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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기고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한 영웅의 제자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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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기고
작품등록일 :
2021.05.12 17:47
최근연재일 :
2021.06.24 19:51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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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26
글자수 :
252,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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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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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회담(2)

DUMMY

최연소 마탑주

현자의 후계자

적색 마탑의 주인

붉은 마녀


오필리아 로즈


이름대로 붉은 장미꽃을 닮은 미인이었다.

화려한 외모는 물론, 날카로운 가시를 숨기고 있다는 점을 포함해서 말이다.


‘어떻게 반응하려나?’


수백 년에 한 번 나올 재능이라는 평가와는 별개로 그녀의 성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장난치는 것을 좋아했다.

남을 곤란스럽게 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다른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이 취미였다.


유리가 오필리아를 꼬리 아홉 달린 불여우라 부르며 싫어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만한 재능을, 실력을 가졌으면서 매사를 가볍게 생각하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필리아 또한 유리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매사의 진지한 유리의 모습은 오필리아가 보기에는 너무 숨 막히고 답답하게만 보였다.

어느 쪽이 옳고 그름의 문제를 벗어나 단순한 성격 차이였다.


미끄러지듯 다가와 반델의 발목을 타고 흐르는 마력.

이 또한 오필리아의 장난이었다.


단순히 마력을 흘려보내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마법이 되지 못한 마력에 성질을 부과하는 것으로 장난질을 쳤다.

마법에는 이르지 못한, 주술에 가까운 원형 그대로의 마력의 운용법.

현대에는 실전된 매료 마법이라 불리던 것의 재현이었다.


먹잇감을 포착한 뱀과 같이 오필리아의 마력은 은밀하게 다가가 반델의 발목을 감싸고 휘감아 올라갔다.


반델은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자신의 발목을 타고 올라오는 마력을 그대로 짓눌러 없앴다.

자신의 장난이 깨부숴졌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오필리아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래야만 한다는 듯이 아주 당연하게 말이다.


‘적어도 마법에 무지하지는 않은 모양이네.’


반델이 현자의 마지막 제자라는 것은 그녀 역시 전해 들은 이야기다.

현자의 가르침을 받았다면, 이 정도 장난질이 통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이야기.


그러나 그의 말이 진실이라는 법도 없었다.

우연히 영웅들의 죽음을 목격했을 뿐인, 혹은 그를 이용할 뿐인 기회주의자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리고 반델이 단순히 입만 살았을 뿐인 범인이라면.


‘뭉개버려야지.’


그녀는 반델을 철저하게 깨부술 것이다.

이 세상의 태어난 흔적일랑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존재 그 자체를 지워버릴 것이다.


의자에 앉은 것은 흑색 마탑주인 아모르포 팔루스 쪽이었다.

오필리아는 의자에 기대서서 반델을 곁눈질했다.

반델과 시선이 맞닿자, 그녀는 가볍게 윙크했다.


그리고 그 윙크에는 전의 것보다 강도를 높인 매료 마법이 포함되어 있었다.

매료 마법에 사용되는 마력의 양과 질을 늘린 것은 물론, 독자적인 개량을 통해 위력을 높인 술식을 사용했다.

취미의 일환이었지만, 개량의 개량을 거듭한 그녀의 매료 마법은 오랫동안 수행한 고행자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매료시킬 수 있다고 자부할 정도였다.


‘이건 어떠려나?’


오필리아의 기대와는 달리, 반델은 무덤덤한 얼굴로 그 매료 마법을 지긋이 뭉개 주었다.

내성 때문에 통하지 않았겠지만, 시답지 않은 짓은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말이다.


‘재밌네.’


물론 매료 마법은 현대에는 사라진 고대의 마법이다.

사라진 것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

대응법만 안다면 저항은 간단했고, 오필리아 역시 그것을 모르지 않다.


개량을 거듭했음에도 근본적인 약점을 없앨 수는 없었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마법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오필리아의 매료를 깨부수는 것도 가능한 일이지만.

그러나 그걸 즉석에서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실행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오필리아의 장난질을 눈치챈 건 같이 온 흑색 마탑주 팔루스와 마력에 대한 친화도가 높은 엘프 주에서도 고위 정령사인 아르웬 정도.

그만큼 적색 마탑주의 마력 은신 솜씨는 뛰어났다.

그 뛰어난 솜씨로 반델에게 장난질을 쳐온 것이 문제였을 뿐.


‘아주 재밌어.’


