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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 서재

연성하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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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연어
작품등록일 :
2023.12.31 14:05
최근연재일 :
2024.02.13 12:2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187
추천수 :
153
글자수 :
211,759

작성
24.01.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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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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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4쪽

5화 : 사기꾼 (2)

DUMMY

5화 : 사기꾼 (2)



“공자님! 같이 좀 가요!”


데미가 헉헉대며 따라오고 있었다. 절뚝이는 녀석의 발걸음을 보자니 자연스레 안쓰러워졌다.


“미안하다. 빨리 내 아이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그랬으니.”


“약초를 아이라 하신 거죠?”


“그럼 내게 숨겨진 아이가 있겠느냐?”


“아닙니다. 가시죠. 근데 공자님께서는 화도 안나신답니까?”


“무슨 화?”


“네크레스 경이 말했잖아요. 다음부터는 상급자 대우를 하고, 경례를 하라고.”


“그게 왜 화날 일이란 말이더냐? 어차피 내기는 내가 이길테고.”


“아니요! 내기를 이기든 말든, 어쨌든 공자님에게 경례를 받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결국 네크레스 경은 기사 아닙니까? 기사가 주군의 아드님께 경례를 받는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으흠. 그런가.”


레이는 격분하며 따라오는 데미의 말을 대충 넘겨들었다.


데미는 레이의 반응이 시큰둥하자 계속해서 레이가 화내야 할 이유를 나열하기 시작했다.


“이건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거라고요! 마치 제가 공자님께 하대하고 무시하는 거랑 비슷한 수준의···.”


“알겠다, 알겠으니 그만 하거라.”


“전혀 아신 것 같은 얼굴이 아니신데요. 마치 딴 사람 같으세요. 연금술이니 약초니 뭐니. 요즘 충격적인 일이 너무 많긴 했지만···.”


“크흠. 여기가 창고 아니더냐? 일단 들어가자꾸나.”


레이는 데미의 눈빛을 피하며 시선을 돌렸다. 글리우텐까지 오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핑계가 슬슬 먹히지 않는 느낌이었다.


9살부터 17살까지 총 8년이나 함께한 시종이니, 이상함을 느낄 게 당연했다.


“벌써 오셨습니까? 네크레스 경의 허락은요?”


“여깄소. 당장 문을 여시오.”


레이는 창고 관리인의 질문에 당당하게 네클레스의 허가증을 건넸다.


“엥? 이건 진짠데. 어떻게 이리 빨리 허가를 받아 오셨습니까? 우리집 마누라보다 더 깐깐한 분이신데.”


창고 관리인은 도통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안내나 하시게. 필요한 약초들이 꽤나 있으니.”


“아, 예. 이 쪽으로 오시지요.”



***



창고는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레이와 데미가 들어선 창고는 소비재 창고로 온갖 물건들이 있는 곳이었다.


“여기가 약재 관리실입니다.”


“흐음. 이 냄새. 관리를 꽤나 잘 하나 보오.”


창고 특유의 꿉꿉한 먼지 내음이 나지 않았다.


“별말씀을. 밀리엘 사제님이 오시지 않는 마을이기 때문에 약재들은 제가 더 신경을 쓰는 편이죠.”


창고 관리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드르륵.


미닫이 문을 열자 크지 않은 방이 나타났다. 그 안에는 좌우로 수납공간이 있었고, 여러 상자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오, 바로 여기에 있구나.”


[에픽팔린]


큰 상자 아래에는 꼼꼼하게 쓴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상자 안에는 붉은색의 말린 에픽팔린 잎이 한가득이었다.


“이것부터 시작해서 내가 몇 가지 약초를 좀 가져갈테니 그리 아시오.”


“약초학에 조예가 있으십니까? 에픽팔린이 무슨 약초인지는 아시는 거죠?”


