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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용

바바리안이 마법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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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종
작품등록일 :
2024.02.09 23:40
최근연재일 :
2024.05.06 12:0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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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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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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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DUMMY


「망자의 굴 어딘가에 숨겨진 무덤이 개방되었습니다.」


쿠구구궁!


“으아아아.”


막심은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양팔로 머리를 감싸고 누워있었다.

나는 가만히 서서 머리 위로 떨어지는 돌 조각을 맞으며 진동이 끝나길 기다렸다.


“끄, 끝났나?”


“그런 거 같다.”


무너질 듯 흔들거리던 동굴은 이전처럼 잠잠해졌다.

하지만 이 진동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


누워있던 막심이 고개를 빼꼼 들어 올렸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머쓱하게 웃으며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더니 우리가 걸어온 방향을 가리켰다.


“뭔가 느낌이 싸한데··· 돌아갈까?”


내가 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쳐다보자 막심은 서둘러 말을 이어 붙었다.


“아니··· 여태껏 멀쩡하던 동굴이 뜬금없이 흔들릴 리가 없잖아. 이건 분명 안 좋을 일이 생길 징조라니까?”


보기보다 막심이 가진 모험가의 감은 쓸만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절반 정도.

그야 지진이 난 것도 아니고 동굴이 무너질 듯 흔들린 거면 누구나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모험가란 자고로 위험 속에 몸을 던지는 자.

레아드리아라는 새장 밖으로 나올 때부터 각오한 일이다.


‘막심은 아닌 것 같다만.’


내가 절반만 쓸 만하다는 게 바로 그 이유였다.

여기서 도망치기보다 호기심을 내비쳤으면 완벽한 모험가였을 텐데.


‘뭐, 그러니까 아직 잘 살아있는 건가.’


인간에게 덤볐던 동물은 전부 멸종당하거나 학살당하고 꾸준히 살아남는 건 겁이 많은 동물인 것처럼.

막심은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도망쳐왔다.

지금도 동굴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는 게 딱 티가 나거든.


“딱히 근처에 마수도 안보이고. 괜찮은 거 같다.”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혹시나-”


“내가 말했을 텐데? 가기 싫으면 혼자 밖으로 나가도 된다.”


“그, 그런······.”


“아. 방금 진동으로 잠들었던 구울들이 깨어났을지도 모르겠군. 돌아갈 때 조심해라.”


“히익.”


나는 매정하게 뒤돌아 동굴 안쪽으로 뚜벅뚜벅 걸었다.


사실 혼자가 편하다.

막심이 계속 옆에 붙어있으면 마법을 쓸 수 없으니까.

비록 태초의 불꽃은 전투에서 큰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앞으로 계속 혼자 다녀야 하나······.’


블러드 오브 더 킹덤은 솔로 플레이보다 파티 플레이를 지향하는 게임이다.

비록 NPC라 할지언정 효율이 극명하게 차이 나니까.

이 세계에 처음 눈을 떴을 때부터 계속 고민하던 주제이기도 했다.

마법을 쓰는 바바리안이 있다고 소문이 퍼지게 되면 제국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나올까.


“······.”


그런 상념에 잠겨 있기도 잠시.

어느새 뒤따라온 막심이 나란히 서서 걷고 있었다.


“안 가고 뭐 하는 거지?”


“새, 생각해 보니까··· 땅에 떨어진 마력석을 주워담을 사람은 있어야지 않겠어? 내가 배, 배낭도 메고 있고.”


그렇게 말하면서 막심은 배낭의 어깨끈을 꽉 움켜쥐었다.

나는 파르르 떨리는 손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럼 내가 배낭을 메고 가면 되겠군.”


“무, 뭐? 에이, 그래도 배낭을 안 메고 싸우는 게 더 편하잖아.”


“음. 맞는 말이다.”


장난은 이쯤 하면 됐고.

나는 단순한 바바리안답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척했다.


“그, 그렇지?”


그냥 혼자 돌아가기 무섭다고 하면 될 것을,

그래도 자존심은 있다 이건가?