그녀에게 붉은 마녀라는 이명으로 붙여진 이유는 뛰어난 마법 솜씨와 그녀의 길고 탐스러운 붉은 머리 때문도 있겠지만. 마녀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그녀의 배배 꼬인 심성 탓이 컸다.


오필리아는 계속해서 튕기는 반델의 모습에 더더욱 관심이 들기 시작했다.

영웅들의 마지막 제자. 현자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소문과는 별개로, 반델 그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원탁에 초대된 이들이 모두 자리해 다섯 개의 자리가 모두 주인을 맞이했다.

회담에서 가장 상성에 위치한, 이 회담을 주최한 황제의 말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잠깐, 본 회의에 들어가기 전.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네만?”


그렇게 말을 꺼낸 것은 신전 측 대표로 참가한 바르바토스 추기경이었다.

신전의 다섯 추기경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은 그는 교황의 오래된 친우로.

당연히 용사, 현자, 용병왕과도 오랜 친분을 지니고 있었다.


“황제의 말대로 우리가 모인 건 영웅들의 죽음에 대한 것 때문이지. 그러나 그 영웅들의 죽음에 대한 검증은 없었다네. 그것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게 맞다고 보내만?”


바르바토스 추기경은 영웅들의 죽은 그 자체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바로 하는 것이 먼저임을 말했다.

모두의 시선은 반델을 향했다.


영웅들의 죽음이라는 가정 자체가 반델의 입을 통해서 전해진 것.

그 혼자만이 돌아왔다는 것이 그들의 죽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증거였다.

바르바토스 추기경의 의견도 타당했던 게.


“영웅들의 사체가 존재한다면 자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겠지만...”


사람은 무언가를 눈으로 보고 직접 경험한 것을 믿는다.

사건의 발달이자 회의가 열리게 된 이유인, 영웅들의 죽음 그 자체를 의심하는 것은 타당했다.


“사체는 없습니다.”


죽음을 증명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시신을 확인하는 것.

그러나 영웅들의 시신은 없었다.

가루가 되어 반델의 손 틈을 타고 흘러내려 허공에 흩날려 사라졌다.


“마탑과 세계수 측에서는 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텐데요?”

“그러한가?”


바르바토스 추기경은 반델의 말이 참인지를 물었다.


“어떤 걸 말하는 거지? 영웅의 마지막 제자여?”


먼저 답한 것은 마탑 쪽.

흑색 마탑주인 팔루스였다.


“생명의 등불을 확인하고 오시지 않았습니까?”


생명의 등불.

십수 년 전 현자가 만들어낸 마법이자, 마도구로.

현자의 눈 이상의 걸작이라고 현자 스스로 평가할 정도의 물건이었다.


현자가 생명의 등불을 만들며 모티브 삼은 것은 리치의 ‘라이프 베슬’이다.


리치(Lich)는 마법사가 불멸을 원하며 스스로의 죽음을 부정해 언데드가 된 존재로.

리치는 언데드 중에서도 고위의 언데드다.


그리고 그런 리치를 아늑하니 뛰어넘는 힘을 지니 엘더 리치(Elder Lich)라는 언데드가 존재한다.

전설에나 등장하는 초월종.

강력한 마력과 원대한 미련을 지닌 고대에서 부활한 대마법사.


그런 만큼 엘더 리치에게서 훔칠··· 아니, 배울 점이 많았다고 현자는 말했다.


-해골바가지의 마법은 별 볼 일 없었지만, 끈질기기로는 세 손안에 들었을 정도였지. 마법사로서는 이류였지만, 적어도 연구자로서는 일류였고. 그 꼴이 되면서까지 살고 싶다는 꼴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라이프 베슬은 리치가 자신의 생명을 저장해 두는 그릇으로, 리치가 언데드가 되면서 정신이 오염되지 않을 수 있는 이유이자.

몸이 가루가 되어도 마력과 시간만 있다면 부활할 수 있게 해주는 불사의 원동력이다.


현자가 만든 생명의 등불은 엘더 리치의 라이프 베슬을 참고로 해, 연구 끝에 만들어진 것.

결과적으로 라이브 베슬과는 격을 달리하는 물건이 완성되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영혼이란 무엇인가?


마법이라는 학문은 진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그 끝에 나온 연구 결과 중 하나가 생명의 등불.


마력과 오러의 근원은 모두 영혼.

혼은 항상 원상태를 유지하고자 하지만, 오러와 마력 모두 사용하면 소모되고, 쉬면 회복된다.