창고 관리인은 아직까지도 미더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알다마다. 에픽팔린의 뿌리를 달여서 마시면 원기 회복에 도움이 되지. 뭐, 난 잎을 쓰려고 왔지만. 그것 뿐이겠소? 여기 이 두 가지도 내어 주시오.”


레이가 다른 약초 두 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시코닌, 그롬웰까지. 뭐하려고 가져가시려는 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딱 보면 모르겠소? 간단한 회복 포션을 연성하려고 하오.”


“연성? 연금술 말입니까?”


창고 관리인은 미간을 더 찡그리며 물었다.


“왜 그러시오. 혹시 전임자가 사기꾼 연금술사 때문에 창고가 거덜났다고 인수인계라도 했소?”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아니, 그걸 아는 공자님께서 갑자기 나타나서 연금술을 한다고 하시면, 제가 어찌 이걸 내드리겠습니까?”


팔랑.


레이는 대답 대신 허가증을 다시 내보여줬다.


“내기를 했소. 네크레스 경이랑. 내가 연금술로 추위를 이겨낼 포션을 만들어내면 창고에 있는 어떤 것들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해 준다고.”


“추위를 이겨낸다고요?”


레이는 이번에도 대답 대신 다른 상자 하나를 가리켰다.


“차유 말입니까? 함부로 내어드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약으로 쓸만한 녀석도 아니고요.”


“차유 뿌리와 열매를 따로 보관한 것만 봐도 알겠소. 당신이 각종 약초와 재료 관리법을 섭렵했다는 걸. 그러니 주시오. 요긴하게 쓸 테니.”


“공자님이야 말로 어떻게 써야 하는 지 아시는 게 맞으십니까? 이건 잘못 쓰면 독이 되는 겁니다. 온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개거품을 물고 쓰러질 수 있습니다.”


창고 관리인은 자뭇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차유 열매를 생으로 먹었을 때 이야기지. 나는 기름을 짜서 사용할 테니 걱정 마시게. 이렇게 따로 보관한 걸 보니 사용방법도 알고 있어서 이렇게 한 게 아니었나?”


“······.”


“날 테스트 했군?”


“혹시나 아무것도 모르는 공자님께서 먹고 큰일나실까봐 걱정한 것으로 생각해 주시지요.”


창고 관리인의 미간이 조금 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말썽쟁이 소년을 보는 눈빛은 사라지고 조금은 인정하는 눈치였다.


“이렇게 정성껏 약초 관리를 하고 있었으니 그 정도의 불충은 내가 이해하고 넘어가겠소. 그만큼 내 아이들에게 진심이라는 뜻일 테니까.”


“예?”


“아, 이제 내가 마음껏 쓸 테니까 내 아이들이 맞잖소?”


“······?”


창고 관리인의 미간이 다시 찡그려졌다. 마치 내가 관리하는데 이게 왜 니 아이들이냐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한 표정이었다.


“하여튼 잘 부탁하오.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될 테니. 아! 내가 연금술로 이번 겨울을 이겨낼 포션을 만들 거라고 온 동네방네 소문내도 괜찮소.”


레이는 창고 관리인의 어깨를 두들겨 준 다음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연금술사가 사기꾼이라는 인식이 있는 마을이라면 자신이 바꾸면 그만 아닌가.


‘그래야 마음껏 포션을 만들지. 연구도 겸사겸사 하고.’


“잠깐만요!”


창고를 떠나려던 레이를 관리인이 붙잡았다.


“왜 그러시오?”


“혹시, 황금여명회 소속이십니까?”


“그게 뭐요?”


“왜, 있잖습니까. 전설의 연금술사 집단.”


“연금술사 집단이 있다고? 자세히 말해 보시오.”


레이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그 동안 연금술에 대해 눈치껏 물어볼 땐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연금술사들이 있단 말인가?


“저도 떠도는 소문을 들은 거라 자세히 아는 건 아닙니다. 그저 상상하지 못한 것들을 만들어내는 전설적인 수준의 세 연금술사가 만든 집단이라 들었습니다.”


