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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연어
작품등록일 :
2023.12.31 14:05
최근연재일 :
2024.02.13 12:2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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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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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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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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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화 : 사기꾼 (3)

DUMMY

6화 : 사기꾼 (3)



싸늘하다.


실제로 병사들이 모여있던 홀은 사람들이 사라지자 휑하니 추운 바람만 불 뿐이었다.


“창고 자유 이용권이라 하심은. 이게 말씀하셨던 냉기 저항 포션이란 말입니까?”


네크레스는 팔짱을 끼며 물었다.


“그렇소. 이 곳 창고 관리인이 약초들을 전반적으로 관리를 잘하더군. 덕분에 쉽게 만들었소.”


“연금술이라는 게 생각보다 결과가 빨리 나왔군요. 근데 이 포션 효능이 정확히 뭡니까?”


네크레스의 눈빛은 신뢰보다는 의심에 가까운 것이었다. 자연스레 질문 또한 꽤나 날이 서 있었다.


“말 그대로 냉기 저항을 올려주는 포션이오. 먹으면 몸에서 열이 나듯 따스한 온기가 돌고, 최대 72시간 유지되지. 경계근무 나가는 병사들에게만 줘도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오.”


“경계 근무 말입니까. 지금은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생겼습니다.”


“무엇 말이오?”


“샤벨 타이거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수색대에서 정황을 포착했고요. 실제 상황입니다. 아쉽지만 삼공자께서 만든 포션은 다음에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무어란 말이요? 아니,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고 그냥 다음이라고 미루면 달라질 게 없잖소?”


갑자기 창고 이용권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걸 느낀 레이는 다급하게 말했다.


“후우. 수색대가 작전 준비를 하고 나올 때까지만 설명해 드리도록 하죠. 샤벨 타이거는 들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잘 모르겠소.”


“극지방에서 서식하는 검치호입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아이스 트롤을 주로 먹는 무지막지한 녀석이죠. 문제는 자꾸만 마을 쪽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검치호라 하면 결국 이빨 큰 호랑이에 불과한 녀석 아니오?”


“삼공자께서는 직접 본 적이 없으니 그리 말하시는 겁니다. 녀석이 마음만 먹고 뛰면 글리우텐의 성벽은 훌쩍 넘어갈 겁니다. 그냥 싸우기만 한다면 당연히 무찌를 수 있겠지만, 위험하다 싶으면 가축이나 연약한 아이들을 물고 도망치는 영악한 녀석이죠.”


“성벽을? 분명 이 곳으로 올 땐 도개교까지 지나서 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과장 아니오?”


“그건 마을 남쪽 입구죠. 북쪽 성벽은 좀 낮은 편입니다.”


글리우텐은 남쪽부터 북쪽으로 계속해서 오르막길로 이루어진 마을이었다.


마을의 북쪽 끝 언덕 위에 위치한 첨탑은 높게 세웠지만, 그 주변을 막는 성벽은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건 이상하군. 가장 북쪽에서 몬스터 침입을 막는 최전선인 글리우텐인데 어째서 성벽 높이가 낮은 것이오?”


“삼공자께서는 궁금한 게 많으시군요.”


네크레스는 팔짱을 풀며 레이의 눈을 마주쳤다. 레이의 눈빛은 따진다는 느낌보다 순수한 궁금함이 더 많아 보였다.


“원래 최북단 지역에는 마을이 총 네 곳이 있었죠. 나머지 세 곳은 몬스터에 의해 쑥대밭이 되었고, 가장 남쪽에 있는 마을이 이 곳 글리우텐 입니다. 오히려 남쪽에서의 침입을 걱정할 만한 역사가 있던 곳이었기에 강을 남쪽에 두고 도개교로 지나다닐 수 있게 성을 만들었던 것이고요.”


네크레스가 수색대가 오는지 한번 둘러봤지만 다가오는 이들은 없었다.


“북쪽 성벽은 오히려 낮은 편입니다. 나머지 세 마을이 몬스터 침공으로 인해 뺏길 줄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침울했던 겁니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까.”


네크레스는 시선을 먼 북쪽을 향해 돌렸다. 보이는 그의 옆모습은 어딘가 모를 쓸쓸함이 묻어져 나왔다.


어느덧 처음 만났을 때 철벽같았던 굳센 사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세 마을을 뺏기면서 중앙에 있던 유리 온실마저 활용할 수 없게 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글리우텐 마을은 쇠락의 길로 빠졌죠. 밀리엘 사제마저도 오지 않는 극지방 최전선, 식량마저도 아껴 써야 하는 가난한 마을. 그게 바로 이곳입니다.”