“등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와라.”


나는 검을 양손에 쥐고 언제든지 반응할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한 채 동굴 깊은 곳으로 나아갔다.

나와 막심의 숨소리만 들리는 적막이 가득한 동굴 내부.

간혹 고인 물웅덩이를 밟는 소리와 천장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그 분위기를 한층 증폭시켰다.


꿀꺽.


막심의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우린 처음으로 갈림길 앞에 섰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뉜 길.

먼저 입을 연 건 막심이었다.


“······카르잔. 어, 어디로 갈까?”


“음.”


나는 한참 동안 가만히 서서 고민하다 결정을 내렸다.


“왼쪽으로 간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고민한 척한 거다.

이미 무덤으로 가는 방향은 다 알고 있거든.

여기서 오른쪽 길로 가면 곧장 망자의 굴 보스가 나온다.

하지만 왼쪽 길로 가면 방금처럼 여러 번의 갈림길이 나타난다.


“오른쪽.”


확실한 공략은 갈림길을 지나갈 때마다 벽에 걸린 횃불의 숫자를 파악하는 거다.


“오른쪽.”


횃불의 수가 줄어들었다면 정답.

만약 그대로라면 바로 뒤돌아 나와야 한다.

거긴 온갖 함정과 마수들이 튀어나오거든.


“왼쪽.”


깊이 들어갈수록 선택의 책임은 무거워진다.

마주치는 마수의 수가 확 늘어나고 함정은 자비가 없어지니까.

예를 들면 독화살은 기본에 바닥이 통째로 사라진다거나 저 앞에서 거대한 돌덩이가 굴러와 쥐포로 만드는 정도?


“중앙.”


이윽고 세 갈래로 나뉜 갈림길.

이쯤이면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보면 된다.

양쪽 벽에 걸린 횃불이 거의 사라져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 말도 있잖아?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이 세계에선 한순간 내린 잘못된 선택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하지만 무서운 점은 직접 결과를 마주하기 전까진 그 선택이 정답일지 오답일지 모른다는 거다.


바로 이 사람처럼.


“저, 저건······.”


마지막 갈림길 앞에 선 막심이 좌측 길목 입구 부근에 엎드려 있는 누군가의 유골을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하체가···없어.”


“일단 저긴 아니군.”


상체만 남은 유골은 양팔을 위로 쭉 뻗은 채 엎드려 누워있는 자세였다.

아마 함정 때문에 하체가 잘린 채로 여기까지 기어 온 거겠지.

여기까지 들어온 이상 그 상태로 살아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기어 온 걸 보면 어지간히 살고 싶었나 보다.

그게 아니라면 다음에 올 모험가에게 자신이 직접 이정표가 되길 택한 걸지도 모른다.

뭐,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유명한 영화의 제목처럼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던전의 이름이 망자의 굴인 이유도 저렇게 죽은 사람들 때문일 거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우리는 왼쪽으로 간다.”


“괜찮을까? 우리도 잘못하면 저 모험가처럼······.”


“조금 들어갔다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나오면 된다.”


사실 여기서부터 틀린 길로 들어가는 순간 사망이다.

어차피 막심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괜찮다.

내 말도 순순히 믿는 거 같고.

뭐, 애초에 틀릴 리가 없으니까.


뚜벅뚜벅.


그 많던 횃불이 지금은 고작 하나씩 멀찍이 떨어져 벽에 걸려있다.

그 덕분에 가시거리는 1m도 안 되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그야 제대로 된 길이잖아?

함정이나 마수가 튀어나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어둠 속을 10여 분 넘게 걷고 있자, 드디어 갈림길이 끝나고 활짝 열린 석문이 우리를 맞이했다.


“도착한 건가?”


“그래.”


“휴우우우우.”


막심은 턱 끝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면서 꾹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거, 힘들게 숨은 왜 참은 거지?

하긴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운이 좋았군. 한 번에 찾아올 줄이야.”


나는 여전히 모르는 척 감탄사는 내뱉으며 천천히 무덤의 입구 앞으로 다가갔다.