“그렇소? 나는 금시초문인데.”


“저도 말도 안되는 헛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들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했죠. 연금술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이 세상에 전설이니 뭐니 이런게 믿기겠습니까?”


“무엇 때문에 허무맹랑한 소리라는 것이오?”


“아니, 글쎄. 경량강화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아닙니까? 이걸 선박을 건조하기 위한 목재에 바르면 더 가볍고, 더 단단해진다 합니다. 이게 말이나 된답니까? 단단해지면 무거워지기 마련인데. 그래서 그냥 망상에 빠진 헛소리라 치부했죠.”


창고 관리인은 이내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근데 삼공자께서는 뭔가 좀 다르신 것 같습니다. 확신에 가득찬 눈빛에, 약초를 다 알아보시는 안목까지. 혹여나 제가 심기를 어지럽히게 대했다면 죄송합니다. 허가증도 받으셨으니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절 찾으시면 됩니다. 하지만.”


“하지만?”


“네크레스 경과 약속하신 대로 추위를 이겨낼 포션을 꼭 만드셔야만 합니다. 글리우텐의 한겨울은 상상 이상입니다.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는 순간이니까요. 만드시기만 한다면 관리인에 불과하지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최대한 돕겠습니다.”


“으음, 알겠소.”


레이는 창고 관리인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가 영 어색해서 자리를 떴다.


누군가가 자신을 지지한다는 모습은 전생 이후로 처음이기에 가슴이 간지럽기도 했다.


하마터면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지 못할 뻔 했는데, 데미의 도움으로 겨우 돌아올 수 있었다.


‘황금여명회는 정말 처음 듣는데. 근데 경량강화제라면···.’


자신이 연금술에 갓 입문하고 초보 수준일 때 만들었던 레시피 아닌가. 물론 당시에 사람들은 레시피를 보고 따라하더니 중급 수준인데 초보가 만들었다며 호들갑 떨긴 했었다.


왜 전설 수준이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레이의 관심은 금세 식었다. 당장 회복 포션을 연성하는 것이 먼저였다.



**



냉기 저항 포션을 중대하게 생각했는지 네크레스 경은 레이의 경계 근무를 빼 주었다.


원리원칙을 항상 따지는 네크레스에게는 엄청난 일이었지만, 레이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사아악, 사아악.


관심은 오로지 두꺼운 무쇠 솥에 가 있었다. 창고에서 가져온 약초들을 잘 배합해서 약한 불로 졸여내고 있었다.


사아악, 사아악.


시계 방향으로 12번을 돌리고, 반시계 방향으로 11번을 돌린다. 다시 반복한다.


횟수를 신경쓰면서 휘젓다보면 어깨도 뻐근하고, 땀이 새어 나오지만 시간은 금방 흐른다.


손을 싹싹 비는 대신 휘저으며 에테르를 불어넣는 과정이기도 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으음!”


하늘에서 무형의 힘, 에테르가 내려오며 무쇠 솥에 만연해졌다. 보이지는 않지만 레이는 에테르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근데 전보다 에테르가 잘 안느껴지는 것 같은데···. 북부라서 그런가?’


연성이 끝난 무쇠 솥 안에는 핏빛에 가까운 붉은색 액체가 가득했다. 연성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일명, 빨간 포션.


레이는 창고에서 잔뜩 가져온 유리병 하나에 빨간 포션을 담았다. 유리병 안에 찰랑이는 붉은색이 요염하게 자신을 유혹하는 느낌이었다.


마치, 당장 먹어달라는 듯이.


“오냐, 오냐. 바로 먹으마.”


꿀꺽!


레이는 자신이 만든 포션을 먹자마자 제대로 만들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프링클인지 뭐시기한테 두들겨 맞았던 부위들에서 느껴지던 고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저기,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후후. 당연하지. 이 몸을 뭘로 보는거냐.”