“유리 온실?”


레이는 글리우텐의 암울한 현실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터라 자신이 궁금한 것에만 반응했다.


“예. 비록 추운 북쪽 마을이라 할지라도 유리 온실을 통해서 각종 식생을 키우곤 했죠. 그 덕에 북방 네 마을들은 고가치 식생을 통해 나름 생활을 유지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요.”


“그럼 진격해서 땅을 수복하면 되는 것 아니오?”


“진격 말씀이십니까?”


네크레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허, 하고 웃었다.


“곧 한겨울입니다. 아마 삼공자께서도 이제 몬스터 말고도 또 다른 큰 적이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실 겁니다.”


“결국 눈이 펑펑 쏟아지고, 칼바람이 에일듯 부니 진격이든 수색이든 어렵다 이 말 아닌가. 그럼 더더욱 이걸 마셔야지.”


레이가 손짓하자 데미가 냉기 저항 포션이 가득한 유리병들을 들고 네크레스 앞에 내려 놨다.


“수색대가 수색작전을 하러 가야한다고 하지 않았소? 그렇다면 출발하기 전에 이걸 먹게 하시오.”


탁, 탁, 탁.


“보고드립니다! 수색대장 프렌 외 7명. 수색작전 준비 완료했습니다.”


보고의 내용과 달리 모인 사람은 총 세 명이었다.


“음. 귀관들은 잠깐 기다리도록.”


병사들의 보고를 받던 네크레스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아직 성능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모험을 걸 수는 없습니다. 이번 수색 작전은 글리우텐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전이며, 병사들을 설사병의 위험에 노출시킬 수 없습니다.”


네크레스는 다시 자신의 호칭인 철벽의 기사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다면 결국 이야기는 원점이군. 포션 효능이 확실하다면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겠소?”


그 순간.


“지금 냉기 저항 포션 효과를 믿지를 못하시는 거잖아요? 안되겠다. 제가 보여드릴게요.”


데미는 갑자기 사람들 앞에서 웃옷들을 벗기 시작했다. 일련의 무리들은 어어, 하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자, 보세요! 제가 방금 전에 공자님께서 만든 화이자, 아니 냉기 저항 포션을 먹었거든요? 하나도 안 추워요! 진짜 몸이 따뜻해 졌다고요!”


데미는 주변 사람들이 기괴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부족하다 싶었는지 절뚝거리며 바지마저 벗으려고 했다.


“그만!”


네크레스가 소리쳤다.


“삼공자.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시종까지 이런 식으로 활용하다니. 이건 현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철부지 같은 행동입니다.”


주변 병사들 또한 데미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주인 때문에 이 추운 날씨에 옷을 벗고 노력한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레이 세이첸 경계병. 약속대로 냉기 저항 포션을 만들거라고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됩니다. 그러니 방으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네크레스의 말은 정중했지만, 어투는 숫제 협박에 가까운 음성이었다.



***



레이는 자신에게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내는 네크레스의 시선을 담담히 받아냈다.


“아니오. 네크레스 경이야 말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소. 냉기 저항 포션 하나만 먹어도 설원을 돌아다녀야 할 병사들의 컨디션이 달라질 거요.”


“제 말이 이해되지 않는가 보군요. 지금 여기 모인 수색대 병사들은 당장 작전수행하러 나가야 합니다. 무려 3일 동안이요. 눈발이 이따금씩 흩날리는 초겨울 날씨가 얼마나 무서운지 삼공자께서는 아십니까?”


“내가 살던 게스타브에서도 눈은 내렸소.”


“잘 정비된 도시에서 내리는 눈과, 가장 추운 글리우텐의 설원에서 맨몸으로 맞서는 눈발은 많이 다릅니다. 3일이 짧게 보여도 어떤 병사는 손가락, 발가락을 자를 때도 있습니다.”


네크레스의 말에 수색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병사는 씨익 웃으며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올렸는데, 손가락이 세 개만 보였다.


“그렇다면 이번 수색도 그런 위험이 있다는 뜻 아니오? 여기 모인 이 병사들이 자신의 손발이 잘릴 수 있다는 위험 말이오.”


“이제 이해하셨나 보군요. 예, 맞습니다. 심지어 설사병에 걸린다면 손가락, 발가락이 아닌 목숨을 걸어야 할 테고요.”


“내가 만든 이 포션이 제대로 효과가 나오는지 안나오는지 믿지 못해서 말이 길어지는 것 같군. 그럼 차라리 네크레스 경께서 먹어보는 건 어떠시오?”


“예?”


