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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기고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한 영웅의 제자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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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기고
작품등록일 :
2021.05.12 17:47
최근연재일 :
2021.06.2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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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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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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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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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리 크롬하트(2)

DUMMY

쪼르르-


반델은 유리의 빈 술잔을 다시 채워 주었다.

찰랑거리는 술잔의 술은 아슬아슬하게 흘러넘치지 않았다.


“정말 죽은 거지?”

“···네.”


반델은 덤덤하게 답했다.

매번 말할 때마다 가슴 한켠이 시큰거렸지만,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 반델이라고 불러도 되겠지?”

“편하게 부르시고 싶은 대로 부르세요.”

“너도 말 편하게 해.”

“저는 이쪽이 더 편해서.”

“그래?”


그렇게 말하며 술잔을 털어 넘겼다.

이번에도 술잔에 남은 술은 없었다.


“이 나이에 동생이 하나 더 생길 줄은 몰랐네.”


한결 가벼워진 말투로 말을 건네는 유리였다.

의남매이자, 같은 검술 문파의 사문.

피는 통하지 않지만,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그쪽도 나중에 만나러 가야겠죠.”

“지금쯤이면··· 한참 사막을 건너고 있으려나?”


지금은 반델을 더해서 셋이 되었지만, 크롬하트의 성을 잇는 이는 둘이었다.

한 사람은 반델 눈앞에 있는 유리였고, 그에 더해 한 사람 더.


“그 아이는 아직 모르겠구나.”


안 그대로 소문에 밝은 편이 아닌데. 사람이 없는 곳으로 다니니, 영웅들의 죽음을 알 방도가 없을 것이다.


“정차 없이 떠돌아다니며 수련을 하고 있다던가요?”

“비경이니 금지니 하는 곳을 돌아다니며, 은둔한 강자들과 한 판 붙는 게 취미인 아이니까.”


강함 그 자체에 집착했다.

그의 반생을 아는 유리는 그가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그는 너무 지나쳤다.


이안은 그 아이가 자신의 젊을 적을 닮았고 말했다.

용사라고 불리기 전의, 한창 방황하던 시기의 자신을 꼭 빼닮았다고 말이다.


‘시대가 달랐다면, 그 아이가 내 자리에 있었을 수도 있고. 내가 그 아이처럼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지금의 이안의 모습으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모두의 동경이 되는 용사.

믿음이 되는 어른.

이안은 유리가 맨 처음 만났을 때부터 굉장히 큰 사람이었다.


‘옛날에는 나도 심각했지. 용사라고 불리는 것도 그때의 폐해고.’


용사. 정확히는 이세계 소환 용사.

그쪽 문화에 큰 관심이 없었던 유리도 들어본 단어였다.

때문에 이안은 유리가 자신을 용사라고 부르는 것을 싫어했다.


그냥 이안.

그냥 그렇게 불러주기를 바랐다.


그는 소탈한 사람이었다.

가끔은 나이에 맞지 않는 언동을 할 때도 있었고 말이다.


‘거대 로봇. 아니, 합체 로봇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떤가, 현자? 평소에는 건물이었다가 버튼을 누르면 공룡의 형상으로 변해서 합체. 거대 로봇으로 변하는 거지.’

‘내가 말했지 않았나, 이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그렇게 거대한 골렘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자원을 생각하면 그냥 대형 노쇠를 수백 대 만드는 편이 낫다니까. 더욱이 변신이랑 합체 기능은 왜 필요한데.’

‘그게 로망이라는 거다.’

‘그 로망이라는 게 뭔지 난 모르겠다니까.’


이렇게 이상한 것에 열을 낼 때도 있었고 말이다.

열에 아홉은 탁상공론 속의 로망 이야기였지만. 반대로 열에 하나 정도는 쓸 만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현자가 그와 대화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친구처럼, 스승처럼, 부녀지간처럼.

그렇게 지냈다.


“넌 순수한 여기 사람인 거지?”

“저는 이방인도, 전생자도, 환생자도 아닙니다.”


유리가 아는 건 이방인뿐이다.

뒤의 두 가지는 이안이 이세계, 이방인과 관련된 조사를 하다가 나온 내용이었고 말이다.

유리를 만났을 때 그가 그렇게 기뻐하며 안심했던 건.

뒤늦게 다른 이방인의 흔적을 찾았는데. 너무 늦은 상황이던 적을 몇 번인가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뒤늦게 찾았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던가.

수기나 흔적만을 간신히 찾을 수 있었거나.