‘운이 좋아서 이곳에 도착한다고 해도 숨겨진 트리거를 찾아 누르지 않으면 되돌아가야 한단 말이지.’


내가 당해봐서 아주 잘 알고 있다.

게임에서 처음 저 문을 열려고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땐 초등학생이어서 저녁도 거르고 벽이란 벽을 다 때리고 다니다가 엄마가 강제로 컴퓨터를 껐었지.


“막심. 들어가자.”


“여긴 도대체 뭐가 있길래, 이렇게 깊은 곳에 숨겨뒀을까?”


그건 직접 확인해 보면 알겠지.


****


「저주받은 자들의 무덤에 입장하였습니다.」


[업적 달성!]


[업적 ‘내가 바로 도굴왕이다.’]


“우, 우와아.”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시야에 들어온 건 엄청난 수의 관이었다.

돌로 만든 관은 입구를 중심으로 양옆 공간에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다만 막심이 저렇게 놀라는 이유는 다른 이유였다.


“대박······!”


감탄을 감추지 못한 막심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나기 시작했다.

비교적 멀쩡한 관이 대다수지만, 그중 몇 개는 부서져 관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저게 다 얼마야?”


“혹시 모르니까 건드리지 마라.”


부서진 관 내부엔 엄청난 양의 금화와 무기, 방어구, 장신구들이 흘러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야말로 보물이 가득한 무덤.

나는 정신을 못 차리는 막심을 보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래서 혼자 오고 싶었는데.’


이미 파티가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막심. 내 말 들었나?”


“어? 으, 응.”


“저렇게 대놓고 있으면 함정일지도 모른다.”


나는 막심에게 단단히 당부하고 입구를 중심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무덤의 가장 안쪽.

홀로 떨어져 있는 관 하나.

다른 관보다 상태가 유달리 깨끗했다.

나는 그 관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방금 내가 말한 것처럼 보물이 튀어나와 있는 관들은 전부 함정이다.

하지만 처음 무덤에 들어온 모험가들은 당장 시선을 사로잡는 보물에 다가가게 되어있다.

그러니 막심이 저런 반응을 하는 것도 잘못된 게 아니다.

비교적 가난한 뉴비 모험가들이라면 더더욱 로또에 환장하니까.


혹시 몰라 반쯤 몸을 뒤로 돌리자, 막심은 우뚝 서서 간식을 눈앞에 둔 강아지마냥 관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 정도면 잘 참고 있네.”


그렇다면······.


나는 굳게 닫혀있는 관 뚜껑을 옆으로 밀었다.


“진짜 보물은 여기에 숨어 있지.”


드르르륵-


관 속에는 시퍼런 구울이 양손을 가슴팍에 모으고 누워있었다.

가지런히 놓인 양손 사이로 드라이아이스처럼 차가운 연기를 뿜어내는 푸른 액체가 담긴 병이 보인다.


이처럼 저주받은 자들의 무덤은 보물에 손만 대지 않는다면 아주 쉽게 날먹이 가능한 곳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고생했으니 보상으로 받아 가라는 정도.

나처럼 공략을 아는 것도 아니고 극악의 확률을 뚫고 온 모험가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랄까.


나는 조심스럽게 구울의 손가락을 하나씩 병에서 떼어놓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잘못 건드려서 깨지면 큰일이다.


“······됐다.”


병을 꽉 붙잡고 있던 양손을 전부 떼어놓고 병을 향해 손을 뻗었다.


덥석.


“······.”


피부로 전해져오는 온도는 차갑다 못해 뼈가 시릴 정도.

동시에 묵직한 악력도 느껴졌다.


“······씨발.”


그야 방금까지 얌전히 누워있던 구울이 내 손목을 움켜쥐었으니까.


[그어어어어.]


나는 다급하게 고개를 뒤로 돌려 막심을 바라봤다.


“막-”


이름을 다 부르기도 전에 목구멍이 턱 하고 막혔다.


막심 아니, 저 새끼 손에 500원짜리 크기의 금화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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