네크레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다행스럽게도 이 포션은 먹자마자 온몸이 따스해지는 효능을 가지고 있소. 당장 경계근무도, 수색임무도 나가지 않는 네크레스 경께서 한 번 먹어보는 게 좋겠소.”


“아니, 저라고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라···.”


“설마. 병사들이 설원 수색 작전 중에 추위에 고통받지 않을 수 있는 확률이 눈앞에 있는데 외면할 생각이시오? 단지 먹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데?”


“으음. 그건 아닙니다만···.”


네크레스는 영 불안한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철벽의 기사께서 설사병이 무서워서 먹지 않는 건 아닐테고. 고민할 게 뭐가 남았소? 기사 지휘관이라면 자고로 병사들의 사기와 전투력 상승을 위해 무엇이라도 할 각오를 해야 하지 않겠소?”


“삼공자께서는 어째 언변이 검술보다 상승의 경지에 다다르셨나 봅니다. 이리 주시죠. 그 포션.”


네크레스는 고개를 저으며 데미에게 손짓했다. 레이가 한 말도 말이었지만, 무엇보다 그의 눈빛이 감당하기 어려웠다.


좋게 말하면 열정이 넘치는 눈빛이었고.

솔직한 생각으로는 미쳐도 뭔가에 단단히 미친 사람의 눈빛이었기 때문이었다.


‘포션을 먹이지 못해서 죽은 밴시라도 보는 기분이군.’


레이는 여전히 네크레스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네크레스는 곧 수색작전을 나가는 병사들을 아끼는 마음과, 더 이상 말을 끌면 계속 귀찮게 할 것 같은 분위기의 삼공자를 떨쳐내기 위해서 포션을 받아 꿀꺽 삼켰다.


“으음?”


네크레스는 냉기 저항 포션을 먹자마자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놀랐다.


마나가 흐르는 길을 따라 무형의 따스한 기운이 활기차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내 3서클 수준에 다다른 네크레스의 심장 주변에도 온기가 퍼졌다.


‘무슨 자아를 가진 것처럼!‘


네크레스는 통제되지 않은 마나가 온몸을 휘젓고 다니는 기분을 느꼈다. 1서클을 달성하기 전, 처음 마나연공법을 수련할 때나 느꼈던 감각이었다.


결국 온몸에 온기가 돌자 포션에 대한 의구심이 눈녹듯 사라져버렸다.


“어떠시오. 뜨끈한 기운이 배에서부터 시작해 온몸으로 퍼지는 게 느껴지지 않소?”


“크흐으음! 그렇긴 합니다만. 이 포션, 혹시 부작용은 없습니까?”


“나 같은 명장이 만든 작품은 부작용이 없는 법이오. 걱정하지 말고 얼른 수색대원들에게 먹으라 명하시오. 그래야 작전 나가서 고생을 덜 할테니까.”


“그렇습니까? 일단 효과는 확실하니 그렇게 하죠. 프렌. 대원들과 함께 이 포션을 복용하도록.”


네크레스는 바로 명령을 내렸지만 속내는 심란했다.


이제 기껏 17세 밖에 되지 않은 삼공자가 어째서인지 노련한 지휘관처럼 굴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삼공자에게 자신이 속절없이 동의하고 끌려다녔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


“오오? 바로 따뜻해 집니다!”

“이 물건 엄청난데?”

“으윽. 확실히 몸이 따뜻해지긴 했지만 맛이 영 이상하네.”


몇몇 병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몸을 떨기도 했다.


“대장님? 정말 이 약효가 사흘 동안 지속된다는 겁니까?”


수색대장 프렌이 네크레스에게 물었다.


“삼공자님 말대로라면 그렇겠지. 다들 어떤가?”


“좋습니다! 이대로라면 3일 내내 문제없이 임무 완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 좀 얼떨결하지만, 모두 삼공자께 예를 표하도록.”


네크레스는 기분이 이상하더라도 결과에는 깔끔하게 승복하는 사내였다.


“감사합니다, 삼공자님!”


“어? 뭐, 당연한 걸 가지고 그러시오.”


온통 창고 자유 이용권과 설원에 있는 새로운 식생에 마음이 가 있던 레이는 병사들의 감사 인사를 얼버무리듯 넘겼다. 어제 자신을 두드려 팼던 프리미어가 보인 것도 한몫했다.


한차례 감사 인사가 끝나자, 레이는 다시 정신을 차린 뒤 자신의 원래 목적을 상기해냈다.


“그런데 말이오. 네크레스 경.”


“왜 그러십니까?”


“수색대에 나도 참여하면 안되겠소?”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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