이안이 이방인들을 찾기 시작한 것은 대륙 남아 있는 잔당들을 몰아내며 생활권을 회복하고, 침입을 막아내는 데 성공한, 그 스스로에게 여유가 생겼을 무렵의 일이었다.

유리가 막 이 세계의 왔을 무렵은 그래도 좀 안정적으로 되었을 즈음이었고 말이다.


‘이방인도 아닌데 이 나이에 이 강함이라니.’


보이는 것 그대로의 나이는 아닐 수도 있었다.

스스로 자칭한 열여덟이라는 나이도 진실인지 확신할 수 없었고 말이다.

유리만 해도 겉보기로는 20대 초 중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나지지만, 계란 한 판을 채운 지 오래다.

만으로는 아직 20대라고 우길 시기도 지났고 말이다.

때문에 유리는 문득 궁금해졌다.


“훔쳐봐도 돼?”


훔쳐본다는 표현은 은어였다.

맨 처음 만났을 때 반델이 지적했던 것을 비꼰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일부만이라도 좋다면.”


흔쾌히 허락할 수는 없었다.

가진 손 패가 전부 드러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이계의 눈’


유리는 반델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읊조렸다.

그녀의 눈앞에 반투명한 푸른 창이 떠올랐다.



[이름] 반델 크롬하트

[칭호] 영웅의 제자, 백작, 마족 학살자, 마수 학살자··· (생략)

[레벨] (대상과의 차이 때문에 확인할 수 없습니다.)

[나이] 18(???)

[스킬] 철심류 검술 EX, 백랑 격투술 EX, 신체 강화 EX, 마력 조작 EX ···(생략)

-세부 능력치의 조회가 불가능합니다.


유리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반델의 상태창이었다.

<상태창>


힘을 개관적인 지표로 측정할 수 있는 능력.

이방인, 이세계에서 온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전.


본래는 자신의 상태만을 개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능력에 불과했지만.

그녀가 가진 특별한 능력을 다른 사람의 상태창도 훔쳐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이계의 눈]


용사라 불리는 이안도 가지지 못한 그녀만의 고유한 능력 중 하나.

물론 전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훔쳐보려는 대상과 힘의 차이가 크면 실패하기도 했고 말이다.


‘대상과의 차이 때문에 확인할 수 없습니다.’


유리가 이 문구를 보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용사에게 검을 배우고, 기사가 되고, 근위 대장의 자리에 오르고. 자신보다 강한 이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더욱이 그게 순수한 기량 차이에 의한 것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얼마 전에 이계의 눈을 이용해 용병왕의 능력치 일부를 훔쳐봤던 적도 있었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와 영웅들의 차이는 그 정도로 좁혀졌다는 증거였다.


현자와 용병왕의 힘은 방향성은 다르지만, 경지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현자의 것 또한 훔쳐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오히려 그렇게 해보라는 듯 말하는 도전적인 말투에 시도해 봤지만. 무언가 방벽에 막힌 듯한 감각에 훔쳐볼 수 없었다.

어떻게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용사가 사용하는 ‘상태창’과 유리의 ‘이계의 눈’을 마법의 형태로 재현하기 위한 연구를 하다 나온 성과라고 말했다


그리고 현자의 지식을 물려받은 반델 역시 상태창과 관련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강하구나.”


반델은 자기보다 몇 살을 어린 그의 얼굴을 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반델은 그녀의 빈 술잔에 술을 다시 가득 따랐다.

이번에는 유리 또한 반델의 빈 술잔을 채워 주었고 말이다.


“아직 많이 모자라죠.”


스킬은 자신이 익힌 기술들로 검술이나 마법 등이 이에 속했다.

뒤의 랭크는 익힌 기술의 성취를 나타내는 것.


EX랭크의 스킬을 가진 사람은 유리가 알기로 스물이 체 넘지 않는다.

그중 반델처럼 EX랭크를 여럿 가지고 있는 것 그중 절반도 되지 못하고 말이다.


같은 EX라 하더라도 경지에 차이가 존재했다.

S랭크의 경지를 뛰어넘은 스킬을 모두 EX랭크라 칭하기에, 그 이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었으니 말이다.


확실한 것은 반델이 자신의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

그것도 고유 능력이라고 하는, 스킬과는 구분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도 않은 채 말이다.


‘숨겼을 지도 모르지만···’


일부만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숨기는 것이 가능하다면 조작하는 것도 가능했고 말이다.

무언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게 있다는 건 확실했지만, 그게 무엇인지 캐낼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걸.”


반델은 검은 천에 쌓인 함을 유리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전해달라고 부탁받은 물건이요.”


유리는 검은 천을 풀었다.

천 안에서는 옷과 사물들이 나왔다.