혼 또한 그러지 않을까 하는 발상에서 시작된 연구는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혼을 일곱 갈래로 찢어 생生 그 자체를 나누는 것으로 죽음을 회피한다.’


한 번의 죽음으로 등불의 불꽃 하나가 꺼지고, 혼이 힘을 회복하면 등불에는 다시 불꽃이 피어난다.

일곱 번 내리 연속으로 죽이지 않으면 죽지 않는.

현자는 유사적인 불사를 마법을 통해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당연히 일곱 개의 불꽃을 꺼 버리면 당연히 죽지만, 현자 정도 되는 사람을 일곱 번이나 죽일 수 있을 만한 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현자는 생명의 등불을 만든 이후로 동시에 세 번의 죽음 이상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반대로 현자 정도 되는 이가 세 번이나 죽여야 했을 정도의 싸움을 반복했다는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어지까지나 여유분, 비상의 수에 가까운 물건이지만. 지금은 그 등불 안의 불꽃이 모두 꺼져 있을 터.

마탑에서도 이미 그걸 확인했다는 것을 반델은 알고 있다.


“저 말이 사실인가? 클로드? 생명의 등불이라는 물건을 통해 현자의 죽음을 확인할 수 있나?”


바르바토스 추기경은 흑색 마탑주를 보며 그리 물었다.

클로드라는 이름은 흑색 마탑주가 오래전 스스로 버린 이름이었다.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라. 바르바토스. 마탑의 비밀 중의 하나를 이렇게 말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군. 생명의 등불은 현자 님의 혼과 연결된 물건. 그것의 불이 꺼져 있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질색했다.

그러나 반델의 말이 사실임을 긍정했다.


“흐음··· 엘프 쪽에서도 영웅들의 죽음에 관련된 증언을 할 수 있나?”


팔루스의 증언을 확보한 바르바토스 추기경은 뒤이어 엘프 측, 아르웬에게 그렇게 질문했다.


“분명 세계수의 지팡이는 세계수와 특별한 계약을 통해서만 사용이 허락된다고 하죠?”

“그렇습니다. 세계수와의 계약 과정을 통해서 사용이 허락되는 물건입니다. 당대의 계약자는 현자님 혼자이셨고요.”


세계수의 지팡이는 세계 그 자체에서 마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빌려 쓸 수 있는 특별한 힘을 지닌 물건.

그런 물건이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 가능할 리 만무했다.


“현자님과 세계수의 계약이 파기되었습니다. 여왕께서 직접 확인하셨습니다.”


두 증언으로 인해 적어도 현자가 살아있을 가능성은 한없이 0에 수렴해졌다.

양쪽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신전 쪽에서도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건 아닐 텐데요?”


반델은 바르바토스 추기경을 향해 반대로 물었다.


‘쯧, 그것까지 알고 있는 건가?’


오래전 뒷거래를 통해 내려졌던 성물聖物의 축복들.

그 모든 축복이 깨져 회수된 것은 바르바토스 또한 교황을 통해 전해 들은 사실.

그러나 그게 꼭 죽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떠본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증거들은 영웅들의 죽음을 가리켰고, 반델은 자신의 가진 지식을 드러냈다.

적어도 영웅들이 가진 지식, 그들 만이 알고 있던 비밀들에 대해 알고 있음을 말이다.


“그럼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 회의를 계속 진행해도 되겠나?”


황제의 중재에 회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바르바토스 추기경의 의문은 한 번쯤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문제였기에, 쓸모없는 문답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죽음이 확실시된 지금, 그들은 그 이후에 대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었다.


“오래 덮어 두어서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하네.”


그 말에 모두 찬성했고, 반델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늦어질수록 그걸 악용하고자 하는 이들 때문에 골머리만 썩게 될 뿐.


“지금까지 원정에 걸리던 시간은 보름에서 한 달 정도였지.”


길게는 3개월 이상 넘어갔던 적도 드물지는 않았지만, 근 수년 사이의 원정은 한 달 이상이 걸린 적이 없었다.


“가능한 빠른 시일을 잡는다면··· 보름 정도 후면 충분하겠지.”


추기경의 의견을 제시했다.


“그 정도가 적당하기는 하지.”


흑색 마탑주가 그 의견에 호응했고.


“이견 있는가?


황제가 다시 한번 확인한 끝에.


“그럼 구체적인 일정을 잡도록 하지.”


몇 가지인가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토론한 끝에, 지금으로부터 13일 후.

영웅들의 죽음을 발표할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면 다음 의제로 넘어가도록 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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