만 의지하지 말라는 말은 귀담아 들을 말이 아니었지만, 최소한 근육을 단련하고 수련하라는 말은 정설이었다.


휙! 휙!


글리우텐 창고에서 받아든 진검을 휘두른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간단한 동작.


휭! 휭!


수련은 고되면서도 아주 간단한 작업이다. 단순 반복. 같은 행위를 반복함으로 몸에 각인시키는 일이다.


검을 들어 올리고, 내려칠 때마다 땀이 떨어진다.


눈보라가 치는 추운 날씨이긴 했지만, 방 안은 계속해서 끓고 있는 무쇠 솥 덕분에 상대적으로 따듯하긴 했다.


계속해서 파란 포션과 냉기 저항 포션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성 작업을 하고 있었고.


레이는 연성 작업에 여유가 생길 때마다 검을 휘둘렀다.


훙! 훙!


화이트 팽 제 1식.


늑대가 사냥감을 무너뜨리기 위해 먼저 다리든 팔이든 송곳니로 물고 늘어지는 것처럼.


강한 내려치기로 상대의 중심을 흐트리고, 올려치기로 무장을 해제시키는 검로가 1식이였다.


일명, 윗송곳니와 아랫송곳니.


하지만 레이는 그 중에서도 윗송곳니, 그러니까 내려치기만 먼저 숙달 될 때까지 반복했다.


“후우우···.”


근육은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고, 심장은 소리가 들릴만큼 쿵쾅거리며 뛰었다.


“후후후···.”


심장이 뛴다. 그것도 잘.


이것만 해도 얼마나 기쁜 일인가.


심장병으로 죽을까봐 전전긍긍하던 나날들이 어렴풋이 지나갔다.


“후우.”


레이는 머리를 다시 비우고, 만들어 둔 블루 리지 포션을 먹었다. 꿀꺽!


마나가 용솟음치며 심장 주위의 원을 만드는 것이 느껴졌다. 1서클 마나유저의 경지.


“다시.”


1식을 마무리하려면 올려치기까지 몸에 익어야 한다.


화이트 팽의 검로는 단순무식하면서 효율적인 것에 그 파괴적인 성능이 있었다.


물론, 이것 또한 전 육체 주인이 9살 전까지 배운 수준이 다이긴 했다.


기억도 완전하게 나는 것은 아니었던 터라,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더듬듯 천천히 기억을 회복하며 수련하는 중이었다.


‘네크레스 경에게 검술을 가르쳐 달라고 하면 알려주려나.’


자신의 아버지인 북부대공에게 검술도 하사받았으니 화이트 팽을 조금이라도 알려줄 수 있을 터.


훅, 훅!


다시 생각을 비우고 검을 들었다. 내려치기로 가상의 적에게 검을 휘두른다.


만약 상대가 막아내면 반동을 줘서 칼을 한바퀴 아래로 돌리면서 올려친다.


막아내지 못한다면? 무너진 상대의 자세에 올려치기로 무장을 해제시키거나, 아니면 그대로 치명상을 주면 된다.


훙! 훙!


땀이 비오듯 떨어지고, 숨소리도 비명에 가까운 수준으로 헐떡이던 순간.


몸이 도리어 가벼워졌다.


이제는 내려치기를 할 때에도, 올려치기를 할 때에도 물흐르듯 몸이 자연스레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검로가 보였다.


어디로 검을 휘둘러야 하는지, 어느 방향을 염두에 두고 힘을 써야 하는지.


레이는 그 순간에도 검을 계속 휘둘렀다.


몇 시간을 휘둘렀을까.


준비했던 재료마저 다 쓸 만큼 포션 연성 작업을 끝냈다. 그럼에도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예전부터 무언가에 몰입하면 쉽게 나오지 않는 편이었으니까.


뚝, 뚝.


“아. 피네.”


손바닥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단시간에 급격하게 휘두른 검 때문에 굳은살이 생기기도 전에 물집이 나고 터져버린 것.


“하아아···. 생각 외로 재밌는데?”


빨간 포션을 먹고 상처가 아무는 것을 기다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더 검을 휘두르기 어려워 보였지만.


그래도 깨달음이 있었다.


내려치기가 가장 강력하니 내려찍는 것이고. 이후에 상대의 반응에 따라 효과적인 올려치기로 연이어 공격하는 것이 화이트팽 1식의 핵심이었다.


결국 상대를 무력화 시키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검술이었다.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식을 취하는 것이 화이트 팽이니, 제국 보병 검술이니 그런 것들이리라.


습관적으로 생각이 검술에서 연금술로 이어졌다.


연금술의 목적은 무엇인가?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만들어내는 모든 것. 진리의 문에 다다르기 위한 온갖 학문의 집합체.


그것이 연금술이었다.


그러니 연성하는 모든 것은 효과적이어야 한다. 검술이 그러하듯.


늑대의 송곳니를 연상시키는 것이 화이트 팽의 검술이라지만, 결국엔 상대를 무찌르는 게 목적인 것처럼.


그렇다면 연금술이 꼭 반드시 포션 제조에 국한될 필요는 없었다.


과거에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때문에 엘릭서에 집착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럼 지금 당장 필요하고,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건 뭘까?


휘이잉.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똥냄새가 났다. 익숙한 냄새로 보아 수색대가 가져간 설인의 똥이 분명했다.


그러다 불현듯 괴상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설인 똥냄새 향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성하는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7화 : 사기꾼 (4) 24.01.20 280 6 13쪽
6 6화 : 사기꾼 (3) 24.01.19 278 7 12쪽
5 5화 : 사기꾼 (2) 24.01.18 299 6 14쪽
4 4화 : 사기꾼 (1) 24.01.17 356 6 13쪽
3 3화 : 북부대공의 막내공자 (3) 24.01.16 358 6 14쪽
2 2화 : 북부대공의 막내공자 (2) +1 24.01.16 380 6 13쪽
1 1화 : 북부대공의 막내공자 (1) 24.01.16 498 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