교복, 스마트폰, 교과서.


그녀가 맨 처음 이 세계에 떨어졌을 무렵 가지고 있던 물건들.

스스로 처분해 달라고 부탁했던 물건들이었다.


게이트의 연구를 통해 이 세계에서 불려온 이방인을 원래의 세계로 되돌리는 법에 대한 연구는 성공했다.

그 사람 한 사람에 한해서 돌아가는 게 가능하다고 말이다.

좌표가 어떻고, 시공의 벽이 어떻고 하는 전문적인 이론과 같은 것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녀가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검 대신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갑옷 대신 청바지를 입는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조건부라면 그래도 좋다고 말했지만, 홀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반생은 빈말로라도 행복했다 말할 수 없었다.

집 나간 어머니, 알코올중독 아버지, 도박으로 인해 풍비박산이 난 가정.


그녀는 이곳이 더 편했다.

그러나 용사가 돌아간다면 자신도 같이 가겠다 말했다.

그 말에 이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알겠다고 했다.

대신 언제든지 그 결정을 번복해도 좋다고 말하며 말이다.


“만약 돌아가고 싶다면 언제든지 돌아가도 좋다고 그렇게 말을 남기셨어요. 그와 관련된 지식은 제가 물려받았고요.”


이안은 그게 늘 마음에 쓰였다.

자기 때문에 그녀가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다른 한 놈은 자기만족 때문이라도 돌아가지 않겠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호신의 목적으로 검을 들었다.


그녀는 강했다.

쉬지 않고 수련한 것은 물론, 이안이라는 최고의 스승을 지니고 있었고, 더욱이 그녀 스스로의 재능도 뛰어났다.

이방인으로서 얻은 특별한 능력이 영향이 끼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노력을 폄하시킬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버리라고 했는데.”


오랜만에 보는 물건들.

좋은 기억보다 안 좋은 기억이 더 많았다.

딱 하나 좋은 기억이 있다면 이안과 만났다는 것.


“그리고 이것도.”


편지에는 얇은 끈 같은 게 매어져 있었다.


“내게 남기신 거야?”

“네.”

“나중에 읽을 게.”


마법의 전조도 없이 반델이 건네준 함과 편지가 사라졌다.


‘인벤토리’


마찬가지로 상태창과 함께 주어진 수납 능력.

반델이 사용하는 공간 마법과 비슷했지만, 그보다 효율이 좋았다.

애초에 그가 사용하는 공간 마법 자체가 용사의 인벤토리를 마법의 형태로 재현한 것이었기도 했고 말이다.


술잔이 비워지고 술잔이 채워졌다.

낭창거릴 정도밖에 남지 않는 술병 안의 술.

반델은 새로운 술 한 병을 더 꺼냈다.


“너도 가지고 있었어?”

“남은 물건이지만요.”


술병 안에는 술이 절반 정도 남아 있었다.

그 술병의 술마저 전부 마셨을 때, 유리는 무언가 결정한 듯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꼭 물어봐야 하는 질문이었다.

그것 때문에 왔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었다.


반델은 영웅들의 죽음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죽었다는 사실만을 덤덤히 고했을 뿐.

그 인과를 하나도 설명하지 않았다.


“···”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유리도 추측할 수 있었다.

스승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봤을 그가 말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 말이다.

그러나 유리는 들어야 했다.


“누구와 싸우다 돌아가셨어?”


입을 떼지 못하는 반델에게 유리는 한 번 더 물었다.

꼭 알아야 했다.


‘누가?’ 그리고 ‘어떻게.’


유리에게 있어서 가장 의문이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한 사람도 아니고 세 사람. 영웅들 전부가 죽었다.

그리고 반델 한 사람만 살아남았다.

차라리 전부 죽었다며 모른다.

동귀어진을 했다거나, 자폭 휘말렸다거나, 하는 일이면 모르니까.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반델의 존재 자체가 아이러니해진다.


어떤 이유로 제자가 되어 힘을 기르고 홀로 귀환했는가?


“뭐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게이트 너머. 마계라 불리는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세 사람이 동귀어진을 각오해야만 쓰러트릴 정도로 강대한 적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게이트 그 자체가 함정이었던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천수를 누리다 돌아가신 것인지?


술잔에 비친 달은 많이 모자랐다.

마계와 다르게 하나밖에 없는 달.

반델은 달이 떠 있는 술잔을 털어 넘기며 말했다.


“스승님을 죽인 건 접니다.”


작가의말

이세계인, 상태창 등의 요소는 어디까지나 장치에 불과합니다.

주인공은 반델이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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