“그게, 으음···. 아닙니다.”


데미는 레이를 오래간 섬겼던 경력자답게 속마음을 입밖으로 내지 않았다.


혼잣말 하며 빨간 물을 먹는 모습이 미친놈처럼 보인다고 말할 수 없는 법.


“이것도 문제 없겠군.”


포션 두 가지를 연성하기 위해 새로운 화로를 만들어 두었고, 그 곳에는 끈적한 하얀 액체가 가득한 무쇠 솥이 걸려 있었다.


“데미야. 유리병을 준비해라. 다 담아서 네크레스 경한테 보여줘야 겠다.”


“예, 알겠어요.”


데미는 다리를 절뚝이긴 했어도 유리병을 옮기는 과정에서 쏟거나 흔들거리지 않았다.


하지만.


“에, 엣취!”


쨍그랑!


“엇. 죄, 죄송합니다! 공자님.”


절뚝이는 다리 때문이 아니라 감기라도 걸렸는지 재채기에 서너개의 유리병이 깨졌다.


“그럴 수도 있지. 어디 다친 데는 없느냐?”


“지금 제가 다쳤는지 물어보신 건가요?”


“그래. 괜찮은 거냐?”


“예, 예! 그럼요.”


데미는 깨진 유리병 파편을 빠르게 치우면서 당혹감을 숨겼다. 공자님께서 자신이 다쳤는지 상냥하게 물어보다니?


“그런데 이 포션이 그 냉기저항 포션인가요?”


데미가 하얀 액체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래. 정확한 이름은 파이저(Pfizer)다.”


사시사철 눈에 반사된 햇빛과 냉기를 담아 아랫면이 흰색인 풀잎의 파이저. 그 풀잎이 주된 재료였고, 다행스럽게도 창고에 말린 파이저 잎이 가득했다.


“화이자요?”


“뭐, 맘대로 불러라. 시험삼아 너도 먹어보겠느냐?”


레이는 데미의 북부 발음에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효능만 잘 든다면 이름이야 큰 상관 없었으니까.


“제, 제가 말입니까?”


데미는 그럼 그렇지, 하는 마음을 재주껏 다시 숨겼다. 친절하게 대한 건 실험을 위한 포석이었으리라.


“어서.”


“이름부터 뭔가 불안한데···. 혹시 부작용 있고 그런거 아닙니까?”


레이가 대답없이 지켜보자, 데미는 두 눈을 감고 하얀 액체를 꿀꺽 삼켰다.


“어?”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추워서 재채기가 나왔는데, 오히려 후끈한 방에 들어온 것처럼 몸이 훈훈함을 느꼈다.


“진짜 온 몸이 따뜻해졌어요!”


“그럼. 누가 만든 포션인데. 빨리 담거라. 바로 네크레스 경에게 보여줄 거니까.”


“예, 알겠습니다!”


데미는 자신이 만든 것도 아니지만 괜시리 들뜬 마음으로 포션을 담은 유리병들을 챙겼다.



***



네크레스는 집무실에 있지 않았다.


집무실까지 찾아갈 것도 없이 근무 교대와 보고를 하는 첨탑 홀에 수많은 병사들과 함께 있었다.


“그게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이 분변이나 발자국을 보면 확실합니다. 샤벨 타이거입니다.”


수색대장 프렌이 네크레스에게 주머니를 내밀며 보고하고 있었다.


“하아. 올해는 무사히 지나가나 싶었는데. 수색작전을 개시한다. 수색대는 지금 당장 작전에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하라. 반드시 72시간을 넘어서지 않게 수색대장이 작전계획을 잘 짜도록.”


“예, 알겠습니다!”


프렌은 네크레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경례하며 대답했다.


“무슨 일이오?”


레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물었다.


“삼공자 오셨습니까? 그건 또 뭡니까?”


네크레스는 데미가 들고 온 유리병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창고 자유 이용권이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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